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꽃이 핀다아름다운 우주에는내가 있고 거기에 네가 있었다밤의 이슬을 밟고 가는숭고한 역사들의 가락 앞에세월을 깁는 노정의 모습에서나의 하루는 저물고내일의 하루해가 떠오르면나세월의 그림자를 밟고 가겠지 감히 하늘에 투정 부리던 어리석음이회한으로 남고내가 쓰러져가느린 별빛으로 네 가슴에 남아서네 발길에 차이리라 △시집 ‘등불’ 등
잎이 떨어지고 있습니다원고지 처럼 하늘이한 칸씩 비워가고 있습니다 그 빈곳에 맑은 영혼의 잉크물로편지를 써서 당신에게 보냅니다 사랑함으로 오히려아무런 말 못하고 돌려보낸 어제다시 이르려해도그르칠까 차마 또 말 못한 오늘 가슴에 고인 말을이 깊은 시간한 칸 씩 비어가는 하늘 백지에 적어당신에게 전해달라나무에게 줍니다△시집 ‘내 몸에 우주가 손을 넣었다’ 등
한 잎 두 잎 나뭇잎이낮은 곳으로자꾸 내려앉습니다세상에 나누어 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그얘여가을 저녁 한 때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사랑은 왜낮은 곳에 있는지를 △시집 ‘북향’ 등
풀잎은 쓰러져도 하늘을 보고꽃 피기는 쉬워도 아름답긴 어려워라시대의 새벽길 홀로 걷다가사랑과 죽음의 자유를 만나먼 강바람 속으로 무덤도 없이세찬 눈보라 속으로 노래도 없이꽃잎처럼 흘러흘러 그대 잘가라그대 눈물 이제 곧 강물 되리니그대 사랑 이제 곧 노래 되리니산을 입에 물고 나는눈물의 작은 새여뒤돌아보지 말고 그대 잘가라△시집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등
꽃단풍 물들이는 노을빛 고운 하늘겨울·봄·여름 견딘 님의 뜻 맑은 순정인고의 눈물에 젖은 고운 가슴 설레네 찬 이슬 산 기슭에 님 그리는 고운 정절애정을 고이 꾼 긴 세월 맑은 노래가을 빛 청초한 가슴 뜻도 푸른 순정이여 긴 시절 쌓인 인고 순정 가득 맑은 가슴연보라 송이송이 아름다운 그 영혼가을밤 찬 이슬 속에 님을 그려 지새는가? △시집 ‘길 위에 뜨는 별’ 등
타는 것들은 모두 아픔이 있다는 걸깡그리 묻혀 버린폼페이의 어느 날 같이그 환한불길 스러진검댕 숲에서 알았습니다 그 진한 그을음이 빼곡히 쌓인 날은얼마큼의 속울음으로말갛게 씻겨 날까찰나의형벌치고는화상 깊게 패입니다.△시집 ‘내일이 모두에게 내일이 아니듯’ 등
도시에서 들리잖던접동새 울음소리가고향 마을에선또렷이 들립니다그 소년 먼 길을 돌아기도하다 잠 듭니다 접동새 울음소리달빛 타고 흐르는 밤새벽 잠 설핏 깨니날 위한 철야기도저 소리 귀한 덕분에어슴새벽 열립니다△시집 ‘그대 바람앞에서’ 등
왜?꽃이면서도 화단에 끼지 못하는가왜 또 하필이면길가에 도열하고 있는지목 빼고 멀쑥이 서서 키득키득 웃고 섰는지 오는 사람들에게 반가이 웃음 짓고가는 사람들에게 갸웃갸웃 고개를 흔드는지오호호알쏭한 작태알 것도 같고 모를 듯도 싶어라△시집 ‘퇴화의 날개’ 등
여자나이 쉰 살 넘으면 남성 호르몬이 분출되어 와일드하게 성격이 바뀌게 된다는데남편은 꼼짝 못하고 순종 한다는 설이 있다 언재부터인가 목청이 점점 커진 아내나도 이 집에 시집와 살 만치 살았다고큰 소리 늘어만 가는데 아~ 내가 그 쪽이구나 밖에 나오면 고고한 척 연약한 척변신하는 두 얼굴이 아니란 말인가앞으로 종종 기죽고 살날이 큰일이다 나도 얼마 있으면 내 나이 환갑인데여지없이 새장에 갇히는 꼴이라서기 싸움 해볼까하는데 까불다 다치지△시집 ‘나무로 살고 꽃으로 피어’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