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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함기석푸른 말이 끄는푸른 마차를 타고너에게로 간다해를 싣고달을 싣고눈보라 치는 들을 지나폭풍우 치는 밤을 지나너에게로 간다한 알만 떼어먹어도육체의 모든 고통이 사라지는뽈랑 포도를 싣고한 모금만 마셔도영혼의 모든 상처가 아무는뽈랑 샘물을 싣고너에게로 가고 있으니깊은 밤장미로 변장한 죽음이 몰래창가로 다가와붉은 입술을 내밀어도그 가시투성이 살갗에입 맞추면 안 되오약속해 주오△시집 ‘힐베르트 고양이 제로’ 등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7.08.28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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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저녁때홍해리구진구진궂은 비끄느름한저녁때두런두런모여드는발자국 소리주막집처마 끝에치는 빗소리.△시집 ‘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 등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7.08.27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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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에 대하여조철호1.태초太初에 일던 바람같은 것존재만으로 만족하던네 육신의 시원始源만상萬像의 정좌定座 어느 자리 빌어이름 한 낱 얻어 눈이 트이고표정을 배우고입을 열어속삭임과 뜨거운 입김으로몸 내음 천지에 번져사람마다 취하여 눈을 감노니오, 창조주의 전능함이여2.네 고향을 나는 안다네 주인을 알며속마음 불타오름을 알아어둠 속에서도 볼에 입술 대다가일굴 붉어지노니△시집 ‘유목민의 아침’ 등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7.08.24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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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발치김은숙멀리멀리라는 말오래, 오래라는 말이수북이 쌓여가는그 숲에서 나는한 그루 고요습기 거둔 바람들 아무렇지 않게마음 숭숭 뚫린 잡목의 시간을 통과하고곁에 자라던 몇 포기 갈증도눅눅하거나 묵묵해진 날들 쌓이면그 먼발치에한 잎 잎으로떨어져 누워도 좋겠다한 잎 잎으로여기저기 날리다가그저 묻혀도 좋겠다△시집 ‘부끄럼주의보’ 등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7.08.23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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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염전박윤배손잡아 건져 올리기엔너무 늦었지만당신은 내게 빠졌네나의 바닥은 말라 있었고바람이 지나간 자리여서건기로 쩍쩍 갈라져 있었네밤새 나를 기다리다퉁퉁 마디가 된 그녀가빙빙 도는 달에게서한 동이 물을 얻어왔네밀물 들 때까지아무래도 내 발목당신에게 집힐 것 같네△시집 ‘알약’ 등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7.08.22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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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김성장기이한 인연으로 모여 부벼온 살갗희미한 집념을 안고 뒤채이던 밤을 거두고그리움 불러모아 식탁에 둘러 앉습니다.무사한 식구들, 조금은 불편한 자세로부스스한 이마를 마주대고 수저를 들면되살아나는 삶에의 욕구 허술하지만부족하나마 빈 자리를 채워 둘러 앉은식구들의 아침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이름 모를 평야에서 온 쌀을 익히고내가 키우지 않은 콩나물과 상치가까운 바다에서 건져올린 생선을 구어당신이 차려온 아침은 풍요롭습니다.어둠을 숨기신 채 그려보는 아버지의 하루뜨거운 국물을 후후거리며 있는 그대로식구들의 부족한 체온을 나누어 주는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7.08.21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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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무룩해지는구나 너, 지독한 습지한여름의 아스팔트그 까만 눈동자상수리나무 숲속으로 빨려 들어가는페이지를 넘기면오늘의 강을 건너가는 사람들 집집이 새끼 치는 어둠의 풀벌레여마지막 식탐남아 있는 적막기다려 주시게나내 투명한 속살마저너에게 익숙해질 때까지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7.08.20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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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과 바다가낳은콩과 소금을믿는다항아리 안에서지낼우주의 큰 화합해와 달도그걸알아조신하게 차려 놓은꽃잠을지나갈 뿐.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7.08.17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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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밤잡초 무성한 강둑돌멩이 위에 앉아보자은하가 강물로 내리는 시간이거기 있다사랑하는 이여그리움은흐르는 강물 속에서도오래 머무는 것일거야 북풍 몰아치고부엉이 우는 밤배고픈 고라니 한 마리옹달샘을 들여다본다거기 찬 달 고이 품은냉수 한 사발시린 하늘 속 그리운 이기다리고 있다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7.08.16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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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함 마음 사연 이런 건 감정일 뿐그리움 같은 건 다 쓰잘 데 없다 하네너머에 있는 계곡에겐 그립다 말 것 계곡 깊고 깊으니 집착 버리고 참을 것짐승 울음도 못 들어간 입구서 멈춰야 한다침묵이 구원이라며 별 되어 꾸짖는다 깊은 계곡에게 묻고도 또 묻는혼자서 키운 내용만 남아 절경이 됐다멀리서 그 아름다운 이유만 생각게 한다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7.08.15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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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나무 관절임성구아무도 몰랐다, 푸른 뼈에 바람 드는 걸저 늙은 껍질 속에 불개미 집 한 채가고대의 굽다리접시로 서 있을 줄은 까마득히고요에 팔을 뻗어 숨은 별 찾는 바람들계곡물 회심곡처럼 절기節氣를 돌아 나와옆구리 울음 한 잎으로짓이기다가 짓이기다가폭설로 무너져 내린 아버지 그 말씀자식들 가슴마다 단풍꽃 필 거란 걸몰랐다, 복사뼈에 움트는 웃음 한 잎 출렁임을△시집 ‘앵통하다 봄’ 등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7.08.13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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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찾으러 간다장문석꿀벌 한 마리호박꽃 속에 들어 있다꽃잎을 살그머니 오므린다절체절명!모르는 체 두 손 모아법문을 외고 있다호박꽃을이리저리 휘두르다가이윽한 후 펼쳐보니놀라워라, 그때껏용맹정진죽음마저 달콤한-나, 지금 꽃 찾으러 간다△시집 ‘꽃 찾으러 간다’ 등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7.08.10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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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상, 동백유영삼드디어, 향일암에 도착했을 때동백은 뒤틀린 사자로 좌불한 채 아라한으로 있었고금오산 거북경은 향일암 관음보살과 불경을 등에 업고바다로 향해 나가고 있었다딱딱한 수심을 차고 올라 온 물고기경이 부드러운 아가미로파도경을 붙잡자 바다가 호수처럼 고요했고바람도 일렬종대로 서서 거북경을 인도했다아직 그 붉다던 동백의 눈도 보지 못했는데개건축된다는 대웅전 지붕에 기와도 올리지 못했는데벌써 거북경의 앞다리 지느러미에 조가비들의 집을 짓게 하자몇몇 동백이 붉은 입술을 열어 노란 문장을 내걸고 있었다아직 문장을 완성하지 못한 이와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7.08.09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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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연꽃김은숙팔월 연지蓮池에 가라연잎 그늘 아래맨 마지막 마음까지 목을 내리고구름도 슬며시 등을 기댄다늦은 허기 덤불이 되어버린마음 길섶을 쓰는 사이그렇게 저물고 놓아버리는 것들이뒤척이기도 하고울음이며 통증 같은 것들이따갑게 일어서기도 하는데주름진 이파리는 푸른 경전을 읽어간다팔월 연지에 가라따끔하게 돋아나는 서슬 푸른 목소리하늘마저 물 밑으로 곤두박칠쳐도가시 돋은 꽃자루 제 몸의 어둠 물고 환해지며자줏빛 서원 세운 가시연꽃 부처로 피고귀밑머리 하얗게 묵은 소리를불현듯가시연 오금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시집 ‘손길’ 등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7.08.08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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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여는 시 / 괴델 플라워함기석이명을 앓는 나의 귀다설탕이 검게 녹고 있는 눈동자고 폐가 폐가로 변한휴일의 뒤뜰이다생크림과 빛과 살이 격렬하게 뒤섞인 캔버스형체와 색을 삼켜버린여자의 입이다나는 상수 C, 음일 수도 양일 수도 있는 씨허공에 뿌리내린 추상 식물이다그곳은 영원히 개화 방정식이 진행되는 고통의 땅이어서밤은 밤의 눈동자 속에서 내 주검의 연속체다시간은 입체를 버린 그림꽃은 가설도 증명도 없는 잔혹극 육체날개 잃은 나비 한 쌍이꽃이 앓는 현기증 따라 빙빙 원무를 그리고 있다△시집 ‘오렌지 기하학’ 등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7.08.07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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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천사 꽃무릇홍해리 내 사랑은 용천사로 꽃 구경가고혼자 남아 막걸리나 마시고 있자니 발그림자도 않던 꽃 그림자가해질 임시 언뜻 술잔에 와 그냥 안긴다 오다가 길가에서 깨 터는 향기도 담았는지열 예닐곱 깔깔대는 소리가 빨갛게 비친다 한 평생 가는 길이 좀 외로우면 어떠랴마는절 마당 쓸고 있는 풍경 소리 따라 금싸라기 햇볕이 이리 알알 지천이니잎이 없어도 꽃은 잘 피어 하늘 밝히고 지고 나면 이파리만퍼렇게 겨울을 나는 꽃무릇 구경이나 가고픈가을날 한때. △시집 ‘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 등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7.08.06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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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가을너와 함께무수히 떨어지는 낙엽을 보았거니 이제 홀로신록 앞에 섰다 아름다운 사람아이별이 아니었다면 내 어찌이 푸른 슬픔의 힘을 알았으랴슬픔의 힘으로 피어나는고귀함을 알았으랴 △시집 ‘지상은 향기롭다’ 등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7.08.03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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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녘 골목길에서땟국물이 줄줄 흐르는 목에핏대를 세워숨이 넘어갈 듯수박을 사라고 외친다.하마 다 늦은 해거름에길게 드러누운 그림자를꼭이나 게으른 골목으로 깨워 일으킨 절규!곧 노을이 질지도 모를여름의 한 자락 끝에서짐칸의 수박이 간드랑거린다.웅숭거리는 골목은 모두말이 없고높이 차 위에 서있는 사람 등 뒤로바람 한 줌이 길게휘감아 돈다.“씨들씨들! 쌔들쌔들!”△시집 ‘바람의 결에 바람으로 서서’ 등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7.08.02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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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을 부리지 않는 나무에좋은 열매가 열린다지나치게 화려한 꽃을 피우는 일에연연해하지 않는 나무에실한 열매가 달린다허약한 가지를 오직하늘 쪽으로 세워올리는 일에만매달리지 않고낮은 곳에 있더라도굵게 자라는 법을 일러주는 나무가지 하나하나 튼튼하게 키우는 나무들이때가 되면 알 굵은 과일을 낳는다흙냄새 몸에 잔잔한 향기로 밸 만한 높이에반짝이는 열매를 내어거는 복숭아나무 같은 △시집 ‘부드러운 직선’ 등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7.08.0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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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오래 삭혀온 몸이란 대게 가볍다스물다섯 개 구멍 뚫린 폐기물수거차 올 때까지 밖에 내다 놓으니무슨 덜 태운 미련이 남았다고태워서 이미 가벼워진 몸에게갈가는 사내들 담뱃불 쑤셔 박는다그런 소용 다한 구멍일지라도내다 버린 재 무게가 버겁다는 것을양기 허약한 남자들은 안다는 것이다당신, 한동안 뜨겁게도 살았기 때문그날그날 버리지 못한 내 게으름을 다독여도타버린 구멍 속 고독의 바닥은 참 깊었다그 위 눈 내려 이룬 흰 봉분은날아오르는 새의 날개를 닮았다나른하게 드러누운 살빛 무덤백악기도 쥐라기도 이젠 가벼워서영락없는 활공의 각도다△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7.07.31 16: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