거 미 / 문혜영 오후 햇살이 두 남녀의 몸을 부드럽게 훑어 내린다.배가 약간 나온 남자의 등 뒤로 여자의 손길이 살짝 스친다. 뱀의 살갗처럼 반들반들한 땀이 남자의 굽은 등줄기를 타고 유선으로 흐른다. 여자는 침대 끝에 걸쳐둔 바이올렛 가운을 오른 팔에 살짝 감고 희미하게 쟈스민 향이 흘러나오는 욕실 문을 향해 걸어간다. 얼굴은 이미 40대 중반을 넘어선 여자는 몸만큼은 주름진 얼굴과 엇박자다. 둥글게 춤을 추는 가슴선 아래로 운동으로 다져진 것인지 군살 하나 없는 긴 허리선. 배꼽 아래 거미의 숲을 지나 쭉 뻗어 내리는 가지런한
신인문학상
문혜영
2017.12.20 19: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