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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처음 브리가다 캠프 참가했을 때 몇 번이나 깜짝 놀랐다. 뚜껑 부분 잘라낸 플라스틱 용기를 우유 담는 그릇으로 쓰고 있었고, 고물상에서 내다버린 거울이 세면장에 걸려 있었다. 거기 비친 얼굴은 피카소 그림과도 같아 보였다. 하지만 전 세계 사람들이 모인 캠프여서 절약 정신을 본받으라는 뜻이라 여겼다. 쿠바에서는 누구나 재활용에 길들여져 있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과일이나 채소 가게는 물건 담을 비닐봉지 한 장 주지 않는다. 쿠바에서 흔해 빠진 설탕을 사려해도 그걸 사려면 그릇이 필요하고, 모카 포트에서 끓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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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득진 작가
2018.04.0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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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쿠바노들 주식에 버금가는 피자는 와플 크기다. 몇몇 고급 호텔을 뺀다면 똑같은 팬으로 구워내는 탓이다. 두께 1㎝쯤 되게 도우를 넣고 케첩에다 피자 조금 흩뿌린 뒤 팬에 올리고, 숯불 담긴 드럼통 위 칸에 넣어 구워내면 인절미와 빈대떡 중간 맛이 난다. 피자가 별 맛 있겠냐고 무시하면 요리사에게 뺨 맞을 지도 모른다. 이름난 가게 앞에는 언제나 손님이 길게 늘어서 있다. 그걸로 봐서 만드는 사람 손에 따라 맛은 제각각인 모양이다. 크기나 생김새는 별다를 게 없지만 값은 천차만별이다. 아바나만 해도 번화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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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득진 작가
2018.03.29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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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천국인 쿠바는 공기질마저 남다르다. 낡은 차만 없다면 바닷가 거닐며 숨 쉬는 거랑 별 차이 없다. 탈 것 중에서도 오토바이가 일으키는 공해는 예사롭지 않다.작은 덩치로 트럭 개조한 버스 까미용보다 매연이나 소음을 더 많이 뿜어낸다. 동선 겹치지 않으려 이리저리 숨지만 사람 가는 곳마다 파고드는 놈을 피하기란 쉽지 않다.골목 어슬렁거리는 순간 어디선가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시커먼 오토바이가 옆에 달린 바구니에 사람을 태운 채 달려든다. 뭐길래 이토록 시끄럽나 살피니 소련에서 독일 BMW R75를 카피해 만들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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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22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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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로 17시간 반 걸려 도착한 동쪽 끝 도시. 여러 나라서 널리 쓰는 지명이기도 한 산티아고는 매스컴에 단골로 등장해서 귀에 익숙하다.예약한 까사에 택시로 도착한 게 새벽 네 시. 몇 시간 머물면서 하루치 숙박비 줘야 한다는 게 억울한데, 꿈나라 헤맬 시간까지 고함 질러대는 주민들이나 배기통 떼버린 듯 굉음 울려대는 낡은 차들이 원망스럽다. 버스에 오래 시달려 시래기 된 몸이지만 애를 쓸수록 잠은 멀리 달아난다. 긴 여행에 배가 홀쭉해진 것도 잠 쫓는 걸 거든다. 비상식량 꺼내 먹으려다가 식사 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 속 더부룩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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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5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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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마피아가 자국 여행객 끌어들이려 1930년 문을 연 나시오날 호텔. 펼쳐진 바다와 딸린 정원이 투숙객 마음을 설레게 해서 이름났다.술 마시는 게 불법이었던 미국과 달리 싼 럼주가 넘쳐나는 쿠바는 천국이나 다름없었다. 대왕야자 두 그루가 아직도 키 겨루는 정원, 오래된 나무 잘려나간 둥치 위에 팻말이 붙어 있다. 카리브 해를 품은 별 다섯 개짜리 호텔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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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08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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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는 빅톨 위고 동상 앞, 관객은 시간과 돈을 주체 못하는 헤밍웨이 팬이다. 별 다섯 개 호텔 못잖은 유람선이 부려놓은 관광객은 가이드 깃발 따라 퍼포먼스 무대를 찾아든다. 미국에서 아바나까지 직항 노선은 관객 모자랄까봐 생겼다 보는 게 옳다.‘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집필한 곳에서 더 편하게 지낼 영감 얻어가는 건 덤이다. 객실 잠깐 들여다보는데 5달러, 그 외에도 돈 버는 수단은 셀 수 없을 만치 많다. 굳이 퍼포먼스가 아니라도 사진 모델이나 라이브 공연을 펼쳐 관객들 주머니를 턴다. 질 낮은 시가를 길에 내놓고 판다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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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0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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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터미널 어슬렁거리면 합승택시 호객꾼이 금세 달려든다. 그게 귀찮다면 한두 시간 마다 떠나는 비아술 버스도 있다. 때 묻지 않은 자연 품에 안겨보겠다고 까사 손님 말을 믿고 합승택시를 탔다. 나 홀로 여행자에겐 비냘레스 만 한 곳이 없다지만 사기꾼에게 주머니 털릴 까봐 전전긍긍한다.40쿡으로 계약한 택시 요금에서 1쿡 더 낸 뜨리니다드 호객꾼의 애교어린 사기를 당한 뒤다. 5쿡 받아야 할 보증금을 6쿡 받아간 활달한 성격의 호벤, 젊은 청년 웃음 값이 1쿡인 셈이다. 택시에서 내리고부터 속지 않으려 눈 부라려도 호객꾼 한 명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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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득진 작가
2018.02.22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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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정부가 주관하는 브리가다 캠프는 패키지 관광이라 보는 게 옳다. 값싼 대신 손수 캠프장 청소며 페인트칠을 해야 한다. 거기다가 농사일도 버젓이 일정에 잡혀 있다. 오십 년 된 트랙터가 식사 끝낸 대원들을 실어 농장에 부려 놓는다. 입 무거운 관리인 손짓 따라 잡초 뽑거나 채소 수확에 내몰리는 데다 씨 뿌리기 좋으라고 밭 일구는 일도 대원들 몫이다. 허드렛일에 지나지 않지만 일정표에는 그럴싸한 이름으로 바뀌어 있다. 말이 체험이지 닷새를 그렇게 흘려보내면 진이 빠진다. 가이드 따라 쇼핑센터 끌려 다니듯 짜증이 날 무렵 유기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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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득진 작가
2018.02.08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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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다녀왔던 캠프, 장기 자랑 시간에 그들 춤과 노래를 멀뚱히 지켜봐야 하는 건 민망스런 일이었다. 어둑한 분위기가 늘 마음에 걸려 분위기 밝게 할 이벤트를 찾아내야겠단 생각에 이르렀고, 풍등을 가져가기로 맘먹으니 가뿐해졌다. 인터넷을 뒤졌더니 그건 점화장치가 달려 폭발물에 가까웠다. 별 탈 없이 검색대 통과할 수 있을까, 사회주의 국가에서 점화 장치 달린 걸 통과시켜 줄까, 걱정이 꼬리를 물었다. 모험할 수밖에 없다며 여덟 개를 주문했고, 배달의 겨레답게 이틀 만에 택배로 왔다. 네 개를 골라 넣었지만 철사 뼈대에다 습자지 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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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득진 작가
2018.02.0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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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줄근한 쿠바노 둘과 빨간 원피스 차림 쿠바나가 얘길 나누고 있다. 얼굴색 다르지만 구김살 없는 건 같다. 고개 돌려 바라본 성당 정문, 갑옷 차림 남자가 고개 숙인 채 한쪽 구석에서 있다. 누굴까 싶어 조심스레 다가가 살펴본다. 손은 보이지 않고 음각 글씨 새긴 책 한 권만 허공에 붕 떠 있다. 표정 읽으려고 음영 속을 더듬는 순간, 얼굴 대신 검은 공간이 시선을 훅 빨아들인다. 블랙홀 무섭다는 걸 알고 몸을 뻗대며 주춤 뒤로 물러선다. 거기엔 사람 빠져 나간 청동 갑옷만 덩그러니 놓여 있고, 스테디셀러인 레 미제라블 글씨만 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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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득진 작가
2018.01.25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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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데이 퍼레이드는 브리가다 캠프의 가장 큰 이벤트다. 권력이 되었던 피델 카스트로며 신화로 남은 체 게바라를 지지하는 군중들 열기는 뜨거웠다. 정오의 햇살마저 백오십 만 명이 거쳐 간 혁명 광장 데우는 노동에 뛰어들었다.들뜬 기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채 일본인들과 후끈한 공간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왕복 10차선 도로에는 쓰레기라곤 눈에 띄지 않았다. 그렇게 많은 퍼레이드 행렬이 지나간 자리가 맞나 싶다. 모르긴 해도 호세 마르티 근엄한 동상 덕분 아닐까 생각할 때, 저만치서 트럭 몇 대가 작업복 입은 남자들을 싣고 달려왔다. 빗자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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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득진 작가
2018.01.18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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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잘 까먹는단 말에 ‘후아 유?’ 라고 기억하라던 그녀. 먹는 거, 씻는 거, 잠자리까지 불편한 캠프에 딸과 함께 참가했다. 이스라엘과의 다툼을 이겨내려고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팔레스타인 출신은 마흔 명 가량이었다. 브리가다 캠프, 연대의 힘을 빌리려는 그들은 하나같이 띠 모양 국기를 들고 같은 무늬 팔찌까지 찼다. 나라의 표상을 펼쳐 보이는 그들 눈빛이 예사롭지 않은데, 지지해 달라고 보는 사람마다 머릴 조아리는 모습에서 비장함이 드러나기도 했다.허름한 차림으로 딸과 함께 자갈밭에 들어선 후아야는 영판 시골 아낙이었다.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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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득진 작가
2018.01.11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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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가다 캠프 컨퍼런스 룸, 낯선 화풍의 팝업창이 열린다. 룸 절반을 의자로 칸 지르고, 가운데엔 2미터 길이의 테이프를 걸쳐두었다. 하나 둘 모여드는 대원들 틈으로 훤칠한 키에다 준수하기까지 한 육십 대 남자가 들어선다.그때 귀를 쫑긋하게 하는 낭랑한 사회자 목소리가 막 도착한 남자를 소개하고, 아내로 보이는 여자의 온화한 미소가 따라붙는다. 일본인끼리 그걸 지켜보다가 힐끔 내 눈치를 살핀다. 그 중 친해서 옆에 앉은 마끼꼬가 고개 돌려 그들 얘기를 귓속말로 전해준다.저 사람은 1998년 플로리다에서 간첩 활동을 했다는 혐의로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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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득진 작가
2018.01.04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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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 차별에 반대하면서도 아프리카인을 보면 대략난감이다. 그들과 맞닥뜨리기만 해도 표정이 굳어지면서 몸이 움츠러든다. 내가 머무는 도미토리에도 그들을 섞어 둔 탓에 늘 조심스럽지만 긴장이 풀어져 탈날까봐 나름 배려한 거라 이해한다. 소수의 참가자가 섞이다보니 뜻하지 않게 그물에 걸려든 잡어 취급을 받는 느낌이다. 아프리카, 터키, 일본에다 작은 나라 엘살바도르인이 뒤섞인 버스에 오른다. 움직이는 인종 전시장은 체 게바라와 카스트로 형제가 피땀 흘린 전적지며 혁명 현장을 옮겨 다닌다. 옆자리에 더러 앉는 흑인과 살이 닿기라도 할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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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득진 작가
2017.12.21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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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가운 햇살에 뺏긴 수분 보충에는 열대 과일이 으뜸이다. 그 중 메마른 영혼까지 적셔 주는 건 망고밖에 없다. 쿠바 여행하며 가장 즐겨 마신 음료도 망고주스다. 한국에선 참아내는 버릇을 들였지만 햇살이 정수리를 쫓아다니는 쿠바에선 목마름을 견디다간 탈진하기 쉽고, 갑자기 생긴 갈증 땜에 눈앞이 하얘진 게 한두 번 아니다. 허겁지겁 입에 넣은 사탕은 침이 말라버렸으니 녹이는 것조차 힘들었다. 한국식 갈증 해소법은 쿠바에선 통하지 않는다는 게 증명된 거다.브리가다 캠프 입소 후엔 유기농 채소를 많이 먹었더니 갈증이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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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득진 작가
2017.12.14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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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하게 돌아다니며 맞닥뜨린 낯섦, 그 중 쿠바가 돋보이는 건 역사가 낸 숱한 생채기를 딛고 우뚝 선 탓이다. 어둡고 낯설지만 활기 넘치는 골목을 더듬는 동안, 어릴 적 모습을 재현해 둔 느낌에 구슬과 딱지도 보일 것 같아 휘둘러본다. 그때 다이끼 갈라진 음성이 고막을 두드린다. ‘표정이 어린애 같아요.’ 타인의 시선에 그게 드러났다니 왠지 쑥스럽다. 일주일의 동행 이후 내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다이끼, 일본 청년에게 마음 여는 건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 입 꼬리 살짝 움직이는 게 전부여서 말을 아꼈더니 그가 다떼마에 가면 벗어던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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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득진 작가
2017.12.07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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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 참가자 중 유난히 시선을 끈 콜롬비아 아가씨 마리안나, 그녀랑 얘기 나누던 디에고에게 물으니 열네 살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걸맞지 않게 성숙한 탓에 곁을 스치기에도 조심스러웠고, 이름 대신 나이에 맞춰 까똘쉐라 불렀다. 그 애와 가까워진 건 트랙터를 타고 가서 자갈밭 고른 뒤부터다. 남자는 바윗덩어리를, 여자는 자갈을 골라내 트랙터에 실었다. 돌을 거의 다 주워내고 나니 관리인이 속에 박힌 바위를 캐내라고 지시했다. 일이 맡겨지면 썰렁썰렁 못하는 성격 탓에 나뭇가지를 지렛대 삼아 바위를 캐냈다. 그런 뒤 거들었던 팔레스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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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득진 작가
2017.11.30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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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장과 까삐똘리오 사이, 글씨 희미한 떼아뜨르가 이정표다. 골목 접어들기 바쁘게 요반나 까사 팻말이 발목을 붙들고, 유리창 두드린 순간 몇 만 년 전부터 기다렸다는 듯 철커덕 소리가 여행자를 끌어들인다. 도미토리라면 굳이 주인이 아니어도 문이 알아서 손님을 맞아들인다는 뜻이다. 허리짬 푹 꺼진 침대 3개와 낡은 소파, 원탁에다 의자 몇 개가 가난한 여행자 쉼터다. 쉰 살 요반나가 얼굴 내밀지 않는 건 꾀죄죄한 여행자 배려 차원인 것 같다. 주인이 자리 비운 틈을 얼굴 뽀얀 며느리가 메우고 있다. 그녀 또한 방청소며 빨래며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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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득진 작가
2017.11.23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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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힘 모아 거대 세력 이기자는 브리가다(연대), 컨벤션센터 세미나 열기에 허기졌다. 행사 끝나기 전인데 음식 냄새가 레스토랑으로 잡아끌었다. 거기엔 나보다 더 배고팠던 젊은 커플이 먼저 와서 자릴 차지하고 있었다.얼쩡거리는 나를 본 웨이터 손가락이 정겹게 얘기 나누는 커플 곁을 가리켰다. 의자가 내 엉덩일 당기는 동안 커플 얼굴을 자세히 살폈다. 캠프에 참가한 일행이 맞을 텐데 낯설었다. 힐끗 바라 본 그들은 나 땜에 얘기가 끊겼다는 듯 잽싸게 고개 돌려 대화를 이어갔다. 느릿느릿 다가온 웨이터가 뭘 먹을 거냐고 커플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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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득진 작가
2017.11.09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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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가다 캠프는 눈요기할 게 거의 없다. 그 땜에 본부에서 디에고 비센떼와 파트리샤를 불러들였나보다. 예순 전후 그들 부부 사랑이 여태 식지 않은 걸 몰랐던 걸까. 파트리샤가 보이지 않을 때마다 디에고 눈이 희번덕거린다. 부릅뜬 눈으로 고함치는 소리가 복도를 쩌렁쩌렁 울린다.“파트리샤! 파트리샤!”자기 아내 찾겠다는데 나무랄 사람은 없다. 두리번거리다가 그녀가 나타나면 ‘아모레 미오!’ 라는 멘트를 아무렇지 않게 날린다. 표정까지 싹 바뀐 그가 파트리샤를 부둥켜안는다. 술을 마시지 않았으니 표정은 자못 진지하다. 술 몇 방울이 목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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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득진 작가
2017.11.02 2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