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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서둘러 1.4후퇴의 피란길에 오르면서 리어카에 실은 바뀐 궤짝으로 하여 실심한 엄마가 이 메주고개를 오르면서 잊었는지 땀만 뻘뻘 흘리고 있었다. 그 옆에서 리어카를 밀고 있는 누나도 마찬가지다. 꼬불랑꼬불랑한 메주고개는 꽤 높았다. 고개아래로부터 정상까지 빽빽하게 늘어선 피란민들에 섞여, 구씨가 끄는 리어카를 뒤에서 밀고 있는 엄마는 뒤를 연방 흘깃흘깃 처다 보며 우리 형제와 큰언니가 잘 따라 오는가를 확인했다. 우리형제는 손을 꼭 붙잡고 뒤를 따르고 큰언니는 지팡이를 짚고 우리형제 뒤를 힘겹게 따라오고 있었다.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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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3.03.21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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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어쩌다 신도시에 살게 되었다. 새로 만들어지는 도시는 멀끔한 만치 낯설고 정이 쉽사리 붙지 않았다. 한동안은 전에 살던 데로 돌아가야 하나 싶기도 했다. 아파트 집 안도 복층이라는 낯선 구조였다. 이층집도 아닌데 계단 있는 집에 사는 게 새롭기는 했다.고만고만 정 붙이며 살던 터에 온 세상의 뉴스 거리를 알게 되었다. 일장기를 삼일절에 내건 어떤 이가 우리 사는 도시에 산다고, 심지어는 우리 동네고 무려 직업이 목사더라고, 사무실 벽에 일장기 액자, 호수공원의 소녀상 철거요구 집회, 유관순이 애국지사 아니라 절도범 운운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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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3.03.20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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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최근 운동선수, 연예인 등의 학교폭력 의혹과 폭로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순신 변호사 아들의 학교폭력에 따른 ‘전학 처분'과 관련하여, 가해자의 불복 대응이 몰고 온 파장으로 학교폭력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갈수록 학교폭력 양상의 연령대가 낮아지고, 메신저를 통한 괴롭힘 등 사이버폭력 유형이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자행되고 있다. 어린 가해자들이 심지어 금품을 요구하는 등의 심각성은 충격 그 자체이다. 학교에서 학생 간의 다툼이 일어났을 경우, 훈육 차원의 생활지도가 불가능해져 버렸다. 이것은 학생인권을 신장시킨다는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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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3.03.19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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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오늘 이라는 시간은 나에게 커다란 행복이다. 행운이라는 표현은 저절로 얻어진 듯하여 행복이라고 표현한다. 어제를 잘 마무리 하였기에 오늘이 만들어진 것이다. 오늘을 잘 짜고 계획해서 마무리해야 내일이 온다. 오늘을 어떻게 사용하였느냐에 따라 저녁이 보람찬 하루 일 수고 있고 헛된 하루 일 수도 있다. 하늘이 나에게 준 매우 소중한 시간을 감사히 여기며 살아야 한다. 이런 시간을 금처럼 사용하면 하루가 소중하고 뜻깊은 날이 된다. 하지만 의미 없이 보내면 후회되고 밤잠을 설칠 수 있다. 하루를 지치고 힘들게 바삐 산다고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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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3.03.16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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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이제는 좀 내려놓고 비우며 살아야지”, 주위에서 흔히 듣는 말이다. 욕심을 버리라는 말로 이해는 하지만 상투적이다. 무엇을 내려놓고 무엇을 비우자는 것인지 모호하다. 욕심만 해도 그렇다. 욕심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가장 큰 에너지원으로 작용하는 게 욕심이다. 돈을 좇기도 하고, 명예를 탐하기도 하고, 이해득실에 따라 사람을 만나기도 하면서 세파를 헤쳐올 수 있었던 것은 본능에 가까운 욕심의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욕심 자체를 부정적이다, 긍정적이다 단정할 수 없는 이유다. 적당한 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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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3.03.15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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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예부터 해당 지역의 특별함은 그 지역의 유무형의 생산물인 물산과 인심 그리고 지리가 촉매제 역할을 했다. 그중에서 인물은 지역의 특별함을 가장 빛나게 하는 눈부신 광휘(光輝)다. 인물로 인해 지역은 다른 곳과 뚜렷한 차별성을 가지며 자립적인 힘을 갖는다. 인걸(人傑)은 지령(地靈)이며, 지령(地靈)은 인걸(人傑)이라는 옛말을 실감한다. 이런 의미에서 진천은 축복받은 땅이다. 근대의 돌올한 3걸이 태어난 고장이기 때문이다. 보재 이상설(1870-1917) . 동천 신팔균(1882-1924) . 포석 조명희(1894-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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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3.03.14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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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최근 마음에 드는 우리말을 새로 배웠다.‘벗바리’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뒤에서 보살펴 주는 사람’이란 뜻으로, 영어로는 ‘a supporter’ 또는 ‘a backer’를 말한다. 일선에서 내려오는 나이가 돼서일까 요즘 이 단어에 마음이 끌린다. 직장에서도, 그동안 활동하던 단체나 네크워크에서도, 무대 뒤에서 선배로서 열심히 일하는 후배들을 챙기고 응원하는 벗바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한다.개인적인 벗바리를 넘어서 사회적인 벗바리들이 많지만, 그 가운데 멋지게 일하고 있는 곳이 민간 공익재단인 한국여성재단이다. W의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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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3.03.13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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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행진 대열의 맨 앞에 섰던 왕이 가마에서 내리자 사제는 왕의 뜻에 따라 비수를 왕의 가슴에 꽂았고, 뒤 따르던 귀족과 시민들도 왕의 뒤를 이어 자결하였다. 이렇게 발리(Bali)인은 명예로운 죽음을 선택하였다. 발리는 농업이 주된 사업이지만 오늘날 인도네시아에 대표적인 관광지로써 세계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발리는 1597년 처음으로 네덜란드 상인들이 들어온 이래 식민화 과정을 밟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발리인은 격렬하게 저항하였다. 1906년 바둥(badung) 왕가의 군대는 네덜란드 군과 전투를 치렀지만 번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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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3.03.08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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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땅의 얼음이 녹으며 땅속에서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와 벌레들이 천둥소리에 놀라 깨어나 활동을 시작한다는 경칩이 지나니 봄기운이 따스하다.눈에 들어오지 않던 화단의 튜울립이 어느날 수줍게 잎을 내밀었다. 봄 가뭄에도 그렇게 애쓰며 신비롭게 생명을 키워내니 고마운 마음에 듬뿍 물을 주었다. 조그만 풀들 사이에서 냉이는 벌써 꽃대가 올라오고 복수초는 노란 꽃을 아름답게 피워냈다. 앞으로 수선화도 매화도 저마다 자신만의 고유한 꽃을 화사하게 피울 것이다. 3월 8일은 115주년 세계여성의 날이다. 1908년 3월 8일 열악한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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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3.03.07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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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신학을 공부하면서, 또는 로마의 역사를 공부하면서 가끔 느끼는 열등감 비슷한 것이 있다. 목사이기 때문에 구약과 신약의 성경을 원문으로 연구할 때가 있는데, 성경에 사용된 히브리어 문자나 헬라(그리스) 문자들은 이미 수천 년 전에 정교하게 발전되어 성경을 기록으로 남겼다. 신라시대 설총이 이두문자를 정리한 때인 우리의 주후 7세기보다 천 년 이상을 앞섰다. 훗날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해서 뒤처진 역사를 상쇄한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축복인지 모른다. 건축들은 어떤가. 그리스나 튀르키예, 이스라엘을 성지순례 차 방문해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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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3.03.06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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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많은 사람이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로 인한 경기침체와 가계 부담 증가를 이야기하며 나라 전반의 어려움을 걱정한다. 세상이 각박하고 어려울 때일수록 넉넉하고 절제된 마음으로 이웃에게 다가가야 한다. 크고 거창하지 않더라도 사랑이 담기면 큰일을 한 것이니 지금은 깨어 있어야 하고 사랑할 때이다.프란치스코 교황은 평소의 검소한 몸가짐과 낮은 곳을 향한 행보로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한국을 방문했을 때에도 그늘진 곳을 향한 그의 몸짓은 세월호 유가족을 찾았고, 위안부 할머니, 장애인등 약자를 만나는 데 정성을 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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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3.03.05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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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정지용의 향수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의 이미지는 옥천 대표 마인드다. 정지용 시는 한국적 서정시의 최고 진수를 보여준다. 한 줄의 시가 지역을 바꾼다. 정지용박물관 '향수 빈대떡' 먹기에서부터 지용제 활동까지 옥천의 자부심으로 각인시켜 왔다. 찾아온 시객의 글도 지용 시처럼 대체로 자연의 수려함과 인심의 따스함을 노래하고 있다.인물도 지역문화자원이 된다. 정지용 시유산은 지고의 예술적 가치가 있다. 한 예술가가 그가 태어난 고장을 빛내기도 하고 그 나라의 정서적 수준을 높이기도 한다. 또한 무엇보다 그가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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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3.03.0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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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인구감소 해결책을 구하는, 조달 역사상 가장 많은 동일 입찰이 쏟아지고 있다.지난해 하반기부터 인구감소에 처한 각 지자체별로 5천만원에서 1억여원 내외의 ‘인구감소지역 대응 기본 및 시행계획 수립 연구용역‘이 협상에 의한 제안입찰 혹은 가격 입찰의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인구감소 문제 대응을 위한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일자리 주거 교통 문화 교육 의료 등의 종합지원을 위해 올부터 시행된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에 따른 것이니, 상당수 관련 지자체는 절차와 필요에 따라 입찰을 내보낼 상황이다.이미 전국 최소 8천9백여명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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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3.03.01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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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어떤 20대 남자가 오밤중에 집을 나선다.그에게는 어린 아내와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들 하나가 있다.도박으로 가산을 탕진하거나 정부(情婦)가 생겨서 도망가는 것이 아니다.인생의 답을 찾기 위해 수도 여행을 떠나려는 것이다.그는 머지않아 왕국을 물려받을 승계자였다.인류 역사상 가장 성스러운 가출 이야깃거리, 바로 석가족의 성자, 석가모니(釋迦牟尼)의 이야기다.석가모니는 떠나면서 온갖 망상을 시달렸을 것이다.이렇게 황당하게 떠나면, 가장으로서 책임은 어떻게 될지, 가족을 버린 사람이 깨달음을 얻는다고 도덕적으로 지지받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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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3.02.27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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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개강을 앞두고 겨울방학 동안 적적했던 학교에 생기가 돌기 시작한다. 졸업으로 인해 대학을 떠나는 학생들, 수강신청과 함께 신학기를 준비하는 재학생들, 그리고 이제 막 대학 합격증을 받아들고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참여하는 예비 대학생들로 대학 캠퍼스가 서서히 분주해진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모집하고자 했던 신입생 모두가 참여하지 못하기 시작했다. 필자가 재직 중인 대학 뿐 아니라 전국에 있는 대부분의 대학이 마찬가지 인데 그것은 바로 신입생 미충원 때문이다. 결국 미충원에 따른 추가모집전형으로 대학에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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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3.02.26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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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8월의 마지막을 달리던 서기 79년의 어느 날, 자신의 치마자락에 폼페이와 헤라클레이니엄, 스타비아에 등의 항구도시들을 품고 있던 베수비오(Vesuvius)산은 거친 용암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친구의 급박한 소식에 놀란 플리니우스(Pliny)는 친구와 주민들을 구하기 위해 동원가능한 갤리선들을 모았다. 그리고 헤라클레니움으로 배를 달렸다. 마지막 순간까지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던 그는 자신의 이름을 역사에 새긴 “박물지(Naturalis Historia)”의 완성을 조카인 소(小) 플리니우스의 손에 맡겨두고 베수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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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3.02.23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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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최근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더 글로리’라는 드라마는 학교폭력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유명세를 탄 이 드라마에 많은 이들이 주목하는 이유는 학교폭력의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 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드라마에서 묘사된 고데기를 사용하여 고문에 가까운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은 2006년 충북 청주에서 실제로 발생한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가해자들은 당시 중학교 3학년으로 여러 명이 동급생 한 명을 괴롭히며 약 20여일 간 고데기를 비록한 옷핀, 책 등으로 상해를 가하고 괴립힘을 지속했다. 학교폭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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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3.02.22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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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봄을 기다리고 있던 우리에게 날씨가 시샘하듯 꽃샘추위를 맞이하고 있는 요즘이다. 요 몇 일 가볍게 옷을 챙겨입었다가 다시 두꺼운 옷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아마도 봄이 아직은 부끄러운 마음에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것처럼 우리와 ‘밀당’을 하고 있는 듯하다. 2월 초, 청주시 연극협회의 총회가 있었다. 2022년도 협회의 예산에 대한 결산과 올해의 사업계획 등을 발표하고 이를 회원으로서 인준하는 절차를 가진 총회는 전체 구성원의 종합적 의사를 결정하는 최고 의결기관이기 때문에 회원들의 의무이자 권리이다. 이에 따라
풍향계
동양일보
2023.02.21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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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작가는 그 자체로 문화재다. 그가 살고 창작한 작품들은 그 사회의 문화를 만들고 축적한다. 탁월함은 동시대나 다음 세대의 모방과 발전을 통해, 미숙함은 실패와 극복을 통해 공동체의 예술적 감수성은 성장하고 성숙해간다. 예술은 먹고 사는 데는 아무 쓸모가 없다. 미의 경험을 하게 한다는 무용함을 통해 먹고 사는데 절실한 유용한 것들이 얼마나 삶을 억압하는지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거기서 자유를 꿈꿀 여력이 생겨난다. 예술은 삶을 기록하는 기억이며 놀이이고 초월로서 지향을 담아 한 사회의 문화지표를 다져간다. 개인역량, 공동체
풍향계
동양일보
2023.02.20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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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과천을 지나 얼마 쯤 왔는지 모른다. 허허 벌판에 빈집이 한 채 있어 거기서 우리 일행은 잠을 자기로 했다. 얼마 쯤 잤는지 모른다. 밤을 걸었으니 잠에 푹 빠진 모양인데 갑자기 잠을 깨우는 바람에 눈을 뜨고 벌떡 일어났다. 벌써 날이 샜는가? 주위가 훤했다. 그런데 엄마의 다급한 소리가 들린다. “비행기 공습이야. 빨리 나가, 빨리 나가!” 그 소리에 벌떡 일어나 동생의 손을 얼른 잡았다. 짠누는 벌써 엄마 곁에 서 있고 큰언니는 보이지 않았다. 비행기 공습이 있으면 집안에 있지 말고 얼른 밖으로 나가야 한다고 엄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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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3.02.19 1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