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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어있는 것들빡빡하게 밀집되지 못한 것들힘을 잃고 갑자기 주글주글해지면서 작아지는 것들깔깔거리는 소녀들의 치기어린 배웅으로 얼굴이 얻어터지면서발기불능의 침을 뱉듯 강물에 던져진다겉껍질뿐인 저 페트병은 어디로 흘러가는 것일까내부엔 공허를 가득 채웠으니출렁이며 이동하는 외부의 밀집성과의 가혹한 단절!표류하면서도 제 무게에 의해 가라앉지 못할결코 풀어버릴 수 없는치밀한 속박.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6.06.15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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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짐승은항상 다니는길로만 다닌단다그걸 알고는사람들은제 갈 길 위에눈감은 덫을 놓는다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6.06.14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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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다고, 없다고늘 그런건 아니야알뜰히 살뜰히알콩달콩 살다 보면조금씩 아주 조금씩쌓이는 게 행복이야보이지 않는다고없는 것이 아니야있는 것도 영원히있는 것이 아니야단지에 빗물 고이듯담기는게 행복이야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6.06.12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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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덕리와 도가실 사이 골짜기호수에는 원앙이 대가를 이루고 있다언제 어디서 흘러들었는지헤집고 노니는 물길이 집이다빈 몸으로도산 안아다가 담을 두르고하늘 내려 지붕을 삼으니물빛이 원앙 같고원앙이 물빛 같다사람살이 저와 같으면 좋겠다며도가실 홀로 사는 할아범원앙이들 보고 있다아니, 호수에 마음 담그고 있다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6.06.09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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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두꽃 떨어지자마자봉긋봉긋 설익은 앵두콩닥대는 설렘으로 영그는데그 마음 아는지 모르는지슬쩍슬쩍 넘보는 뜨거운 눈길어머, 자꾸 이러면 안돼요새콤달콤한 맛 스미기도 전에앵두 아가씨 치맛바람 났다고우물가 아낙네들 수군거려요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6.06.08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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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라도 나누고눈이라도 주는 일농일라치고 손짓하며말이라도 건네는 일얼마나후줄근한 일인가빈말이 고맙다.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6.06.07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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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 삶아진그분은이른 여름 분이 난다뜨겁게 삶아져그분은온몸 분이 난다온몸 분으로 바뀐그분의 분여름은 그분의뜨거운 분으로뜨겁게 시작이다.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6.06.02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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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사코 금이 가는 몰골허수아비 욕망이 달린다 허공에 떠다니는 손수건바람의 좌표가 흔들린절대적인 허망 나부랭이 일그러진 귀향의 위문 열차 광야를 지르는 서릿바람은무심히 여독을 잠재우며기적이 운다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6.06.01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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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동네 돌담길 따라가다꽃보다 먼저 사랑을 꿈꾸었으리뒤척이는 몸 일렁일 때마다사립문 금줄 타고 달빛에 젖었으리옛날도 그 옛날도 그러했으리 해와 달 바뀌고 별이 바뀌었어도애기똥풀, 노오란 꽃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6.05.29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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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기분을 알 것 같다촉촉하고 부드러운 가지 위에솜털 같은 가시들을 세우고기껏 장갑 위 손목을 긁거나양말에 보푸라기를 일으키거나 하면서난 내 자신쯤은 충분히 보호할 수 있어요라고 도도하게 말하는장미의 기분오늘 나는 하루 종일 가시를 세우고 있었다그리고 밤에는가위에 잘려 무더기로 쓰러지는 장미꽃들과 함께축축한 바닥에 넘어졌다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6.05.18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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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귀의 밥을 짓는가. 영혼이 드나든 길목마다 부글부글 끓다가 뭉쳐진 말, 흩어진 소리의 입을 모아 땡땡 바람을 불어넣는다. 공(空)의 배꼽을 찾아 나선 길에서 만난 한 줄기 게송(偈頌), 밥 짓는 흔적마저 지웠다면 허공의 낭 하나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집착처럼 노랗게 달라붙은 오래된 말의 똥, 귀이개를 넣어 파낸다. 막혔던 속이 뻥 뚫린다.잡담으로 튀어 올라 터져버린 공의 몰락을 본다.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6.05.16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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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꼽을 수 있는 건 단 하나도 없다.그 아름다움그 사랑그 마음에 새겨지는 시간 그대의 삶은 우리에게살아 숨 쉬는 고마움 우리의 삶은여기 함께 있는 그대로 마음 여린 추억순간순간 새겨지는 의미로 여기에아름답게 지켜가는 것그대로의 의미그대로의 사랑으로감사하는 것.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6.05.15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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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송이 하나 따서 입안에 넣은 향기하얀 꽃 하얀 마음 오솔길 가는 길목달콤한 사랑이야기 가슴속을 헤집는다그녀의 눈망울이 별빛보다 더 맑은데아픈 마음 주렁주렁 내 사랑 피어나니산책길 아카시아 향 가득하게 날리네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6.05.12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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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위에 올라하늘 끝이 잠기는저 먼 산 너머를 바라보면서저기에 있다저기 어딘가에 있다누군가가 끝내 아니라고 우겨도하늘 끝이 잠기는 저 산 너머그 어딘가에 분명히 있다 고집하다가불현듯 한두 점씩 날리는 눈오리나무 가지 사이로 오는 듯싶지 않게 오는저 먼 소식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6.05.11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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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보릿고개 넘어부황든 얼굴로 어질어질동구밖 한길까지 따라와눈물 그렁그렁 배웅하시던어머니 ! 어머니 !─ 어여 가, 내 걱정 말구─ 가서 몸 성히 공부 잘허구아직도 가물가물 손 흔드신다.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6.05.10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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끓는 태양 빛으로 물든검초록 이파리완연한 빛깔 되기 위해노곤함 깊이 묻고황사 바람 견딘다 고독이 싫어 서로 몸부벼진한 잎 천지에 무리지어 피어나마디마디 만져주며숨어서 성을 쌓는다 하루를 지우며 걸어오는 어둠평화한 숲 거기쯤내안의 내가 서있다 외로운 날숲으로 가면한참동안 기대고 싶어지는어머니 따뜻한 숲의 강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6.05.08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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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딱 뛰어오를 것 같은함성거리는 소리주문처럼,반백의 머리가 쭈뼛 솟아오를 것 같이불현듯 스치고 지나가는저것,분명 너의 한 구절 같아 손을 번쩍 들어 잡으려 했다손가락 사이로 주르륵, 흘러내리는꽃,꽃들,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6.05.03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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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宿命을 만들어 주시는위대한 분 그 거룩한 손으로빚어인간은 한낱 감격할 줄 아는한 마리 짐생임을 일깨워비로소 보이는가없는 축복 웃음보다 지상에 먼저 내려온오, 그 분의 선물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6.05.02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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훤하게 벗어진 이마 속 깊이 나는 갈매기 서너 마리랑무명(無名)으로 죽는 영광도영광답게 메달처럼 걸어주는 포상이랑상처입고 두껍게 옹이 박는 손발의 굳은살이랑과연 삶은 살만한 것이어서이제야 택배처럼 품안 한가득 받아든 고마워라 이 늘그막 선물들.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6.05.01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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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이 참나무인 것은미루나무처럼 곧거나목련처럼 소담스럽기 때문이 아니다툭툭 터진 껍질 가득앞발 날카로운 집게벌레와독침 벌름거리는 왕퉁이를 다스리기 때문도 아니다수많은 나무 중 네가 참씨인 것은단단한 성깔 아꼈다가사람과 세상을 이어주는손잡이가 되어주기 때문이다괭이나 도끼자루 맷돌 손잡이해마다 터지는 새암배미 참말뚝까지땀 흘려 일하는 나무이기 때문이다댕강댕강 잘려 버섯까지 키우는 그대,아직도 옆구리 퍼렇게 메질 사납지만조그만 이마를 향해온몸으로 사랑해줄 상수리 단단하다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6.04.28 20: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