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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어미돼지 자궁에서 문을 여는 ‘문열이’, 그 처음 출산된 돼지가 뒤따라 태어나는 놈들보다 훨씬 허약하다. 어미의 젖꼭지가 총 아홉 개인데 열 마리 낳았으니 하나씩 매달리면 마지막 남은 문열이가 젖 먹을 공간이 사라진다. 게다가 돼지들이 처음 입을 댄 젖꼭지만 찾아 빠는 습성이 있는 게 더 문제이다. 지금도 그렇다. 문열이가 다가서려면 다른 새끼들이 박치기로 밀어내는 바람에 혼자만 구석에 웅크려 쫄쫄 굶는 것이다. 그런데 아버지가. “저런 놈은 죽어버리는 게 차라리 편해. 마침 애저가 보약으론 최고 효도 음식이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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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4.04.23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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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그이는 하현달 아래서 생의 층계를 내려가고 있다. 희미한 그림자를 앞세우고 천천히 가벼운 걸음으로 내려가고 있다. 가장으로서의 책임, 직장이란 조직에서 성과 비율에 따른 경쟁과 갈등에서 벗어난 지 25년. 그 세월이 그를 달관시켰다. 혼자서 잘 놀 줄을 안다. 어제와 그제, 그리고 오늘과 내일이 별반 다르지 않다. 굴곡 없는 수평적인 일상의 연속이지만 그는 안다. 순자가 말한 복이란 재앙이 없는 삶이 이어지는 상태라는 것을. 부자의 개념도 가진 것보다 덜 원하면 평온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가을에 잎 지는 나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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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4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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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예식장을 다녀오는 길이다. 제자 녀석이 장가가는 날이다. 모처럼 화들짝 갠, 봄볕이 좋아 걷기로 했다. 먼 길로 돌아오기로 한 것이다. 냉이가 있다. 꽃다지도 눈에 띈다. 구슬쟁이도 탐스럽게 얼굴을 내밀었다. 콩덕석도 장구잽이도 봄볕이 좋은지 반질반질한 잎들이 빛난다. 봄나물 이름들이 예쁘다. 사실 이들 이름의 유래나 이유는 모른다. 밭 가장자리에 봄나물이 아무렇지도 않게 자리 잡고 있다. 이 촌스러운 아니 요즘 사람들이 기억해 내기 어려운, 쉽게 함부로 지어진 듯한 이름들. 사실 이 콩덕석이나 장구잽이의 표준어는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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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6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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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하늘은 잿빛이다. 지금 나는 짙은 가을 한가운데 있다.떨리는 감나무잎은 소슬바람에 휩쓸린지 오래. 서리 맞은 까치밥 한 알. 익을대로 무르익었다.깜빡이는 비상등을 켜고 날아오르는 반딧불이 쫓으며 과수원 둔덕으로 내달리던 여름밤.그때 그 시절 이곳의 별은 유난히도 빛났다.바깥 큰 마당엔 버드나무 두 갈레 번성해 있고 돌계단을 내려오면 어른 키 만 한 담장이 집을 감싸 안고 있다.장날이면 장꾼들과 소 떼가 담장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줄지어 걸어가고 있다. 사람들은 까치발을 하고 꽃들이 한창인 담장 안을 엿보기도 한다. 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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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4.03.19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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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자기야, 나 바다가 보고 싶어" 30년 전 늦가을에 결혼하고 충주에서 길고도 추운 겨울을 보낸 어느 봄날, 따듯한 남실바람이 살랑거리며 다가왔다. 햇살은 무량하게 쏟아지고 흙살이 부드러운 양지에서는 제비꽃이 올라오고 있었다. 멀리 있는 남도의 땅, 영광에 가고 싶었다. 친정집 마당에 서면 멀리 바다가 보였다. 파도 소리가 들리지는 않았지만, 가시거리에 바다가 있다는 사실 만으로 좋았다. 산책 삼아 쉬엄쉬엄 걸어가면 되는 거리에 바다를 두고 살았는데…. 지금 살고 있는 충주 주변은 온통 산이었다. 바다에 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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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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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투어 3일째 되는 날, 야시로 산장에서 1박하기 위해 꼭 필요한 짐만 챙겼다. 가을빛은 어느새 초록에서 황금빛으로 곱게 물들어 간다. 이 길은 일본에서도 죽기 전 꼭 가봐야 할 곳으로 손꼽을 만큼 인기 있는 트래킹 코스다.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배낭 메고 걷는 모습은 알록달록 무지개빛 줄이 되어 광활한 습지에 물결치고 있다. 이국의 아름다운 풍경에 빠져 침묵하며 걷는 동안 길을 덮은 나무의 옹이에 걸려 넘어질 뻔했다.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옹이 때문에 좁아지는 길에서는 잠시 멈추고 서로 배려하면서 천천히 걸어야 한다. 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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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7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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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탄금대 산책로를 따라 걷는데 햇살을 품은 대지는 곧 기지개를 켤 듯 바람결이 한결 따사롭다. 눈에 들어오는 벚나무 층층나무 때죽나무도 이제 곧 연두빛 싹을 띄우고 새들이 지저귀는 봄날이 올 것이다. 그런 희망에 발걸음도 가벼운 날, 고 오탁번 시인의 따님 가혜씨로부터 소포가 도착했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궁금한 마음에 집에 도착해서 소포부터 풀었다.시인의 1주기를 맞아 묶어낸 말년의 시 세계가 담긴 유고 시집 과 시인의 갑년 이후 시 작품들에 대해 여러 비평가와 연구자들이 쓴 글을 모아 엮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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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5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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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얼마 전 육거리 시장을 지나고 있었다. 인도를 걷고 있는 나에게 생면부지의 한 중년여성이 갑자기 앞을 가로 막고 자신의 시장가방을 열어 내용물을 보여준다. 그리고 신이 나서 감정을 주체할 수 없는 모습으로 말을 이어간다. 여성의 시장가방에는 통이 실한 배추만이 가득 담겨있다. 중년의 여성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배추를 한 통에 1000원씩 샀다고 자랑을 이어간다. 배추를 1000원에 팔은 할머니 쪽을 가리키며 아직 남았으니 나도 빨리 가서 사가라고 재촉한다. 얼마나 좋으면 생면부지의 나를 붙들고 이야기를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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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27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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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결혼하고 충주에서 산 지 30년이 넘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충주가 낯선 곳이면서 남편의 고향도 아닌지라 떠날 생각을 했었다. 서울에서 태어났으나 복잡한 도시는 싫다는 남편 말에 나도 수긍하며 전라도 광주나 충남 대전쯤으로 이사를 꿈꾼 적이 있었다. 하지만 서울에 살고 계셨던 시부모님은 며느리 친정 가까운 곳으로 간다는 말에 언짢아하셨다. 꼭 그 말씀 때문만은 아니었지만, 당시 외벌이였던 남편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니 흐지부지 없었던 일이 되어 버렸다. 그러기에 내가 친정 가까운 곳으로 이사할 리는 없었다. 또한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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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4.02.20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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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곁님은 다정다감한 사람이다. 설 밑이면 으레 세뱃돈 봉투를 손수 만든다. 빨간색 봉투 겉표지에 ‘복'福이란 글자를 정성껏 붓글씨로 쓴다. 조카들과 손주의 세뱃돈을 준비하고 명절을 기다리는 것이다. 집안의 어른으로 세뱃돈을 줄 조카와 손주 얼굴을 한 명 한 명 그리며 덕담을 생각하는 시간이다. 더불어 가족들에게 윷놀이 시간과 퀴즈 놀이 후에 선물도 줄 예정이란다. 명절이 아니면 어디 이런 생각을 할 여유가 있겠는가. 명절은 가족과 주변을 돌아보는 귀한 시간이다. 현관에 벗어놓은 가족의 신발을 바라보니 흐뭇하다. 칠 남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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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5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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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용은 상상의 동물이다. 상상의 동물이지만 한국인에게는 오래전부터 상서로운 영물로 알레고리를 이어왔다. 삼국유사에서도 해모수의 아들이 지상으로 내려 올 때 다섯 마리 용이 이끄는 수레를 타고 내려왔다고 전한다. 또 신라 문무왕은 죽어서도 용이되어 나라를 지키려는 소원이 간절하여 바다에 능을 만들었다. 그게 대왕암이다. 조선 왕조 500년 동안 권좌에 오른 왕들도 앞뒤 흉배에 용을 수놓아 입었다. 백성과 나라를 다스림에 있어 용처럼 지혜와 덕으로 일신을 바치겠다는 의미가 담긴 용포였다. 그러나 연산군과 광해군은 용포 값을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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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06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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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오랜만에 장롱문을 열었다. 영하 15도 이상으로 떨어질 거라는 뉴스에 몸이 먼저 떨고 있다. 아무리 난방에 신경을 쓰고 바람구멍을 뽁뽁이로 막아 본들 주택은 더 춥다. 지난해에 그토록 껴안고 버리질 못하던 옷가지를 떠나보냈다. 그 옷들만 입으면 허리가 꼿꼿해지고 허리선이 잘록했다. 소위 말하는 메이커 정장들이다. 한때 잘난 척하고 꽃 같았던 젊은 시절의 흔적을 가끔씩 꺼내 봤지만, 그 시절은 다시 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데도 시간이 필요했다. 장롱 안은 텅 비었다. 저 안쪽에 검은 비닐 봉지가 눈에 띄어 꺼내 보니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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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30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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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미래가 왔다. 꿈꾸던 미래였다. 미래는 먼 곳에 있는, 산 넘고 물 건너 존재하는 이웃 마을 사람 같기도 했다. 그 사람은 사랑이 넘치고, 온화하면서 평화를 가져올 것 같았다. 그런데 이 지구에 온 미래는 희망보다 절망의 소리를 들려준다. 지구란 땅덩어리에서 우주보다 더 큰 생각을 한다는 사람들이 꿈꾸는 미래는 유토피아였다. 꽃이 만발하고, 젖과 꿀이 흐르는 땅에서 사랑의 샘물이 퐁퐁 솟아오를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지구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욕심은 오래 전 과거와 별반 다름없는 미래를 모시고 왔다. 모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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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23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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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이슬비 내리는 이른 아침에 우산 셋이 나란히 걸어갑니다.파란 우산 깜장 우산 찢어진 우산 좁다란 학교 길에 우산 세 개가 이마를 마주 대고 걸어갑니다.70여 년 전부터 어린이들이 즐겨 부르던 동요 ‘우산’이다.우산은 지금은 흔하지만 옛날에는 참 귀했다. 50여년전 1970년대 1급 정교사 자격 연수를 청주교육대학에서 받는데 국어과 지도교수가 과제를 주었다. ‘나는 이래서 아버지(엄마)가 싫다 (밉다)’를 주제로 글짓기를 하는데 이름도 쓰지 않고 자유롭게 과제를 주어서 여름방학이 끝나면 제출하라는 것이다.나는 그 당시 6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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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4.01.16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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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푸지다. 간밤부터 내리던 눈은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여전히 쏟아져 내리고 있다. 한 해를 보내면서 상흔으로 얼룩진 것을 모두 덮어 버리겠다는 심산인지 참 허벅지다. 오늘 나와 마주한 창밖의 풍경들은 자우룩이 내려 쌓이는 눈꽃들로 마른 목을 축이며 환호하는 대지의 웃음소리로 가득하다. 겨울의 중심에서 알몸으로 서 있는 나목들의 모습은 허허롭기 그지없고 안쓰러울 만큼 남루해 보였었는데 메마른 땅 위의 모든 것들 위로 새 생명을 불어넣기 위한 순백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섣달그믐에 내리는 눈은 하늘의 축복이다. 제야의 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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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4.01.09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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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친정어머니께서 유난히도 커다란 늙은 호박을 내게 안겨주신다. 늙은 호박 꼭지를 보니 웃음이 났다. 꼭지가 유난히 크고 실해 보인다. 그것을 가슴에 꼭 안은 나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올해는 무성한 호박잎에 가려서인지 제때 수확하지 못해 늙은 호박이 많이 열렸다. 주위가 온통 초록으로 풀냄새 사방에 퍼지고 나뭇잎들이 무성할 때쯤 호박은 제 몸을 충분히 불리기 시작한다. 비탈진 길을 만나도 절망하지 않고 자신만의 영역을 넓혀간다. 또 큰 나무를 만나도 좌절하지 않으며 큰 나뭇가지도 언덕도 호박넝쿨에겐 더 이상 장애물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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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26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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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마흔두 살 순자 씨는 ‘장롱 다리’ 체질이니 토실토실 도톰하고 몸이 짧다. 눈사람처럼 흰 살결 탓에 얼핏 농사꾼 아낙네처럼 보이지 않을 때도 있지만 오랜 외톨이 농투 성이 이력이 쌓이면서 여기저기 기미가 끼기도 한다. 스무 해 전 꽃가마 타고 두근두근 모시던 첫날 밤 기억도 아득한데, 아뿔싸, 그미가 석녀(石女)로 판명된 것도 운명이다. 신방 치른 이후 강산이 두 번 바뀌도록 아기 씨앗 하나 틔우지 못하더니 어느 날이었던가, ‘대를 이어야겠다.’ 하여, 방앗간 서방님이 두 번째 장가가시는 걸 문설주 뒤에서 멀거니 바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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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19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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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결혼해서 시어머니와 21년을 함께 살았다. 어머니는 평소 매우 건강하셨기에 갑자기 쓰러지셔서 사흘 만에 돌아가셨을 때 온 식구가 충격에 빠졌다. 결혼해서 돌아가실 때까지 21년간 살았으니 길다면 긴 시간이다. 시어머니는 딸이 없고, 아들만 둘이다. 난 친정엄마가 안 계신다. 우리 엄마 기일 다음 날이 시어머니 생신이니 인연도 이런 인연이 없다고 생각하며 시어머니와 사는 것에 대해 조금의 망설임이나 주저함이 없었다.엄마가 안 계시니 시어머니께 잘 해드려야지 하는 마음이 가득했지만, 시어머니는 늘 아들 편만 들고 아들만 챙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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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12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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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서울에 사는 손녀 재은이는 이제 초등학교 1학년이 되었다. 만나면 즐겁고 언제나 보고 싶은 손녀다. 자식들 키울 때 몰랐던 애틋함은 나만 느끼는 게 아닌 것 같다. 친구를 봐도 그렇고 주변 사람들을 봐도 그렇다.자신을 사랑하고 아껴주는 이를 못 알아볼 리 없는 손녀도 이 할머니를 무척 좋아한다. "할머니!" 부르며 달려와 품에 안겨 나의 주름진 뺨에 자신의 볼을 부벼 댄다. 손녀와 애정 어린 스킨십을 나누는 모습을 보는 남편 표정에도 달큰한 흐뭇함이 녹아있다. 어린 손녀와 순수한 친밀감을 나누는 그 시간이야말로 엔도르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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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8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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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휴일 날 모처럼 쇼핑을 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머릿속은 쇼핑한 옷들 생각으로 가득 찼고 나에게 날개가 되어 줄 옷들로 기분은 벌써 하늘을 날고 있었다. 쇼핑가방을 흔들며 걸어가다 내 시선은 처음 보는 자전거 한대에 꽂혔다. 자전거 뒤에는 배달 오토바이에 실리는 음식 배달통이 덩그러니 매달려 있었다. 자전거로 배달을 하는 배달 자전거가 분명했다. 자전거 주인은 아주 젊은 청년이다. 아니 초로의 내 눈에는 아직도 어린 티를 다 벗지 못한 모습이다. 오토바이 배달은 흔하게 볼 수 있지만 자전거 배달은 처음 본다. 한참을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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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1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