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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라고 한다. 원래 중국에서는 하늘이 높고 푸르며 초원에 기른 말들이 살이 찌면 북방 흉노족이 쳐들어 올 가능성이 높다는 경계의 의미로 쓰였다고 한다. 그런데 이것이 우리나라에 들어 와서는 맑은 공기 푸른 하늘 아래 말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낭만적 이미지로 바뀌었다. 아마도 지리적 여건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우리나라 가을 하늘이 유난히 맑고 푸르렀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시인은 가을 하늘을 ‘높기도 하려니와 푸름은 쪽빛 같고, 넓기도 하려니와 맑기는 명경(明鏡)일세’라고 읊었다. 그런
동양칼럼
이경용
2018.11.14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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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는 고등학교 1학년 다니는 아들이 있다. 매일 아침 아들을 깨우느라 씨름 하는 아내도 안쓰럽다. 하지만 지친 몸을 비비꼬며 “몇 분만 더”를 외치는 아들을 볼 때마다 불쌍하고 애처롭기 그지없다. 무엇을 위해 온 가족이 매일 아침 이런 전쟁을 치루어야 하는가? 이 모든 것이 우리 아들이 미래에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일 것이다.생각해 보니 아들에게 가장 자주 하는 말이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공부나 해”가 아닌가 싶다. 어젯밤에도 12시 넘어 영화 보는 아들에게 “그런 것 보아서 뭐 해 쓸데없이” 이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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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용
2018.10.31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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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최고의 발명품을 꼽으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 인터넷, 라디오, 자동차, 항공기, 항생제, 에어컨 등 보는 시각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플라스틱도 그 후보 중 하나라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본격적인 플라스틱 시대는 1937년 미국 듀폰사에서 석탄으로 나일론을 만들면서 시작되었다. 이후 다양한 플라스틱이 생산되면서 쓰임새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주위를 한번 둘러보라.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고 한시라도 생활할 수 있는가. 내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자판기와 모니터부터 프린터, 핸드폰, 하다못해 음료수병, 과
동양칼럼
이경용
2018.10.17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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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이 전국 4년제 대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학생 5명 중 1명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올해 8월 청년실업률이 10%로 1999년 이후 19년 만에 최악의 수준이라고 하니, 그나마 직장이 안정되고 퇴직 후 연금 혜택을 볼 수 있는 공무원을 선호하는 대학생들을 탓할 수만도 없겠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과거에 공무원하면 사람들이 무엇을 연상하고 했던가? ‘고지식’, ‘철밥통’, ‘복지부동’과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이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그러한 부정적 인식이 팽배해 있음은 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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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용
2018.10.03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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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이런 의문이 들곤 한다. 서구인들이 300년 동안 몇 세대에 걸쳐 경험했던 산업화와 정보화를 한꺼번에 경험하고 있는 우리 부모님과 우리 세대는 행운아 일까? 아니면 불행아 일까? 일본은 서구의 근대 300년 변화를 따라잡는데 메이지 유신 이후 100년이 걸렸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30∼40년 만에 서구의 300년 역사를 압축해 따라왔다. 도시화 비율을 보더라도 1960년 28%에 불과하던 것이 2017년 92%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서구에서 최소 150년에서 300년을 걸렸을 변화를 우리는 불과 한 세대 만에 해치운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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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용
2018.09.19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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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고 있는 집은 복도식 아파트다. 엘리베이터와 비상계단을 사이에 두고 문이 설치되어 있는데, 이 문에 경고문이 붙어 있다. “이 문은 항상 닫힌 상태를 유지해야 하며, 고임목 등으로 고의로 개방하면 관계법령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라고. 계단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항상 문을 닫아야지, 그렇지 않으면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이다. 나는 이 경고문을 볼 때마다 정부가 개인 영역에 개입하는 정도가 정말 깊고도 넓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화재가 발생하였을 때 화염의 전파를 최소화하고 피난 경로를 확보하기 위해 방화문을 특별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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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용
2018.09.05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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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사피엔스(Homo Samience)’의 어원은 라틴어로 ‘지혜로운 인간’이라는 뜻이다. 생물학에서 호모(Homo) 속(屬)에 속하는 생물 중 현존하는 인류를 가리키는 말이다. 인류 진화과정에서 최종단계를 의미하며 현대인의 직계 조상이다. 스스로에게 ‘지혜로운 인간’이라는 이름을 붙인 호모 사피엔스는 정말로 지혜로운 존재였을까? 이스라엘의 젊은 역사학자인 유발 하라리가 쓴 『사피엔스』는 이 질문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는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를 정복하는 과정은 엄청난 인종 학살과 동·식물 생태계의 파괴과정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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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용
2018.08.22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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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마스다 히로야가 쓴 ‘지방소멸’이란 책이 국내에 소개되어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일본 도시들의 소멸 가능성을 측정하기 위해 ‘65세 이상 노인 인구’와 ‘20∼39세 여성 인구’를 비교했다. 그리고 여성 인구가 노인 인구의 절반에 미달하는 경우 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2040년에는 일본의 지자체중 절반 정도인 896개의 지자체가 소멸위기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똑같은 방식으로 국내의 한 언론사가 우리나라 도시의 소멸 가능성을 예측했다. 분석 결과, 전국 228개 지자체 중에서 30%(8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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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용
2018.08.08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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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해 여름치고 안 더운 여름이 있었겠냐고 하겠지만 해마다 무더위가 더욱 기승을 부리는 것 같다. 이것이 열대야가 없는 제천에서 자라 유난히 더위를 많이 타는 나만의 개인적 느낌만은 아닌 듯싶다. 인터넷에서 폭염(일 최고기운이 섭씨 33℃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 또는 열대야(밤 사이 최저기온이 25℃ 이상 유지)를 치면 관련 기사들이 쭉 뜨는데, 사용하는 용어가 ‘유례없는 더위’, ‘사상 최악의 더위’, ‘가마솥 더위’, ‘살인적 더위’ 등으로 표현의 강도가 매년 점점 더 강해지고 있음을 금방 확인할 수 있다.올해도 지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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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용
2018.07.18 1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