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양일보]우리나라가 온통 대통령 선거 열기에 휩쓸려 있고, 전 세계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큰 충격 속에 빠져있을 때, 미국 유타주에서 올해 101세가 된 한 할아버지가 조용히 눈을 감았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수송기 조종사였던 게일 할보르센이다. 그의 별세 소식은 우크라이나 포화 소식에 묻혀 신문지면의 한켠에 작게 소개되었지만, 아이들이 가장 먼저 희생되는 전쟁의 뉴스 속에서 특별하게 빛나는 이름이었다. 게일 할보르센. 사람들은 그를 ‘초콜릿 아저씨’라고 부르고, 그가 몰던 비행기를 ‘사탕폭격기(Candy Bomber)’
풍향계
동양일보
2022.03.15 17:44
-
[동양일보]엘리트 가운데 의외로 의사 결정에 무르고 우유부단한 사람들이 많다.서로 복잡하고 다양한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기에 인간관계에 신경을 써야 하기에 해야 할 말을 제대로 못 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소신을 펼치지도 못하는 것이다.엘리트의 이중성을 가장 잘 드러낸 사례가 정치인들이다.그들은 ‘낮에는 여야로 나뉘어 싸우지만, 밤에는 한자리에서 술잔을 기울인다’라고 비판을 받는다.또 엘리트 대부분은 몹시 관성적이다.틀을 깨는 일을 잘하지 못한다.자신과 주변 사람들이 습관처럼 반복하는 결정을 내리고 거기에 안주한다.그들은 자신이 정말로
풍향계
동양일보
2022.03.14 17:19
-
[동양일보]우리나라 사람들은 연령대 별로 대학입학을 위한 시험을 다른 이름으로 기억한다. 예비고사로 기억하면 적어도 60대 이상일 것이고 학력고사로 기억하면 40대말에서 50대말이 될 것이다. 지금의 수능은 1994학년도 입시부터 적용되었으니 세대별로 대학입학 시험을 다르게 기억할 수밖에 없다.수학능력 시험은 제5공화국 시절인 1989년 수학능력 시험의 전신인 대입 학력고사와 내신 성적으로 구성된 대입 전형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을 추진함으로서 계획된 것이었다. 당시 개선안에는 기존의 교과목별 지식으로 국한된 학업능력 측정에서 벗어나
풍향계
동양일보
2022.03.13 16:04
-
[동양일보]민주주의는 자유주의의 보조를 받아야 ‘과반수(過半數)’의 독재를 피할 수 있다. 민주주의를 신봉했던 아테네가 독재(獨裁)의 대명사인 스파르타에게 패배한 이유를 플라톤은 민주주의의 정도를 다수의 소수에 대한 비논리의 행사 가능성에서 찾았다. 소수의 자유는 다수의 선택으로 언제나 제한될 수 있다면 그것은 소수의 의견이 옳았을 때 국가를 매우 위험한 상황에 빠트릴 수 있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은 이를 증명한 사건이었다. 민주주의의 위험성은 사실 다수의 결정 자체에 있지 않다. 어떤 사건이나 상황에 의해 다수가 극단적 소수의 결정
풍향계
동양일보
2022.03.10 20:05
-
[동양일보]진달래꽃 눈물겨운 계절이 되면 생각나는 소녀가 있다.찔레꽃 향기 그윽이 들녘에 퍼지면 그리워지는 소녀가 있다.어찌 진달래와 찔레꽃뿐이겠는가.바람에 한들거리는 코스모스며 산자락에 홀로 된 들국화를 봐도 나는 그 소녀가 보고파진다.어찌 또 코스모스와 들국화뿐이랴.호드기와 산딸기, 오디와 풀피리, 으름과 개암, 대추와 알밤, 머루와 다래, 이 모든 것들을 생각할 때마다 나는 그 소녀가 보고파진다. 못 견디게.그 소녀 예원이!내 어린 날의 소꿉동무로서 각시였던 예원!.예원은 얼굴 희고 눈 크고 목이 긴 소녀였다.웃으면 볼 우물이
풍향계
동양일보
2022.03.09 21:11
-
[동양일보]2022년 3월 9일, 20대 대통령선거가 진행되는 날이다. 공휴일인 만큼 쉬고 싶은 마음과 여가를 즐기고 싶은 마음이 크겠지만, 우리 모두 국민의 권리인 참정권을 지키기 위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셨길 바래본다.그리고 여기, 이른 아침부터 분주히 투표를 하고, 각자 자신의 맡은 바 책임을 다하기 위해 자신들의 연습 장소로 가서 열심히 관객들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는 연극인들이 있다. 바로 충북 지역에서 역사가 깊고, 위상이 높으며, 충북 연극인으로서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제40회 충북연극제가 바로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
풍향계
동양일보
2022.03.08 17:23
-
[동양일보] 조무래기들 대여섯이 삼청공원을 갔다 오는 길이다. 팔판동 신익희 관저 앞을 남쪽 오른편으로 조금 지나 골목을 빠져 나오면 삼청공원에서 흘러내려오는 개천이 나오는데 이 개천의 징검다릴 건네면 동부삼청동에 속하는 맹동산의 절벽 아래에 약수터가 있다. 그러나 여기서부터는 화동이다. 이 약수는 동쪽(맹동산) 을 향한 절벽 아래의 바위틈에서 나오는데 그 양이 많아 인근의 동네사람들이 식용으로 또는 밥물로 써도 물이 마르는 날이 없다. 이 약수의 이름이 ‘복조물’ 이다. 그러나 동네사람들이 ‘복줌물’ 이라 불러 우리 같은 조무래기
풍향계
동양일보
2022.03.07 17:46
-
[동양일보]땡전 뉴스라고, “땡땡땡 땡! 전두환대통령은”의 방식으로 온 나라에 대통령이 누구인지 살포되던 시절이 있었다. 그 뉴스는 정당하지 못하게 잡은 권력, 지배욕구의 합리화 과정이었을지. 뉴스 때마다 대통령 근황은 저벅저벅 군홧발로 들어와 밥상을 걷어차듯 평화를 저격해댔다. 자식 다칠까봐 조바심치는 부모는 데모하는 놈들은 내 새끼고 남 새끼고 다 잡아 가둬야 한다는 식으로 정신교육을 담당하고, 자식세대는 뉴스 너머 살포의도를 유추하며 부모의 말에도 홧증에 휩싸였다. 가족은 밥상머리에서 부주의하게 시국에 대한 언급을 해서는 안됐
풍향계
동양일보
2022.03.06 18:20
-
[동양일보]1703년(숙종 29년) 2월 5일(음력) 조선역관사 일행이 배에 올랐다. 청명한 부산의 아침 바다는 봄기운으로 갑판을 오르는 이들의 도포 자락을 부드럽게 휘감겨 주었다. 한천석은 108명의 조선역관을 인솔하고 있었다. 대마도에서 안내를 위해 파견된 4명의 역관도 조선의 아침이 상쾌하게 느껴지는지 얼굴에 홍조를 띠고 있었으나 대마도의 악어 포구에 닿자마자 불어닥친 태풍은 이들의 미소까지 깡그리 삼켜버리고 말았다. 당시 108명의 사절은 은 대마도의 제3대 번주 종의진을 조문하고 신번주인 제5대 종의방의 습봉을 축하하기 위
풍향계
동양일보
2022.03.03 19:40
-
[동양일보]요즘 세상은 개성이 강한 다양성이 강조되는 세상이다. 코로나 19로 인하여 대면보다는 비대면의 사이버세상에서 일상생활을 살아가야 한다. 취업은 보건분야 교육분야는 메타버스를 활용하는 분야가 주를 이룬다. 옛 말에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세상살이를 개성 있게 살며 튀지 말고 어우러진 삶을 살아가라는 의미이다. 어찌 보면 요즘 세상살이와는 역행하는 일 수도 있다. 세상을 살아가려면 순리를 따르며 조화롭게 어우러진 삶을 살아가라는 것이 현명함이다. 즉 지구의 모습처럼 모나지 말고 둥글둥글 어우러지며 살라는
풍향계
동양일보
2022.03.02 16:06
-
[동양일보]3월의 시작이다. 촉촉해진 봄기운이 느껴진다. 봄만큼 오감으로 체감하는 계절도 없다. 겨울을 지나온 황량한 대지 위에 노랑, 연두, 분홍빛이 수채화처럼 펼쳐지고, 여기에 봄의 향기가 더해지면 주문처럼 ‘만물이 소생하는 봄’을 읊게 된다. 봄이 늘 새로운 것은 계절적 변화뿐만 아니라, 생명과 부활이라는 근원적 메시지가 내포돼있기 때문이다.오늘이 교회력으로 사순시기(四旬時期)가 시작되는 ‘재의 수요일’이다. 이마에 재를 바르고, 죽음을 묵상하고, 회심을 통해 다시 살아남의 기쁨을 맛보기 위해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기다. 보이는
풍향계
동양일보
2022.03.01 20:28
-
[동양일보] ‘디아스포라(Diaspora)’는 ‘민족분산’ 혹은 ‘민족이산’을 말한다. 어원은 고대 그리스어인 전치사 dia(over,~를 넘어)+동사 spero(to sow,~씨를 뿌리다)에서 유래되었다. 초기에 이 용어는 침략자가 식민지에 자국민들을 이주시켜 세력을 확장하고 정착시키는 강자의 능동적 개념으로 쓰였으나 후에 자신의 땅에서 강제로 추방당한 유대인들이 자기 민족의 역사와 전통을 지키며 사는 집단 거주지와 공동체를 가리키는 용어로 쓰이기 시작했다. 지배의 논리가 피지배의 생존 논리로 역전된 것이다. 연변 조선족 자치주와
풍향계
동양일보
2022.02.27 16:55
-
[동양일보]성폭력은 남녀의 문제가 아니라 가해자 개인 남성의 문제일 뿐이라는 주장이 들려온다.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본질화 하는 논리에 반대하지만, 성폭력이 성별(젠더)과 무관하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이러한 주장은 남성을 위한 것도 되지 못한다.필자가 일하던 여성의전화에서 1987년에 가정폭력 피해여성을 위한 긴급피난처(쉼터)를 국내 최초로 열었다. 30대의 여성이 어느 날 어린 딸과 함께 그리로 왔다. 사유는 남편에 의한 성폭행. 부부간 성폭력 개념이 없던 시절이었지만 그 사례는 부부 성폭력이라고밖에는 달리 볼 수가 없
풍향계
동양일보
2022.02.24 18:28
-
[동양일보]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각지에서 선양되고 있다. 보훈처 공훈록에서 밝힌 독립유공자는 전체 17만66명으로, 충북 558명, 충남 1571명 등 충청권 2133명에 달한다. 독립에 몸바친 모든 분들이 소중하고, 한 분 한 분 뜻이 길이 남아야할 것이나 자칫 저평가되거나 망각된 분들이 있다면 올바로 찾고 일깨워 격에 맞게 조명될 필요가 있다.자신보다 동지들을 높이고, 말보다 행동으로 실천했던 예관 신규식 선생이 그 중 한 분 아닐까. 무신 이순신을 존경했던 무관 신규식은 당시 활동에 비해 너무도 야박한 푸대접을
풍향계
동양일보
2022.02.23 17:03
-
[동양일보]미술은 이미지를 다룬다. 흥미롭고 재미있는 이미지는 사람들의 마음을 끌고 고가에 판매가 되기도 한다. 미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의미롤 담고 있기는 하지만 수백만 명이 목숨을 이어갈 수 있는 금액으로 거래되는 미술은 어쩌면 백남준 선생이 이야기 한 것처럼 ‘사기’일 수도 있다. 재밌는 예가 하나 있는데 이탈리아 작가 마우리치코 카텔란은 개인전을 하루 남기고 작업을 하나도 하지 않아 전시하기로 한 갤러리 인근의 다른 갤러리에서 작품을 몽땅 훔쳐와 개인전을 열었다. 이 사건은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작품은 판매되었다. 이후 여기저기
풍향계
동양일보
2022.02.22 16:25
-
[동양일보]대부분의 법률은 제1조에서 그 법률의 제정 목적을 규정한 다음 제2조에서 용어의 정의를 규정한다. 용어의 정의는 법률의 적용 대상과 정책적·행정적 제반 사항을 정하는 근거가 된다. 법률의 구성이 이렇게 목적과 함께 용어의 정의로 시작하듯 우리 삶의 구성도 우리가 맞닥뜨리는 것들을 어떻게 정의하느냐로부터 시작한다.삶의 문제들을 하나하나 다 법률적 또는 사전적으로 정의해야 한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매 순간 자신의 일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과 판단으로써 태도를 정하는데, 이 생각과 판단에 저도 모르게 작동
풍향계
동양일보
2022.02.21 19:40
-
[동양일보] 입춘과 경칩 사이 절기인 우수는 겨울철 추위가 풀리고 눈과 얼음이 녹아 빗물이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수가 지났으니 머지않아 봄이 올 것이다. 오늘도 출근길 엘리베이터 안 TV에는 스토킹 관련 공익광고가 방영되고 있다. 나 몰래 내 집 앞에 꽃다발이나 선물을 두고 가는 반복되는 상황에 “도대체 누구야!” 하면서 공포로 머리를 감싸 쥐는 장면이다. 온라인·오프라인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스토킹 범죄는 평범한 일상을 불안과 공포로 떨게 만든다. 스토킹 행위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 또는 동거인, 가
풍향계
동양일보
2022.02.20 19:22
-
[동양일보]최근에 집에서 영화를 한편 보았다. 이라는 영화인데, 우리말로는 ‘위를 보지마라’, 이런 뜻이다. 미국 한 대학에서 천문학을 연구하는 박사과정의 여학생과 지도교수가 혜성을 하나 발견했는데, 이 혜성은 크기가 에베레스트 산만하고, 빠른 속도로 지구를 향해서 날아와 6개월 후에 지구와 충돌할 예정이다. 만약 지구와 충돌하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완전히 멸망시킬 엄청난 혜성이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과학자들은 지구 앞에 놓인 위험을 빨리 나라의 지도자들에게 알려서 혜성을 폭파하든지, 궤도를 수정하게 해서 지구를 보호하려
풍향계
동양일보
2022.02.17 16:00
-
[동양일보]누룩은 부풀리는 힘을 갖고 있다. 이스트나 베이킹파우더와 같은 일종의 발효제로 빵과 술을 만드는 원료로도 사용된다. 누룩이 좋은 것에 들어가서 부풀리면 그만큼 좋은 것으로 부풀려질 것이고, 나쁜 것에 부풀려지면, 나쁜 것이 그만큼 커질 것이다.성경에 ‘바리사이의 누룩과 헤로데의 누룩을 조심하라’는 말이 있다. 바리사이들은 ‘말만 하고 실행하지는 않고, 그들이 하는 일은 모두 남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고, 잔치에 가면 맨 윗자리에 앉으려 하고 회당에서는 제일 높은 자리를 찾으며, 길에 나서면 인사받기를 좋아하고, 사람들이 스
풍향계
동양일보
2022.02.16 16:32
-
[동양일보] '알파세대'를 포함한 청년인구의 유출은 지역의 미래경쟁력 약화를 불러온다는 것은 매우 심각하다. 2년 넘게 이어져온 코로나19 ‘팬데믹’은 현재의 삶에 셀 수 없는 변화를 불러왔다. 무엇보다 마음 편히 사람들을 만나고 거리를 돌아다니기도 어렵기에, 당장 현실세계가 아닌 인터넷 플랫폼 같은 가상의 세계에서라도 자유를 누리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 지점에서 먼저 점진적으로 디지털 전환을 준비해왔던 유통업계가 돌연 속도를 올리며 ‘메타버스(metaverse)’에 주목하는 까닭이다. 메타버스는 가상·초월 등을 뜻하는
풍향계
동양일보
2022.02.15 19: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