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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꽃샘추위가 남아 있겠지만 그것을 기꺼이 감내하게 하는 봄기운 또한 완연하다. 지난 주말 찾은 지인의 복숭아밭은 사오월이면 망울을 터뜨릴 준비로 부산했다. 삼월이니 봄은 시나브로 다가오다가 어느 날 문득 진달래와 개나리, 벚꽃의 순서로 활짝 피어날 것이다.그러나 우리 인간들 세상에는 좀처럼 봄이 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2년을 넘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은 유럽연합이 참전하면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라고 말하는 러시아 푸틴의 엄포로 공포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북한이 우리를 주적으로 규정했다는 소식은 그리 놀랍지도 않지
동양칼럼
동양일보
2024.03.03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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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완위각(宛委閣)’은 담헌(澹軒) 이하곤(1677~1724)이 진천 초평에 지은 18세기 조선의 4대 장서각(藏書閣, 사립도서관)-안산의 유명천의 청문당(淸聞堂)과 유명현의 경성당(竟成堂), 서울의 월사(月沙) 이정구 고택-중 한곳으로 일명 ‘만권루(萬卷樓)’라고 불렸다. 예나 지금이나 동양에서 만 권의 의미는 장서의 기준이고 장서가의 꿈이며 지식인을 상징하는 박학다식의 배경이다. 설령 책을 쌓아만 놓고 읽지 않는 호사가의 허장성세라고 해도 책은 그 자체로 선하며 유의미하다. 문자향 서권기(文字香 書卷氣), 책은 그런
풍향계
동양일보
2024.02.28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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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가끔 이웃 동네 대전에 가면 도로표지판에 적힌 이름이 눈길을 끈다. 대전역 네거리, 증촌네거리, 중앙로역 네거리와 같이 우리말로 쓰인 부분이 그렇다. 보통 도청사거리, 상당사거리처럼 한자말로 적힌 이름과는 다르다. ‘네거리’면 어떻고, ‘사거리’면 어떻냐, 뭐 그리 딱딱하게 구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우리말과 한자말은 와닿는 그 느낌이 사뭇 다르다. ‘하나, 둘, 셋, 넷, 다섯...’은 우리말이고 ‘일, 이, 삼, 사, 오...’은 한자말이다.그러고 보면 사회 발전과 함께 요즘 우리말의 설 자리는 점점 잃어가고 있다.
기고
동양일보
2024.02.28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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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요즘 운전자들은 도로 위 ‘폭탄’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 있다. 아스팔트 포장 표면에 생기는 크고 작은 구멍인 포트홀(도로 파임)을 두고 하는 말인데 이게 해마다 겨울철이 지나 봄에 접어드는 이때쯤 가장 심하다.포트홀은 여름 장마철이나, 겨우내 내린 눈비의 영향으로 많이 생긴다. 겨울과 봄에는 눈이 내린 후 뿌린 제설제가 노면을 부식시키거나, 최근에 4일 내내 내린 비처럼 장기간 도로 내부로 물이 스며들면 많이 발생한다.차량이 지속적으로 지나는 노면에 빗물이 수축과 팽창을 거듭하면서 노면 강도를 약하게 해 결국 아스팔트가
오늘의주장
동양일보
2024.02.28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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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장승주 기자]충북 제천시와 단양군의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지속 증가하면서 총선 예비후보들이 노령층 공약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23년 말 기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제천시 전체인구는 13만194명이다.이중 65세 이상은 1만3722명(25.90%)으로 2019년 처음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이후 해마다 노인인구가 늘고 있다.단양군의 경우도 2023년 12월 말 기준 전체인구는 2만7701명이며 65세 이상 노년층 인구는 1만63명(36.33%)으로 집계됐다.이처럼 노인인구 증가로 제천시와 단양군은
기자수첩
장승주
2024.02.28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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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얼마 전 육거리 시장을 지나고 있었다. 인도를 걷고 있는 나에게 생면부지의 한 중년여성이 갑자기 앞을 가로 막고 자신의 시장가방을 열어 내용물을 보여준다. 그리고 신이 나서 감정을 주체할 수 없는 모습으로 말을 이어간다. 여성의 시장가방에는 통이 실한 배추만이 가득 담겨있다. 중년의 여성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배추를 한 통에 1000원씩 샀다고 자랑을 이어간다. 배추를 1000원에 팔은 할머니 쪽을 가리키며 아직 남았으니 나도 빨리 가서 사가라고 재촉한다. 얼마나 좋으면 생면부지의 나를 붙들고 이야기를 할
동양에세이
동양일보
2024.02.27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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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최근 기상이변 등 농업환경의 악화와 미래 농업기술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수직농장이 주목 받고 있다. 수직농장은 지역이나 기후조건에 상관없이 작물이 자라는데 필요한 환경을 최적으로 만들어 연중 농산물을 계획 생산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농업기술로서 미래농업을 이끌어갈 차세대 농업생산 기반이라고 할 수 있다. 수직농장이 필요한 이유는 첫째로 세계적으로 보아 인구증가, 농경지 감소 등에 따른 식량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단위 면적당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증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작물을 생산할 수 있는 농경지는 도시화
현장에서
동양일보
2024.02.27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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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인간은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 중에서 유일하게 거짓말을 하는 존재이다. 너 나 할 것 없이 거짓말을 안 해 본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명도 없을 것이다. 거짓말은 왜곡이나 은폐나 착오를 모두 배제했을 때에 밝혀지는 진실의 반대되는 참말의 반대말이다. 거짓말은 말하는 이가 이미 거짓임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듣는 이를 사실로 믿게 하기 위해 하는 실제와 다른 발언 또는 일부만 사실인 발언을 의미한다. 거짓말은 비밀을 지키거나, 평판을 유지하거나, 감정을 감추거나, 처벌을 피하기 위해서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예의, 수치, 공
동양칼럼
동양일보
2024.02.27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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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며칠 전에 끝난 모 신협 임원선거에서 패했다. 참패였다. 가슴이 아팠다. 후보자를 도와주는 위치에 불과했지만, 일상으로 돌아오는 데 힘이 들 만큼 쓰라린 경험이었다. 선거전에 깊이 개입하게 되면서 당락의 충격이 그대로 전달된 셈이다. 이번 선거전에 쏟은 노력이 그렇게 쉽게 물거품이 됐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그동안의 고단했던 여정에 대해 위로가 될 말은 없다. 낙선한 후보자에게는 더욱 그렇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나락으로 떨어진 후보자의 공황상태가 진정되기를 가만히 지켜볼 뿐이다. 낙선한 다른 후보자들도 축배 대
풍향계
동양일보
2024.02.27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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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환각과 중독을 일으키는 마약은 향정신성 의약품의 일종이다.일반인들은 마약이란 단어를 대부분의 향정신성 약품 및 중독성이 있는 알칼로이드를 일컫는 말로 사용한다알칼로이드란 자연적으로 존재하면서 염기로 질소 원자를 가지는 화합물의 총칭이다. 이 분자는 황과 염소, 브로민, 인까지 포함돼 있어 지구촌이 인간의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물질로 분류하고 있다.우리나라도 마약을 복용할 경우 중독 증상에 신체 손상을 일으켜 심하면 사망을 유발하게 되므로 마약 및 항정신성의약품으로 규정하고 일반인의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그러나 최근 청소년
프리즘
동양일보
2024.02.27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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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정부가 역대 최대 규모로 군사보호구역 해제를 추진키로 했다.군사보호구역 지정은 국민 재산권 행사에 수많은 제약이 뒤따랐지만, 해제 방침 발표로 그동안 불이익을 받았던 토지 소유주들이 숨통이 터지게 될 전망이다.정부는 매년 군사작전에 미치는 영향 등을 따져 국방부장관이 지정한 보호구역 일부를 해제해 왔다.그러나 올해 정부 발표에서는 그 규모가 역대 최대라고 하니 토지 소유주들이 반색할 일이다.충남 서산과 충북 진천을 비롯해 세종시 등 충청권 해제 면적은 339㎢로, 옛 표기 방식으로 따져보면 1억300만평으로 여의도 면적의
오늘의주장
동양일보
2024.02.27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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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그런즉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2023년이 가고 2024년 새해가 밝았다. 2023년은 희망과 행복이라기보다는 슬픔과 눈물이 넘쳐난 한해였던 것으로 기억난다. 온 세상은 전쟁과 지진으로 고통받았으며, 아직도 많은 지역에서 기근과 질병으로 아이들이 힘들어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어떠했나? 행복한 소식도 있었으나, 안 좋은 소식들로 인해 우리는 눈물을 삼켜야 했다. 많은 비가 온 나라 전체를 삼킬 듯하더니, 지하차도침수라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참담한 사건이 일어나,
유리창
동양일보
2024.02.26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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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정부의 의대 증원 확대 방침에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는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전공의들의 집단행동 이후 첫 주말·휴일인 24~25일 의료현장은 불편과 혼란으로 몸살을 앓았다.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현장 의료공백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확산일로 조짐을 보이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대전·충남에서는 전공의의 빈 자리를 지켰던 전임의와 신임 수련의 이탈까지 이어지면서 각급 병원의 과부하에 따른 ‘의료대란’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경고가 나온다.각 병원은 응급환자를 중심으로 최소한의 수술만 진행하고, 인
오늘의주장
동양일보
2024.02.26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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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선거일에 시골에서 올라온 한 문맹인이 아리스테이데스(Aristeides, BC520~BC468)에게 다가가 도자기 조각을 내밀며 본인이 불러주는 이름을 써달라고 부탁한다. 아리스테이데스가 누구 이름을 적을지를 묻자, 시골농부는 ‘아리스테이데스’라고 대답한다. 아리스테이데스가 궁금하여 이유를 묻자, 시골 농부는 “만나는 사람마다 아리스테이데스가 공정하다고들 하니까 지겨워서 그럽니다.” 아리스테이데스는 도편추방제(ostracism)에 따라 아테네에서 추방됐다가 기원전 480년 9월 페르시아가 침략하자 시민의 부름을 받고 고
풍향계
동양일보
2024.02.26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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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친구 이야기를 빼놓으면 나의 소년 시절은 존재하지 않는다. 친구에 대한 소중한 기억이 무궁무진하다. 복지에 관한 철학을 심어준 친구 인호 이야기다. 그는 지능이 좀 낮았는데 또래와 어울리지 못하고 세 살 아래인 나하고 어울렸다. 인호랑 손바닥만 한 평평한 돌을 발 위에 얹어 놓고 앞에 세워 둔 상대방의 돌을 넘어뜨리는 비석치기를 자주 하였다. 또 숨바꼭질도 자주 하였는데 내가 주로 이겼다. 저녁이 되어 집으로 돌아갈 때면, 자기보다 세 살이나 어린 나에게 늘 놀이에 져서 그랬을까, 나를 ‘십 원짜리 경재’라고 놀렸다. 이
동양칼럼
동양일보
2024.02.26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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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국회의원 총선이 눈앞에 다가왔다. 각 정당은 총선에서 이기기 위해 해당 지역구에 유리한 후보를 찾고 있지만 특정 지역구는 구인난에 허덕이고 있다. 매년 총선에 새 인물을 수혈하기 위해 기존 국회의원들을 컷오프 하지만 이번 총선에는 야당만 교체하는 등 여당은 기존 인물들이 자리를 꿰차는 듯하다.공천은 공정성과 정당성을 통해 정당 민주주의를 달성할 좋은 기회임에 틀림없다. 그러려면 국민의 참여를 보장하는 제도로 변화하여야 하는데 그러질 않고 있다. 그저 정당의 대표 눈치만 봐야 하고 눈 밖에 나면 공천에서 잘리고 마는 것이다
동양칼럼
동양일보
2024.02.25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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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3058명인 의대 정원을 연 2000명씩 5년간 1만 명 늘린다는 정부방침에 보건 의료계가 국민과 환자를 볼모로 집단행동에 돌입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했다.정부도 보건의료 재난경보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상향하고 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설치하고 사태수습에 나섰지만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멈추질 않는 분위기다.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이 아닌 의사들의 집단행동으로 재난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상향한 건 사상 유례가 없는 일로 국가적 재앙이 아닐 수 없다.필수의료의 핵심인 전공의들이 병원 현장을 떠나면서 의
오늘의주장
동양일보
2024.02.25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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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매년 1월이면 새해농업인 실용교육이 시작됩니다!”새해가 밝으면 농업농촌에서는 해마다 달라지는 농업환경에 대응하여 어려움을 극복하고 풍년 농사 결실을 위한 영농계획을 설계하느라 분주하다.올해에도 성공적인 영농설계를 위하여 농한기에 맞춰 지난해 영농현장의 문제점을 분석하여 해결하고 농산물 안정생산을 위한 농업인 교육을 추진했다.올해 1월 8일부터 1월 26일까지 15일간 청주시농업기술센터에서 추진한 새해농업인 실용교육에 계획 인원 대비 131%인 3,672명이 참여하여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이번 교육에는 벼, 고구마, 고
차한잔
동양일보
2024.02.25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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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겨울 같지 않은 포근한 주말에 철원의 한탄강 고석정에서 물 윗길을 걷고 주상절리 길을 걸었다. 절벽에 아직 녹지 않은 눈으로 곳곳에 얼음산이 보이고 그 사이로 폭포처럼 물이 흘러내리는 모습은 일품이었다. 고석정(孤石亭)은 철원 8경 중 하나이며, 철원 제일의 명승지이다. 한탄강 한가운데 치솟은 바위산의 양쪽 사이로 물이 휘돌아 흐른다. 유네스코가 인증한 철원 한탄강 주상절리 길은 총길이 3.6㎞에 이른다. 화산활동이 만들어낸 한탄강 일대의 독특한 지형을 감상할 수 있다. 걷는 길에 영화 촬영지였음을 알리는 영화표지판이
풍향계
동양일보
2024.02.22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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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우리 속담에 ‘빛 좋은 개살구’가 있다.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에 가치를 두는 세상을 꼬집는 말이다. 겉은 화려하게 꾸몄으나 속은 추악하다는 금옥패서(金玉敗絮)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흔히 양면성을 일컬을 때 ‘앞과 뒤’나 ‘겉과 속’이라는 말을 쓴다. 세상 누구도 앞과 뒤 그리고 겉과 속이 같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의 정도가 큰 사람이 있고 작은 사람이 있다. 이때 크고 작은 기준이 무엇이다 딱 꼬집어 나눌 수는 없지만, 보편적으로 어느 경계의 범주를 우리는 상식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인간의 양면성에 대한 상
동양칼럼
동양일보
2024.02.22 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