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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손택(S. Sontag, 1933-2004)은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책 한권도 없는 집에서 술에 쪄든 어머니와 살게 되었다. 초등학교 입학 후 선생님으로부터 한권의 책을 선물로 받게 되면서 갑갑한 집에서 해방될 수 있는 길은 책 읽기임을 알게 되었다. 손택은 학교도서관을 이용하면서 책벌레가 되었고, 16세 이른 나이에 시카고대학교 진학에 이어서 하버드, 옥스퍼드, 소로본느 대학과정을 차례대로 이수하였다. 손택은 백혈병 등 다양한 질병을 앓아가면서도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고 세상의 불의에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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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3.01.08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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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2023년 계묘년은 영리하고 민첩한 동물인 토끼에 지혜를 상징하는 검은색이 조화를 이룬 검은 토끼의 해 란다. 모두에게 좋은 일만 일어났으면 좋겠다.2022년 12월 31일(현지시간)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 ‘명예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향년 95세로 선종했음을 알리는 조종(弔鐘)이 울려 퍼졌다. 베네딕토 16세는 2005년 4월 요한 바오로 2세 서거 후 콘클라베가 열리고 교황이 되었다. 제265대 교황직에 올랐으나 8년 만인 2013년 2월 스스로 교황직에서 물러난 뒤 그동안 '명예 교황'으로 지내왔다. 교황청 공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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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3.01.05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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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이번 달 풍향계 칼럼 1월 5일자 원고 마감 일자를 연락받고 재미있는 생각이 들었다. 마감일 1월 4일. 새해를 맞아서 결심했던 의지들이 작심삼일(作心三日), 새로운 해의 각오가 벌써 무너지고 새로 시작하는 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다시 새해의 결심과 각오를 시작하는 날의 마음으로 원고를 쓰자는 생각이 들었다. 새해를 맞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금년에 이루고 싶은 소망을 갖는다. 그리고 잘 살아보겠다는 뜻에서 새로운 생활지침이나 각오들을 세운다. 이루고 싶은 소망의 성취를 위해서 엄청난 인파가 해맞이로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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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3.01.04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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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새해에 우리는, 더 나은 세상을 기대한다. 기대를 품는 만큼 마음을 다하여 헌신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어떤 사람이 허름한 호텔에 들어갔다. 그리고 주인에게 “나는 지금 아주 피곤하니까 조용한 방을 주시오.”하고 부탁을 하였다. 그러자 주인이 말했다. “우리 호텔의 방들은 다들 조용합니다. 그 방 안에 있는 사람들이 떠들어서 그렇지, 방들은 아주 조용합니다.”우리는 살아가면서 남의 탓을 많이 한다. 환경이나 여건은 물론 만나는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마음에 꼭 들어 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그런데 한발 물러서서 바라보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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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3.01.03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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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화양동(華陽洞) 인문유산은 유교적 장소성과 동아시아적 자연 친화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화양계곡은 명승 110호로 화양천을 따라 물, 모래, 절벽, 소나무 등이 조화미를 드러내고 있다. 화양구곡은 경천벽, 운영담, 읍궁암, 금사암, 첨성대, 청운대, 와룡암, 학소대, 파관으로 이루어져 있는 산수정원이다. 송시열(宋時烈, 1607∼1689)이 경영했던 암서재 유적지와 화양서원터, 만동묘가 있다. 화천군 화음동과 함께 주자학의 기운생동 인문학의 본향이다. 괴산학(槐山學)은 이러한 지역인문이 세계와 교감할 수 있게 하고 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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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3.01.02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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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새해 시무식이 예정된 첫날, 예복같은 검은 양복을 벗고 붉은 옷을 입어 봐야 겠다.토끼의 해, 힘과 정열로 상징되는 빨간색을 중심으로 밝고 환한 계열이 2023년 색상 트랜드로 단연 우세하게 예고됐으니 새해 선보일 주택, 옷, 가구, 소품 등 각종 디자인과 상품들은 희망을 상징하는 강한 원색들이 색깔이 다양하게 칠해질 전망이다.색상 및 디자인 전문 기업들이 예상한 새해 트랜드 컬러는 지난 3년간의 어두운 코로나 암흑기에서 본격적으로 탈출하려는 강한 기대와 의지를 일러 주듯, 밝고 따뜻하며 상쾌하고 품격있는 붉은 색상환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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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3.01.01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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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고등학교 과목 윤리와 사상 교과서를 읽어 본 사람이라면 들어봤을 법한 구절이 있다.스토아학파는 금욕과 절제를 추구하고, 에피쿠로스학파는 쾌락을 강조했다.이는 대입 수능 시험 문제를 풀 때까지 ‘바이블’처럼 통한다.그러나 대학교 철학 수업에서는 전혀 새로운 이야기를 듣게 된다.스토아학파 중에는 키케로(Marcus Tullius Cicero)와 같은 부동산 부자나 고리대금 업자였던 세네카, 무소불위의 로마 황제 아우렐리우스(Marcus Aurelius Antoninus)도 있었다거나 에피쿠로스 본인은 과도한 쾌락의 추구를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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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2.12.29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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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12월 28일은 현재 대부분의 나라가 사용하는 서양 달력인 그레고리력으로 볼 때, 한 해를 보내고 맞는 시간을 3일 앞둔 날이다. 이날이 덧셈과 뺄셈으로 계산하기에는 너무 무거운 이유는 의열단원인 나석주(羅錫疇) 열사가 1926년을 마감하면서 치른 동양 식산은행과 동양척식주식회사 폭탄 투척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 해, 그날, 의연히 저세상으로 건너간 젊은 나석주를 찾기 위해 1926년이 먼저 정의되어야 한다. 일제 치하의 한반도는 공식적으로 모든 국민이 길가에 나서도 되는 두 번의 기회를 얻는다. 조선에서 ‘대한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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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2.12.28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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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에덴동산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홍 연 기(한국교통대 교수) 구약성경 창세기는 성경의 시작이면서 크리스트교에서 유일신이 지구를 창조하는 과정과 그의 뜻에 따라 이스라엘 민족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가 기술되어 있다. 성경에서 창조주는 닷새 동안 세상을 만들다가 유일신의 모습을 닮은 사람을 만들어 그들이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 또 집짐승과 모든 들짐승과 땅 위를 기어 다니는 길짐승을 다스리도록 하였다. 이 과정에서 사람을 남자와 여자로 만들고 그들을 축복하면서 자식을 낳고 번성하여 온 땅에 퍼져서 땅을 정복하고 바다의 고기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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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2.12.28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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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2022년 10월 29일의 이태원 거리는 핼로윈 축제를 즐기려는 13만의 인파로 가득 찼다. 오후 10시 15분 이태원역에서 해밀톤호텔 옆을 지나 세계음식문화거리로 올라가는 좁은 골목길은 많은 인파가 몰리고 넘어지면서 압사사고가 발생한다. 158명의 아까운 목숨을 앗아간 이 사건을 우리는‘이태원 참사’로 부르고 있다.「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3조에서는 재난을 두 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첫째는 태풍, 홍수, 호우, 강풍, 풍랑, 해일, 대설, 한파, 낙뢰, 가뭄, 폭염, 지진, 황사,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자연 현상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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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2.12.26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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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올 12월은 유난히 더 추웠던 것 같다. 아침마다 울리는 “한파 주의보”라는 행정안전부의 문자로 ‘이불 밖은 위험해’ 라는 생각과 함께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기가 힘들었던 요 며칠이었다. 이토록 추웠던 날씨 덕분인지, 아니면 어떠한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다사다난했던 2022년이 눈 깜짝할 사이에 훌쩍 지나가고, 새로운 한 해인 2023년 계묘년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어린 시절을 잠시 회상해보면, 12월의 마지막 밤, 부모님하고 TV에서 방송해주는 가요대전이나 각 방송사의 연예 대상을 보며, 보신각의 종소리를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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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2.12.2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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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서빙고(西氷庫)는 서울의 한강 가에 있는데, 한강의 물을 얼려서 저장하는 곳으로 조선 초에 설치된 얼음 창고이다. 한강 서쪽에 있다 해서 서빙고이다. 6.25의 1.4후퇴의 마지막 행렬에 끼어 이 서빙고강을 건너기 위해서 우리 다섯 식구는 장춘단공원을 거쳐 리어카를 끌고 가는 남정네의 뒤에서 엄마가 그 리어카카를 밀고 갔다. 리어카를 끌고 밀고 갔다 했거니와 곧 끄는 사람은 40대의 구서방이었다. 이는 경란이라는 네 살 난 딸을 업은 30대 후반 남짓의 아내. 이렇게 세 식식구의 가장인데, 고향이 경상도로서 서울로 올라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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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2.12.22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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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해방과 더불어 남한과 북한은 토지개혁에 사활을 걸었다. 대다수 농민이 친일 지주의 소작인으로 전락한 상황을 타개함으로써 항일 독립운동의 이상을 실현한다는 정책의 선명성을 앞세우기 위해서였다.1946년 2월 북한의 김일성은 정권을 잡자마자 3월에 토지개혁을 단행한다. 당시 4%의 지주가 전체 농토의 58%, 소작농은 75% 가까웠던 북한은 무상몰수, 무상분배 방식을 선택하였다. 하루아침에 중농(국유지 관리인)이 된 소작인들은 공산당원이 되고 싶어 하였다. 8월에는 전체 산업의 90%를 국유화시키는 소련식 개혁이 단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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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2.12.20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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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우리나라의 사회구조가 핵가족화 형태로 변하면서 고독사로 사망하는 이가 노년층에서 청장년층으로 변해가고 있다. 대한민국 사회가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사회 그리고 초고령 사회로 변화되어가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미리 예측되는 사회현상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대비책이 빈약하다. 1인가구는 해마다 조금씩 늘어가고 출산율은 OECD 최하위 국가로 치닫고 있다. 우리나라 베이비붐 시대에는 출산율이 세계 최고로 좁은 땅덩어리에 너무 많은 출산으로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식량부족현상이 예견되어 최대한 식량생산을 확대하는 것이 최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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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2.12.19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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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아니 벌써’가 입에 붙는 한 해의 끝자락이다. 뜨거웠던 월드컵 축제가 끝났다. 16강으로 마감한 대~한민국! 의 여운도 희미해졌다. 12월은 오는 것도 빠르지만 가는 것도 잠깐이다. 이 시기가 되면 돌아볼 것도 정리할 것도 많아진다. 이 행사 저 행사 쫓아다니느라 매년 분주한 발걸음이 새해의 턱밑까지 차 있다. 열흘 남짓이면 계묘년癸卯年 새해를 맞는다. ‘송구영신送舊迎新’, 이 시기를 꼭 짚어 표현한 말이지만 생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왜일까,‘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다’라는 가볍지 않은 의미임에도. 어쩌다 보니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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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2.12.18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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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한 해가 저물어 가는 12월 끝자락, 어제(2022. 12.15.) 진천 ‘포석공원’에서 조명희 선생의 시비 제막식이 성황리에 거행되었다. 시비에 아로 새긴 시는 포석의 대표 시 ‘경이’와 동시(童詩) ‘샘물’이다. 포석 시에서 동시는 자칫 경직으로 흐르기 쉬운 그의 문학에 생기를 불어넣는 또 다른 이면을 엿보게 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포석공원은 당초 ‘진천 1호 근린공원’이 명칭 변경 되면서 한국근대문학과 디아스포라문학의 선구자인 조명희 선생의 호를 따 포석공원으로 거듭났다. 더구나 포석의 발자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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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2.12.15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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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전혀 이해되지 않다가 나중에 직간접의 경험을 통해서야 조금 깨닫게 되는 일들이 있다. 인격의 성숙에 따라 차이가 있겠으니 성숙은 인간의 영원한 숙제다. 대학에 들어가니 여러 지방에서 온 학생들이 많았다. 걔중에는 외롭다고 하소연하는 친구들이 꽤 있었다. 그들이 미팅을 부지런히 다니는 걸 보고 외롭다는 건 연애를 하고 싶다는 뜻인가 보다 여겼다. 대학에서 해 보고 싶은 게 많은데 기껏 연애에 관심을 갖다니 답답해 보였다. 그들의 속사정을 다르게 헤아리게 된 건 한참 뒤에 미국살이를 겸험하고 나서였다. 그때 주변인의 위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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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2.12.14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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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가끔 바쁠 때면 햄버거집을 찾는다. ‘불고기버거’ ‘김치버거’ 등 어느새 햄버거는 우리 입맛에 맞게 퓨전화되었다. 미국 영화를 보면 햄버거가 ‘바쁘게 일하는 사람들’이 일하면서 먹는 서민들의 음식으로 비춰져 이미지가 좋은 편이지만, 음식의 유래나 맛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당연히 미국음식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 햄버거가 실은 독일 함부르크의 스테이크로부터 유래된 것이라는 것을 알고는 의외란 생각을 했다.독일에서 나왔지만 미국이 확산시키고, 우리가 퓨전으로 만든 ‘불고기버거’‘김치버거’는 어느 나라 음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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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2.12.13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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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어느덧 한해가 저물고 있다. 겨울은 완연해 졌고 길거리에는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이 반짝인다. 연말이 다가왔음을 직관적으로 느끼게 해주는 풍경이다. 개인적인 프로젝트로 나는 서울 명동성당 파밀리아채플 앞에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고 11월 26일 점등식을 가지기도 했다. 일반 크리스마스트리와는 달리 지난 고성 산불에 불탄 나무로 나무의 형태를 만들고 그 나무를 조명과 구슬 등으로 장식했다. 재난구호기금 희망브리지 주관으로 진행한 사업으로 성탄절을 맞아 재난으로 고통 받는 이들과 자연에 대한 경각심을 환기하자는 취지의 캠페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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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2.12.12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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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I. 칸트(1724-1804)는 어느 여관 간판에 적혀있던 문구에서 착안하여 을 썼다. 그는 민주정부, 국제법, 세계 시민권을 강조하였는데 그것은 국경을 넘어서도 시민의 권리를 침해받지 않고 마음껏 여행하기를 소망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칸트가 평생 동안 고향 쾨니히스베르크를 떠나지 못한 것도 어쩌면 마음대로 여행을 즐길 수 없었던 시대적 상황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파리는 도시가 아니다!’ 파리에 대한 환상을 품고 여행을 떠난 몇몇 여행객들이 파리가 자신들이 상상했던 것과 매우 다르다는 문화충격에서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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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2.12.11 1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