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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턱에 걸려 큰대자로 뻗었다. 단단한 대리석 바닥에 오지게 부딪힌 무릎이 깨질 듯 아팠다. 구겨진 종잇장 얼굴을 하고 엉거주춤 일어서서 바짓자락을 탁탁 털었다. 어정쩡하게 서 있는 엘리베이터를 눈자리가 나도록 쏘아보았다. ‘하필 오늘따라 다 올라오기도 전에 멈출 게 뭐람.’ 예전에는 집안 곳곳에 턱이 있었다. 마루에서 방으로 들어가는 문지방이 한 자나 되어 발을 높이 쳐들었다. 어린아이는 감히 넘어올 수 없는 높은 문지방 앞에서 무연히 밖을 내다볼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시대가 변하면서 집의 구조도 바뀌어 문턱이 얕아지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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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0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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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늦은 봄 양지바른 담장 밑에 제비꽃이 수줍게 웃던 날, 고향 집에 닭장을 짓고 병아리 10마리를 들여왔다.처음 한 달간은 한쪽 구석에 모여 저희들끼리 몸을 부비고 서로 의지하며 햇볕이 있는 공간으로 나올 줄을 몰랐다.갑자기 변한 주변 환경에 적응하는 기간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밖의 세상이 두렵고 모두가 경계의 대상인가 보다. 숨어서 지켜보니 인기척이 없는 저들만의 세상에서는 제법 떠들썩하게 삐악거리며 깔아준 왕겨를 두 발로 파헤치고 노는 모습이 이쁘고 귀여워 매주 갈 때마다 부모님 안부보다는 병아리의 안부가 궁금했다.구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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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17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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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청명한 가을하늘이 높고 눈이 부시다. 기쁜 마음으로 캠퍼스로 향했다. 강의실로 가려면 흡연 구역을 지나야 하는데 기쁜 마음도 잠시 그럴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다. 담배 냄새가 역겹고 남녀 학생들이 모여 담배 피우는 모습이 눈에 거슬리기 때문이다. 멀리서 바라보면 담배를 피워야 '남자답다'라는 구태(舊態)도 한몫하고, '멋' 때문에 담배를 피우는 듯하다. 그러나 요즘 담배의 해(害)는 때론 마약보다 더 나쁘게 간주 되기도 한다. 하지만 치기 어린 행동도 젊음이라는 이름으로 용서되고, 그것이 멋이고 낭만이라고 믿었던 학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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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11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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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10여 년 전 내가 증평예총 회장을 맞고 있을때 충북도예총회장이셨던 조철호 회장께서 충북도내 문인지부 회원들과 예총회원들을 모아놓고 보은에 있는 알프스수련원에서 1박2일 간담회 겸 행사를 추진한 적이 있었다.그 당시 조철호 회장님께서 회의를 주재하면서 여러가지 담소를 나누다 회원 한 분 한 분에게 참석한 소감과 장기자랑을 한가지씩 주문했다. 참석자들은 이물음에 나름대로 소견과 노래와 시낭송 등을 한 적이 있었지만 주저주저했다. 이에 조 회장은 “사람은 언제 어디서나 시낭송이 됐던 노래가 됐던 애송시 한 수, 애창곡 한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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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08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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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자명종을 닮았는지 다섯 시면 눈이 떠진다. 기온이 점점 내려가니 따뜻한 바닥에 뭉그적거리고 싶지만 핑계대지 않고 벌떡 일어난다. “나를 이기는 사람이 가장 강한 사람이다. 하루를 연습하지 않으면 내가 알고, 이틀을 연습하지 않으면 배우자가 알고, 사흘을 연습하지 않으면 관객이 안다.”라는 두 잠언을 중얼거리면서. 물을 한잔 마시고 아침 식사 준비를 간단히 해놓은 후 어제 읽다 만 책을 펴든다. 공감을 불러오는 주옥같은 문구가 책을 놓기 싫게 하지만 부윰하게 동이 터오면 스트레칭을 시작한다. 지압 발판을 밟으며 먼저 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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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06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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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느닷없이 닥친 엄청난 사고 소식에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그날 아침부터 낌새가 심상치 않았다. ‘앵~앵~’ 난데없는 경고음이 서너 차례 요란하게 울렸다. 충북 괴산에서 4.1 진도의 지진이 일어난 것이다. 갑작스러운 땅의 흔들림이 대형 참사를 미리 알려주기라도 한 것일까. 300여 명의 사상자를 낸 이태원 참사는 한마디로 충격 그 자체였다. 10만 명이 넘는 인파가 한곳에 몰렸다. 내리막길이며 좁은 길에서 올라오는 사람과 내려가는 사람이 뒤엉켰다. 한사람이 넘어지자 도미노처럼 계속 덮친 압사 사고였다. 곳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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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03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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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바람이 달다. 상쾌한 기분으로 산책하며 꽃집 앞을 지난다. 꽃집에 넓은 창으로 보이는 만냥금의 빨간 열매에 마음이 꽂힌다. 꽃을 바라보며, 고초만상(苦楚萬狀)으로 가라앉은 사념(思念)을 내려놓는다. 꽃들은 저마다 자기 나름의 빛깔과 향기를 지닌다. 사람 또한 개성 있는 자기 얼굴을 지니고 살아간다. 꽃과 여성을 아름다움으로 새겨 본다. 이십 대 여성은 시나브로 꽃봉오리가 피어오른 꽃송이라고 표현해 본다. 삼십 대 여성은 꽃 시절에 이르기까지 상쾌함이 산뜻하게 보인다. 사십 대 여성은 원숙기의 절정으로 지천명 오십 대를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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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30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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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암 환자로 다리 괴사로 절단되어 잘 걷지 못하는 분이 입원하셨다. 이분은 아들 두 명에 딸이 한 명이며 부인과는 오래전 사별했다. 부인과 사별하고 혼자 밥을 끓여 먹으며 살아도 자식 중에 모신다고 하는 경우는 드물다. ‘나는 늙으면 절대로 자식들하고 안 살아’라고 큰소리치는 분들이 있다. 이런 분들 보면 ‘걱정하지 마세요. 자식들이 안 살아줘요’라고 말하고 싶다. 사람은 누구나 예외 없이 나이 들어 늙고 병들고 그러다 죽음을 맞이한다. 다만 지금 내가 젊고 아프지 않으니 그 일은 나와는 요원한 일이 양 살고 있다. 늘 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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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7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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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새벽길을 나서는데 가을비가 추적거린다. ‘가을’을 말하면, 누구라도 그리운 사람이 떠오르고 어디론가 가고 싶은 심정이리라. 울긋불긋한 단풍을 떠올리니 엉덩이가 절로 들썩거리고, 백지에 무엇인가 적고 싶어 안달이다. 누구보다 먼저 가을을 만나고 싶어 산수 좋은 사찰을 찾는다. 하지만, 빗길에 우리가 가고 싶었던 드높은 산정은 미루고, 산청의 호젓한 산사, 대원사로 든다.단아하고 정갈하게 가꾼 비구니 사찰이다. 시선이 가는 곳마다 아기자기한 멋이 깃든 곳이다. ‘산청’이란 지명처럼 청정한 계곡 물소리로 귀를 씻으며 산길을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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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5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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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산책길에서 내 앞에 툭 떨어지는 작은물체에 깜짝 놀라 주워보니 도토리 한 알이다. 앙증맞게 생긴 반들반들한 도토리가 깜찍하고 반갑다. 주위를 살피니 또 한 개가 떨어져 뒹군다. 손바닥에 두 알을 올려 놓으니 형제인 듯 크기도 모양도 똑 닮았다. 갈색으로 잘 익어 아람이 벌어 제물에 떨어진 것이다. 막 시월로 접어들어 가을의 초입인데 상수리 나무는 부지런하게도 벌써 열매를 완숙시켜 누군가에게 내어주고 있는 게 아닌가. 도토리는 참나무 떡갈나무 갈참나무 같은 상수리나무 속의 열매인데 위를 올려다보니 하늘을 가릴만치 큰 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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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1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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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우리 아빠는 육지의 술고래다”오래 전 어느 백일장에서 학생 작품을 심사했을 때 학생이 쓴 글 한 부분을 인용한 것이다. 솔직한 이 문장은 심사자들에게 폭소를 자아내게 했을 뿐만 아니라 한 가정의 내밀한 모습까지 엿보게 하는 것 같았다. 으레 술에 취해 집에 들어왔을 아빠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표현치고는 가히 최고의 문장이라 생각되었다.술은 인간 생활에서 뗄 수 없는 음식이다. 음식의 재료가 지역 특산물과 밀접하듯 술 역시 향토성을 벗어날 수 없다. 그렇기에 지역마다 토속주가 있고, 세계 여러 나라에서 생산되는 포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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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13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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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어쩌다 젊은 날의 내 일기장을 펼쳐 보노라면 세월의 파편들이 널려 있다. 사실, 세월은 빛과 같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는 아직 세월이 아니며 바로 어둠 자체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어둠 속의 세월에 대해 끊임없이 집착하며 살아가고 있다. 입으로는 세상은 바다와 같다며 인생을 고해라고 엄살을 떨면서도 마치 강아지가 목줄에 매여 끌려가듯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의 삶은 차라리 처절한 아름다움일지도 모른다.하지만 가을 빛살에 비치는 그림자가 그러하듯 작은 미풍에도 흔들릴 수밖에 없는 우리네 인생은 너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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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6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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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현관 입구 계단 옆 오른쪽엔 단풍나무가 많이 자랐다. 우리 집 대문 열고 들어올 때 가장 먼저 나를 반긴다. 계절마다 다른 모습으로. 나무기둥 뒤 벽 쪽 땅에는 아직도 파란 플라스틱 화분 조각이 끼어 있다. 산단풍나무가 살던 집의 흔적이다. 22년 전 속리산 등반할 때 데려왔다. 벽 앞에서 서로 바라보다 한 몸을 이루고 다정히 자란다. 연리목이 됐다. 상주 쪽에서 속리산 문장대를 오르면 능선이 완만하다. 등산로 옆 큰 나무 아래 단풍 홀씨가 떨어져 아기 나무들이 여러 포기 주변에서 자라고 있었다. 그중에 내게 선택된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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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27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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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초록에 지쳐 단풍 든다고 했던가. 만산홍엽에 눈이 시리다. 온 힘을 다해 봄여름을 살아내고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며 쇠락해가는 저들 모습이 겸허하다. 바람이 소쇄하다. 청량한 바람이 눅눅했던 몸과 마음을 가슬가슬 말려 준다. 순해진 가슴 한 자락에 가을이 안겨 주는 쓸쓸함이 자리 잡기 시작한다. 쓸쓸하다는 것은 무엇일까. 마음이 선해진다는 것은 아닐까. 쓸쓸함이 자리하면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고 소원했던 이들에게 손 내밀어야겠다 싶고 문득 먼 곳에 있는 이들이 보고 싶어지기도 한다. 그뿐인가. 목에 걸린 가시처럼 아프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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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25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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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바둑을 둘 때, 상대의 잘못 대응을 예상하고 두는 수를 꼼수라고 한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쩨쩨한 수단이나 방법’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즉 ‘너무 적거나 하찮아서 시시하고 신통치 않은’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 ‘꼼수’라는 말은 용기 없는 사람들의 비겁한 수단으로 인정되어 핀잔을 받거나 소인배(小人輩)로 몰리는 경우가 다반사이다.10여 년 전에는 정치 풍자를 통해 젊은이들의 분노를 표출하는 창구 역할을 한 팝케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가 인기를 얻기도 했었다. 그러면서 우리 일상에 보통의 어휘로 자리 잡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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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22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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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너무 마구잡이로 다뤘나. 살짝살짝 톡톡 건드리기만 하란다. 말이야 바른말이지 함부로 두드린 건 내 탓이 아니었다. 살짝 건드리기만 해서 반응하면 왜 두드리겠는가.차에 장착된 내비게이션이 말썽이었다. 아무리 터치해도 반응이 없다. 이것저것 마구 눌러보기도 하고 탁탁 두드리기도 하며 별짓을 다 해 봐도 소용이 없었다. 먹통이 된 것처럼 꿈적도 하지 않았다. 예전에 텔레비전이 수신 상태가 고르지 않아 지지직거릴 때가 있었다. 남편은 답답한 나머지 정수리 부분을 탁탁 때리곤 했다. 애먼 텔레비전은 잘못도 없이 두들겨 맞았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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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20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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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밤이 되니 제법 서늘하다. 창가의 풀벌레소리가 마치 연주를 준비하는 오케스트라 현악기의 스트링 같다.수컷들이 짝을 부르는 소리다. 여치, 땅강아지, 귀뚜라미, 방울벌레, 베짱이들이 한껏 청아한 소리를 낸다. 얼핏 불협화음 같지만 가만히 들어보면 소리의 길이와 음 높이에서 나름대로 규칙이 있다. 눈을 감고 들어도 오색의 찬란한 빛이 느껴지며 저절로 명상에 들게 된다. 어느새 가을이 문턱에 와 있다. 새벽에 일어나 마당가의 텃밭을 살폈다. 풀벌레를 잡으려고 쪼그려 앉아서 배춧잎을 들여다보았다. 섬서구메뚜기의 어미가 새끼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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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16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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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웃을 일 있어서 웃는 것 이 아니라 웃다 보면 웃을 일이 생긴다’는 말을 나는 참 좋아한다. 그래서 나도 가끔은 남을 눈물 나도록 웃게도 한다. 그냥 지나치듯 살짝 흘린 말이 듣는 사람의 감성을 자극한 것인지, 아님 요즘 너무 웃을 일 없는 세상이라 어정쩡한 나의 아줌마개그가 이심전심 통한 것인지 난 어쩌다 웃음 전도사가 되었고, 여행이라도 할라 치면 친구들이 나를 옆자리에 앉히고 싶어 한다. 한참을 남을 웃기는 이야기를 하다보면 어쩌다 정작 내 영혼은 공허하고 ‘이거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가’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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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15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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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비타민 주사를 맞았다. 온몸에서 비타민 냄새가 났다. 비타민 제품을 바른 것도 아니고 단지 주사를 맞은 것뿐인데 몸에서 비타민 냄새가 나다니 참 알 수 없는 일이었다.처음엔 이 냄새가 어디서 나는 것인가 싶어 집안을 여기저기 킁킁대며 돌아다녀 보았지만 알 수 없었다. 그러다가 얼굴이 근질거려 간지러운 부분을 손으로 만지려는데 냄새가 코끝을 간질이는 것이었다. 하여 팔뚝에다가도 코를 대고 냄새를 맡아보니 그곳에서도 나고, 비누로 손을 싹싹 씻은 뒤 다시 맡아보아도 여전했다. 그랬다 냄새의 원인은 바로 좀 전에 맞은 비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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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13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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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남극의 빙하가 사라지고 그 여파로 기승을 부린 가뭄과 폭염, 이어진 폭우로 집이 잠겨 인명 피해를 입은 상처투성이 여름이 물러가고 새 계절이 왔다. 아직 전염병이 다 사라진 건 아니지만 여행을 떠나고 친지들과 함께 식사를 해도 될 만큼 자유로워져 가을을 맞는다. ‘죽지 않고’ 살아 있어 주어지는 축복, 탐스럽게 익어가는 대추 한 알이 고통스러웠던 비바람을 이겨냈다며 붉게 웃는 것 같다. 때마침 숨 쉴 수 있어서, 곁에 누군가 있어서 감사하다는 가사의 노래가 들려온다. 그래, 감사하고 감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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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06 1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