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양일보]벌써 아침 저녁으로는 쌀쌀한 느낌도 있고, 이제는 두꺼운 옷을 준비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가을이 다가옴이 느껴지는 시간이다. 가을이 다가오면서 가을에 어울리는 연극을 준비하기 위해 많은 극단들이, 배우들이 다양한 작품으로 관객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고, 연기를 전공하고 있는 학생들도 기말 발표 또는 작품 발표를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하고 있다. 깊어가는 가을에, 연극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작가가 누굴까 생각해보니 단번에 셰익스피어가 떠올랐다. 셰익스피어는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 “국가를 모두 넘겨주는 때에도 셰익스피
풍향계
동양일보
2021.10.11 16:43
-
[동양일보]한숨 자고 오줌이 마려 일어나 더듬더듬 요강을 찾아 불일을 보고 누워 있으려면 전차소리가 아련히 들린다. 아마 시청 앞이나 서울역 부근은 되리라. 광화문쯤이라면 저보단 크게 들릴 것이다. 어린마음에도 애틋하기 그지없다. 저 전차가 가진 특유의 소리 ‘삐익삐익ㅡ’. 9살 난 어린 애의 잠이 금방 들지 않는다. 옛날 더 어렸을 적(5살) 시골에서 서울로 오라올 때 기차소리가 생각난다. ‘칙칙 칙칙폭폭 삐이익-’ 기차가 신탄진의 다리를 건널 때 기차 승강구로 달려가 다리 저어쪽 마을을 멍하나 바라보던 엄마의 모습이 잊히질 않는
풍향계
동양일보
2021.10.06 17:12
-
[동양일보] 낮에 나온 반달같은 손톱의 반달. 유년의 한 조각처럼 손톱이 시작되는 지점, 그 하야말간한 작은 부분을 가끔 은근하게 들여다본다. 선명하게 하얀색이 잘 보이면 잘 자란 사람이 간직한 유년의 착함같은 걸 만날 때처럼 매번 반가운 데가 있다. 좋은 사람이 되려는 열망이 그득했을 시절, 사랑의 순결을 지키려는 품성의 한 자락, 사람에게 예의를 지키는 습관같은 정중함을 보는 일은 늘 감격스럽지 않던가. 내가 그리하지 못하는 탓이겠다.한 때 이웃여인은 식구들 밥해주는 사명을 띠고 태어났노라고 이야기했다. 무슨 굴레를 쓰듯 집안을
풍향계
동양일보
2021.10.05 14:30
-
[동양일보]덕혜옹주는 일본 학습원 유학시절(1925~) “왕손전하 탄생의 노래”, “양 폐하(다이쇼 천황& 황후) 은혼식”이라는 동요를 썼다. 일제의 강제 유학 추진으로 그녀의 삶이 왜곡되기 시작하더니 그의 순수한 문학 정서에 피멍이 들고 말았다. 이 동요가 도쿄 라디오 방송의 전파를 타고 세상으로 흘러나왔을 때, 조선 백성들은 덕혜옹주에게서 조선의 혼을 조금씩 덜어내기 시작하였을 것이다.1919년 3·1 독립운동이 일어나자 일제는 강압 통치에서 한일문화융합이라는 명분으로 정책의 기조를 바꾼다. 이러한 정책을 추진한 자는 1919년
풍향계
동양일보
2021.10.04 16:42
-
[동양일보] 참으로 힘든 세상이다. 코르나 19로 말하는 것도 행동하는 것도 힘들다. 말을 안 하고 산다는 것은 표현하는 마음의 자유를 억누르는 것이다. 나의 생각을 표현하고 누군가와 함께 이야기 한다는 것은 소통이고 치유이다. 이를 통하여 마음의 평정과 행복을 느낀다. 말을 할 수 없다는 것은 고통이고 힘든 삶이다. 더욱이 코르나 19로 인하여 마스크를 사용해야 하는 세상은 세상과의 소통을 단절하는 족쇄이기도 한다. 이렇게 힘든 세상이지만 이겨내야만 내년 아니 후년에라도 집단면역이 형성되어 국민간의 소통이 원활한 세상이 올 것이다
풍향계
동양일보
2021.09.30 15:30
-
[동양일보]자의 반 타의 반으로, 지난 추석 연휴는 ‘집콕’으로 보냈다. 아들네는 결혼 7년 만에 첫 손녀를 출산, 비록 대면은 못 했어도 벅찬 기쁨을 선사해 줬고, 딸네와는 장거리에 기상악화가 겹쳐 무리하지 않기로 합의를 봤다. 아내와도 공적인 나들이 외에는 각자 최대한 자유시간을 갖기로 했다. 허전하고 씁쓸한 기분은 잠시, 여유로운 시간 덕분에 ‘집콕’의 메뉴가 풍성해졌다. 너부러진 책을 정리하며 드문드문 맘에 드는 페이지에 머무는 시간도 좋았고, 간간이 제공되는 주전부리를 즐기며 침대 위에서 노트북을 끼고 뒹굴뒹굴하는 재미도
풍향계
동양일보
2021.09.29 16:02
-
[동양일보]추석이 막 지났다. 추석은 차례를 지내기 위한 날로 축소오해되지만 그 본질은 가족이 한데 모여 좋은 음식을 즐기기 위한 날이다. 그에 앞서 조상들께 차례를 지내는 것이다. 이러한 절차는 조상숭배사상 때문인데, 제사는 삼국시대에도 있던 것으로 그 기원은 유교와 무관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오늘날 의식의 형식은 유교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전쟁과 분단, 산업화 과정에서 가족 상실과 이별의 상처는 한국사회의 가족주의를 강화 또는 온존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역사 속에서 추석 같은 명절은 한국인에게 매우 중요한 가족행
풍향계
동양일보
2021.09.28 19:54
-
[동양일보] 필자는 지난 글(2021. 08.26.)에서 여천 홍범도의 유해가 사후(1943) 78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온 장면을 보고 기쁨과 함께 아직 돌아오지 못한 포석의 유해를 비통한 심정으로 바라본 상념을 피력하며 두 거인의 인연과 발자취를 따라가 봤다. 이번 글은 그 여정의 세 번째 글 중 두 번째에 해당하는 글이다.“그때 선봉은 진실한 의미에서 연해주 조선족의 민족지로 계몽지로 지도자로 되어 있었다. 1920~1930년대 선봉의 절대적인 창시자들로, 지지 후원자들로 이동휘 선생, 홍범도 장군, 최고려 선생, 황운정 선생,
풍향계
동양일보
2021.09.27 18:04
-
[동양일보]코로나19와 공존하면서도, 질병 공포로부터 해방되는 ‘위드 코로나’의 긍정적 기운이 전시축제 등 문화 분야에서 먼저 싹트고 있다.전파력이 훨씬 강해진 코로나 델타변이의 4차 대유행에도 불구하고, 지난 9월14일 개관한 국립공주박물관 무령왕릉 발굴 50주년 특별전시가 예약제 오프라인으로 입장객을 맞고 있는 가운데 추석연휴 및 공휴일을 전후한 사전예약률이 100%를 보이며, 연일 매진의 인기몰이중이다.코로나 특수성이긴 하지만, 국립중앙박물관 소속 13개 지방국립박물관 가운데 예약 입장권이 마감된 사태는 국립공주박물관이 처음이
풍향계
동양일보
2021.09.26 16:13
-
[동양일보]문학평론가이며 철학자인 발터 벤야민 Walter Benjamin (1892-1940)은 에서 예술 작품의 아우라는 작품의 유일무이성에서 기인한다고 했다. 그리고 이 아우라는 기술을 통한 무한 복제를 통해 없앨 수 있다고 보았다. 그리하여 보다 많은 사람/인민이 예술 작품을 접하고 감상할 수 있기에 당시 퍼지기 시작한 영화를 예찬한 바 있다. 역사적으로 봉건 지배계급이 독점하고 있던 이미지를 사진, 영화와 같은 복제 가능한 매체가 대체할 것으로 예상하며 기술 복제 시대의 희망을 이야기했
풍향계
동양일보
2021.09.23 21:37
-
[동양일보]지난 8월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제정안이 가결되었다. 문화예술계의 블랙리스트 사태와 미투 운동을 계기로 법 제정의 필요성을 논의하기 시작한 지 4년 만이다. 지난주 국무회의 의결과 함께 공포된 이 법은 1년 뒤에 시행된다.‘예술인’을 그 명칭에서부터 드러내는 법률은 예술인권리보장법 말고도 2011년 11월 17일 제정된 이 있다. 또 장애예술인을 적용 대상으로 하는 이 지난해 6월 9일 제정되었다.
풍향계
동양일보
2021.09.22 17:11
-
[동양일보]민족의 대명절 한가위가 며칠 남지 않았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하였으나 올 한가위는 그런 말이 무색할 듯하다. 가을 향기 속에서 가족들과 오순도순 지낸 한가위는 먼 추억처럼 아련하기만 하다. 탈레반은 이슬람 규율로 무장하고 1996년 카불에 정권을 세웠다. 2001년 9.11 테러로 미군은 탈레반을 공격했다. 20년만인 2021년 8월 15일 아프가니스탄을 다시 장악한 탈레반은 극히 원리주의적으로 해석된 샤리아(이슬람율법)를 바탕으로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체제를 재건하고 있다. 탈레반은 ‘민주주의는 우리나
풍향계
동양일보
2021.09.16 17:09
-
[동양일보]보루네오 섬 말레이시아 영토인 사바(Saba) 주 끝자락에 가면 보루네오팁(Tip of Borneo)이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작은 마을이 있다. 코타키나발루에서 자동차로 3-4시간을 가야하는 오지인데, 내가 볼 때는 세계 3대 석양이라고 부르는 코타키나발루의 석양보다 더 아름다운 일몰을 가진 마을이다. 교회의 선교사역과 관련해서 이 마을을 여러 차례 방문했다. 처음 방문했을 때 작은 동네를 살펴보니 마을 한켠으로 적도가 지나는 기념비가 세워져 있었다. 즉 적도에 걸쳐 있는 마을이다. 전기불도 제대로 없는 마을은 하늘에 온
풍향계
동양일보
2021.09.15 15:18
-
[동양일보]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이 다가왔다. 기쁨과 평화가 충만한 날이 되어야 하지만 ‘코로나 19’로 인해 ‘비대면 추석’을 권장하고 있다. 온 가족이 모이기 어려운 만큼 직접 벌초를 하는 이도 줄었고 벌초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가 늘었다. 지방자치단체가 추모공원을 폐쇄하고 성묘 등 방문을 제한함으로 온라인 차례상을 차리는 등 비대면 거리두기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어느 지역에는 “아들, 딸, 며느리야! 이번 추석에는 고향에 안 와도 된다.” 는 현수막이 붙기도 했다. 그래도 명절의 의미는 살아 있어야 한다. 명절은
풍향계
동양일보
2021.09.14 14:17
-
[동양일보] 지역 언론이란 서울 이외의 도(道) 권역에서 발행되어 그 지역의 주요 쟁점을 기획 취재, 특별 편집함으로써 그 지역의 활성화를 유도하고 지역주민과 상호교감을 통한 지역주민 간의 응집력과 참여도를 높일 수 있는 매체를 말한다. 읍․면․소도시 등 좁은 지역의 독자를 대상으로 간행되는 것은 향토 언론, 보다 넓은 시(市)․도(道) 단위로 발행되는 것은 지방 또는 지역 언론, 수도권에서 발행되면서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중앙 언론이라고 하겠다. 지역 언론의 종류로는 신문, 방송, 인터넷 등이 그것이다. 지역 언론은 지역 발
풍향계
동양일보
2021.09.13 15:23
-
[동양일보]연극은 정말 규칙적이면서도 정치적인 예술이다.주연과 조연이라는 매우 명확한 역할 분담이 있고, 배우들은 정해진 대사와 연기, 구도 등을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연출자의 머릿속에 없던 ‘애드리브’는 좀처럼 용납되지 않는다.자기 역할을 망각하고 딴짓을 하는 배우는 무대에서 내려가야만 한다.전설적인 작가 셰익스피어는 그런 긴장감과 치열함이 우리의 인생을 닮았다고 해석했다.러닝타임에 제한만 없을 뿐 우리 모두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존재다.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며 남이 기대하는 것과 내가 바라는 것 사이에 접점을
풍향계
동양일보
2021.09.12 14:22
-
[동양일보]“이목구비와 사지오관(四肢五官)의 육체에 남녀가 다름이 있는가.”그러니까 1898년 9월1일의 일이지요. 김소사, 이소사님의 이름으로 세상을 향해 일갈한 것이. 그날 김소사님과 이소사님은 여성단체 찬양회의 주도로 서울 북촌의 여성 300명과 연대해 ‘여학교설시통문(女學校設始通文)’, 즉 ‘여권통문(女權通文)’이라는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인권선언문을 세상에 내놓았지요. 선언문은 구절구절 옳은 말이요, 뼈를 때리는 각성의 말로 120여년 전이 아닌 현재에 들어도 감동이 느껴지는 선언적인 외침입니다.“어찌하여 병신처럼 사나이가
풍향계
동양일보
2021.09.09 19:48
-
[동양일보]지난 9월 3일 교육부에서는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최종 결과를 발표하였다. 2021년 진단은 진단에 참여한 일반대학 161개교와 전문대학 124개교를 포함한 285개교를 대상으로 최근 3년간 핵심적인 교육여건 및 성과에 대해 정성 및 정량적 정성 진단을 실시하였다. 진단 결과 285개교 중 총 233개 대학을 일반재정지원 대학으로 선정하고 52개교를 미 선정하였는데 그 결과에 대한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대학의 존폐가 위협 받는 상황에서 교육부로부터의 일반재정지원 제한은 단지 대학 재정상의
풍향계
동양일보
2021.09.08 15:38
-
[동양일보]붉은 장미를 문장(紋章)으로 하는 랭카스터 가문과 하얀 장미가 문장인 요크가(家)가 보스워스(Bosworth)의 넓은 뜰에서 마지막 전투를 끝냈을 때 랑카스터 연합군의 사령관은 헨리(Henry)였었다. 그는 어머니가 랭카스터가문의 여인이라 장미전쟁에서 붉은 장미를 들었지만 아버지를 통해 얻은 가문은 ‘튜더(Tudor)’였다. 장미전쟁을 그의 승리로 끝냈을 때 영국은 플랜태저넷이나 랭카스터가 아닌 튜더왕조의 성립을 보는 허탈함에 젖게 되었다. 헨리는 자신의 약점을 보충하기 위해 튜더왕조의 ‘헨리 7세’라는 이름을 다는 것만
풍향계
동양일보
2021.09.07 19:23
-
[동양일보]하나의 신약이 개발되기까지 수많은 노력과 실패, 천문학적인 비용과 오랜 개발 기간이 소요된다. 신약개발과정은 우수한 효능의 약물을 발굴하는 것 외에도 약을 처방할 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어떤 질병에 어떤 약을, 얼마의 용량으로, 얼마나 자주, 얼마 동안 투약해야 하는지, 주의사항은 무엇인지에 대한 정보이다.약은 동전의 양면과 같이 “약(薬)과 독(毒)”의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신약 개발의 궁극적인 목표는 약효를 극대화하고 부작용은 최소화하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적합한 환자에게 적정량으로 사용하지 않으면
풍향계
동양일보
2021.09.06 1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