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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멩이 한 켜 쌓고허공 한 켜 쌓고평생 정성들여 쌓은 탑 어느 날허공 한 쪽이 허리를 굽히자와르르 탑이 무너졌다 탑을 지탱하고 있는 것은돌이 아니라허공이었다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7.03.02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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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이면 별이 가득 차려지고아이들이 빙 둘러앉아 꿈을 떠 먹는다하늘 열매를, 반짝반짝, 따 먹으며아이들은 잠자는 사이 저도 모르게 자라고, 나이 들면 허기져도 그냥 사는 걸까꿈이 없는 사람은 빈집추억이 없는 이는 초라한 밥상인데, 시인은 생生 속에서 꿈을꿈 속에서 별을, 별에서 꽃을 피우는 사람사랑은 영혼의 꽃꿈이 없으면 꽃은 피지 않아. 아이들은 별에 사는꿈을 먹고 꽃을 피우는 시인,하늘은 그들의 밥상.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7.03.01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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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와며칠 독하게 앓았습니다 홀로 앓는 사이에꿈결인 듯 울려대던 전화벨 소리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지금 창밖엔 봄꽃이 환하고내 눈도 맑아졌습니다 문득 아버지 누워 계신산언덕이 그리워기차를 타고 가는 고향행멀리 보이는 풍경들은강물처럼 한가롭고 우리도이만큼 멀어지니담백한 평화를 꿈꿀 만합니다.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7.02.27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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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구름이 지나가는 쪽빛 하늘 아래사뿐히 추켜세운 추녀를 보라 한다뒷산의 너그러운 능선과 조화를 이룬지붕의 부드러운 선을 보라 한다어깨를 두드리며 그는 내게이제 다시 부드러워지라 한다몇발짝 물러서서 흐르듯 이어지는 처마를 보며나도 웃음으로 답하여 고개를 끄덕인다그러나 저 유려한 곡선의 집 한채가곧게 다듬은 나무들로 이루어진 것을 본다휘어지지 않는 정신들이있어야 할 곳마다 자리잡아지붕을 받치고 있는 걸 본다사철 푸른 홍송숲에 묻혀 모나지 않게담백하게 뒷산 품에 들어 있는 절집이굽은 나무로 지어져 있지 않음을 본다한 생애를 곧게 산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7.02.26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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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녘 서쪽 하늘기러기 울며 난다 한평생 아등바등 축 처진 날갯죽지 끼루룩놀빛 헤치며날아가는 외기러기.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7.02.23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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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숨 날숨으로 살아온 생이 육십 해가 넘었다 장조長調인지, 단조短調인지도 모르고시간을 밟으며 걸어 온 길이 어느 새 까마득하다험한 세상,좌우로 오르내리는 음音자리라니뒤뚱거리며 박자를 쫓기도 벅찬데나이 탓일까어찌 불어도 슬프게 들리는 것은 소리야 아무러면 어쩌랴무탈하게 지내온 것만도 고맙다남은 생은나이 탓, 세월 탓 말고못갖춘마디, 엇박자라도 양손으로 받쳐 들고깜냥 것 불어나 봐야 겠다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7.02.22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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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먹서먹하지만 결코 피하고 싶지 않은 자리에서 치맥을 하는데, 앞에 물끄러미 바라보이는 입술 붉은 여인네의 눈길을 피해 얼결에 가장자리로 밀쳐지는 가슴살을 집어 들고 모르게 포크로 찢어 드는 순간, 어라! 이것 봐라, 내 유년의 문턱을 넘던 바람이 이제 결처럼 찢어지는 가슴팍 살에 맺혀 있었구나! 어쩌면 이렇게 가는 결로 가슴에 가슴에 세월을 묻어두었는지 더 이상 진화할 것이 없는 날짐승으로 낮은 땅에 내려와, 이 상냥하고 생뚱맞은 날에 기쁨을 주는지, 앞에 앉은 붉은 입술의 오물거리는 속삭임보다, 하얀 가슴골 출렁임보다, 가슴에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7.02.21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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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거운 짐을 지고 언덕을 오르는저 가는 발목 꽃을 지고 간다고 즐거움이랴저 가는 발목 빈 몸으로 서 있어도 가볍지 않은저 가는 발목 세월도 짐이 되는저 늙은 발목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7.02.20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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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말랑말랑한 힘은 언제나 뜨겁다는 것. 독성을 점검 차 들이밀어 본다는 것. 그대 잠든 방 문풍지 소리 없이 녹일 수 있다는 것. 바늘귀 통과할 실 끝에 침 바르는 그런 실용을 나는 당신으로부터 배웠다는 것. 노을 지면 맨드라미처럼 그만 고개 숙이라는 것. 가을산 단풍을 운무가 지운다는 것. 밀려들기를 기다리는 동안은 늘 즐겁다는 것. 함부로 내뱉는 말 아니어야 한다는, 그것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7.02.19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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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비워도늘 풍요롭다 산과 바다처럼침묵으로 서 있다 쓸쓸해 보인다고생각하지 마라 보란 듯이 버텨 가면서환희의 봄을 부르고 있다.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7.02.16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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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오 년 후에 구멍 두 개를 바라봅니다.구멍 두 개의 사건을 보면서 그들을 모래바람 속으로 보냈습니다. 그들은 왜 그토록 그곳에 가기를 열망했을까요. 수백 대 일의 경쟁을 뚫고 그들이 입은 얼룩무늬를 봅니다. 청춘들이 입은 얼룩무늬를 한참 동안 바라보며, 청춘들이 입을 얼룩 무늬를 생각해봅니다. 출렁이지 않는 물결 가득한 모래바다로 보내고 나는, 애국심에 동의하며 신문기사처럼 곧 그들을 잊었습니다,그러던 어느 날 식탁이 온통 모래로 차려져 있었고 나는 귀신처럼 모래를 사각사각 씹고 있었습니다. 조간신문과 함께 이라크 노근리에서 구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7.02.15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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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달거리를 끝낸 여인이 새치름하게 눈을 흘겨와서초승의 달빛 꼬리가 강에서 사라질 때까지개가 짖어댄다몸을 한번 부르르 떠는 서산의 갈참나무숲달빛 그림자 건너둥글게 돌아가는 지구 한쪽엔마을 하나가 저물녘에 마실 나가 돌아오지 않고멀리 첩첩의 산맥 아래에서 착한 짐승이 흘레를 붙는다.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7.02.14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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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벼리지도 않는 칼날로 나를무참히 난도질 하던 때가 있었다장엄하게 솟구치는 피보라도 없이혼자 나가떨어지는 칼싸움이었다 무작정 허공만 휘두른다고싸움이 되는 게 아니란다수십 번 계절이 저리도 울긋불긋제 속을 끓이다 저물도록,핏물 흥건히 삶의 옆구리를 적시도록,벼리고 또 벼리는무한여정의 이 길이, 실은가장 빛나는 싸움임을이제야 알았네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7.02.13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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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간 흔들리는 영혼 있으면밤 인사로 건네던 입맞춤도아침의 쟁쟁한 기억 속에 남겨둘 일전선이거나 굴참나무 잔가지들 이거나포르릉 날아오르는 작은 새들에게발구름판이 되어줄 가지 끝에서도지상의 젖은 것들 말리는 햇살이구름 밀치고 나오기 전까지만이라도나 그곳에서 기거하다 가리라알알 이슬로 구슬도 꿰어도 보고눈앞에서 감쪽같이 사라지는 일로그대 음지의 슬픔까지 데리고증발하리라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7.02.12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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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못하고 버스를 탔어뒷산에 찔레 꺾으러 가자던 약속영영 못 지킬 거라는 걸 너도 알겠지생전 처음 떠나보는 이 산골차창 너머로 멀어지는 마을을 보며동생들이 훌쩍이기 시작했어돌아올 수 없는 곳깊게 실금 파놓은 동네 공터에햇살이 내리지 않을 거야삘기 뽑고 오디 따던 개살구나무 밑의 봄이다시는 오지 않을 거야구불구불한 산길을 넘고 넘어 닿은 작은 도시시커먼 동해바다에다 무섭게 토악질 하고낯설고 두려워서 오돌 오돌 떨었던나와 동생들이 가장 긴 여행을 한 날.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7.02.09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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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는 날이면그리움도 깊어나 사는 일이함께 있음을 알겠네 이제껏 외로움으로얼마나 많은 이를불러 세워 길을 물었던가 그대에게 가지 못하는 날부풀어진 영혼이 서러워 울 때면눈물로 이룬 강물에손바닥만한 쪽배를 띄우고멀리 밀고나가 돌아오지 않을시간 한 짐 부려놓고나에게 미안하다는 고백도 좋겠네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7.02.08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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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은 부처님의 혀다. 너 말 넉 되 진신사리만으로는세상 끝까지 밝힐 수 없어자신의 허파를 뽑아 시궁마다 묻었다. 33개 허파가 움직일 때마다세상의 가장 낮은 곳에서캄캄한 대낮을 밝힐 등불이 켜진다. 침은 있지만 쓰지 않는 법을 배운 벌들이공손히 날개를 접고 엉금엉금 긴다.몸의 안팎이 꿀과 향의 범벅이 되는,그 소식을 전하러 혓바닥을 떠난다. 세상을 제 몸으로 삼은 부처님이가장 낮은 곳에서 혀를 내밀어날마다 한 번씩 설법을 한다.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7.02.07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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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르의 음색은 입술로부터 온다그러므로 입술에 끌리는 것입술은 우주의 입구, 은하수를 본뜬 것천생연분은 입술을 훔쳐서 온다음색이 맞을 때까지아무르, 내부에서 울리는 공명음은 천리까지 간다아침과 밤 사이에, 수십 년이 지난 뒤에바람이 어깨를 치며 달아나고저녁하늘이 깊어 먹먹한 날은밀하게 아무르가 온다아무르는 기다림과 그리움의 시 한편이다외우고 들으며 끌어안는 시가지도를 만들어 길을 나설 거다야간열차에 몸을 싣는 날은 밤늦도록 술에 익고선창가에서 갈매기 울음 따라 울기도 하여오랫동안 그렇게 오랫동안 길을 가서새로워지는 아무르바라보면 산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7.02.06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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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시 그 정도면 좋겠다. 말랑말랑한 힘으로 뜨겁다는 거그대의 아랫도리를 녹일 수 있다는 거함부로 아픔을 준다거나아무 곳에서나 침 뱉을 용도가 아닌세상에 차려진 음식들 먹을 만한지점검 차 들이밀어 본다는 거 간사한 혀 놀림보다는그대 잠든 방 문풍지를 뚫을바늘귀를 지날 실에 침 바를그런 실용의 혀를 가지고 싶다. 울타리 아래 핀 맨드라미처럼물드는 석양에 고개 숙이는 것산의 운무가 단풍을 기다리는 것또 다른 뜨거운 혀내 입안 가득 밀려들기를꿈꾼다는 거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7.02.05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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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뒷산에서 승천했다는 용이용상골에 다시 돌아왔다. 거대한 불길 뿜으려던입 속의 목젖에서 고속도로가 튀어나와보은과 상주를 향해 허공을 질러간다.한껏 벌어진 아가리의 오른쪽 입귀에동일이네 집과 준민이네 집이 피어링처럼 걸려있다.잠시 후면 굉음이 용의 출현을 세상에 알릴 것이다.전설이 하늘로 올라간 뒤땅 속에서 잠자는 용을 깨우기 위하여목구멍을 파는 토목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그것만으로도 마을은 동강나고큰 갯골 작은 갯골의 천 년 골짜기는 진흙탕이다.2학년 동일이와 신입생 준민이는날마다 그 용의 입귀로 돌아가 잠자고아침이면 침샘 골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7.02.02 2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