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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되면서 햇빛이 순해졌다. 그 빛이 유독 더 순해 보이는 곳이 있다.공주시 봉황로 85-12. 주차장을 지나 이곳의 비탈진 언덕을 오르면 키 큰나무들이 우거진 숲 앞으로 오래된 목조가옥이 나타난다.집 마당엔 가을볕바라기를 하는 풀꽃들이 가득하다. 고졸한 건물의 이마에 ‘공주풀꽃문학관’이란 나무현판이 걸려있다.‘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이제는 국민시로 사랑받는 시 ‘풀꽃’의 나태주 시인(76)의 문학세계를 위하여 공주시가 만든 문학관이다.올해는 시인이 등단한지 50년이 되는 해, 시인이 머문
유영선이만난사람
동양일보
2021.06.20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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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독수리 조각상이 놓여있는 중앙계단에는 빨간 카펫이 깔려있다. 밟고 올라가기가 부담스럽지만 이 계단을 지나 13층으로 오르면 갑자기 정면에 조명을 받은 두 점의 그림이 나타난다. 눈이 부시다. 청맥(靑麥)과 황맥(黃麥)-. 바로 오늘의 송계 박영대(松溪 朴永大·80)화백을 있게 한 보리그림이다. 잠시 숨을 돌리며 그림 앞에 서면 봄의 약동과 푸른 바람, 뜨거운 여름 햇빛, 거센 비바람들이 생명의 율동이 되어 온전히 가슴으로 전해져 온다.올해로 화가 외길 인생 80년이 되는 그의 이야기를 듣고자 천안시 백석대학교내에 위치한 보
유영선이만난사람
동양일보
2020.05.26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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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는 새가 먼저 울어요. 닭소리가 먼저 들리는지, 새소리가 먼저 들리는지는 그날 아침의 온도에 따라 달라지가든요. 온도가 낮아지면 생명들은 서서히 움직입니다. 꽃도 피었다가 정지하고요. 새는 그것을 소리로 표현해요.”햇살이 곱게 내려앉은 봄날 오후, 마불갤러리의 중정中庭 뜰엔 모과나무의 새 잎이 돋고 있었다. 이곳은 고요 그 자체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의 일상이 정지되고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세상 한가운데서 세상의 바람이 닿지 않는 섬 같다.한지 예술가 이종국(56)씨.그를 만나기 위해 대청호를 끼고 있는 마불갤러리(청주시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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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0.03.17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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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대학 교수직 미련없이 버리고 꿈을 ‘삶’으로 선택한 검은색의 예술가인도·몽골·티벳·중앙아시아·시베리아 등 세계를 떠돈 노마딕 프로젝트 누구나 한번쯤은 버리고 떠나는 꿈을 꾼다. 그러나 아끼던 물건, 소중한 추억, 편안한 일상을 하루 아침에 버리고 떠나는 일은 쉽지 않다. 그것이 생계를 책임지는 직업까지 버리는 일이라면 더더욱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런데 그 꿈을 ‘삶’으로 선택한 실천자가 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미술대학의 교수직을 미련없이 던져버리고 스스로 ‘위험한’ 길을 택해서 홀로 꿋꿋하게 걸어간 사람. 지구촌 곳곳을 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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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선
2019.08.20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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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고의 지성…5천년 역사상 가장 돋보이는 창조적 인물 크리에이터범접하기 어려운 아우라… 실제로 만나면 한없이 부드럽고 소탈한 노老학자초여름의 북한산과 북악산은 싱그러운 신록이었다. 고즈넉한 평창동 거리를 따라 올라가자 그 두 산을 사이로 숨겨진 보석처럼 기품있게 자리한 영인寧仁문학관이 나타났다. 그 곳에 이름 석자 만으로 대한민국 아이콘이 된 이어령 이화여대명예석좌교수(86)와 강인숙 건국대명예교수(86) 부부가 살고 있다. 한국최고의 지성과 석학, 5000년 역사상 가장 돋보이는 창조적 인물 크리에이터, 그의 이름 앞에 붙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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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19.07.02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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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부터 한결같이 쓴 ‘고도원의 아침편지’… “언어는 무의식을 대변하는 영혼”‘깊은산속 옹달샘’ 열어 힐링 메신저로… 국립산림치유원장 취임 ‘치유 프로그램’ 이식하루를 여는 아침의 색은 무슨 빛일까. 맑고 고요한, 깨끗하고 청초한, 어쩌면 투명한 푸른 빛. 이렇게 표현이 어려운 아름다운 아침을 세상 사람들에게 선사해 주고자 20년간 자신의 아침을 온전히 바친 이가 있다. 아침편지문화재단의 고도원 이사장(67)이 바로 그다.이제는 고유명사가 아닌 대한민국의 보통명사가 된 ‘고도원’ 이사장을 찾아 2월의 끝, 충주시 노은면 ‘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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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19.03.05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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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두가 춤을 추듯 종이 위를 지나간다. 천천히 또는 빠르게, 몸통을 뉘거나 예리하게 날을 세우거나 힘차게 쓸어내리면서 마치 음률을 타듯 종이 위를 넘나든다. 숯불에 알맞게 달궈진 인두가 지나갈 때마다 인두의 끝에서 하얀 연기가 나면서 미묘한 농담의 그림이 태어난다. 종이의 여백은 금세 산이 되고 바위가 되고 대나무, 국화, 백로 등 삼라만상이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인양 생생하게 채워진다. 화려한 손놀림이다.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숨이 막히는 찰나의 순간을 영원으로 만드는 이.신의 손길을 지닌 그는 누구인가.낙화장 김영조(66)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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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19.01.2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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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파리공항, 짐을 찾아 나가려던 50대 신사는 세관의 검문을 받는다. 대나무로 엮은 ‘죽부인’ 때문이었다. 죽부인의 용처를 묻는 그들에게 신사는 “마이 와이프”라고 웃으며 말했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그들에게 신사가 껴안고 자는 시늉을 하니까 웃으면서 통과시켰다. 이탈리아 밀라노 공항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며 ‘죽부인’을 안고 다니는 사람. 그는 비유럽 출신 건축가로는 최초로 이태리 ‘국제 지속가능 건축상’에서 최고상인 금상을 받은 ㈜한국건축 KACI 윤경식 회장이다. 당시 그는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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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18.12.1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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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과 휘트니미술관서 '2인전' 열기도… 공공미술로 국제적 주목받는 청주 출신 미술가비빔밥·달항아리에 '한국혼' 담아… 김환기 화백 부인 김향안 여사는 그의 삶의 스승“이름은 강익중, 호는 그냥입니다.”그는 ‘그냥’을 좋아한다. 왜 시(詩)를 쓰는가 물어도 ‘그냥’이고 좌우명을 물어도 ‘그냥’이다.그냥 나무처럼 살고 싶고, 그냥 바람처럼 살고 싶다고 한다.그런데 ‘그냥’ 속에 들어있는 그의 철학을 이해하고 나면, 그가 얼마나 생각이 깊은 사람인지, 상상력이 뛰어난 작가인지, 마음이 따뜻한 사람인지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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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18.11.20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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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숭상 18대조에서 전수된 가양주, 청주 대표 '특화 관광상품'으로귀한 재료 쓰다보니 양조공장 파산 아픔도, 6녀 준미씨 이수자 비법 전수에 '기대'“강나루 건너서/ 밀밭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해질 무렵 고즈넉한 부모산으로 오르는 길, 목월의 시가 절로 입에 도는 까닭은 이 길에 ‘술빚는’ 현암재(충북무형문화재 4호 청주신선주 연구소)가 있기 때문이리라.술이란 무엇인가?인류가 만든 가공음료 가운데 가장 오래 된, 발효에 의한 신비의 음식이 아닌가. 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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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18.11.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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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색은 고요하고 여백은 맑고 온유한…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배경된 수묵판화 ‘산운’山韻 작가1천년 역사 목판화 소멸에 대한 눈뜨임… ‘나무에 새긴 35년’ 전시회로 목판화 ‘다시보기’ 기획산처럼 그가 있었다. 아니 그가 산처럼 있었다.구름인 듯 안개인 듯 겹겹이 이어진 산능선 위로는 작은 새 세 마리. 정중동靜中動이다. 먹색은 묵언처럼 고요하고 흰색은 물속처럼 맑고 온유하다. 지난 4월 남북정상회담 시 판문점 평화의집에 내걸려 눈길을 끈 작품 ‘산운山韻-0901’이다.산운의 작가를 만나기 위해 ‘김준권-나무에 새긴 35년’전시가 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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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선
2018.10.09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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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희. 그의 이름을 듣고 한 번에 그를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박 파안 영희 (Younghi Pagh-Paan)라고 하면 더욱 낯설어 한다. 그런데 여성 작곡가 최초로 스위스 보스빌 세계 작곡제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네스코 작곡 콩쿠르에서 1등을 휩쓸고, 현존 작곡가들의 ‘꿈의 무대’라 할 수 있는 도나우에싱엔 현대음악제가 초청한 최초의 여성 작곡가. 독일어권에서 여성 최초로 음악대학의 정교수가 되었고, 유럽에서는 이미 최고의 작곡가로 정평을 얻고 있으며, ‘윤이상’과 쌍벽을 이루는 작곡가라고 하면 그제서 ‘아!’하고 감탄을
유영선이만난사람
동양일보
2018.08.28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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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 턱 막혔다.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조형갤러리. 그곳은 거대한 나무들이 만든 숲이었다. 머리를 맑게 해주는 산소였고, 바람이었고, 가슴을 울리는 음악이었다. 100개의 거목들이 숨 쉴 여백조차 없이 빽빽하게 들어찬 곳. 이들에 압도된 채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은 작가가 직접 쓴 붓글씨 한 점이다.“.....나무 가운데 으뜸인 노거수(老巨樹)는 죽음이 가까워오면 더욱 위대하다. 오랜 세월과 함께 속이 파이고 겉이 갈라지고 가지가 꺾이면서 존재의 핵심, 이치의 궁극(窮極)을 깨달아 지혜로 삼기 때문이다. 노거수(老巨樹)에게 험준
유영선이만난사람
유영선
2018.07.2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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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는 앞으로 가는데/ 산은 뒤로만 가고생각은 달려가는데/ 강물은 누워서 가고마음은 날아가는데/ 기차는 자꾸 기어가고(정완영의 시 ‘외갓집 가는길’)요즘 사람들에게 기차역은 어떤 이미지일까. 쉴 새 없이 점멸하며 열차시간을 알리는 전광판, 위아래로 바쁘게 움직이는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 그리고 귀에 레시버를 끼고 테이크아웃한 커피를 들고 걸어 다니는 젊은이들이 넘쳐나는 곳. KTX나 SRT 탑승이 생활화되면서 어느 사이에 역의 이미지는 부산하고 바쁜 곳이 돼버렸다.고속열차들이 눈깜빡 할 사이에 지나치는 작은 역에 대한 추억은 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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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선
2018.07.04 0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