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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만치서 바라보는그대의 따뜻한 그 미소 속에도늘 함께해오며 모든 아픔과 슬픔을이겨 내온 그 순수한 사랑 속에도아쉬워 돌아서는 당신 눈동자에그려지는 예쁜 그 마음속에도돌아서면 또 보고 싶고 순간순간이 너무 소중해가슴이 벅차오르는 그 감동 속에도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3.09.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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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유년 幼年의 맨 처음에바다가 갈라지고 산이솟아오르듯,유년의 손바닥을 구르던 구슬에비치던얼굴이여,저 먼 협곡에서 시원 始原된강물처럼나 자신의 이야기로 흘러서물고기인 듯발을 씻는나여.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3.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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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유년 幼年의 맨 처음에바다가 갈라지고 산이솟아오르듯,유년의 손바닥을 구르던 구슬에비치던얼굴이여,저 먼 협곡에서 시원 始原된강물처럼나 자신의 이야기로 흘러서물고기인 듯발을 씻는나여.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3.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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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춧돌은 놓지 않았다기둥을 세우고 나무새를 깎아 얹었다기대어도 넘어지지 않으므로새가 깃들었으므로 거처로서 부족함이 없다볕싸라기 한 줌을 마당에 깔았다바람이나 비를 막을 지붕이 없다고,몸 부리고 누울 마룻장이 없다고,등 기댈 바람벽도 달빛이 드나들 문짝도 없다고,트집이 잦던 이웃들이 발길을 끊은 지 오래이므로지금은 다만 조용하다 나무새는 바싹 말랐다소리 없이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3.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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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애 斷崖의 병풍바위 두줄기 폭포맑은 물 계곡따라 맨발의 황톳길메타세쿼이아 숲속산책로 지나1렬 횡대 전각들 고즈넉한 강천사 剛泉寺삼인교옆 노거수 老巨樹모과나무향기 머금은 채 슬픈 역사 안고 서 있다.칠월 스무아흐레 날비각 碑閣에 내려쬐는 가을 햇살 따사로운데소나무가지 세분의 관인官印은 간데없고학문 높고 산수 즐기던 염경??勁순창군수 김정??淨불의??義에 불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3.09.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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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묻히듯갓 익은 복숭앗빛 산 뒤로 넘어간다하얀 마당의 뒷장을 침 묻혀 넘기면참 멀리까지 갔다 오는 저 건너편 나비무덤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족보를 건네받는다이런 여름날, 칼 같은 지느러미가 지나가는 마당급하고 미끄러운 슬픔들의 어미가 선잠에 들 때까지내가 누구인지 모르고제 자신의 바닥까지 휘어진생의 화장을 고치는 노련한 산그늘콩밭에 나비 접근하듯할아버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3.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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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간에 덩그러니 벽에 기대 섰는낡은 몽동발이 삽 한 자루밤마다 꾸불꾸불 먼 길 떠난다때로는 물꼬를 트고 물길을 돌리던때로는 햇살을 파서 던지던때로는 어둠을 파서 던지던몽동발이 삽야 이놈아 일을 해야 밥을 먹지아버지의 목소리 묻어 있는밭둑 너머 떠가던 하얀 구름 한 조각도삽자루에 묻어 있는누구도 저 몽동발이 삽의 내력을 모르리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3.09.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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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맑으면 능선이 더 맑아진다며 뻗어 가리키는 손가락이 맑았다능선 위 구름들은 그대로 연화좌인데 철불 같은 허공이 들어앉았다가까이 떠 있는 산과 멀리 흐르는 산 사이 골짝이 깊어긴긴밤의 꿈속만 같아라먹물 듬뿍 적셨다바탕은 흰데,한 번 그어 붓질하고 점점이 찍은, 조목조목 친 묵언의 잎갈이 나무들이 수묵이다저 첩첩하고 아슴한 것이 소백인가손끝은 아직 맑고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3.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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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작하게 접은종이박스 대여섯 개헌 신문지 두어 뭉치찌그러진 달걀판 몇 개비닐봉지에 담겨 흔들리는요란스런 빈병들그 속에 쭈그려 앉은노인의 흰 눈썹무심천 물길 따라야윈 손수레가 흘러간다저걸 다 팔아본들단돈 몇 백 원이나 될까?그간 살아온 삶의 무게치곤너무 가볍다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3.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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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울타리에제비콩 넝쿨이하늘 높이 발돋움을 했다질기고 가는 줄기에는비린내 나는 꼬투리가 매달렸다두꺼비나도둑고양이에게 밟히지 않으려고벌써부터 마음이 잔뜩 급했다자식들을 다른 집보다높은 곳에 두고 싶었다싸리나무 가지를 꺾어서사다리를 놓아 주었다제비콩은 허공 중에 집을 만들어세 형제를 훌륭하게 키우고 싶었다애기 콩들도 제 어미 마음을 잘 알아서잔병 없이 든든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3.09.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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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바다는 안녕하신지출렁출렁 리듬을 타고어둠 속을 미끄러져나갈 때바다의 자궁에서부터붉은 해의 머리카락이 솟아올랐다바다는 온 힘을 다해 옥동자를쑤욱 밀어 올렸고이내 하루의 아침이 밝았다뭍에서 고래를 찾아 해매던 사람은그와의 만남을 찾아 쉬지 않는데늘 흔들리며 걷는 사람은 예서도파도에 몸을 맡긴 채 흔들리고 있다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3.09.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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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前生)의 빚쟁이들이 소낙비로 다녀간 뒤내 빚이 무엇인가두꺼비에 물어보면이 놈은 소름만 키워서잠든 돌에비게질이다단풍은 매일 조금씩 구간(舊刊)에서 신간(新刊)으로한 몸을 여러 몸으로 물불을 갈마드는데이 몸은어느 춤에 홀려병든 피를씻기려나추녀 밑에 바래 놔둔 춘란 잎을 어루나니서늘타, 그 잎 촉(燭)들!샛강물도 서늘했겠다막걸리 몇 말을 풀어서적막 강심(江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3.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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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물에서 잡혀나와땅바닥에 던져진 물고기처럼파닥거린다절대 자유를 찾아서자취도 없이 숨어든 그 마음을사람들은 어리석다 한다태초에절대 자유란 없었다찾지 못한 채 그는아무에게도 비난받지 않으리라그러나 그는오늘도허공에 자취를 그리고 싶어 한다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3.09.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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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을 날개의 의태로 읽으려 한다애초 그것은 육체라는 건물 안에 매복해 있었을 것이다삐걱거림이 멈추는 자리, 어디선가 끝나는 계단과불연속의 물결들 밤의 천사는박쥐처럼 살의 갑옷을 끌어당겨 발가락을 감추고 손가락을 감추고숲으로 갔나비막의 날개 끝에서 자라는 별의 발톱 돌의 어깻죽지에서 뛰쳐나온 새들이깃을 파닥이며 경사진 벽면을 오른다오를수록 멀어지는 낡은 원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2.12.18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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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의 딱지처럼 굳은 먼지를 발견하는 데 십년이 걸렸다처음엔 흰 날개로 부유하다가 소리 없이 내려앉았을 먼지들쌓이고 쌓여서 회색으로 변한 포개어진 먼지들창 틈 모서리 그리고 맨 꼭대기잘 보이지 않는, 손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한 십년 쯤, 먼지들은 시간의 습기로 검은 돌처럼 붙어있었다놀랍고 무서운 먼지의 힘한테 나는 질질 끌려 다녔다닦아내지 않은, 먼지와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2.12.02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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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단 한권의 책속수무책대체 무슨 대책을 세우며 사느냐 묻는다면척 하고 내밀어 펼쳐줄 책썩어 허물어진 먹구름 삽화로 뒤덮여도진흙참호 속묵주로 목을 맨 소년병사의 기도문만 적혀 있어도단 한 권속수무책을 나는 읽는다찌그러진 양철시계엔바늘 대신나의 시간 다 타들어간 꽁초들언제나 재로 만든 구두를 신고 나는 바다절벽에 가지대체 무슨 대책을 세우며 사냐 묻는다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2.11.29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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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하라용서하라용서하시라이 가을날 나의 사랑을얼마 남지 않은 저 잔광의 빛으로당신을 몰고 가는 일그것이 내 연애법이다그 몰입에 얼마나 당신이 괴로워했을 줄모든 빛이 꺼지고마네의 풀밭 위의 식사처럼당신과 내가 어느 풀밭에 앉아 있다 하자젓가락을 들어 당신은 내 입에 음식을 넣어준다음식 밑에 바쳐진 당신의 왼손그 아래로 그늘이 진다왼손의 그늘,지상에서 내 삶이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2.11.28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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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식빵 한 조각으로 저녁 끼니를 때우고 하늘을 쳐다봅니다 눈두덩이가 붉은 별 하나가뚝 떨어져 은사시나무 숲을 덮습니다 별은 풀잎에서 잠들고 부리를 채 다독이지 못한 새가동공이 팽창되어 몇 번인가 날개를 파닥거립니다 내게서 좋게 떨어진 숲은 이방인에 대하여경계를 세우는지 자꾸 몸을 삭여 어둠을 풀어놓습니다파랗게 물들어 가는 숲을 조용히 끌어당겨 봅니다 숲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2.11.27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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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정겨울에서 봄 쪽으로 비 내린다 고요한 물살 흐른다 소리 없이 서로 몸 섞는다 은밀하게 받아들인다 구석구석 어루만져 주고 핥아준다 구름 속 초승달 가는 눈썹을 딛고 사각사각 댓잎 초록을 걷는다 귀닳은 산사 돌계단을 내려와 저녁이 다 되어서야 범종 곁에 다달았다 드디어 종이 운다 주름 많은 종소리 은은하게 흐른다 흘러간다 땅으로 스민다 저녁을 싸안은 물의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2.11.26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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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귓속에는 귀뚜라미가 산다 이명이시군요 아니, 그게 아니라 그냥 귀뚜라미가 산다니까요 귀뚜라미 몰라요? 귀뚜라미가 돌아왔다 닷새 만에 당나귀를 타고 불현듯 돌아왔다 깊은 밤, 귀뚜라미는 당나귀를 내 귓불에 매어놓고 귓속으로 들어왔다 나는 손바닥으로 귓불을 눌러 귀뚜라미를 가두었다 귓속에 갇힌 귀뚜라미는 잠시, 당나귀처럼 날뛰었던가 아직 울어야 할 울음이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2.11.25 1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