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양일보]엄마는 요즘 매일 알록달록 작은 색종이로 종이학을 접는다. 올해 엄마 나이 구십 하나.엄마가 종이학을 처음 접기 시작한 시기는 2016년 봄, 내가 야간 M 대학교에 입학하고부터다. 학교는 집에서 왕복 두 시간 정도 소요된다. 늘 대학 공부를 꿈꿔왔던 나는 쉰일곱에 어렵게 마음의 결정을 하고 만학도의 열정으로 2년 동안 개근했다.어느 깊은 가을날이었다. 수업을 마치고 늦은 밤 11시가 되어서 집에 도착했다. 조용히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니 엄마는 그 시간까지 종이학을 접으며 기다리고 계셨다. “이제 오니?” “저녁은 먹었니
신인문학상
동양일보
2022.12.21 15:37
-
[동양일보]김향용-1960년 서울 출생-충주 한림디자인고, 문경대 사회복지학과, 한양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졸업-18회 전국시낭송경연대회 동상 수상(2020)-현 (수)신진개발 부장연일 중부권 한파 소식에 몸도 마음도 꽁꽁 얼어붙는 날입니다. 회사 구내식당으로 점심을 먹으러 가던 중 당선 소식을 받고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습니다. 축하한다는 인사를 받으면서도 도무지 믿기지 않았습니다. 기쁨과 함께 너무도 과분한 생각이 들어 죄송스러운 마음마저 들었습니다.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삶이 버겁고 막막할 때 용기를 주고 힘이 되어준 것이 독서였습
신인문학상
동양일보
2022.12.21 15:37
-
[동양일보]수필부문에는 총 90편의 작품이 응모되었다. 신춘문예가 요구하는 것은 참신함과 개성이다. 대체적으로 묘사력과 문장은 좋았으나 미적인 사유와 시대적 성찰이 아쉬웠다. 빼어난 작품이 아닐지라도 오래동안 습작한 흔적이 있는 작품에서부터 생활의 낙수같은 작품까지 다양한 삶과 사유, 성찰을 발견했다. 작가는 문제의식이 있어야 시대상을 담아낼 수 있고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를 글로 구현할 수 있다. 본 선에서 아쉬웠던 점이 바로 그 점이다.끝까지 놓치기 아쉬운 작품이 김재호의 “초가지붕 올리기”, 김금숙의 “혀의 예찬”, 김은철의 “
신인문학상
동양일보
2022.12.21 15:37
-
[동양일보]낡은 일기장에는작은 파편들이 널려있고가을이 데려 온 바람놀다간 자리서 햇볕 냄새가 난다툇마루서 뒹굴던 고슬한 추억손바닥으로 만지고 쓸어보면햇살처럼 보드랍고 따뜻해속절없이 내려놓는 한조각 그리움찬바람 불어 시린 속일상 허기 달래면동강 난 필름마주보고 웃는다장독대 항아리 속 웅크리고 있던 홍시외할머니 손에서 단내를 풍기고까치밥 쪼던 까치한낮 풍경이 되다꼬물대며 하냥 기어가는사랑의 자취들우화의 날갯짓 소리에불빛 찬란하게 몸 바꾼 뜨락가뭇없이 떠나가는파편 한 조각 집어 들고무심의 공덕이라해조음에 하늘만 본다
신인문학상
동양일보
2022.12.21 15:37
-
[동양일보]윤연옥-1954년 충남 천안 출생-청주여고, 충북대 사범대(물리전공) 졸업-전 중등교장 정년퇴임(2016)-한국문인 김소월백일장 운문부문 장원(2021)-푸른솔문인협회 도민백일장 운문부문 장원(2022)-새한국문학회 회원, 경암문학회 회장내 어렸을 적 외가에서, 이른 봄이면 툇마루에서 햇볕을 안고 뒹굴었다. 그리고 가을이면, 홍시 하나를 밥사발에 담고 숟가락을 꼽아 주시던 외할머니가 계셨다. 혀끝에 녹는 달콤함은 무어라 말할 수업이 황홀했고, 감나무 꼭대기에서는 까치밥으로 남겨둔 감을 까치가 깍깍거리며 쪼아 먹고 있어 숟
신인문학상
동양일보
2022.12.21 15:37
-
[동양일보]“근원적 삶의 신실한 성찰력 돋보여”이번 신인문학상 응모작은 전보다 많은 작품(588)으로 늘어났지만 미숙하고 난무한 작품들이 많았다. 숙명적 한계를 극복하고 사물의 본질에 접근하려는 치열한 도전의식이 예년보다 떨어지고 있다.선자의 손에 마지막까지 우열을 겨룬 작품으로 김길중의 ‘컵라면’에서 벙거지 모자를 눌러쓴 노인의 몸매와 숨을 몰아쉬는 노인의 ‘리어카가 무거워지면 마음이 가벼워지고 리어카가 가벼워지면 마음이 무거워지는’ 짙은 어둠과 컵라면에 물을 붓고. 마지막 국물을 들이켜고 있는 정황을 엿보인다.윤연옥의 ‘외갓집’
신인문학상
동양일보
2022.12.21 15:37
-
[동양일보] 여전히 발목이 시큰거렸다. 레오는 고개를 저으며 눈을 감았다. 눈과 입 안으로 모래가 흩날리던 그날의 사고는 눈을 감아도 레오의 머릿속에 선명하게 떠올랐다.“3번! 달려! 일어나 달리란 말이야!”“이럴 수가! 어서 일어나 레오!”바닥에 고꾸라진 채 움직일 수 없는 레오의 귓가에 수많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다.“레오! 안 돼!”낙마한 기수는 헬멧을 벗어 던졌다. 거친 숨을 몰아쉬던 레오의 귓가에 울부짖는 기수의 목소리가 절망으로 다가왔다.경기장에서 실려 나온 레오의 상태를 본 수의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안락사를 시키기
신인문학상
동양일보
2022.12.21 15:37
-
[동양일보]본심에 올려진 12편의 작품 중 5편의 동화를 최종심에 올려 정독했다.5편의 작품은 △정윤영(서울 노원)의 ‘훈장님’ △전하원(경기 고양)의 ‘나의 비밀친구’ △조선미(경기 안성)의 ‘파란 운동화’ △임미선(경북 안동)의 ‘천방지축 몽글이’ △장철호(경남 진주)의 ‘특별한 부탁’이었다. 이들 작품은 이야기를 엮는 솜씨와 주제 선정, 감동과 따뜻함을 유지하고 동심이 살아있어서 선작에 고심을 했다.△‘훈장님’은 일제강점기가 시대적 배경으로 아버지가 독립운동을 하기 위해 만주로 떠난 이산가족의 이야기다. 주인공인 ‘선재’는 창
신인문학상
동양일보
2022.12.21 15:37
-
[동양일보]조선미-1981년 경기 출생-숭신여자고, 청주대(일어일문학‧국어국문학 전공) 졸업-국립 한경대 대학원 미디어문예창작학과 졸업(문학석사)-계간 한국문학예술 동화부문 신인상(2022)-전 독서지도사, 방과후학교 강사뜨거웠던 지난 여름, 딸의 재활치료를 위해 승마장에 갔습니다. 혹시나 낙마하진 않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말 위에 앉아 있는 딸을 지켜보다가 재활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을 위해 걷고, 달리는 말들의 모습이 마음속에 들어왔습니다. 제 마음에 심어진 씨앗이 세상을 향해 싹 틀 수 있는 기회를 주신 동양일보 신인문학상 심사
신인문학상
동양일보
2022.12.21 15:37
-
[동양일보]‘여백(餘白)을 가득채운/저 숨가픈 날갯짓,/꿈꾸는 세상(世上)은/아직도 아득한데/바람이/키운 씨앗들/눈꽃으로 피어난다.//무위(無爲)로 뿌려놓은/수많은 아우성,/별빛에 씻기우다/꽃등에 맺힌 이슬은/어쩌다/서럽게 흘린/눈물인 줄 알았다.//세월(歲月)뿐인 산등성이/적막(寂寞)도 인연(因緣)이니/덩실덩실 춤추고/허공을 걷노라면/무심한/가을 노을도/너털 웃음 터뜨린다.’한 계절 아름다운 채색(彩色)과 향기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장미나 모란, 국화 등은 대부분 사람의 손으로 애지중지하며 가꾸어진다. 그에 비해 억새
신인문학상
동양일보
2021.12.20 17:24
-
[동양일보] 해 묵은 언어를 빌리자면 일모도원(日暮途遠)이라 해는 짧고 길은 멉니다.어찌 보면 인생이란 자신의 짧은 얘기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직 막이 내리기 전까지는 쓰다 남은 얘기가 계속될 것이라 생각하면 우리 인생은 너무도 안타깝고 허무한 것이 사실입니다.이제는 그 허무 속에서 자신의 풍류를 즐기며 노을을 보는 것도 익숙해졌습니다.또 마지막 노을이 왜 그리도 붉게 타는지 알 만할 것 같습니다. 또 살아가면서 누군가를 만나는 것은 인연이고 그 인연이 노래로 남기를 희망합니다.좀 더 붙이자면 세상을 열심히 살아가는 아들과 며느
신인문학상
동양일보
2021.12.20 17:24
-
[동양일보]응모작 109편은 가난했던 가족사, 고생했던 부모님 회상, 그리운 고향 이야기, 잊지 못할 사람, 늦은 배움의 즐거움, 경험담 등 다양하고 재미있고 유익한 작품들이었다. 이중 4작품을 골랐다. 곧 ‘왕 언니 나가신다’, ‘호루라기 부는 사나이’, ‘동사지기 할배’, ‘억새의 노래’ 다.‘왕 언니 나가신다’는 50 나이에 늦깎이로 같은 과의 젊은 학생들과의 허물없이 어울려 생활 했던 이야기로, 졸업한 후에도 잊지 않고 불러주는 게 고마워, 16년 전 학창시절의 독수리 7형제의 일화를 생각하며 기껍게 참여하고 온다는 내용이다
신인문학상
동양일보
2021.12.20 17:24
-
[동양일보]짧아진 가을 해뉘엿뉘엿 서산에 숨어들고땅거미 어둠 품으며 내려앉으니온종일 분주하던 저잣거리는좌판을 거두고 철시를 서두른다기억자 허리 억지로 반쯤 펴며통증을 뿜어내는 할머니 신호에즐비하게 주차된 자동차 사이로웅크린 채 기다리던 리어카는지나치며 건네는 뾰족한 시선에 멍들어싱싱함을 부끄러움과 좌절로 맞바꾼 물건들을 싣는다소박한 방석 하나에황제의 가마가 부럽지 않은 듯그제야 두 다리를 펴보면서 안도하는할머니를 리어카 뒷자리에 태우고오가는 인파 속에 묻혀가는 할아버지그 뒷모습 따라가는 그림자에고된 일상 한 줌 고스란히 흘리며어둠
신인문학상
동양일보
2021.12.20 17:24
-
[동양일보]아! 내게도 이런 행운이 오게 될 줄이야 상상도 못했습니다. 가슴 쿵쾅거리며 심박동이 빨라지는 기쁨으로 마치 먼 남의 얘기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나이 들어 은퇴를 하고 이제 그만 좀 쉬어야 한다는 말들이 처음에는 큰 위로로 들렸지만 6개월, 일 년이 지나면서 삶은 메말라지고 무의미한 일상의 반복이었습니다.그래서 시작한 것이 ‘글쓰기’였는데, 어느 날 문득 취미로 쓴 글이지만 세상에 내보이고 싶어져, 수없는 망설임 끝에 용기를 내어 이번 동양일보 신인문학상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이 영광은 더 겸손함으로 진솔한 글을 짓기 위
신인문학상
동양일보
2021.12.20 17:24
-
[동양일보]심사위원 정연덕 시인28회 신인문학상 공모에 응모한 작품들 중에서 선자에게 넘겨준 작품(387편)을 숙독하면서 느낀 점은 난해하거나 미숙한 작품들이 많이 있었다. 그런 가운데서 그래도 성숙한 작품들이 다수 눈에 띄어서 다행이었다.끝까지 선자의 손에 남아 우열을 겨룬 작품으로 김난수의 ‘봉안담’과 최현숙의 ‘바다에 비가 옵니다’ 그리고, 이재곤의 ‘저잣거리, 노부부의 사랑’이란 시이다.김난수의 ‘봉안담’이라는 시에서 “영평사 야외 납골당 황련궁 2열 22호” 이곳은 내가 죽어서 들어갈 나의 봉안담, “내 죽음의 집이다”면서
신인문학상
동양일보
2021.12.20 17:24
-
[동양일보]“너희 아빠랑 헤어지기로 했어.”‘너희’ 아빠라고 했다. 누리는 엄마가 한 말의 의미보다도 그 단어 자체가 더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무슨 얘기라도 안 해?”엄마는 조금 초조해 보였다. 누리는 그런 엄마를 힐끗 바라봤지만,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실 예견된 일이었다. 아빠가 두 달째 집에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누리는 다시 고개를 푹 숙이고 밥알 같지 않은 밥알을 젓가락으로 뒤적거렸다. 어차피 나에게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어, 아빠는.누리는 필름 카메라를 들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아빠가 누리에게 남긴 유일한 것
신인문학상
동양일보
2021.12.20 17:24
-
[동양일보]인생의 많은 일이 우연에서 비롯된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한평생 제가 작가가 되리라고 생각도 하지 못했는데, 작년 여름부터 갑자기 동화에 빠져들더니, 이렇게 영예로운 신인문학상까지 수상하게 된 걸 보면 말이지요.어느 책에서인가 그런 말을 본 적이 있습니다. 동화란, 양질의 신선한 재료를 구해 아이들의 입맛에 맞게 조리하는 것과 비슷하다고요. 심오하고도 찬란한 이 일에 운명처럼 한 걸음 더 다가선 이 순간이 꿈만 같습니다.제 어린 시절 동화라는 요리를 마음껏 음미하게 해주신 어머니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신인문학상
동양일보
2021.12.20 17:24
-
[동양일보]“아픈 가정이야기 많아...꿈과 희망 주는 따뜻한 시선”해마다 연말이 가까워지면 설레면서 기다리는 일이 있다. 새로운 신인작가의 탄생이다.상아탑이라는 대학에서 취업에 밀려 국문과와 철학과가 폐과돼 인문학이 죽어가고, 순수예술이 외면 받는 시대에 돈이 되지 않는 작가에 대한 꿈을 갖고 매년 신인문학상에 도전하는 응모자들을 보면 그래서 눈물이 나게 고맙다.올해도 코비드를 견디면서 작품을 보내온 사람들에게 먼저 감사한다.응모글을 읽다보면 그 해의 유행패턴이 있는 것 같다. 올 동화부문 응모작 가운데는 유독 아픈 가정이야기가 많
신인문학상
동양일보
2021.12.20 17:24
-
[동양일보]‘존엄 케어’라고 쓰인 현수막이 바람에 펄럭였다. 병원 특유의 퀴퀴한 냄새가 긴 복도에 배어 있었다. 날이 차가워지면서 환자는 늘어났고 냄새는 더했다. 간병인이 방향제를 걸고 쑥을 피워도 일시적일 뿐이었다. 방치된 사물처럼 움직이지 않는 노인의 냄새였다. 오래된 체액의 냄새며 낡은 장기의 냄새였다.닥터 뚜렛은 현관에서 마주친 원무과장에게 머리를 까딱하고는 곧장 진료실로 향했다. 그는 평소처럼 창을 활짝 연 후 컴퓨터 전원을 켰다. 재킷을 벗어 옷걸이에 걸었다. 발목이 드러나는 갈색 바지와 베이지색 피케셔츠가 꽤 도시적이다
신인문학상
동양일보
2020.12.23 21:02
-
[동양일보]밤이면 누워서 소설을 읽는 때가 있었습니다. 울고 웃는 캐릭터를 가만가만 따라가는 저는 성실한 독자였습니다. 행간에 스며든 작가의 사유마다 고개를 끄덕였고 멋진 비유 앞에서는 밑줄을 그었습니다. 진실을 꿰뚫는 그들의 통찰력과 제각각의 상상력에 감탄하고 환호했습니다. 마음 한쪽에 새겨진 문장들은 종종 저를 자극하며 앞으로의 시간에 대해 물어왔습니다.“인생은 짧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난 내가 원하는 식으로 살아갈 생각이야. 그렇게 살아주었으면 하는,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식이 아니라…” (매기 오스본의 소설 『유언』
신인문학상
동양일보
2020.12.23 2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