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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지난 8월에 북경에서 열렸던 24회 세계철학자 대회의 주제어가 ‘학이성인’(學以成人)이었다. 즉 ‘공부와 배움을 통해서 참된 어른이 되자’는 것이었다. 쉽게 알 수 있듯이 이 말에는 동아시아의 오랜 유교 전통이 잘 나타나 있다. 유교적 도는 인간의 성장과 성숙을 위해서 학문과 배움의 길을 중시해 왔고, 그 지향의 최고 목표가 종종 ‘천인합일’(天人合一)이나 ‘만물일체’(萬物一體) 등의 큰 영성적 언어로도 표현되어 온 것이다.하지만 오늘 우리 주변의 삶을 둘러보면 이 이상의 실현과는 거리가 상당히 먼 것을 볼
동양포럼
박장미
2018.09.10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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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사람은 일정한 시기에 이르게 되면 누구나 예외 없이 노년을 맞이한다. 주자도 여느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노년을 담담히 수용하면서도 노년기의 삶에서 지속적으로 엄습해 오는 삼고(三苦, 나이듦, 병듦, 죽음)에 대한 갈등과 긴장에 대처하는 자세를 보인다. 본문의 주제가 노년기에 대한 것인 만큼, 대체로 60대 이후 주자의 삶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를 소개하고자 한다.본문을 전개하기 전에, 중국의 현대 학자인 뚜웨이밍(杜维明, 1940~)의 글을 소개한다. “노인에 대한 존경은 노인이 자기 개선이라는 길고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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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미
2018.09.10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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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스승님(先師)의 선비다운 예던길—※이익李瀷(성호)과 안정복安鼎福(순암)과 윤동규尹東奎(소남)의 ‘이자수어(李子粹語)’의 ‘후서後敍(발문)’“책이 다 되자 (성호)선생께서 ‘이자수어(李子粹語)’라 하라고 말씀하셨다. 부자(夫子)로 일컫는 까닭은 후세 사람들이 스승으로 받들고 존경하는 말인데, 우리 동방사람이 존모할 분으로 퇴계보다 앞설 이가 없으므로 ‘이자(李子)’라 부른다. 이는 온당하므로 우리나라 사람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참아, 나의 길은 오직 하나로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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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미
2018.09.10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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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오늘날 세계 규모로 조용히 진행 중인 고령화 사회는 인류가 처음 체험하는 ‘인생 100년 시대’의 도래를 알리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노인은 일반적으로 존경받고 있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일본의 젊은이들은 노인을 더러운, 느린, 냄새나는 존재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어느 저명한 작가는 이러한 일본사회를 ‘혐노(嫌老)사회’라고 부른다.일본에서도 화제가 되고 2014년에 공개된 한국영화 ‘수상한 그녀’에서는 한국의 대학생들도 노인에 대해 비슷하게 말하고 있었다. 한편 노인 자신도 긴 노후를 어떻게 살아야 될지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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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미
2018.09.09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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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상) 천년 미래를 바로잡을 길—●사화 속에서 태어나다.퇴계 이황(1501~1570)이 태어난 시대는 사화시기였다. 퇴계가 태어나기 전 1498년의 무오사화, 태어나서 1504년의 갑자사화 그리고 19살인 1519년에의 기묘사화, 45살인 1545년의 을사사화이다. 퇴계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우리나라의 학자들 가운데 도의에 뜻을 둔 사람들 가운데는 세상의 환란을 당한 사람들이 많다. 이는 땅이 좁아 사람들이 경박해서 그렇기도 하지만 스스로 하는 학문도 다하지 못함이 있어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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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미
2018.09.09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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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1. 들어가는 말조선 역사에서 16세기는 피로 물든 시대였다. 네 번에 걸친 사화는 수많은 관료와 지식인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고, 뜻있는 지식인들로 하여금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지방에 은거하는 삶을 살도록 한 전환기였다. 그 대표적인 인물의 하나가 바로 성운(成運, 1497-1579)이다.서울에서 태어나 성장한 성운은 그의 나이 49세이던 1545년에 보은으로 내려와 30년 넘게 자연과 벗하며 노년기를 보낸 재야지식인이었다. 그래서 비록 많은 업적을 남기지 못하였을지라도, 그의 고매한 인품과 삶의 태도 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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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미
2018.09.06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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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1. 만년의신란과정정취(正定聚)론90년의 인생을 살다간 종교인 신란의 서간의 대부분은 79세에서 88세의 고령기에 집중돼 있다. 이 시기에 신란이 직면한 현실은 정치적으로도 가정적으로도 평온한 것은 아니었다.그러나 현실을 피하지 않고, 거기에서 진실을 보려고 사색을 더해가면서 인생을 살아가는 가운데 그의 종교적 핵심이 열리게 된다.고령기의 신란이 서간집에서 일관되게 강조하고 있는 것은, ‘정정취(正定聚)’라는 개념이다. ‘정정취’란“신심(信心=신앙)을 얻으면 자기중심주의적인 가치관이 붕괴되고, 목숨이 다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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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미
2018.09.06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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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노년기 니시타니 게이지(西谷啓治)의 삶과 사상 - ‘한산시(寒山詩)’에 나타난 공(空)과 늙음-데구치 야스오(일본 교토대 교수)●늙음에 즈음하여늙는다는 것은 심신이 쇠약해진다는 것이며 죽음에 가까워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늙는다는 것은 오래 산다는 것이기도 하고 결과적으로 괴로운 이별을 많이 경험하는 것이기도 하다. 안으로는 자기보다 젊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예를 들면 아직 어린 아이나 손자의 죽음에 직면해야 될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아니 늙음을 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면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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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미
2018.08.2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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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노년기 최시형의 삶과 사상– 바람직한 노인상의 정립 / 김용환(충북대 윤리교육과 교수)21세기의 바람직한 노인상의 정립을 위해 노년기 해월신사의 삶과 사상을 고찰하고자 한다. 21세기의 우리나라 사회는 정보화, 세계화, 개방화라는 과제를 갖고 세계시민과 더불어 경쟁하는 나라가 돼 가고 있다. 사회적 변화로서 21세기는 저출산과 고령화 사회가 돼 가고 첨단 과학기술의 발달로 고도의 정보화 사회로 바뀌어 간다. 국내적으로 남북통일의 과제를 갖고 있고 산업사회에서 강조됐던 대량생산의 효율성에서 비롯한 획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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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미
2018.08.2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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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하늘의 발견1910년은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가 된 해이기도 하지만, 한국인들이 자기 문화에 본격적으로 눈을 뜨기 시작한 해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한글’이라는 명칭이 쓰이기 시작한 것이 이때부터라는 사실이 그러하다. 그 이전까지는 ‘언문(諺文)’이나 ‘조선문자(朝鮮文字)’로 불리었다고 하는데, ‘언문’은 비하하는 말로 알려져 있다. 반면에 ‘한글’이라는 말에는 한문에 전혀 뒤지지 않는, 아니 오히려 ‘더 큰 글자’라는 뉘앙스가 담겨 있다. 실학자인 박제가가 ‘한문공용어론’까지 주장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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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미
2018.08.12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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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광복절이 다가온다. 외할아버지 생각이 난다. 외할아버지는 독립투사이시다. 독립유공자 공훈록에는 다음과 같이 기술돼 있다.성명 임긍호생존기간 1901. 4. 27. ~ 1964. 3. 14.출생지 충남 청양운동계열 임시정부훈격(연도) 애족장(90)공적내용 충남 청양(靑陽) 사람이다. 1923년 3월에 상해(上海)로 망명한 뒤 대한민국(大韓民國)임시정부(臨時政府)에서 활동했다. 1925년 1월 중국의 혼란한 정국에서 상해지역 곡립운동의 근거지인 프랑스 조계(租界)에 대한 경비를 위하여 상해 교민단(僑民團)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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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미
2018.08.12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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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한국인의 생사관을 살펴보기에 앞서 내가 경험한 가족의 죽음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3년 전 가족의 죽음을 경험하면서 깨닫게 된 것이 있다. 죽음을 생각할 때 인간 내면의 이중적 감정이다. 즉 죽음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면 절망과 무기력에 빠지지만, 반대로 이것을 인간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도전이라고 받아들이면 죽음에 대한 공포나 불안을 완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당시 83세의 어머님은 요양병원에 입원하신 지 1년이 조금 지난 어느 날, 고관절이 골절되어 수술했는데 일주일 만에 돌아가셨다. 절망적인 상태는 아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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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미
2018.08.05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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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환(충북대 윤리교육과 교수) (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한국인은 삶과 죽음에 관해 역사적으로 차이가 나지만 면면히 계승되는 공통관점이 있다. 이를 일컬어 한국인의 생사관이라고 한다. 먼저 개인과 개인, 세대와 세대 사이, 서로를 살리는 상생을 강조하며 저승보다 이승을 중시한다. 또한 한국인은 억울한 사람에게 억울함을 풀어주고, 은혜를 입은 사람에게 은혜를 베푸는 도리를 중시한다. 앞의 것을 해원상생이라 한다면, 뒤의 것은 보은상생이다. 이처럼 한국인의 삶에는 서로와 세대 사이를 살리는 상호호혜성의 윤리의식이 배태되어 있다. 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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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미
2018.08.05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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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들어가며현대 일본에서는‘삶’과 ‘죽음’의 분리가 강하게 보이면서, 죽음은 공포의 대상으로 터부시되고 있고 삶만이 중시되고 있다. 오늘날에는 죽음은 가정에서 체험되는 것이 아니라 병원이라는 비일상적인 장소에서만 체험되는 것이 일상화되고 있다. 장례식의 경우에도 ‘장례식장’에서 행해지는 것이 주류가 되고 있고 지역공동체가 집단적으로 관여하여 죽음을 공유하는 일은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이 때문에 일상적인 생활의 장에서 ‘죽음’을 바라봄으로써 ‘삶’의 의미를 생각하는 방향은 단절되고 말았다.이러한 현실은 근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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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미
2018.08.05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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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하늘 세계를 대표하는 해와 달은 인간의 삶과 밀착되어 있는 친숙한 존재이며, 한국의 전통 문화 속에서도 자주 접하게 되는 소재로 등장한다. 이 글에서는 한국인의 생사관(生死觀)을 이해하는데 있어 해와 달이 어떠한 의미를 지니며 기능해 왔는가를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해와 달의 속성과 상징성을 통해 알아보고, 한국인의 생사관의 특징과 그 변화를 고찰하고자 한다.1. 해와 달의 속성과 상징성1) 해 : 광명과 풍요, 왕권의 상징, 회귀성과 신생(新生)눈부신 광명과 뜨거운 열기를 지닌 해는 천지를 밝혀주고, 모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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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미
2018.08.05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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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현대 일본 사회는 죽음을 금기시하고 늙음을 기피하는 경향이 강하다. 핵가족화가 진행된 결과, 할아버지, 할머니의 죽음과 노쇠를 가까이에서 체험하는 기회도 줄어들었다. 대부분의 노인이 자기 집이 아니라 병원과 노인시설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죽음과 직접적으로 접촉할 기회가 적어졌다는 것, 현실감이 희박한 사별(死別) 체험이 현대 일본인에게 생의 존엄성과 죽음에 대한 상상력을 더욱 희박하게 만들고 있다.나는 의료과학계 대학에서, 2014년부터 일반교양강의인 ‘철학과 사생관’을 맡고 있다. 오늘날 글로벌화된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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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미
2018.08.05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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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나는 10살에 아빠를 잃었다. 화목한 가족의 막둥이 딸로 태어나 누구보다 사랑을 받으며 자랐지만 여러 가지 말 못할 사정 때문에 가족들이 뿔뿔이 헤어지게 됐고, 동시에 아빠 또한 돌아가셨다. 건장하셨던 아빠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어린 나에게는 너무나도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더욱 충격이었던 것은 아빠의 부고를 아빠 친구로부터 전해들은 것이었다. 1년간 어머니와 잠시 헤어지고 오로지 아빠와 서로 의지하며 살았는데, 아빠마저 돌아가시자 나는 그 충격과 슬픔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그 때 내게 죽음을 대하는 법, 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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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미
2018.08.05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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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나는 ‘일본인의 생사관’에도 과거·현재·미래가 있다고 생각한다. 미래는 희망의 다른 이름이다. 일본인의 과거의 생사관과 현재의 생사관을 거쳐 미래의 생사관을 말해 보고자 한다.근대까지 일본인의 생사관 우선 ‘생사관’이란 ‘죽음’과 ‘삶’, ‘사자’와 ‘생자’의 관계를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철학적 물음에 대한 자기 인식을 말한다. 가마쿠라시대(鎌倉時代) 말기 일본인의 생사관의 양상을 이야기한 수필집이 있다. 요시다 겐코(吉田兼好, 1283경∼1352경)의 '쓰레즈레구사(徒然草)'가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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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미
2018.08.05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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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현대 일본인의 사생관은 각인각색이다. ‘일본인의 사생태(死生態)에 관한 의식조사 보고서’(社團法人倫理硏究所, 2009)에 의하면 “인간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다”,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사람은 많은 사람에 의지하고 있다”, “다른 생물의 희생 위에 삶이 있다” 등은 남녀 모두 긍정적이지만, 여성은 남성보다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여성은 “사람들의 유대나 삶의 의미를 남성보다 강하게 느끼고 있다.” 그러나 그 여성도 5~60대에서는 “사람은 결국 혼자이다”의 비율이 다른 세대보다 높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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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미
2018.08.05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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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노년은 때로 고독과 상실의 시간으로 인식되곤 한다. 주변에 사람들이 하나둘 사라져가고 젊음이 주었던 많은 것들이 자연스레 소멸돼 간다. 그리고 남아있는 시간을 생각하게 된다. 이렇게 말해놓고 보면 노년의 풍경은 자못 을씨년스럽다. 외로움과 소멸, 그리고 남아 있는 시간이 주는 쓸쓸한 풍경 때문이다. 인류의 철인(哲人)이라 칭송받는 공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노년에 여러 나라를 떠돌던 공자는 어느 날 저녁 제자들과 시냇가에 앉아서 흐르는 시냇물을 보고서는 이렇게 탄식을 했다. “흘러가는 것이 이와 같구나! 밤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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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미
2018.07.22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