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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탄(BHUTAN)왕국을 향하기 전 나는 조금 혼란스러웠다.이제까지 결코 적지 않은 나라를 여행했지만, 여행을 주선한 청주 푸른여행사에서 보내준 여행준비물 목록 첫 줄에 튜브형고추장,김,오징어채,깻잎,컵라면, 햇반 등을 준비하라는 내용이 눈에 거슬렸다. 여행사로 전화를 했다. 준비물 10가지 중 먹을거리를 제일먼저 제시한 까닭이 있을 것이어서 캐물었더니 채식을 주로 하는 국가여서 만약을 위한 배려란다. 언제나 현지식에 잘 적응하는지라 배려차원이겠거니 하며 짐을 챙겼다.‘용의 나라’라는 뜻을 지닌 부탄, 얼마나 가고 싶었던 곳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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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재
2017.07.20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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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가 쏟아지기 전, 비가 온다는 예보를 듣고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한바탕 비라도 내리면 찝찝한 미세먼지가 씻길 것 같은 기분이었기 때문이다.올해 들어 우암산 능선이 희미하게 보이는 날이 허다하다. 내가 어렸을 때는 연례행사처럼 봄만 되면 중국에서 발생한 황사로 숨쉬기는 물론 일상생활하기가 곤란한 고통 속에 지냈다. 그래도 그때는 그 시기만 넘기면 황사로 인한 불편은 잊고 살았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는 황사에 미세먼지까지 합세해서 견딜 수 없는 대기오염으로 인한 공포 때문에 마음이 불안하다.며칠 전에는 청주중앙박물관에서부터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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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자
2017.07.16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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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했다. ‘평생 잊지 못할 사람’에 대한 원고 청탁을 받고…. 지금까지 70여년 인생길을 걸어오면서 떠오르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닌데…. 꼭 집어 한 사람을 말하기에는 너무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고 살아온 터라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비교적 많은 사람들과 기관을 접촉해야하는 언론인 생활이 그러했고, 인생의 멘토로 삼아 바르고 행복하게 인생길을 걸어가기 위해 가슴에 품었던 사람들. 고맙고 감사해야할 이웃들이 한 둘이 아니다.잘못이야기 하고 글로 남기는 일. 자칫 자기 자랑이 되거나 오점이 더 많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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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해순
2017.07.13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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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라이딩은 근래 나의 삶 속에서 꽤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평일 저녁 무심천을 따라 청남대를 다녀오기도 하고 미호천 쪽으로 가면 합강공원이나 세종시 왕복이 가장 즐겨 타는 코스다. 동호회의 정기 모임이 있는 주말이면 수풀이 예쁜 산이나, 바닷바람 시원한 섬으로 멀리 나가기도 한다. 박으로 갈 경우에는 어김없이 맛난 음식과 막걸리를 나누며 밤이 깊어가는 줄 모르고 대화에 빠져든다. 어떤 경우라도 행복감은 충만하다.단순히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수준을 넘어 자전거를 타는 그 자체가 큰 즐거움이라는 것은 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들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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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철
2017.07.09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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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스승의 날, 남편과 함께 아침신문을 읽다가 눈물을 쏟고 말았다. 동양일보 기획특집 면, 거기 시집 온지 얼마 안 되어 저 세상으로 가신 시아버님을 ‘큰 스승’으로 우러러 기리는 좌담 기사가 장장 두면에 걸쳐 가득 실려 있었다.“나라와 후생 사랑으로 뜨겁되, 초연히 ‘스승의 길’ 걷다”란 제하에 실린 세분 교수님들의 발제논문을 읽다 보니, 처음엔 감동에 젖어 흘리던 눈물이 다 읽고 나서는 훌륭하신 분의 며느리로 살아오며, 그 유지를 제대로 받들지 못 해 왔다는 부끄럼과 송구스러움에 젖은 눈물이 되고 말았다. 그러면서 가슴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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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명희
2017.07.06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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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는 샹젤리제 거리는 유럽풍 한 폭의 그림 같았다. 그림 속 주인공으로 걸어 들어가 사진을 찍고 돌아서며 딸아이가 주머니에 손을 넣는 순간 “엄마, 내 아이폰, 없어졌어”하더니 오던 길을 되돌아 마구 뛰었다. 순간, 방금 전에 사진을 담고 있는 우리 곁을 스쳐 지난 앙케이트 조사를 가장한 짚시 여인이 뇌리를 스쳤다. 딸아이의 직감도 정확했다. 아이는 벌써 도로 위를 마구 건너 뛰어가고 있었다. 이국의 땅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임에 틀림없었다. “돌아와, 그냥 돌아와-” 소리치는 내 앞에 더 놀라운 광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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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자
2017.07.04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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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이루는 창의공동체 충북대학교가 국립대학교 가운데 ‘학생만족도 3년 연속 1위’라는 쾌거를 이뤘던 그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벅차다. 한국생산성본부가 주관하는 국가고객만족도(NCSI) 평가에서 이와 같은 좋은 실적을 거둔 것이다. 이 결과가 우리 충북대학교 재학생들이 직접 참여하는 상향식 평가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에서 더욱 뜻 깊고 감사할 따름이다. 3년 전 처음으로 충북대학교가 학생만족도 1위를 기록하였을 때에 일부 심사위원들이 의아하게 생각했다는 후문을 전해들은 바도 있지만 돌이켜보면 3년 연속 1위라는 대기록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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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표
2017.07.02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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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속 깊은 곳 아직도 남아 있는 스승은 고교 2학년 담임이셨던 김용재 선생님이시다. 선생님은 우리들과 눈높이를 같이하며 함께 대화를 나누셨고 제자들의 마음을 잘 헤아려 주신 멋진 선생님이셨다.나는 그런 김용재 선생님을 몹시 좋아해 선생님이 지도교사로 계시던 청소년적십자에 가입하여 활동하게 되었다. 한 번은 대전 시내 중고등부 청소년적십자 연합동아리 행사로 계룡산 연천봉을 등반하게 되었다. 산행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껏 들뜬 우리는 달리는 버스 안에서 통기타 반주에 맞춰 노래도 부르고 웃고 떠들면서 동학사에 도착하였다.우리 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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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환
2017.06.2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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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두 가지쯤 특별하게 아끼는 대상이 있으리라. 두 권의 시조집을 내고 나름 시조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필자에게도 유난히 애착이 가는 작품 서너 편이 있다. 그 중에서 필자가 살고 있는 생거진천 연곡리 보탑사를 배경으로 한 ‘연서’라는 작품이 있는데 ‘연곡리 백비’라는 부제가 붙여져 있다. 국내 최대의 3층 목탑이 연꽃의 꽃술마냥 고즈넉하게 서 있는 보탑사 외곽에 보물 404호로 지정된 연곡리 백비가 바로 이 시조의 동기다.“연서 연곡리 백비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석비를 세웠으리라 / 구구절절 애틋한 그 말 피멍들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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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교
2017.06.27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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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얼마나 그리운 시였던가. 아, 얼마나 마음 놓고 부르고 외치고 싶던 시였던가. 그리움에 사무치고 보고 또 보던 시편들이었던가.1988년 5월 1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지용제’ㅡ정지용시 잔치판이 벌어지고 그의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자연스레 모여 시를 낭송하고 노래하고 창으로 부르고 춤으로 몸짓으로 맘껏 표현하고 있었다.청계천 헌 책방에서 용케 구한 정지용 시집을 불온서적 보듯 몰래 야금야금 음미하다가 이제는 내놓고 자랑스레 떠벌릴 수도 있는 선포식이 되었다. 문단의 공백기에 묻혀 있던 납월북 작가들이 해금되는 이 날이 해방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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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호
2017.06.25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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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린다. 앞산 날망에도 내리고 뒷산 모롱이에도 내린다. 논밭을 건너면서도 내리고 울타리를 넘으면서도 내린다. 지붕에도 내리고 마당에도 내리고 텃밭에도 내린다.텃밭에 내리는 빗줄기는 등이 굽었다. 어머니처럼 등이 굽었다. 멀리 떠나보지도 못하고 울타리 안에서만 바장이더니 기어코 등이 굽었다. 콜록콜록 등이 굽었다.굽어 내리는 빗줄기는 말릴 틈도 없이 굽어 내린다. 이제는 몇 포기 남지 않은 생(生)의 이랑 위로 하염없이 굽어 내린다. 텃밭에 내리는 빗줄기는 그렁그렁 젖어 있다.젖은 빗줄기가 연화사(蓮花寺)를 오른다. 아슴아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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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석
2017.06.22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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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이 빌딩 창문에 찬란하게 부서져 내리는 4월의 어느 날, 나는 택시를 타고 뉴욕 맨하탄 이스트 세컨드 에비뉴를 따라 미드타운을 지나고 있었다.빽빽한 차량과 군중의 흐름을 의미 없이 응시하면서, 다음 비즈니스 미팅의 성공을 위해 생각을 집중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동안, 택시는 횡단보도 앞에서 멈추고 사람들이 와르르 횡단보도로 쏟아졌다. 보행자 행렬의 뒷부분에, 80이 훨씬 지났을 것 같은 백발의 노부부의 모습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나는 깜짝 놀란 토끼 같이 의자에서 몸을 일으키고 노부부를 바라보았다.아! 놀랍게도 두 분은 두 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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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혜숙
2017.06.20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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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에 함께 살았던 그녀와 나는 틈나는 대로 아파트 뜰에 피어 있는 넝쿨장미를 보며 많은 이야기를 했다. 정치에 발을 디딘 변호사 남편을 걱정하는 그녀는 중소기업을 하고 있는 아랫집 사는 나의 남편을 부러워했었다.IMF 경제위기가 몰아쳤다. 어느 날 나는 아파트에서 쫓겨나게 됐다. 어린아이들 손을 잡고 가장이 되어 이사 가는 나의 뒷모습을 보며 이 세상에 정말 하느님이 계신지, 저렇게 착한 순희가 망하다니 하며 눈물을 펑펑 쏟았다는 소리는 훗날 그녀의 친정어머니에게 들을 수 있었다.바람이 세차게 불던 늦가을, 나는 이제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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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순희
2017.06.18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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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귀비꽃은 내게 고흐로 연결되는 꽃이다. 올해는 눈길 가 닿는 곳마다 양귀비꽃 지천으로 피어있다. 빛깔도 모양도 화려하고 고혹적이다. 십여 년 전 유월 이었다.프랑스 파리 외곽 오베르 쉬르 우아즈(Auvers sur Oise),우아즈 강위에 있는 오베르 마을, 생의 마지막을 그곳에서 불태웠던 고흐를 찾아 기차를 탔었다.차창 밖으로 스쳐가는 이국의 낯선 풍경들을 바라보며 도착한 역사는 한산했다. 역사 벽면 해바라기 그림이 고흐의 마을임을 실감케 했다.몇 마리 백조들 유유히 떠있는 우아즈강, 강물도 고요히 흘러가던 아늑한 시골마을,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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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은경
2017.06.15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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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지난 일을 돌이켜 생각하다’는 뜻이다. 지나간 추억은 너무나 많다. 힘겹게 달리는 시골버스나 이른 새벽 추운 기차역 부근의 국밥집이나 아니면 장마 속을 헤집고 들어간 섬 속에서의 애틋한 사랑이야기이거나 진눈개비를 맞으며 산을 넘고 들을 건너 고향집을 방문한 일들이다.추억은 이렇게 눈에는 보이지 않으나 마음속에서 강하게 흔드는 손짓처럼 우리들 가슴에서 빛난다. 나에게 가장 빛나는 추억은 어느 것일까.눈을 지그시 감아 본다. 한국전쟁의 비극이 끝나고 얼마 후 부친의 전근으로 다니던 대전 선화초등학교에서 서울로 전학을 가게 되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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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희
2017.06.13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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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침에 주방 창문을 열고 연못가에 서 있는 느티나무를 바라보았다. 마당가에 그늘을 만들고 싶어 다른 나무보다 빨리 자란다고해서 심은 나무지만 어찌된 일인지 다른 나무들에 비해 볼품없이 자랐다.나는 느티나무와 눈을 맞추다가 문득 지난해 어느 날 아침에 느티나무를 타고 오르던 나팔꽃을 걷어내던 일을 떠올렸다. 그날 아침에 창문을 열고 보니 느티나무 허리춤에 나팔꽃이 오르고 있었다. 보랏빛 꽃잎이 신비스럽도록 아름다운 나팔꽃은 온몸으로 느티나무 허리를 끌어안고 까치발을 든 채 아침이슬을 훔치고 있는 듯해서 처연하기까지 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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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이
2017.06.11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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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도 더 되었을 것이다. 그 친구에게 연락이 온 것이. 그동안 고향을 오가곤 했을 터인데도 연락을 하지 않던 친구였다. 그런데 무슨 일로 만나자고 한 것일까. 읍내의 작은 카페에서 마주 앉은 우리는 서로의 세월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사람의 현재의 모습은 지나온 자신의 삶의 결과라고 했다. 예전의 작고 귀여웠던 친구는 여전히 나이가 들었음에도 환하게 웃는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다. 참 편안한 모습이다. 나는 친구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까? 우리는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서로를 바라다보았다. 내 속마음을 알기라도 한 듯 친구는 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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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순
2017.06.08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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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다녀온 충남문화원연합회 시·군 문화원장 해외문화탐방지였던 타이완(타이페이)은 여운이 깊은 곳이다.타이완은 타이완해협을 사이에 두고 중국 푸젠성과 마주하고 있는, 우리가 대만이라고 알고 있는 나라로 중국 본토에서 약150Km 떨어져 있다. 1885년 하나의 성으로 독립하였으며, 일본의 최초 식민지로서 우리나라와 같이 1945년 8월 해방을 맞은 나라이다.2시간 30분의 비행시간을 지나 도원국제공항에 도착한 후 제일 먼저 국립 고궁 박물관으로 향했다. 고궁박물관은 현재 약 70만점의 소장품 중 6000여점이 전시되고 있으며,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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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호
2017.06.06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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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중환자실에 몇 개월 누워 지낼 때는 동네 골목길이라도 한 바퀴 돌아봤으면 하고 화려한 외출을 꿈꾸기도 했다. 그런 탓일까, 가족여행을 하자는데 이내 콧등이 시려왔다. 손자손녀 앞세우고 하는 여행은 이번이 마지막일 듯싶다. 말이 나오자 생각할 겨를도 없이 여행일정은 잡히고 모두들 휴가까지 받아 놓았다.부산항 신터미널에서 후쿠오카 시모노세끼 행 부관훼리호에 올랐다. 떠나기에 앞서 아들은 군기를 잡듯 규칙을 세웠다.“이번 여행 중에는 무엇을 하든 할머니께 먼저 여쭙고 시행하는 거다”무엇을 알까마는 증손녀 코 흘리개들 까지 규칙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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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2017.06.04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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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시아가 지고 이렇게 밤꽃이 피기 시작하면 1960년대 초 내 나이 겨우 열 두 세 살 때 생각이 난다.그 당시는 산밤나무가 모두 땔감으로 잘려 나갔고 부잣집 밭에만 몇 그루씩 밤을 딸 목적으로 기르고 있었다. 밤나무 주인은 밤이 익기 전부터 누가 따 가지 못하도록 멀찌감치 서서 지키고 있다.그러나 알밤이 빠지기 시작하면 우리 꼬맹이들은 두세 명 씩 모여 새벽 일찍이 엉금엉금 기어서 밤나무 밑으로 간다.밤 담을 마땅한 그릇마저 없어 바가지를 들고 오는 놈에 그냥 털레털레 와서 런닝셔츠 앞을 한손으로 치켜들고 주워 담는 놈에&h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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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용길
2017.06.01 2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