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양일보]해방과 더불어 남한과 북한은 토지개혁에 사활을 걸었다. 대다수 농민이 친일 지주의 소작인으로 전락한 상황을 타개함으로써 항일 독립운동의 이상을 실현한다는 정책의 선명성을 앞세우기 위해서였다.1946년 2월 북한의 김일성은 정권을 잡자마자 3월에 토지개혁을 단행한다. 당시 4%의 지주가 전체 농토의 58%, 소작농은 75% 가까웠던 북한은 무상몰수, 무상분배 방식을 선택하였다. 하루아침에 중농(국유지 관리인)이 된 소작인들은 공산당원이 되고 싶어 하였다. 8월에는 전체 산업의 90%를 국유화시키는 소련식 개혁이 단행되었다.
풍향계
동양일보
2022.12.20 19:23
-
[동양일보]우리나라의 사회구조가 핵가족화 형태로 변하면서 고독사로 사망하는 이가 노년층에서 청장년층으로 변해가고 있다. 대한민국 사회가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사회 그리고 초고령 사회로 변화되어가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미리 예측되는 사회현상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대비책이 빈약하다. 1인가구는 해마다 조금씩 늘어가고 출산율은 OECD 최하위 국가로 치닫고 있다. 우리나라 베이비붐 시대에는 출산율이 세계 최고로 좁은 땅덩어리에 너무 많은 출산으로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식량부족현상이 예견되어 최대한 식량생산을 확대하는 것이 최우선
풍향계
동양일보
2022.12.19 17:23
-
[동양일보]‘아니 벌써’가 입에 붙는 한 해의 끝자락이다. 뜨거웠던 월드컵 축제가 끝났다. 16강으로 마감한 대~한민국! 의 여운도 희미해졌다. 12월은 오는 것도 빠르지만 가는 것도 잠깐이다. 이 시기가 되면 돌아볼 것도 정리할 것도 많아진다. 이 행사 저 행사 쫓아다니느라 매년 분주한 발걸음이 새해의 턱밑까지 차 있다. 열흘 남짓이면 계묘년癸卯年 새해를 맞는다. ‘송구영신送舊迎新’, 이 시기를 꼭 짚어 표현한 말이지만 생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왜일까,‘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다’라는 가볍지 않은 의미임에도. 어쩌다 보니 또
풍향계
동양일보
2022.12.18 19:54
-
[동양일보]한 해가 저물어 가는 12월 끝자락, 어제(2022. 12.15.) 진천 ‘포석공원’에서 조명희 선생의 시비 제막식이 성황리에 거행되었다. 시비에 아로 새긴 시는 포석의 대표 시 ‘경이’와 동시(童詩) ‘샘물’이다. 포석 시에서 동시는 자칫 경직으로 흐르기 쉬운 그의 문학에 생기를 불어넣는 또 다른 이면을 엿보게 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포석공원은 당초 ‘진천 1호 근린공원’이 명칭 변경 되면서 한국근대문학과 디아스포라문학의 선구자인 조명희 선생의 호를 따 포석공원으로 거듭났다. 더구나 포석의 발자취가
풍향계
동양일보
2022.12.15 16:29
-
[동양일보]전혀 이해되지 않다가 나중에 직간접의 경험을 통해서야 조금 깨닫게 되는 일들이 있다. 인격의 성숙에 따라 차이가 있겠으니 성숙은 인간의 영원한 숙제다. 대학에 들어가니 여러 지방에서 온 학생들이 많았다. 걔중에는 외롭다고 하소연하는 친구들이 꽤 있었다. 그들이 미팅을 부지런히 다니는 걸 보고 외롭다는 건 연애를 하고 싶다는 뜻인가 보다 여겼다. 대학에서 해 보고 싶은 게 많은데 기껏 연애에 관심을 갖다니 답답해 보였다. 그들의 속사정을 다르게 헤아리게 된 건 한참 뒤에 미국살이를 겸험하고 나서였다. 그때 주변인의 위치를
풍향계
동양일보
2022.12.14 17:03
-
[동양일보]가끔 바쁠 때면 햄버거집을 찾는다. ‘불고기버거’ ‘김치버거’ 등 어느새 햄버거는 우리 입맛에 맞게 퓨전화되었다. 미국 영화를 보면 햄버거가 ‘바쁘게 일하는 사람들’이 일하면서 먹는 서민들의 음식으로 비춰져 이미지가 좋은 편이지만, 음식의 유래나 맛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당연히 미국음식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 햄버거가 실은 독일 함부르크의 스테이크로부터 유래된 것이라는 것을 알고는 의외란 생각을 했다.독일에서 나왔지만 미국이 확산시키고, 우리가 퓨전으로 만든 ‘불고기버거’‘김치버거’는 어느 나라 음식일
풍향계
동양일보
2022.12.13 17:29
-
[동양일보]어느덧 한해가 저물고 있다. 겨울은 완연해 졌고 길거리에는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이 반짝인다. 연말이 다가왔음을 직관적으로 느끼게 해주는 풍경이다. 개인적인 프로젝트로 나는 서울 명동성당 파밀리아채플 앞에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고 11월 26일 점등식을 가지기도 했다. 일반 크리스마스트리와는 달리 지난 고성 산불에 불탄 나무로 나무의 형태를 만들고 그 나무를 조명과 구슬 등으로 장식했다. 재난구호기금 희망브리지 주관으로 진행한 사업으로 성탄절을 맞아 재난으로 고통 받는 이들과 자연에 대한 경각심을 환기하자는 취지의 캠페인이다
풍향계
동양일보
2022.12.12 21:06
-
[동양일보] I. 칸트(1724-1804)는 어느 여관 간판에 적혀있던 문구에서 착안하여 을 썼다. 그는 민주정부, 국제법, 세계 시민권을 강조하였는데 그것은 국경을 넘어서도 시민의 권리를 침해받지 않고 마음껏 여행하기를 소망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칸트가 평생 동안 고향 쾨니히스베르크를 떠나지 못한 것도 어쩌면 마음대로 여행을 즐길 수 없었던 시대적 상황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파리는 도시가 아니다!’ 파리에 대한 환상을 품고 여행을 떠난 몇몇 여행객들이 파리가 자신들이 상상했던 것과 매우 다르다는 문화충격에서 호
풍향계
동양일보
2022.12.11 19:20
-
[동양일보]며칠 전 0.4㎝의 아주 조금 내린 눈에도 출근길은 비상이었다. 일찌감치 출근길에 나섰으나 그 시간 이미 도로는 빙판이었고 차들은 엉금엉금 도로를 기다시피 하고 있었다. 시내지만 무려 1시간여 만에 기관에 도착하였다. 많은사람들의 하루가 공포로 시작되는 상황이 되었고 급기야 청주시장이 제설작업지연으로 인해 시민들께 불편을 끼쳐드렸다며 공식 사과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어쩔 수 없는 기상상황일 수도 있었겠지만 겨울답지 않은 포근한 날씨에 어느덧 우리가 그렇게 젖어든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2022년 시작이 엊그제 같
풍향계
동양일보
2022.12.08 19:37
-
[동양일보]‘에벤에셀’이라는 말은 이스라엘 민족의 언어인 히브리어로 ‘도움의 돌’이라는 뜻이다. 단지 뜻만 해석하면 그렇지만 그리스도인들은 이 단어를 ‘하나님이 여기까지 우리를 도우셨다’는 신앙고백으로 이해한다. 이 단어에 얽힌 사연은 이렇다. 이스라엘 역사에서 아직 사울이나 다윗 같은 왕이 등장하지 않은 때, 즉 왕정시대가 열리기 전 시대에 이스라엘은 400년 동안 ‘사사시대’라는 독특한 통치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사사’(Judge)는 왕은 아니고 영어의 이름처럼 ‘판관’ 혹은 최고지도자 등의 성격을 지닌 지도자였다. 기독교인이
풍향계
동양일보
2022.12.07 17:16
-
[동양일보]타작마당에서 거두는 알곡은 곳간에, 쭉정이는 불에 태워버린다. 우리 인생여정의 마무리 안에서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필요에 따라 해야 하는 일을 하면서 삶을 가꾼다면 불안과 두려움을 가질 이유가 없다. 분수에 맞는 처신을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욕망에 따라 살아가면 전전긍긍하게 되고 아등바등하며 불안해하고 두려워한다. 매사에 만족을 모르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은 아홉을 지녔어도 열을 채우지 못해 안달한다. 그리하면 결국, 하나 때문에 아홉을 잃게 된다. 그래서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가난하고 천하여도 즐겁고, 만족할
풍향계
동양일보
2022.12.06 16:28
-
[동양일보]음성 출신 반기문(1944~)은 “인생 최대의 지혜는 친절이다.”라고 말한다. 친절, 인정이 넘치는 곳으로 떠오른 곳이 음성지역이다. 이른바 반기문공원에는 생가와 평화공원, 평화기념관이 한 곳에 모여 있다. 평화공원에서는 유엔의 설립 목적과 세계의 192개국의 위치, 국기와 수도 이름과 여러 문화를 만날 수 있고, 어린 시절 외교관의 꿈이 실현되어 유엔 사무총장직을 맡게 된 기념관과 생가도 둘려 볼 수 있다. 음성군에는 반기문의 이미지를 전제로 음성학(陰城學)의 시각에서 직간접 '평화'라는 지역성을 부각하게 된다. 음성
풍향계
동양일보
2022.12.05 17:48
-
[동양일보]청동거울을 만들어 사용했던 미호강변 오송 사람들은 누구일까?세계적인 신비의 문화유산, 청주 다뉴세문경이 온전한 몸으로 다시 태어났다.오송생명과학단지를 조성하면서 출토된 오송 다뉴세문경은 여타 동경보다 훨씬 정교하고 앞선 기술로 제작, 단연 으뜸 청동거울로 꼽히는 만큼 청주의 큰 자랑이 아닐 수 없으나 파편 상태로 발굴 공개돼, 전시 이해가 어려웠고 주목도 끌지 못했다.국립청주박물관은 최근 ‘청주 오송 출토 다뉴세문경 조사 연구- 한반도의 청동기제작기술과 동아시아의 고경古鏡’을 주제로 16명 한일 고고학자들이 참여한 공동학
풍향계
동양일보
2022.12.05 09:40
-
[동양일보]‘뛰어 넘은 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니체는 “인간이 신에 가까운 존재가 될 수 있음에도 스스로 신을 죽었다”라고 주장한다.우리 안의 초월성과 절대성을 향한 에너지를 온갖 통념과 상식, 규제 등을 통해 억누르고 외면해 왔다는 것이다.종교는 인간의 낡은 문명과 제도의 굴레에 속박된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다.절대자가 부여한 질서를 전하는 채널인 듯하지만, 사실은 권력자의 이해관계와 관심사에 맞게 정리된 체계인 것이다.국민 다수가 믿는 종교는 국교(國敎)가 된다.굳이 신앙의 모습이 아니더라도 종교만큼 위력을 발휘하는 제
풍향계
동양일보
2022.12.01 20:26
-
[동양일보] “Migration Period(대 이동기)”라는 용어는 건방지게도 무엇이 “대이동”을 했는지에 관한 수식어도 없이 역사용어로 자리를 잡았다. 아시아의 ‘훈’족이 유럽으로 살 터를 옮기기 시작한 것은 375년경이었다. 역사가들은 이들의 압박에 게르만족의 일파인 ‘롬바르드’족이 이탈리아로 이동을 끝낸 568년까지를 합쳐서 ‘대 이동기’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시기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은 476년 서로마가 게르만족에게 멸망하는 일일 것이다. 이로써 인류역사는 “고대”라는 시대를 끝내고 “중세”라는 전혀 새로운 세상으로 접어
풍향계
동양일보
2022.11.30 19:08
-
[동양일보]10·29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사고 당일 이태원은 핼로윈 축제를 즐기려는 13만의 인파가 몰렸고 해밀톤 호텔을 지나가는 골목길은 당시 사람이 걷기 힘들 정도의 밀집도를 보였다.결론적으로 말하면 이번 압사 사고의 원인은 많은 인파가 몰렸음에도 좁은 골목은 통제되지 않았고 높은 군중밀집도가 더해져 참사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좁은 장소에 많은 인원이 모이게 되면 군중밀집도가 높아지는데 통상 6명/㎡이 넘어가면서 위험이 발생하기 시작하며, 10명/㎡가 되면 압사 등 인파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압사
풍향계
동양일보
2022.11.29 17:56
-
[동양일보]얼마 전, “청주를 담는 연극”이라는 특강을 진행하며, 청주라는 도시의 특색을 살린 문화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많은 선생님들을 모시고 했었다. 그 수업에 참여하신 선생님들 중에는 청주 토박이도 계셨고, 이제 청주로 갓 오신 1년 차 선생님, 또 울산에서 지내시다가 취업 때문에 청주로 오셔서 지금까지 40년 이상을 살아오신 선생님, 청주에서 남편분을 만나 가정을 이루신 선생님 등 청주와의 인연을 맺으신 선생님들과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그 수업에서 우리는 “지금 여기있는 우리가 하나의 역사이고, 이 역사가 하나의
풍향계
동양일보
2022.11.28 18:10
-
[동양일보] 동생과 나는 고무총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새를 잡기 위해서다. 형인 내가 11살이니 두 살 아래인 동생과 생전 처음 만들어 보는 고무총은 그 만들기가 대단히 어려웠다. 돌을 바쳐 끼는 재료가 가죽이니 그것을 구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혁대는 가죽으로 되어 있고 앞부분이 구멍이 나 있어서 그것을 이용하면 쉬웠으나 형의 것이 아니면 구하기가 어려워서 자전거포를 생각하고 있었으나 동생이, “안0동 형의 혁대를 저녁에 자러 올 때 슬적하믄 어때?” 하고 나를 쳐다본다. “나도 그걸 생각하고 있었으나 그러면 안0동 형
풍향계
동양일보
2022.11.27 18:37
-
[동양일보]먼 조상 적부터 떠나고 머문 기억이 유전으로 남아 떠나는 것들에 마음이 닿는지. 떠도는 이는 머물기를 바라고 머무는 이는 유랑을 꿈꾼다고도 해가면서. 계절이 바뀌는 동안 아침은 안개 공화국이다. 가까운 것들만 눈앞에 보일 뿐 주변은 모호해진다. 길 가 나무들은 형광빛을 내뿜으며 물기에 젖어있어도 일체 풍경이 추측 속에만 존재하는 증강현실. 어찌됐건 시간은 흐르고 햇살이 물기를 거두면 세상은 또 반짝 빛나기 시작할테니 하나님 숨결같은 안개는 선잠 속 뒤척임처럼 그러려니 두어 둘 일이려니 싶기도 하다. 안개는 김승옥의 단편소
풍향계
동양일보
2022.11.24 19:52
-
[동양일보]많은 연구자는 지용이 태어나서 자란 곳은 한가한 농가 마을이었다고 서술하고 있다. 어린 누이와 아내가 이삭을 주워야 할 만큼 빈궁한 농촌 마을이었지만 마을을 둘러싼 산수가 지용에게 아름다움을 움트게 하고 문학에 대한 꿈을 가꾸어 주었다는 식이었다.일테면 도시의 각박한 세정과 대비시켜 소박한 인정 속에서 서로 얽혀 사는 촌민의 아들로 자연의 신비와 전설을 체험하며 성장한 것으로 기록한다. 이건 오류다. 반은 맞고 반은 맞지 않는다. 무엇인가 알아차릴 수 없었으면 내버려 두는 것이 훨씬 옳았을 것이다.당시 충북 남부지방의 경
풍향계
동양일보
2022.11.23 1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