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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깨달으면 속세도 정토가 되고 깨닫지 못하면 정토도 속세가 된다고 했던가. 대청댐을 지나 새소리, 바람 소리, 시원한 솔 향기를 도반 삼아 타박타박 산길을 오르면 높이 솟은 석축 위에 다소곳이 자리 잡은 천년고찰 월리사를 만난다. 화려하지도 세련되지도 않은 암자의 면면이 이곳에서 기도하고 수행하는 사람들을 닮아 그저 소박하다. 온화한 미소로 숱한 중생의 어깨를 다독여 주었을 천년세월. 부처님을 만나기 위해 첩첩산중 이곳에 올라 머리를 숙였던 그 옛날 사람들은 어떤 위로와 가르침을 얻고 돌아갔을까. 그들이 흘리는 눈물과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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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2.05.01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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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내 고향은 오서산이 서쪽으로 천수만을 바라보는 물 잘 나오는 정전리 중 평전이라 불리는 논밭 가운데 몇 가구가 모여 사는 동네였다. 십리 길 안에 큰 산도 있고 바다도 있는 촌인데 면 소재지에 있는 초등학교를 검은 고무신에 책보를 메고 바지저고리 입었던 친구들과 함께 걸어 다녔다.등잔불 아래 방바닥에서 공부하고, 라디오가 없어 아침에는 새마을 노래, 정오에는 예비군가가 흘러나오던 유선방송 스피커를 듣고 살았다. 학교 방과 후 친구들과 신작로 옆 동산에 올라가 진달래 따 먹고 아카시아꽃 필 무렵이면 개울 옆 둑길에서 아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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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28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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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산책 가는 길이다. 또르르 돌멩이 하나가 내 앞을 앞질러 저만치 굴러간다. 동글동글하니 공깃돌 하면 마침맞겠다고 생각했다.어렸을 때는 아이들 놀잇감이 별로 없었다. 주변에 널려 있는 돌멩이로 공기놀이, 땅따먹기, 비석치기, 사방치기를 하며 땅거미가 질 때까지 놀았다. 돌 하나가 동무와 정을 다지며 마음과 몸을 부리는 쓸모 있는 도구였다. 어릴 적 쓸모 있던 돌멩이가 이제는 아무짝에도 소용이 없다. 그런데 그 쓸모없는 돌멩이가 자꾸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장자는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다‘고 하면서 ”사람들은 쓸모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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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24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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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카페 ‘시월(詩月)’ 창가에 앉아 창밖 풍경을 보다가 바람의 손놀림을 읽는다. 봄비 지나간 자리로 거세게 부는 봄바람이 파릇파릇 돋은 쑥과 망초 이파리를 지나 냉이, 민들레꽃의 볼때기를 연신 문지른다. 돋은 풀들도 바람의 흐름에 익숙한 듯 쓰러지는 척, 넘어지는 척, 그러다가 제자리로 몸을 세운다. 바람에 흔들리는 이파리들 몸짓이 첼로를 연주하는 연주자의 몸짓처럼 격렬했다가 이내 느린 속도로 떨림을 유지하며 자신의 낮은 소리를 바람소리에 보태고 있다. 최근 문학단체에 신입회원으로 입회했다. 내 맘대로 문학 단체에 가입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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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21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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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25년 전 독일 하이델베르크에서 딸에게 편지를 쓴 적이 있다.“사랑하는 예쁜 딸, 네가 성인이 되면 우리가족 다함께 유럽 여행을 하자”. 라고그 후 귀국해서 수십 년 동안 가족 여행비용을 마련했다.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폐차 직전인 차를 새 차로 바꾸는 것을 포기하고 가족 여행을 선택했다. 딸과의 약속이 새 차를 바꾸는 일보다 더 소중하고 가치가 있다고 믿었기에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가르침을 딸에게 알려 주기 위해 유럽으로 가족 여행을 가기로 했다.가족이 함께 여행한다는 것 자체가 기쁨이며 공유할 수 있는 추억과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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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19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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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뉘엿뉘엿, 해가 서쪽으로 기울어질 무렵이면 미호천을 향하여 핸들을 돌린다. 매일 만나는 길이지만 하늘빛은 언제나 다르다. 오늘은 뭉게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있어 카메라 화각 맞추기에 그만이다.이른 봄 천변은 목가적이다. 수십 리 하천을 따라 형성된 논과 밭에서는 비닐하우스 안에서 먹음직스러운 딸기가 주렁주렁 열리고, 가지마다 방울토마토가 탱글탱글 익어가고 있다. 뚝방 길로 이어지는 이 길은 인도가 따로 없어 걷기에 불편하지만 군데군데 쉼터가 있어 가끔 차를 세우고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며 망중한에 빠지기도 한다. 서두름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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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14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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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인생길 가다보면 난데없는 일로 의기소침해질 때가 있다. 그런가 하면 신바람 나는 일이 생겨 사람 사는 맛이 불끈 솟아나기도 한다. 부산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나는 사춘기를 맞아 똘똘 뭉쳐 다녔던 5총사 중 한 명이 꽤 먼 해운대라는 곳으로 이사를 간 일이 있었다. 하여 바닷가를 내 집 드나들듯이 하게 되었다. 휴일을 맞은 어느 화창한 봄날이었다. ‘로마의 휴일’ 주인공 ‘비비안 리’의 볼륨 스커트가 유행했던 그 시절 어설프게 흉내를 내고 36번 버스에 올라앉았다. 그날따라 친구가 어딜 가고 집에 없었다. 그렇다고 되돌아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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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12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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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세월 앞에 늙지 않을 재간이 세상 어디에 있을까. 10년 넘게 수더분한 아낙처럼 밥은 물론이요, 요리까지 시간과 계절 가릴 것 없이 뚝딱 지어주던 압력밥솥이 고장이 났다. 일반 솥단지에 해먹을까 생각하다가 이참에 작은 것을 하나 장만하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밥솥 시장에도 그새 헤어스타일이나 옷처럼 바람이 불었는가. 기준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도무지 분간이 서지 않았다. 뼈대 굵은 압력솥은 손바닥만 해도 엄청난 호가였다. 도리 없이 선을 보듯 심사숙고하여 앙증맞은 것으로 골라 집으로 데려왔다. 다음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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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10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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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산사의 염불 소리가 부처님의 한량없는 법음처럼 들리는 곳, 산중 고독을 깨우는 그 소리에 이끌려 길을 오른다. 길 위에는 누군가의 염원으로 쌓아 올린 돌탑들이 여여(如如)하게 서 있다. 굽은 나무가 산을 지킨다고 했던가. 고갯길 중턱에 합장하듯 서 있는 두 그루의 노거수. 저 노거수는 오랜 세월 하루도 빠짐없이 부처님께 조석예불을 올리며 그 자리를 지켰을 것이다. 이 길을 오를 때는 자박자박 걸어야 한다. 잰걸음도 큰 걸음도 부질없다. 수행자의 마음으로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야 몸도 마음도 익어가는 길이다. 좁디좁은 돌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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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05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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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봄의 색들이 하나 둘 피어나며 온 산야는 알록달록 꽃들과 새싹들로 푸르름이 바람에 흩날리고 있다. 사월에 돋아 난 새싹의 연두 빛 고운 빛깔은 갓난아기의 살결마냥 부드럽고, 물고기 떼 같은 잎새들의 춤사위는 삶에 활력을 준다. 밤하늘 지키는 달빛을 보면서 새로운 꿈을 꾸며 새봄맞이 계획을 세웠다.내 고향 지리산자락 시골 밭에 작물을 심어볼까 하고 씨앗을 준비했다. 식구들과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차량들이 명절을 연상하게 한다. 코로나19로 한산하던 휴게소도 차량으로 넘치고 어디로 가는지 각자의 목적지로 향하여 달리는 차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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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03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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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必生卽事(필생즉사) 事審卽生(사심즉생), 싸움에 있어 죽고자 하면 반드시 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우리나라는 임진왜란 명량해전 시 왜놈의 어선은 133척, 우리 어선은 12척으로 싸워야하는 바람 앞의 등잔불 같아 먹빛 하늘도 걱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투력이 절대 열세인 우리의 장수들에게 정신력을 키워 대승을 이뤄낸 불멸의 이순신 장군의 어록을 학생들에게 들려줄 때 눈빛은 초롱초롱했다. 미원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할 때 학교 현관 앞에 성웅 이순신 장군의 동상을 바라볼 때마다 왜적과 매번 싸우면서 위기의 나라를 구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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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31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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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잎처럼만 사세요.”“잎은 있는 듯 없는 듯하지만 꼭 있어야 하는 존재이지요.”어느 선배의 말씀이었다.왜 하필 잎일까? 꽃처럼 살라고 하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 하다못해 소나무이든 잣나무이든 나무처럼 되라면 매서운 바람에도 꿋꿋하라거나 열매를 잘 맺는 삶을 살라는 의미로 쉬이 이해할 수 있었겠다.잎은 광합성을 한다. 이산화탄소를 흡입하고 햇빛을 받으며 영양분을 나무의 체내에 분배하며 부산물로 산소를 배출한다. 나무에 먹거리를 만들어 주니 생존에 절대적인 지위이며, 우리 인간에게는 몹쓸 이산화탄소를 가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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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29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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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이번에도 무늬만 모임이다. 여자들 모임이야 얼굴 보고 맛있는 밥 먹고 수다도 떨며 살가운 정을 나누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벌써 3년째 코로나가 훼방을 놓는다. 온라인으로 제비만 뽑아 곗돈이나 태우고 좋은 날에 만남을 기약하는 중이다. 곗돈이 100만 원이나 되니 타면 좋지만 지금 딱히 쓸데가 있는 것도 아니니 급할 것도 없다. 늦게 타면 저금하는 격이니 좋고 빨리 타면 가방이 뿌듯하니 한 끼 정도 안 먹어도 배부르다. 하지만 제비뽑기는 쪼이다가 뽑는 맛이다. 꽝이 나오면 허방다리를 짚은 것만 같아 허망하고 섭섭하다.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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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24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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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그는 열여섯 살부터 설악산의 지게꾼이 되었다. 일찍 부모를 여의고 가난한 소년은 생존을 위해 지게 하나에 넘치도록 남의 짐을 실었다. 험준한 설악산 곳곳을 힘에 부치게 오르고 또 오르며 오십 년 세월을 고단한 지게꾼으로 늙었다. 스스로 가장 넓은 사업장이라 말하는 설악산에서 오십 년 세월을 지게로 짐을 나르며 이제는 마지막 남은 지게꾼이 되었다. 지게꾼이 많았던 오래 전에는 두 시간 거리인 흔들바위는 이만 원, 한 시간 반 거리인 비룡폭포는 육천 원, 여섯 시간 거리인 설악산 정상인 대청봉은 이십오만 원을 받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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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22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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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여고 시절이다. 산천의 나뭇잎들이 맡은 바 소임을 다했다는 신호로 유유자적 황금빛을 받아들이고 있을 때쯤이다. 가을소풍으로 갔던 어느 산사에서 또래 같기도 하고 대학생 정도의 연령대로 보이는 승복 입은 청년들이 마당에서 맨손체조를 하고 있는 장면을 담 너머서 보았다. 우리는 셋이서 킥킥거리며 출입금지 팻말을 못 본 척 뒷마당 쪽문을 살그머니 열고 들어갔다. 그 젊은이들이 공부하는 교실이라고 생각하니 호기심은 더 강하게 설렘으로 파고들었다. 교실 뒷문을 살며시 여는데 삐거덕 소리가 어찌나 큰지 놀라서 후다닥 댓돌에서 내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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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2.03.20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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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2월 말에서 3월 초 즈음, 마루에 앉아 따뜻하고 포근한 햇볕을 맞으며 봄을 맞이하던 기억이 있다. 봄 햇살은 따뜻했지만, 바람은 은근히 매서웠다. 다만 그 매서움 속에서도 살짝 따뜻함이 묻어있었다. 얼었던 땅이 녹으면서 새 생명이 움트듯 대지는 꿈틀거렸고 그 꿈틀거림은 아지랑이처럼 흔들렸다. 계절이 바뀔 때 움직이는 자연의 미세한 떨림! 봄을 맞기 위해 대지는 온몸으로 기지개를 켜고 있다.봄 방학 시 지루한 일상을 TV 보는 일로 보냈다. TV 정규방송이 끝나고 오후 시청 예정인 프로그램을 올리면서 비발디의 사계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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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2.03.17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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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아직도 노심초사, 이제나저제나 코로나가 종식되는 날만 기다리고 있다. 길고 긴 겨울이 지나고 입춘이 되면, 또 우수 경칩이 오면 모든 심려가 사그라질 것으로 믿었다. 그랬던 것이 코로나가 오미크론으로 변이되어 오히려 더 더욱 극성이다. 게다가 예기치 않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 평화가 극도로 위협받고 있다. 오늘도 신생아와 어린이들까지 폭격으로 죽었다는 안타까운 보도를 본다. 급기야 해병대 군인까지 동원했던 울진 산불이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오래 타고(213시간 43분, 9일), 가장 많이 태워(서울 면적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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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15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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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청주 성화동 맛집으로 불리는 농협충북본부 구내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봄 햇살에 매료돼 동료들과 사무실 근처를 한 바퀴 돌자며 밖으로 나왔다. 인근에 있는 작은 공원에 도착하니 나뭇가지와 새싹들이 아름다워질 준비에 한창인 것이 새삼스럽기도 하고 신기해 보이기까지 했다.얼마 뒤면 나뭇가지는 초록색의 새순이 예쁘게 나오며 희망을 노래하고 산과들의 봄꽃이 어서 오라며 우리를 유혹하겠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몇 해째 봄꽃 나들이도 조심스럽다. 주말에는 청주 근거리에 있는 낙가산이나 양성산 산행을 종종 한다. 아침을 먹고 오전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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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13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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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19세기말 조선의 황실은 프랑스식 요리로 연회를 치렀고 프랑스어로 쓰인 메뉴판에는 커넬 콘소메, 푸아그라 파테 등 12가지 메뉴와 고종이 즐겼다는 씁쓸한 가베(커피)도 있었다고 한다. 황실 사람들은 서양세력과 우호관계를 맺고 그들의 생활양식을 이해하는 데는 음식만한 게 없다고 생각한 것일까. 고종은 서양 음식을 받아먹으며 맛이나 영양을 따지기 보다는 문화가 다른 사람들끼리 음식을 먹다보면 서로 간에 이해의 폭도 넓어져 상대에 대한 예의도 갖출 것으로 오해했던 것 같다. 김옥균(1851~1894)은 율곡 학풍의 영향을 받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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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10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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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왼손이라 다행이네.”“왼손이라 천만 다행이야.”왼쪽 손목이 부러진 나를 보고, 모두 위로의 말을 한마디씩 거든다.이럴 때마다 슬그머니 왼손을 뒤쪽으로 감춘다. 왼손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하는 것이다. 왼손은 오른손과 같이 몸통을 중심으로 좌우에 나란히 위치한다. 그런데 단지 오른손이 아니라는 이유로 마음에 꺼려져 가벼운 대우를 받는다. 애초에 왼쪽에 자리하고 싶어서 왼쪽에 붙어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오른손이 일할 때 왼손은 넉 놓고 딴청을 부리거나 쉬고 있는 법은 없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은 말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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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06 1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