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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이 돈다메지구름 옷고름 풀어 헤친다바싹 타들어가는 대지 위철심 박듯 내리꽃히는 젖줄기벅찬 기운 땅심으로 잦아들 틈 없이말끔히 흠쳐진다겨우 얻은 동냥젖 한 홉그것은 뼈였구나물관 속으로 자작자작 흐르는 젖물닿기 무섭게타는 입 오물거리며돌돌 말린 머위 잎을비비 틀린 하늘나리 꽃대궁을일으켜 세우는푸른 정강이뼈였구나밀롱가 박자에 잠시 붙들린 여름 한낮단젖 먹은 자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4.03.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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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두의 검은 덩어리검은 실패실이 풀린다검은 선분이 멀어진다나는 검은 실패자전하라검은 새 풀어진다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4.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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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 한 입을 빨 때천막이 펄럭 할 때 앞집 학생이 악다구니를 쓰며 자라고피아노소리가 공중에 삐뚠 층계를 올리고가로수가 집을 덮고 나는 턱에 종기가 돋고 코가 가려워강물아 너의 시간은 몇 시나 되었느냐?나는 내안에서 여러 개의 별을 건너다니며 오늘은 이리가 물크러진 채송화를 핥았어요파도가 나를 다듬어요 일그러진 한쪽을 치면또 한쪽이 어긋나요 집 앞을 작대기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4.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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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의 그림자연기처럼서로를 끌어안을 때 당신을 배우려고 먼 바다를 건너왔어요텅 빈 고층 빌딩들이 밤을 견디듯이 층계로 쏟아지는 유리구슬들얼굴을 참는 얼굴고백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핏속에서 사라지는긴 지느러미 그림자가 엉켜있는 골목손바닥들서로의 세포에 대고 속삭인다 손등이 가려워요파도를 끌어와 무릎을 덮을 때 조용한 사람과 더 조용한 사람이 동시에입을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4.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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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악산 무쇠점골 오솔길 옆 검은 바위몸통 없는 돌부처하나검버섯 핀 얼굴가득 둥근 미소 짓고 있다 어쩌다 제 몸통을 잃어버렸는지 알 수 없지만힐끔거리며 지나가는 등산객 향해가발 모델인형처럼 앉아 속없이 웃고만 있다 삼복더위에도눈바람 부는 겨울날에도고통이나 슬픔그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마냥그저 웃기만 하는 얼굴뿐인 돌부처 혹여, 내일아침 세상에 혁명이 일어난다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4.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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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분이다춘분의 서랍엔 자릿세 밀린별자리가 있고춘분의 숲엔 자연사한 무덤만찾아다니는 새가 있다새가 우는 이유는내가 울지 않는 이유춘분도 눈물샘이 있어가끔은 운다는데봄은,처녀 하늘이 중국산 포장지로배달되는 시간춘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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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14.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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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의자 앞에 마주앉은 너미동도 하지 않고 움츠렸던 너를 기다리며한참을 그리워했다사랑도 했다넌 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텅 빈 가슴으로 기다렸다보고 싶었다앞마을 실개천에도뒷마을 영희네 담장에도텃밭에 앉아서 냉이 캐는 순이에게도알리는 새 소식기대하고기다린다어서 빨리 너의 모습 보여주렴겨우내 새롭게 단장하고손님 맞을 채비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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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14.03.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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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곡선이 없는 방 안에 살고 있다그는 생각한다, 이 방은정확한 각도로 오려진 유배지천장으로부터 드리워진 빈 새장을 바라보며그는 또 생각한다새장은 새가 없을 때더 완벽하지 않은가이 방에서 그는 커피와 담배, 그리고몇개의 바람직한 성격들에 중독돼간다오래전 누군가와 함께 들었던어느 자갈 해변의 파도 소리를이 밤에 어울리는 소야곡으로 떠올리며그는 좋은 기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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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14.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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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새장수가새를 절 입구에서 팔고 있다새장에는 새가 가득 들었다방생 할 때마다복 하나씩 물어다 드립니다신도들은 새를 사고절 안에서 방생을 하고속세의 떼가 다 지워진듯 하고사람들마다 손에 들은 빈 새장에는만복이 대신 채워진듯 하고새장수는 안 보이는 숲으로 들어가다시 새를 부르고훈련된 새들은 다시 새장으로 들어오고아무것도 모르는사람들은방생을 다시 돈으로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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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14.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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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을 빠져온 녹슨 무개차일렬횡대로 늘어서 있다스산한 노을빛 스침도 없이마디마디 잘린 한 생애처럼며칠 밤 더 막장에 누워칸칸이 곰삭은 구더기떼들심드렁이 내장을 드러낸 채비켜선 좌판 위에 서성이니간이역 다음 또 간이역이리기엄기엄 산그림자 내려오는데다다를 데 없는 늙은 하역부선로 옆 낡은 침목에 걸터절기보다 먼저 내린 눈발로꾸역꾸역 검은 바퀴들을첩첩수렁 너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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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14.03.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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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길들이 네가 태어나 기쁘다며 동네생선트럭처럼 떠듭니다어디든 갈 수 있다고 화살표가 난무합니다 뭐 그다지 놀랍지는 않습니다 애인들을 녹여서 금붙이 몇트럭을 만들어도 시원찮습니다각축전의 손가락 틈에 문짝이 끼어있는 이들고드름이라도 되겠다는 지붕 같은 맹세들 언제고 한 손은 운전대에 한 손은 옆자리 손을 잡지요.넘치는 꽃다발이 시야를 가리는 사고 다발지역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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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14.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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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지 않으려고입을 꼭 다물고 손을 내저어도 얼굴을 돌려도어느새 내 입속으로 기어들어와목구멍으로 스르르 넘어가 버리는 시간오늘도 나는 누에가 뽕잎을 먹듯 사각사각 시간을갉아먹고 있다쭉쭉 뻗어나간 열두 가지에너울너울 매달린 삼백예순 이파리 다 먹어치우고이제 다섯 잎이 남아 있다퍼렇게 얼어붙은 하늘가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이제 또 초록 뽕나무 한 그루내 앞에 설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4.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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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낭당 고개 넘어돌탑 돌아치솟는 반달이햇빛에 녹초 되어 걸려있다. 파르르 떠는 님의 순정을오동잎에 감싸서 머리에 이고동그랗게 퍼져가는물결을 지켜보며난간의 지개에 올려놓은 채낙화를 맞이한다. 시누이 올캐의 갈등을풀어내자고우산쓰고 호소하는 바람(風)에못이기는 척 움직인다.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4.03.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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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카키 호수가만히 들여다 본다만년설이 밀려와도 기포 하나 일지 않는다는 곳 하늘이 내려와 둥지를 틀었다죽어도 행복한 양떼와 젖소와녹지를 기웃거리는 사슴들 아름다움은 저리 서럽다눈이 부시다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4.03.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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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새는 날아서말은 뛰어서거북이는 걸어서달팽이는 기어서굼벵이는 굴렀는데한날 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4.03.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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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민이의 자리에는 가방만 있어요엄마와 떨어지는 것이 무서워 울면서 집으로 돌아갔지요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 같아물거품처럼 사라질 것 같아엄마의 치마꼬리만 붙잡고 또 가버렸어요얼룩진 불안으로 가득 찬 하루가 시작되네요 내가 푸른 사과일 적수많은 사람들 틈에서 놓쳐버린 손과땅거미 밀려오는 골목길을 헤매던 목메임과불 꺼진 방에서 홀로 깨어나던 어둠이소리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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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14.03.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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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 촘촘히 박힌 민들레꽃이 탐나 치과에 찾아간 날, 마취주사 한방에 아프다는 말 한 마디 못하고 노란 똥을 싸야했다.붉은 혈관을 타고 노랗게 흐르던 피, 한참을 흐르고서야 온전하게 꽉 움켜쥘 수 있었던 신경 줄, 한동안 시달렸던 통증 여기저기 하얀 씨앗 묻어놓고 두고두고 씹어 보는 쌉쌀하거나 노랗고 하얀 말. 말.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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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14.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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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왼종일 속눈썹에 붙어 있는 아들의 아들세 시간 멀다 않고 달려가 새알 품듯 꼬-옥 안아 주고다시 세 시간 달려 되돌아오는 날뒤로 뒤로 자꾸 눈에 밟혀 전화번호를 꾹 누르면“할머니 밥 많이 잡수셨어요?”란다 세상에!이제 막 세 돌 지난 아기가 한 말이라니!온 우주 다 품에 안은 듯그 어느 황후, 왕비도 부럽지 않네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4.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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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사우나 노천탕 속에 몸을 담그고 있는데젖가슴 앞에서 문득 만월이 출렁대는 거였다끊임없이 물살을 밀어내며수천의 손들이내 몸을 뒤집다가 밀어내며수천의 손들이내 몸을 뒤집다가 일으켜 세웠다가한순간 둥둥 떠오르게 하는 거였다 등 뒤에 벚나무가만개한 그림자를 펄럭이며물속으로 걸어왔다출렁출렁부풀어 오른 그림자들이흘러 넘쳤다 내 몸을 빠져나간 그림자가노란풍선처럼 떠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4.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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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면 너무 크다생각하면 너무 작다너무 멀고도 아득하다그래도 나는 세상을껴안을 수밖에는 없다사랑하기만 한다면 세상과 내가둘이 아님을 아는 까닭으로세상아, 안녕!아침에 일어나 세상과 인사하고세상아, 안녕히!저녁에 세상과 작별을 나눈다날마다 세상 앞에서나는 아이이고내 앞에서 세상도새롭게 아기다.시집 세상을 껴안다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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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14.02.28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