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양일보]얼마 전 한 지도자의 연설문이 국제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블로디미르 젤린스키가 러시아를 향해 결연한 의지를 밝혔다. 요지는 간단명료하다. ‘러시아, 우리를 무력으로 지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가스와 물, 식량 따위로 우리를 위협하지만, 끝까지 극복해 낼 것이다. 역사는 반드시 모든 것을 되돌려 놓을 것이다. 너 없이도(WITH OUT you!)’ 영국의 유명 일간지 더 타임스는 ‘이 시대의 게티즈버그 연설’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수십 년간 읽힐 명문’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말 그대로 명문이라서
풍향계
동양일보
2022.09.21 19:48
-
[동양일보] “우 to the 영 to the 우,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입니다.” 지난 달 종방을 한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입니다’에서 주인공 우영우 변호사가 하던 독특한 인사법이다. 우영우는 편부슬하에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아이로 성장하는데 어렸을 때부터 유독 법조문과 판례를 외우는 일에 탁월한 능력을 보인다. 결국 그는 서울대 로스쿨을 수석 졸업하고 뛰어난 성적으로 변호사가 되어 대형 로펌에 취직하게 된다. 장애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극복하고 변호사로서 사회 현실과 부딪치며 회의하는 과
풍향계
동양일보
2022.09.20 19:06
-
[동양일보] 추석이 지났다. 추석과 함께, 추석 명절의 가부장적 풍습이 변화되어야 한다는 이러저러한 주장들도 한 바탕 펼쳐지고 지나갔다. 명절 지내기의 변화를 주장하는 의견을 앞장서서 내온 편이지만, 오랜 만에 얼굴 보며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즐거움이 명절이면 매년 같은 고생을 감수하게 한다는 걸 모르지는 않는다. 가족 간 대화의 즐거움은 관계의 시간이 쌓일수록 더 커지는 듯하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이런 대면과 대화로 인해 종종 관계가 더 멀어지기도 한다. 다시는 안 본다는 폭언이 쏟아지기도 한다. 가족마다 나름의 드라마가 있기
풍향계
동양일보
2022.09.19 21:09
-
[동양일보]전통 농업국가였던 대한민국을 중화학 선진공업국으로 탈바꿈시킨 주역은, 핏줄과 땀으로 고된 산업현장을 지켜 조국 근대화의 길을 열었던 기능공들이다.한국전쟁이후 건설, 기계, 전자, 섬유 등 각급 일터를 지켰던 공업입국의 기수들, 곧 50-60대 베이비부머 산업역군들 은퇴가 이어지고 있다.미국 원조경제기를 지나 보릿고개 빈궁기를 겪어야 했던 만큼, 국가는 산업화를 위한 달러를 벌어야 했고 개인들은 하루 하루 품삯으로 생계를 챙겨야 했다.학교를 서둘러 졸업하고 3-4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 경제에 일조해야 했던 당시 어린 학생들
풍향계
동양일보
2022.09.18 18:32
-
[동양일보]세계 3대 아트페어인 프리즈 아트페어가 지난 9월 2일부터 5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와 함께 개최되었다. 글로벌 아트페어가 한국에서 열린 첫 번째 사건이다. 프리즈의 경우 홍콩이나 싱가포르를 제친 선택이라는 점에서 향후 우리나라가 아시아 미술 허브로 우뚝 설 전망이다. 실제로 프리즈와 키아프를 동시에 볼 수 있는 티켓은 고가에도 불구하고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고 전시장은 관람객들로 장사진을 이루었다. 정확한 판매 금액이 공지되진 않았지만 관람객 7만 명 이상이 다녀갔고 키아프 판매액 700억 원,
풍향계
동양일보
2022.09.15 18:59
-
[동양일보]거리두기가 해제된 첫 명절에 친지들과 담소도 나누고 덕담도 주고받는다. 어떤 이유에선지 근래 자취조차 감춰 만나지 못하는 사람들의 안부를 슬쩍 묻는다. 어렴풋이 알고 있지만 알지 못한 듯.. 한때는 사업가, 성실한 회사원, 가정주부, 학생, 취업준비생이었던 사람들이 코로나 위기로 사업 실패, 질병으로 인한 엄청난 의료비, 이혼, 학자금대출, 지인의 보증, 사기, 보이스피싱 등 예기치 못한 이유로 빚을 지게 되어 본인의 자리를 잃어버리고 어느 순간 투명인간이 된 우리의 이웃들이다. 우리는 남의 돈을 빌렸으면 당연히 갚아야
풍향계
동양일보
2022.09.13 18:12
-
[동양일보]최근 각 언론에 보도된 뜨거운 단어가 있다. ‘심심’이다. 한 웹툰 작가가 사인회 개최를 준비하면서 예약 과정에 시스템 오류가 발생했던 모양이다. 작가는 공지 글로 “예약 과정 중 불편을 끼쳐 드린 점 다시 한 번 심심한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올렸다. 누구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평이한 문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뜻밖의 반응이 있었다. 이 사과를 받고 나는 하나도 안 심심하다, 심심해서 사과를 올렸냐 등, 이 단어를 이해하지 못해 오해한 반응들이 나왔다. 참 당혹스러운 일이다. 국가까지 나서서 문해력에 대한 대책
풍향계
동양일보
2022.09.12 18:32
-
[동양일보]고유의 명절 추석이다. 선물이 오가고 온 가족이 모여 음식을 먹으며 ‘마음의 풍요’를 느끼는 때이다. 선물을 받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이 있다면 선물을 주는 것이다. 감사와 고마움의 마음을 담아 전하는 것이라면, 그야말로 선물이다. 계산적이지 않다. 그러나 되돌아올 것을 기대한다면, 그것은 선물의 의미를 잃고 호의를 사기 위한 뇌물이 된다. 이 명절에, 받는 사람에게 선물의 의미가 잘 전달되어서 서로 기쁨을 나누길 희망해 본다. 만약 뜻하지 않게 어울리지 않는 선물을 전달했다면 받는 사람의 기분도 선물을 주는 사람의 기대와
풍향계
동양일보
2022.09.07 14:31
-
[동양일보]신화여행축제(구왕회 위원장) 시기에 보은 법주사팔상전탑돌이가 절 안 팔상전에서 연행되었다. 민선 8기 보은군수, 의회 의장, 법주사 관계자들이 함께 참여하였다. 탑돌이는 법주사 대표 무형유산인 동시에 보은의 문화적 랜드마크인 셈이다. 그래서 축제 기간에 중요한 항목으로 시연되었다. 1978년부터 개최하던 축전을 문화관광형 축제로 전환하여 천왕봉 산신제, 영신행차, 신화마당극 송이놀이, 신바람난 남사당패, 비빔밥파티, 동서양 신과 함께의 연극, 법주사팔상전탑돌이 등 프로그램으로 관광객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주었다. 이처럼 문
풍향계
동양일보
2022.09.06 18:23
-
[동양일보]오래전 취리히 공항에서의 일이다. 나는 아프리카 가나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창간특집을 엮고자 한 달여 동안 사진기자와 둘이서 검은 대륙 아프리카를 돌며 알렉스 헤일리의 ‘뿌리의 고향’을 취재하고 귀국하려는데 마침 8월말 휴가가 끝나는 시기라서 비행기의 빈 좌석이 없었다. 아크라 공항에서 스위스까지는 무사히 빠져 나왔는데 그곳에서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의 좌석은 일주일 뒤까지도 만석이었다. 오픈티켓을 예매하고 온 탓에 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할 수 없이 취리히 시내에 숙소를 정하고, 아침부터
풍향계
동양일보
2022.09.05 19:05
-
[동양일보]한 치 앞을 못 보는 것이 사람이다.우리는 단 5분 뒤에 벌어질 상황도 결코 알 수 없다.미래를 예상해 복권에 당첨되거나 금융수익을 누리는 일이 왜 ‘만화’에 거칠까.이유는 인간 예측의 한계 때문이다.독실한 종교인이 용하다는 무속인을 찾아가는 경우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만약 그가 국가적 책임을 지는 사람이라면, 더욱더 누군가의 힘을 빌려서라도 미래의 일을 알아내야만 할지도 모른다.1990년대까지만 해도 ‘몇 날 몇 시에 신자들이 함께 하늘로 승천할 것’이라던 종교가 있었다.그러나 그들의 열렬한 합심 기도는 하늘에 닿지 못
풍향계
동양일보
2022.09.04 20:17
-
[동양일보]비가 지천이다. 하늘은 구름으로 어둡고 땅은 온통 물로 뒤덮였다. 창을 조금 열어둔 실내는 축축하게 습기가 묻어있다. 옷장의 옷들도 이미 눅눅해져 그냥둔다면 낭패스러운 곰팡이가 필 수도 있겠다. 장마철이 지나도 한참이어야 하는데 가을 장맛비까지 오락가락이다. 이상하다.지구촌 전체가 이상기후에 휩싸였다고, 유럽이 가뭄으로 땅이 갈라지고 지진 위험까지 있다고 하고, 옆나라 중국은 그 넓은 땅에 가뭄과 홍수를 동시에 겪는다고도 한다. 어느 나라는 몇천 명이 홍수로 죽었다고 하니 그 가족까지 합치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아깝게 죽
풍향계
동양일보
2022.09.01 19:53
-
[동양일보]현재의 영국국왕인 엘리자베스 2세가 세계최장기간 재임군주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기 위해서는 아직도 1년 하고도 270여일을 더 견디어야 한다. 역사시대에서 기록된 자료들이 보여주는 세계최장재임이란 타이틀은 프랑스의 루이 14세가 아직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계속되는 전쟁과 열악한 시대적 약점을 가진 의료진의 처방들로 인해 턱뼈가 깨트려지고 후두부에 구멍을 낸 채로도 세계역사상 최장재임기간의 주인이 되었다. 그는 너무 오래 왕으로 살았기 때문에, 왕좌에 앉을 수 있는 권한을 그의 아들과 손자로부터 앗아가는 기이한 일들을
풍향계
동양일보
2022.08.31 19:50
-
[동양일보]나는 누가 뭐라 해도 인간의 가치 중에서 최고 가치를 지조와 개결로 보고 있다.다시 말하면 경개(耿介)한 정신과 조대(措大)한 행위로 본다 이런 말이다.그러므로 필자에게 소원이 있다면 저 조선조 명종 때의 청백재상 손순효(孫舜孝)처럼 죽을 때 자식들을 불러 놓고 가슴을 가리키며 “이 애비 가슴속에 더러운 곳이라곤 티끌만큼도 없다. 너희도 그렇게 살아라” 하고 유언하는 게 소원이다.인생에 있어 깨끗한 것보다 더 당당하고 더 떳떳하고 더 아름답고 더 숭고한 게 어디 있겠는가.이럼에도 가련한 인간들은 더러운 수단을 동원해 출세
풍향계
동양일보
2022.08.30 19:30
-
[동양일보]하늘이 푸르고 높아졌다. 올해는 처서가 지난 후, 유난히 빠르게 가을이 인사를 하는 것 같다. 선선해진 바람이 기분좋게 저녁 퇴근 길을 달래주어 기분이 한결 상쾌하다. 가을이 물씬 다가오니, 이곳 저곳에서 많은 축제 소식이 들리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을 개최되었던 많은 축제들이 다시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면서 축제를 기록하는 많은 사진들 속에서 우리 도민들이 신나게 웃고 있는 모습을 보니, 행사를 준비하는 사람으로, 또 행사를 향유하는 관람객의 입장에서도 기분이 무척 좋았다. 지난 주말에
풍향계
동양일보
2022.08.29 19:31
-
지금의 청와대를 이승만 대통령 땐 경무대라 했다. 이경무대가1960년 4.19혁명이 나 이승만 대통령이 이 경무대를 떠날 때까지 12년을 살던 곳이다. 이승만의 경무대 시절 당시 일어났던 가짜 이강석 사건이 떠오른다. 즉. 이승만의 양자인 이강석은 당시 이승만의 자유당시절 제 2인자였던 이기붕의 장남이다. 당시는 경무대의 위세가 대단히 컸을 때였다. 이때 가짜 이강석 사건을 만화가 김성환 씨가 동아일보에 만화를 연재했는데 1958년 1월 23일자 만화에 소위 똥통사건을 그렸다. 내용인즉 이렇다. 앗 저기 온다./귀하신 몸 행차 하시
풍향계
동양일보
2022.08.28 18:55
-
[동양일보]미호천과 무심천이 만나는 까치내를 걷다 보면 들녘 안개에 젖어 있기 좋아하는 오래된 토성 하나를 만날 수 있다. 해자 주변에 사철 다른 이름의 풀꽃을 바라보는 몇 그루의 소나무는 참으로 인상적이다. 그들마저 들녘 안개에 잠기면 태고적 신비가 그곳으로 모여든다. 이곳에 내려앉은 하늘은 변화무쌍한 가운데 저녁노을을 곱게 담는다. 그때가 되면 소나무는 말쑥한 정장차림이 된다. 가족과 함께 이곳에서 주말을 보낸다면 신비한 행복감에 젖어 들고 말 것이다.정북동 토성(井北洞 土城)은 99년 10월 28일 대한민국의 사적 제415호로
풍향계
동양일보
2022.08.24 15:43
-
[동양일보] 인생은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라고 하며, 인간은 생태계 피라미드 중 최고의 상위 포식자이다. 인간이 혼자 살아갈 수 있고, 역사적으로 혼자서 살아온 시대나 사회가 있었을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며,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 BC 384~BC 322)는 인간은 서로간의 관계성을 맺으며 함께 살아야 한다고 하였다. 과거 조선일보에서 인터넷이 가능한 공간속에 사람이 얼마나 오랫동안 생활하고 견디어 낼 수 있는지를 시뮬레이션 한 적이 있다. 지원자 20~ 30여명을 모집 후 인터넷이 가
풍향계
동양일보
2022.08.23 19:52
-
[동양일보]한 TV 프로그램에서 우리가 평소 ’노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하는 선호도 조사(ICT)를 발표한 적이 있다. 청년 그룹 20명과 노인 그룹 20명을 대상으로, 화면 중앙에 노인 관련 사진이나 단어를 차례로 띄우고 무의식적으로 부정, 긍정 어느 쪽에 먼저 반응하는가를 측정한 것이다. 결과는 어땠을까. 실험 후 인터뷰에 응한 청년 그룹은 노인은 무슨 일이든 잘하지 못할 것 같다. 잘 이해를 못 할 것 같다는 부정적 이미지가 많았고, 노인 그룹에서도 무의미하고 허망하다. 무기력하고 외롭다. 쓸모없고 무가치하게 느껴
풍향계
동양일보
2022.08.22 20:18
-
[동양일보] ‘포석’과 ‘벽암’은 한동네인 ‘벽암리(碧岩里)’에서 태어난 숙질(叔姪)이다. 예부터 벽암리엔 큰 돌과 바위들이 즐비했다고 전해진다. 벽암리란 지명은 ‘푸른(이끼) 바위’란 뜻으로 그들의 호(號)도 ‘돌’과 ‘바위’에서 비롯되었다. 조명희의 호인 ‘포석(抱石)’은 ‘돌을 품에 안는다’는 뜻이며 조중흡은 아예 호를 마을의 지명인 벽암(碧岩)으로 지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마을의 지명이 될 정도로 신성시한 큰 바위와 돌들은 지금 없다. 필자는 동네의 상징인 큰 바위가 구한말이나 일제 강점기의 역사적 과도기에 불가항력적인 외
풍향계
동양일보
2022.08.22 15: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