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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본 대지진에서 보고 느낀 죽음과 그 이후카네비시 키요시(金菱 淸) 토호쿠가쿠인대학(東北學院大學 교수)●인간 존재를 흔든다갑작스러운 재해로 ‘안녕’도 전하지 못하고 떠나버린 부재자(不在者)들. 거기에는 도저히 납득의 안 가는 사람들이 있다. 쓰나미로 부모를 잃은 여성은 생가의 기둥에 이와 같이 난필을 한다. ‘엄마, 아빠, 딱 한 번만으로도 좋으니까 다시 보고 싶어요. 외로워요. 괴로워요’ 유령이 난다고 소문난 곳을 밤마다 찾아다니고 아직 이룰 수 없는 만남을 고대하고 있다. 가령 제삼자적 입장에서 죽음의 사실을 전해봤자 그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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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미
2018.07.08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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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자의 해석을 통해 본 삶과 죽음의 의미 안유경(한국전통문화대학교 한국철학연구소 전임연구원)사람들은 삶이란 어머니의 몸속에서 태어나는 순간에 시작해서 죽으면 끝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신이 사라져 버릴 것을 두려워하며 애써 죽음을 외면하며 살아가기도 하고, 또한 종교와 신앙에 매달려 죽은 이후 좋은 곳에 가거나 영생을 누릴 것이라고 위안을 삼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언젠가는 반드시 죽어야 한다. 탄생 속에는 이미 죽음이 있기에 어느 누구도 죽음을 피할 수는 없다. 이러한 죽음은 삶 속에서 삶의 한 부분으로 늘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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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미
2018.07.08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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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죽으면 끝'과 '세계의 끝'돌이켜 보면 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친 지 사반세기(四半世紀) 이상이 지났다. 나의 수업은 자기 관심이 가는 대로 니체(1844-1900)나 하이데거(1889-1976)의 사상을 다루는 경우가 많다. 니체는 “신은 죽었다”고 말한 것으로 유명하고, 하이데거에 의하면 우리 삶은 끊임없이 '죽음이라는 끝'을 사는 것이라고 하니까 자연스럽게 '죽음'이라는 예사롭지 않는 낱말이 수업 중에 난무하게 된다. 매번 학생에게 감상을 쓰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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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미
2018.06.24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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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미
2018.06.24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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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구라산은 청주시 내수읍 우산리와 미원면 대신·종암리의 경계 지역에 위치하며 세계 3대 광천수(鑛泉水)로 유명한 초정리와 인접해 있다. 이 산의 이름은 ‘구라산(句羅山)’ 또는 ‘구녀산(九女山)’이라고도 전해 오는데, 내 집안의 옛날 족보에는 ‘句羅山’으로 기록돼 있다. 이 지역이 삼국시대 국경지역이었고, 인근 마을 비중리에 고구려 불상과 삼국시대 쌓은 것으로 추정하는 산성이 있는 것으로 보아, ‘句羅山’으로 불리어 오다가 1480년대 조선 성종 때에 편찬된 동국여지승람에 ‘구라산(謳羅山)’으로 기록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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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미
2018.06.10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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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이월순 권사 “하나님의 뜻을 더 우선으로 하니까 하나님이 복을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님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특별한 힘을 주셨다고 믿습니다.”1. 50대 후반에 컴퓨터를 배우고, 시를 쓰기 시작해, 회갑 기념일에 첫 시집 ‘풀 부채 향기’(1997년)를 나눠줘서 그 자리가 출판기념회가 돼 축복받았다 했는데, 2년 후에는 뇌경색으로 쓰러져서 좌절을 맛보았으나 다행히 회복하고, 다시 시문(詩文)에 몰두하여 시집(3권), 시가 있는 수필집(1권), 동시집(1권) 등을 이어 출판했다. 지금도 시를 짓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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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미
2018.05.27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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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동양일보와 동양포럼운영위원회는 고령화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고령자들의 삶을 조명하고 있다. 이번에는 고 홍신희 서원대학교 총장 부인인 서진석 여사, 이익상 진천중앙교회 원로목사의 부인인 이월순 여사의 이야기를 듣는다. “저는 1936년생, 83년을 살아오고 있습니다. 70세부터 80세까지는 굉장히 빠르게 흘러간 것 같아요. 13년 전에, 그러니까 제가 70살 때 고인이 된 남편(홍신희 전 서원대 총장)과 살 때는 세월이 그렇게 빠르다는 것을 느끼지 못했거든요. 그 옛날 모두 어렵게 살던 그 시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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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미
2018.05.27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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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최한기는 누구인가?최한기(崔漢綺·1803~1877)는 19세기 한국의 특이한 유학자·실학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개성(開城)에서 태어났으나, 10대 중반 무렵부터 평생 서울에서 살았다. 23살 때 생원시에 합격한 후 출사의 뜻을 버리고, 저술과 독서에 전념하면서 재야 지식인으로 평생을 보냈다. 만년에 맏아들 최병대(崔柄大)가 시종지신(侍從之臣)이 됐기 때문에, 최한기가 이른 살이 됐을 때 시종의 아버지에 대한 은전(恩典)으로, 통정대부(通政大夫)의 품계와 첨지중추부사(僉知中樞府事) 및 오위장(五衛將)의 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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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미
2018.05.1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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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카이바라 에키켄은 누구인가?카이바라 에키켄은 일본 에도시대(江戶時代)의 유학자·박물학자이다(전문의 의사가 아니었다). 이름은 아츠노부(篤信), 자는 시세이(子誠), 호는 쥬사이(柔齋)·손켄(損軒) 등이 있으나, 만년에 쓴 에키켄(益軒)이 가장 유명하다.에키켄은 큐슈(九州) 후쿠오카번(福岡藩, 일명 쿠로다번黑田藩)의 서기였던 카이바라 칸사이(貝原寬齋)의 5남으로 태어났다. 그는 의학에도 밝았던 아버지로부터 의학을 배우고 둘째 형부터 글을 배웠다. 18세 때부터 후쿠오카번에 출사했으나, 어느 날 번주(藩主)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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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미
2018.05.1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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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두 세대는 한 개의 축에 연결된 양쪽 바퀴와 같다. 같이 굴러가야 사회의 균형이 잡힌다.”얼마 전 대전에 볼일이 있었다. 나는 옥천에서 지척인 대전을 갈 때, 목적지까지 지하철만 연결되는 곳이면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옥천에서 대전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타고 가서 지하철 시발역인 판암역에서 지하철을 탄다.그날도 동행 한분과 둔산동 시청역까지 가기위해 시내버스를 타고 판암역까지 갔다. 거긴 시발역이라 자리가 텅텅 빈다. 시청역에서 내려 볼일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다시 판암행 지하철을 탔다. 여긴 판암역과 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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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미
2018.04.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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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1. 지금부터 약 100년 전, 나라의 주권을 일제에 빼앗긴 지 10여 년째 되던 1920년대 초반에, 소파 방정환(1899~1931) 등의 ‘청년’들이 ‘어린이운동’을 시작했다. 어린이운동의 의의는 그때까지 ‘어린놈’이던 아이들을 ‘어린이’로 호칭하는 데서 상징적이고 극적으로 드러난다. 즉 사랑받기는커녕 천대와 멸시 또는 화풀이의 대상이 되고, 독립된 인간으로 인정 받지 못하던 어린이를,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하고 나아가 ‘미래세대’로서 귀히 여기자는 운동인 것이다.조선시대 ‘양반, 남성, 어른’ 중심의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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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미
2018.04.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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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오늘도 어김없이 컴퓨터 자판 두드리는 소리가 방안에 가득하다. 젊은이들처럼 소낙비가 쏟아지듯 날렵하고 빠른 속도로 일정하고 힘 있게 두드리는 소리도 아니고, 봄비가 내리듯 소리 없이 조용조용 하지도 않다. ‘툭~툭~~ 턱~턱~’ 들려오는 소리의 간격은 불규칙하고 소리의 크기도 일정하지 않다. 잠시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하듯 하다가도 잠시 후 그 고요한 적막을 깨고 자판 두드리는 소리가 또 들린다, 때론 크게, 때론 작게 귓전에서 항상 들리는 익숙한 소리다. 어머니가 굼뜨게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다.그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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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미
2018.04.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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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퇴계 이황(李滉)(1501~1570)의 일생은 비유하자면 한폭의 병풍(屛風: folding screen)입니다. 그가 강조한 ‘경(敬)’이나 ‘정(情)’의 개념이 눈앞에 펼쳐지며 우리를 따뜻하게 감싸 안고 세간의 풍파로부터 지켜줍니다. 그의 일생과 사상은 과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은 은은함으로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특히 퇴계 후반생은 오늘날 우리가 잊고 있는 점들을 되새겨줍니다.퇴계의 생애는 크게 초년기인 수학의 시기와 중년기인 출사의 시기, 그리고 말년기인 강학의 시기로 나눕니다. 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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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미
2018.04.08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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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내가 슬프지 않았던 이유지난 2월 24일 토요일 오후, 우리 시대의 ‘외로운’ 철학자 김형효 선생(1940~2018)이 돌아가셨다는 전화를 받았다. 나는 1970년대 중반 서강대에서 처음 선생님의 강의를 들었고, 그 후 지금까지 무려 40년 넘게 선생님의 애제자였던 만큼, 이 뜻밖의 부고에 누구보다도 슬퍼해야 옳았다. 하지만 약간 먹먹할 뿐 그다지 슬프지 않았다.약간 먹먹했다 함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선생님이 2013년 여름 이후 치매증상이 나타나 외부활동을 중단하고, 주로 집안에 칩거하셨지만 선생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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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미
2018.04.08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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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모토 교시 일본 미래공창신문 발행인지난해 9월 15일 나는 70세가 됐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 이것이 그 날의 나의 상쾌한 결의였다. 늠름한 새 출발을 의식할 수 있는 자기 자신을 개운하게 축복했다. 예로부터 일본에서는 70세가 된 사람을 ‘고래로(古) 희귀하다(稀)’ 즉 ‘고희(古稀)’라고 부르며 축하해 왔다. 고희가 된 내가 처음으로 맞이한 신년(2018년)의 간지는 무술(戊戌), 즉 ‘개’이다. ‘개(戌)’는 주인의 은혜를 느끼는 데에 탁월한 천성을 지니고 있다. ‘감은(感恩)’의 덕이다.언젠가 오래 전에 김태창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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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18.03.25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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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기정 / 세계직지문화협의회장·전 청주시장독일연방정부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가 작년 한국 방문중에 총리 재직 시의 독일 국정상황에 대해 말한 바가 있다.그의 총리 재직기간(1998~2005) 독일은 막대한 통일비용과 500만 명에 달하는 실업자, 연금, 실업수당, 건강보험 등 누적된 복지 부담으로, 국가경제가 매우 흔들렸고 사회안전망도 위협받았다. 그래서 노·사·정 대타협을 시도했지만, 노·사가 절대 타협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2003년 ‘혁신, 성장, 일, 지속 가능성’이라는 슬로건의 ‘언젠다 2010’ 개혁안을 발표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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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18.03.25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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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원 서강대 철학과스물과 스물하나, 이십대의 첫발을 내딛는 2년을 재수학원에서 보냈다. 재수도, 일주일 만에 대학을 자퇴하고 시작한 삼수도, 모두 내가 선택한 일이었기에 즐겁게 지낼 수 있었다. 하루는 내가 가장 존경하는 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너네는 아직 젊어. 그 나이엔 무언가를 ‘얻기 위해’ 매일을 사는 거야. 그런데 시간이 흘러서 선생님 정도의 나이가 되면 무언가를 ‘잃지 않기 위해’ 사는 것 같아. 내가 가지고 있던 걸 지키는 것조차 쉽지만은 않다. 그러니까 너희가 힘을 쏟을 수 있는 지금, 더 노력하고 더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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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18.03.1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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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향 서강대 중국문화·철학전공“너도 할머니 나이가 돼 봐.” 유년 시절 외할머니가 즐겨하시던 말씀이다. 나는 11살 때 외할머니와 2년간 함께 살았는데 외할머니는 이상하게도 이 말을 하루에 한 번은 꼭 하셨다. 외할머니는 일흔이 넘어서부터 점점 쇠퇴해지는 기억력 때문에 실수를 많이 하셨고 그때마다 철없던 나는 “할머니는 어른인데 왜 그래요?”라고 물었다. 그러면 또 어김없이 “너도 할머니 나이가 돼 봐.”라는 대답이 돌아오곤 했다. 아무리 외할머니가 ‘할머니 나이’를 강조하여도 그 시절 10대에게 70대란 그저 머리 색깔이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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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18.03.1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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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예 서강대 국어국문학과2018년 2월의 어느 날이었다. 지하철을 타고 약속 장소로 향하고 있었는데, 귀에 꽂고 있던 이어폰 너머로 큰 말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할아버지 한 분이 기관사에게 연결되는 수화기를 들고 소리치고 계셨다.“아니 내가 지금 노인네라고 무시하는 거야! 안내 방송도 안 들리고, 전광판도 고장 나서 글자 하나 안 보이면 무슨 수로 내리라는 거야! 노인네는 지하철도 타지 말라는 거야?”같은 칸에 탄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했지만, 할아버지는 아랑곳 않고 호통을 치더니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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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18.03.11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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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진 뱅크샐러드 CM팀장 (건명원2기)어르신들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자칭이든 타칭이든 ‘어른’이라고 여겨졌던 이들의 추한 모습이 연일 사회를 경악하게 하고 있다. 국가의 어른이라는 자들이 저지른 부정부패, 권력남용, 그리고 국정농단의 행패는 물론이거니와 교과서에서 위인으로 다뤄지는 문학가조차도 끝끝내 추악한 모습을 드러내고 말았다. 돈 좀 있는 어른들과 정치 좀 하시는 어른들의 단골주제인 ‘갑질’은 ‘못 가진 존재’, ‘없는 존재’, ‘젊은 세대’의 분노를 끓어오르게 한다. 사회생활을 경험하는 젊은 세대가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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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18.03.11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