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내게로 오시려거든더디게더디게 오세요 푸른 잎그 길을 따라바람소리 먼저 보내시고더디게 오세요 바람 한방울소리 한움큼손 끝자락에 흘려 보내시고더디게 오세요 오직한 사람만 생각 하면서더디게
목뼈에 걸린 멍에외발로 버티다가 신작로 길을 따라 뒤돌아보며 떠난 토농 토담집 빈 뜨락마다 달맞이꽃 숨어 핀다 두레굿 땀에 젖은 이웃들을 기다리며고샅길 담장 위에 불 밝히던 호박꽃도응접실 화폭에 갇혀 밭은 숨을 몰아쉬고... 휘몰이 눈발 속에 언 땅을 딛고 서서 곰삭은 척추뼈를 곧추세운 허수아비 귀 울음꽹과리소리에묵정밭을 일군다.
사립 문 앞광목 치마눈물로 얼룩집니다 골무에 피가 묻어나도록바느질만 한 당신 장독에 소복이 쌓였던 눈다 녹아 없어지고 매화꽃 만발 하여도오지 않는 당신을 기다립니다 어머니의하얀 품속 이순이 지나도 그립습니다
툭하면 떨어진 단추 하느를 내미는 남편살면서 어디 떨어진 것이 단추 뿐이랴어줍지 않은 일들로 떨어지는 마음들은또 얼마나 많은가실로 꿰어 다독이며 살고 있지만다시 툭하고 떨어지는단추 같은 마음들...단추를 내미는 남편의 얼굴에단추만한 구멍이 뚫렸다
다 하지 못한 말웃음으로 대신합니다 점점 멀어지는 뒷모습허리가 휘도록 올려다봅니다 허공 속을 더듬다가슴 속을 태우다툭툭 차마 다물지 못한 입아직도 주홍빛입니다 휘어진 허리만 매달립니다
다른 곳을 보고 다른 생각을 했는데도함께 있으면 서로에게 물이 든다 핏줄이 다르고그리운 곳, 그리운 사람이 다른데도서로가 붓 한 자루씩 들고서로에게 같은 색칠을 한 듯함께 있으면 같은 색깔이다 사랑이란남자와 여자가노인과 아이가 부둥켜안고서로를 물들이는 일 낮과 밤이 확연 다른데도서로에게 이어져야 하루가 완성되듯함께 있어야서로에게 물이 든다
노파짓이 분명하다연분홍과 흰 접시꽃들뿌리채 사라졌다수년 째 막내딸이 수태하지 못한다고눈물 찍던 그녀내 꽃들 우르르 그 집으로 달려가태반의 접시 돌리고 있는가 햇살을 뿌리깊이 받아내백지에 붉은 점 하나 찍어 올리는가손바닥 발바닥에 꽃불 놓아세상에 없는 꽃 하나 만드는가수많은 꽃잎들 접고 접어한 송이 붉은 꽃 태어나는가바람의 치어들 살 속에 박혀여자를 지우고 어미로 목숨 걸어놓고발길질 해대는가해의 숨결 하나 빌려팽팽한 이름 불러내는가 허공에 먼저 피어바글거리는 태반의 접시꽃,꽃 내일의 빛 껴입고아가들이 뛰어 오를 것이다발밑에 어둠을 꾹
내 손금은 많이 어지럽다잔금이 많으면 고생한다는어머니 말씀에냇가에 앉아 한동안 돌멩이로 문지른 적이 있다지워도 지워지지 않던잔금은 살아갈수록 무성했다 비가 오면 그냥 비가 되고바람 불면 그냥 바람 되고햇살은 그냥 햇살로손잡고 여기까지 복이란 것도 달아났다가슬슬 눈치 보면서 다가서는손금 같은 세상이내게로 이르는 길을 내주고 이제는손금도 줄어들 시간손바닥 들여다보면지난 세월 그리워몸살 앓는다
종일 풀었던 생각들 다시 감으며차마 닿을 수 없는 곳으로 더는 날지 않으리 본래 내 것이 아니었으나섞이고 싶어 그러기로 했었지 엉킨 생각들 쫓아 잠도 꼬인 날다시 자리에 눕는 아침 안으로 잠긴 창을 누가 열 수 있을까
실핏줄까지 탱탱해진 만삭의 숲호수에 주저앉아 반신을 식히고울먹이며 지나는 바람의 물결을고요히 내려다 본다 항아리 안에 담겨진 하얀 슬픔짧은 세월 속 내 사랑은 잠 들어재가 된 가슴까지 보여 달라고뱃전도 일렁대며 투정 부린다 폭우에도 사라지지 않는 아픔들뒤늦은 용서에 눈물짓는 마음들가득 싣고 어디로 가려는지비는 오는데..... 만월을 기다리던고개 떨군 꽃 한 송이마지막 길을 배웅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국정교과서‘바둑이와 철수’수많은 어린이 꿈을 심어준 책나의 눈길이 자꾸만 머무네요 바둑이와 철수의다정다감한 이야기에어린이들의 부풀은 새 희망넘쳐나는 새 꿈 새록새록 1948년 10월 5일우리나라 문자교육 틀 만든‘바둑이와 철수’가 태어난 날교과서의 날로 기리고 있어요 ‘바둑이와 철수’가 태어난 날새꿈 심어주는 교과서의 날해마다 맞이하는 내 생일처럼내마음속 깊이 새겨 놓을 거야
진돗개 테마공원에 가면날마다 진돗개 재롱 잔치세계 으뜸 이름난 개머리 좋고 말 잘 듣는 개 줄넘기도 사람과 함께앞발 들고 빙빙 춤추고장애물 펄쩍펄쩍알아듣고 그대로 척척 두 마리 나와 100미터 달리기청군 백군 누가 이기나 응원더위에도 주인 말 잘도 따른다.휴전선도 독도도 잘 지킬거야
너른 논에 물 고이면 소금쟁이가 젤 먼저 달려와-여긴 내 땅이야제 땅만큼 뱅뱅돌고 우렁이도 느릿느릿-이쪽은 오지 마세요줄금 그어 놓는다 백로도 날아와 말뚝처럼 서서-이만큼은 가져야지오래 들여다 본다 앞산도 큰 몸으로-비켜라, 비켜들어와 버틴다 벼가 꼿꼿히허리를 펴기전까지는
누가 날 좀 때려줬으면 좋겠네잠자는 나를 번쩍 깨워울려줬으면 좋겠네종가에 오래 얻드려 침묵하고 있는 사이눈도 귀도 막히고입도 닫혀버렸네기왕이면 매를 드는 이가경전을 펼치던 손이면 더욱 좋겠네당목으로 냅다 허리를 지르면우렁우렁 큰 소리로 한번 울어보겠네산 넘고 물 건너 들판을 내달리며나무도 흔들고 꽃도 적시며서럽게 서럽게 울어보겠네
파란 대문이 흔들려요 쿨럭 대는 대문을 붙잡고 싶어요 기침소리가 굴러다니며 앵두나무를 흔들어요 막 피기 시작한 앵두꽃잎 몇 떨어져요 앵두나무는 꽃을 피워대는데 대문은 열리지 않고 기침소리만 소문에 소문을 더해 골목을 굴러 다녀요쿨럭쿨럭 골목마다 꽃만 피우다 꽃만 피우다 열매가 맺힌 것도 몰랐어요 툭툭 떨어지는 것도 몰랐어요 꽃잎만 보였어요 떨어지던 꽃잎만
높새인가 했는데갈대는북으로 몸이 기울고. 세게 부나 했더니어느새새초롬이 돌아 앉아 있구나. 그냥 부는 바람인가.혼자서도 짠한정이트는 기미인가.
기억 하나요내가 당신에게 마지막으로넥타이를 매어주던 그날 막내 장가 가던 날눈이 참 많이 내렸지요큰딸이 사다준 중절모를 쓰고씩 웃으며 나 어떠냐는 표정을 지었지요 당신이 떠나던 날도 눈이 펑펑 내렸지요당신은 눈물을 흘리며 내 손을 꼭 잡았지요내 걱정 마시고 편히 가라고얼굴을 당신 가슴에 묻고 울고 있을때당신 따뜻한 손이 내 등을 두드리는 걸 느꼈지요석양은 저만치 앞장서 가는데당신은 어찌 혼자 가시려고요 난 당신을 찾아 왔는데새 한 마리 슬피 울고 있네요눈은 바람에 휘날리고 있는데내 마음은잿빛 하늘만 바라고 있습니다
땅 속에 하늘이 있다올 한해 풍년 농사 네 마음에 달렸거늘하늘 향해 빌던 두 손 허공이었구나햇살 목에 걸려 땅 내음도 모른 채가뭄에 입술 말라구슬땀 송송 여물 때까지가뭄에 지친 세월 자식에 기대서서밟고 지난 발자국마다강물 넘쳐 푸른 들판 꿈이여라땅 일구던 손마디 피멍 붉어강줄기 말라도 땅이 희망이라고망종 지난 장마 비 허망하기 그지없고천수답 다섯마지기에 목매여 사시던 당신갈라진 논바닥 사이로 흐르는 한숨소리강물이여라
안보고 안 들을래돌 하나 집어마음에 들여 놓는데계단에 내 놓은 문주란 꽃대가 활짝 웃으며저는 볼 거 다 보고다 들어도제 몫의 삶, 행복을 다 누린다고사람들 세상은 뭐가 그리 복잡하냐고고개 흔들며지나가는 바람에게 웃어보이네나를 보면서도 웃어보이네
또박또박 단정한초록 고무신발걸음 소리 매끄러운 항아리우리들의 둥근 언덕에푸른 길 내며 걸어온다 먼 시간 속에서어머니, 장독대 품으로 쏟아지던해밝은 꽃별 가슴에 달고긴 치맛자락 살며시 들어맵시 있게 부여잡고 바람이 방그르르 도는물가, 돌멩이 쉼터에서더운 발 적시고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