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지역이든 그곳을 대표하는 명소가 있다. 우리 지역의 상징물로는 단연 무심천(無心川)이 꼽힌다. 외지에서 출신 지역을 소개할 때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말이 ‘아, 무심천 있는 곳’이다. 그리고 그 ‘무심(無心)’이 주는 정서적 의미로 인하여 덩달아 우아해지는 것 같을 때가 종종 있다. 많은 사람들은 상상력을 동원하여 ‘무심’의 뜻을 헤아린다. 주로 가슴 아픈 이의 한숨 섞인 하소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말없이 흘러가는 냇물이라고들 말한다.무심천의 어원을 옛 이야기에 기대어 추정하기도 한다. 다섯 살짜리 아들을 잃은 슬픔으로
평생토록 잊지 못할 스승이 계시다는 것은 참으로 커다란 행복이다. 수십 년을 교육계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훌륭한 스승 역할을 못하고 있지만, 내게는 잊지 못할 평생의 은사가 계신다. 불세출의 서예가로서 어두운 시대를 가파르게 살다 가신 우송(又松) 선생님이시다. 당시 서예의 불모지라고 할 수 있는 우리 지역의 선구적 서예가로 외롭게 활동하면서 서예 발전의 기틀을 마련하신 분이다.서예에 흥미를 느끼던 학창시절, 나는 동천(東泉) 선생님의 권유에 따라 우송 선생님 문하에서 공부하게 되었다. 틈나는 대로 쇠내개울[金川]을 따라 올라가 서재
사노라면 누구에게나 크고 작은 시련이 찾아온다. 아마도 이 세상에 고난과 역경을 만나지 않고 살아갈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누구나 한평생 살아가는 동안 세파에 시달리며 고난을 극복해 온 자신만의 인생 역정을 간직하고 살아간다. 비록 자신의 과거가 매우 힘들고 불행했던 삶으로 기억된다 하더라도 개인의 삶에서 다양한 시련 극복 과정은 참으로 값진 것이다. 누구라도 그 과정을 통하여 오늘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고진감래(苦盡甘來)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예로부터 젊어서의 고생은 사서라도 한다고 했다. 이와 상
국민은 누구나 공교육을 받을 권리와 의무가 있다. 그러므로 일정한 나이에 이르면 학교에 입학하여 의무교육 기간 동안 공교육을 받아야 한다. 공적(公的) 기관이 주체가 되어 공익 추구의 목적으로 운영되는 공교육은 개인의 판단과 결정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사교육에 비하여 훨씬 더 큰 중요성을 띤다. 그렇기 때문에 공교육은 모든 학생과 학부모들이 그 목표와 방법에 공감하여 학교와 교사를 신뢰하고 따를 수 있도록 운영되어야 한다. 교육은 훌륭한 안목과 계획으로 시작하지 않으면 결코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없다. 최근 초등학교 저학년 영어 방과
(정민영 서원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툇마루는 집의 안채나 바깥채의 가장자리나 밖으로 달아낸 마루다. 본래 칸살의 밖으로 붙여서 만들었기 때문에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마루로 일종의 덤인 셈이다. 그러나 툇마루는 오래 전부터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아주 요긴하게 쓰여 오고 있다. 전통 가옥의 구조상 집을 안팎으로 드나드는 통로이고, 신발을 벗고 방으로 들어가기 위해 첫발을 내딛는 곳이다. 때로는 집 안의 사소한 허드렛일을 번거로움 없이 곧바로 처리해 버리는 효율적 공간으로 활용되기도 한다.툇마루는 누구에게나 늘 열려 있는 곳이니 안팎
(정민영 서원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사회생활을 하면서 대인관계를 맺기 시작할 때 첫 번째로 주고받는 것이 인사다. 인사는 남을 존중하여 대접하는 기본적 예절이며 남에게 자신의 첫 인상을 심어주는 중요한 행위다. 첫 인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인사를 받는 사람에게 호감을 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인사는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하는 경의의 표시다. 또한, 인사하는 사람의 모든 것이 집약적으로 표현되므로 어떤 방식으로 인사를 하든 다정스럽고 친근하게 해야 하며 따뜻한 마음과 정중한 태도로 예를 갖추어 상대방을 존중한다는 느낌
우리의 삶에서 가정을 꾸리는 일은 무엇보다 소중하다. 가족은 서로가 행복을 주는 원천이기 때문이다. 가족의 형성은 젊은이들의 결혼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최근 우리나라는 독신주의자들이 늘어가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앞으로 몇 십 년 후에는 일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36퍼센트 정도로 늘어날 전망이라고 한다. 그뿐 아니라 현재 인구 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비율에 밑돌 정도로 기혼 여성들의 무자녀 비율이 늘고 젊은 부부들의 기대자녀 수가 줄어들고 있다. 얼마 안 가 전통적 가정은 일인 가구의 절반에도 못 미치게
옥화구경 끝자락인 신선봉 기슭 박대소 근처에 작은 밭뙈기 하나가 있다. 조그만 농막의 은행나무 밑에 튤립과 맥문동을 심어 놓고 행와(杏窩)라는 이름으로 불러 보기도 했다. 그러나 궁벽스러울 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편의시설마저도 갖추어지지 않아 찾아오는 이가 별로 없다. 어찌 보면 궁상맞은 꼬락서니로 버려진 듯한 곳이기도 하지만, 무성한 잡초 속에 가끔씩 반딧불이 날고 집 앞 시냇물 소리 나직이 속삭이는 밤이면 나만의 청정무구한 공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청주에서 이곳으로 오려면 단재(丹齋) 신채호(申采浩) 선생이 어린 시절에 이주해 와
(정민영 서원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까치내는 팔결에서 흘러 내려오는 금강의 지류 미호천과 청주 시내에서 북서쪽으로 흐르는 무심천이 만나는 합수머리다. 근처에서 물줄기가 가장 크고 주변에 넓은 벌판이 펼쳐져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고 있다. 오래 전부터 학생들의 소풍지로 인기 있던 곳이어서 많은 시민들이 학창시절의 추억과 낭만을 묻어둔 곳이기도 하다. 지금은 접근성이 좋아져서 주민들이 휴식도 하고 운동도 즐기는 장소가 되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곳으로 오는 것은 녹록한 일이 아니었다. 차도가 나기 전에는 무심천변의 오솔길을 따라
(정민영 서원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한글은 인류가 고안해 낸 문자 중에서 문자발달 과정의 마지막 단계에 해당하는 음소문자(音素文字)다. 음소문자란 자음과 모음이 결합하여 만들어 내는 문자이므로 자모문자(字母文字)라고도 한다. 문자론적으로 볼 때 우리 한글과 같은 음소문자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훌륭한 문자다. 게다가 창제자가 세종대왕이라는 사실을 비롯하여 그 창제의 목적과 방법과 시기가 분명하고 뛰어난 과학성과 독창성을 가진 문자로서 세계 어디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 이처럼 자랑스럽고 훌륭한 문자를 국자(國字)로 사용하는
(정민영 서원대 교수) 흔히 교육을 국가의 백년대계라고 한다. 사람을 가르쳐 사람답게 길러내고 인재를 육성하여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육은 목전의 결과에만 집착하지 말고 반드시 먼 앞날을 내다보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 배우고 가르치는 일은 매우 어렵고 힘든 것이어서 흔히 교육에는 왕도가 없다고 한다. 다기망양(多岐亡羊)의 교학 활동이 단순하게 이루어질 수 없고, 누구에게나 가능한 듯 보이지만 제대로 배우고 가르치기란 참으로 어렵다는 말이다.이처럼 어려운 일에 뛰어들어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교육계에 헌신하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