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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오늘 하루 누구와 대화하였는가?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정현종, ‘방문객’에서)사람들은 일생동안 수많은 관계를 맺는다. 이 시처럼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은 지금 서로 알게 모르게 ‘실로 어마어마한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한 사람의 인생이 올 만큼 소중한 만남인데, 사람들은 관계에서 오는 책임감 또는 부채감 때문에 온라인 서비스를 주로 소비한다.어느 조직의 구성원, 모임, 친구, 연
동양포럼
동양일보
2018.02.25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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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쌓여만 가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아버지! 살아계실 때도 점잖으시더니 돌아가시는 것도 점잖게 돌아가셨군요.”갑작스럽게 돌아가셨다는 아버지의 손을 잡고 제가 마지막으로 드린 말씀이었습니다. 사자가 자신의 죽음을 인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말이 갑자기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제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아버지의 체온은 순식간에 더 떨어져 갔습니다.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제가 디디고 있는 이 대지가 마치 스케이팅을 타는 것처럼 미끄럽게 느껴졌습니다. 이 대지는 제가 정박할 단단한 장소가 아니라는 생각이
동양포럼
동양일보
2018.02.25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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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 공공지평의 개신을 생각한다 ● 물질문명 발달할수록 ‘독점현상’ 수반오늘날에는 사람의 계산능력이 전자계산기보다 떨어지고, 컴퓨터보다 그 추리능력에서 밀리는 추세다. 이제는 통역을 하지 않더라도 인공지능으로 소통이 가능하고, 주식거래에서도 인공지능을 활용한 프로그램이 다각도로 활용되고 있다. 물질문명이 발달할수록 독점현상이 수반되기에 과연 공공행복에 이를 수 있는가하는 의문이 든다. 해법은 물질문명과 함께 영성문화 수준을 높이는 길이다. 실제로 한 사람이 사회 네트워크로 인류와 벗이 될 수 있는 계기가 문턱에 이르렀다. 그렇다
동양포럼
동양일보
2018.02.11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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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 한국어의 탁월함을 생각한다 저는 일찍이 한국을 알게 되고, 한국말의 특출한 아름다움을 깨닫게 된 것을 고맙게 생각해 왔습니다. 새해를 맞으면서 저 자신이 느낀 한국어의 탁월함을 다시금 확인해 보렵니다. ● ‘아름답다’…우주적인 미(美)한국어의 ‘아름답다’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우주의 울림’과 같은 것을 느낍니다. 이 아름다운 말의 어원에는 몇 가지 설이 있습니다. 유력한 것으로는 ‘아람’이라는 단어에서 유래했다는 설과 ‘알다’와 관련이 있다는 것입니다. ‘아람’은 충분히 익어 저절로 떨어지기 직전의, 완전한
동양포럼
동양일보
2018.02.11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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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기에 이 땅에서의 ‘한국학’ 연구는 대략 1940년생 세대로 끝이 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김형효나 김경재 세대). 그 이후의 세대들은 이른바 ‘전문화’의 길로 들어서거나 ‘근대화’의 세례를 받아서 ‘한국’ 전체를 연구 대상으로 하는 전통은 사라지고 말았다. 설령 있다고 해도 ‘중국’이나 ‘서양’의 시각에서 한국을 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그런데 한국에서 사라진 이 전통이 일본 땅에서 일본학자에 의해 이어지고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그것도 단순히 이어지고 있는 정도가 아니라 새로운 한국학의 지평을 열고 있다면 더더욱
동양포럼
동양일보
2018.01.28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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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가 연중 펼치고 있는 ‘동양포럼’으로 한국의 독자들과 만나온 오구라 기조 일본 교토대 교수가 최근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와 ‘조선사상전사(朝鮮思想全史)’ 책 두 권을 펴냈다.‘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는 현대 한국 사회를 성리학의 핵심개념인 ‘리’와 ‘기’로 해부한 독창적인 한국론을 보여주는 책이다. 이 책은 한국에도 번역·출간됐지만 ‘조선사상전사’는 아직까지 일본에서만 만날 수 있다.‘조선사상전사’는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유교·불교·도교 등의 사상과 철학을 넘어 신화·역사·종교·정치까지 모두 담고 있다.이 두 책에
동양포럼
동양일보
2018.01.28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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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저는 교토대학 오구라 연구실의 일원으로 한국에서 세 개의 포럼에 참가했습니다. ● 국제영성포럼-공공하는 영성지난해 8월 4~6일 꽃동네대학교의 주최로 국제 영성(靈性) 포럼이 개최됐습니다. 일본과 한국에서 온 학자들은 ‘생명윤리의식’, ‘아라이 오오수이(新井奧邃)의 생명인식’, ‘유교적 영성’, ‘산 자(生者)와 죽은 자(死者)를 매개하는 힘으로서의 영성’, ‘안도 쇼에키(安藤昌益)의 직경(直耕) 개념의 재고(再考)’, ‘스즈키 다이세쓰(鈴木大拙)의 영성론과 그 현대적 의의’, ‘한국인의 영성’ 등 다방면에서 ‘영성’이
동양포럼
동양일보
2018.01.21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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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난해 8월 3일~17일에 개최된 꽃동네 영성원에서의 영성 세미나, 안동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에서 열린 외천활리의 인문학, 청주에서 ‘영혼의 탈식민지화·탈영토화와 미래공창─조명희·나쓰메 소세키·루쉰의 비교 조명’이라는 주제로 열린 포럼에 참석해 귀중한 체험을 했습니다. 지면을 빌려서 그것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 뜻밖에 찾아온 첫 번째 한국 여행그때의 심정을 상기해 보면 먼저 떠오른 것은 여태까지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자기에 대한 어떤 물음이다. 그것은 “나에게 있어서 한국은 어떤 존재인가?”라는 질문이다. 그 대답은 오래
동양포럼
동양일보
2018.01.21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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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라는 말은 일본에서는 최근에 거의 사어(死語)가 되고 있는 것 같은데 한국에서는 어떨까? 여기에서 말하는 연애란 단순히 이성과의 연애뿐만 아니라, 좀 더 막연하게 뭔가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동경, 그리움, 사모를 말한다.괴테가 노래한 ‘성스러운 동경’(서동시집)이라고까지 하면 지나칠지 모르겠지만, 이 시에 나오는 “머나먼 여정도 힘들다 하지 않고/뭔가에 홀린 듯이 날아와서/마침내 빛을 갈망하여/나비여, 그대는 불처럼 타올랐다”라는 구절은 역시 ‘연애’의 핵심을 찌르고 있다.이런 ‘연애’가 사어가 된 세계, 이런 ‘연애’조차
동양포럼
동양일보
2018.01.14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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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해 동양포럼에서는 다양한 주제를 다루었을 뿐만 아니라, 한·중·일 국제학술대회를 통해 동아시아 시민성 함양의 기반을 다졌다. 동양포럼에서 다룬 주제들은 미래공창을 위한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영성’은 신령스러운 성능(性能)을 말하지만, 그 이외의 다양한 의미를 포함한다. 특히 동양포럼의 대화에서 동양의 정신문명을 아우를 필요성이 나타났다. ‘중용(中庸)’의 밝힘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영성반조를 통해 ‘근원적 생명력’으로 회귀되기에 동양의 정신문화를 탐색하며 동서회통이 요청된다고 할 것이다.동양고전, ‘중용(中庸)’에서
동양포럼
김용환
2018.01.14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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Ⅴ. 8월 15일 오전회의 -세대간 대화 ▷김태정 한국외국어대학교 명예교수 “어제와 오늘을 통해서, 그리고 특히 젊은 세대의 자유토론을 통해서 새삼 느끼는 것은, 누구나 젊은 한때 자기나라로부터 탈출하려는 충동을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생명의 몸부림이지요. 저도 그랬고 조명희·나츠메 소세키·루쉰도 경험했던 일입니다. 그것은 보다 나은 미래를 열어보려는 생명력의 표출이지요. ‘헬코리아’도 그런 충동의 네거티브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동건 국제퇴계학회 영남지부 이사장 “두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한 가지는 72번 째 광복절을
동양포럼
신홍경·박장미·임선희
2018.01.07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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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8월 14일 오전회의‘혼의 탈식민지화’에 대한 토론▷조성환 원광대학교 원불교사상연구원 책임연구원 “오늘의 오전회의를 진행하겠습니다. 먼저 일본에서 오신 후카오 요코 교수에게 ‘혼의 탈식민지화’를 학술적 연구과제로 삼고, 거기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오신 동기를 듣고 싶습니다.” ▷후카오 요코 오사카대학 준교수 “저는 이번까지 한국은 3번째이고, 김태창 교수와의 첫 만남은 십 수 년 전 북경에서 있었던 일·중 민간사회교류포럼이었습니다. 제가 그때 하는 일은 중국내륙을 필드 워크 하는 일이였고요. 마침 그 자리에 일본 측의 참가자
동양포럼
박장미 기자
2017.12.28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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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희의 낙동강은 박력있고 뛰어난 작품안동과 청주의 국제학술회의에 참가하여 지난 8월 나는 동양포럼 주간인 김태창(金泰昌) 선생의 부름을 받아 두 개의 국제학술회의에 참가했다.하나는 10일부터 12일까지 안동 도산서원(陶山書院) 선비문화수련원에서 개최된 영남퇴계학연구원·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 공동주최 2017년 2회 국제학술회의 ‘외천활리(畏天活理)의 인문학’(후원 동양포럼·운영위원장 유성종, 주간 김태창, 이하 ‘안동회의’), 또 하나는 13일부터 15일까지 청주대학교에서 개최된 ‘2017 한·중·일 동
동양포럼
동양일보
2017.11.12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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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주 삿포로 대한민국 총영사관은 지난 16일 오후 일본 로이톤 삿포로 3층 로이톤홀에서 김태창 동양포럼 주간을 초청, 일본의 나츠메 소세키와 한국의 포석 조명희를 소재로 한 특별강연을 개최했다. 이날 강연 내용을 야규마코토(柳生眞) 원광대 원불교사상연구원 연구교수가 정리해 보내왔다. 10월 16일 일본 홋카이도(北海道)의 호텔 로이톤삿포로(ロイトン札幌)에서 주 삿포로 대한민국총영사관 주최로 김태창 동양포럼 주간의 특별강연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와 조명희(趙明熙) 근대문학을 대표하는 두 작가를 통해 한·일 관
동양포럼
박장미 기자
2017.10.23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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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의 생명수 / 야마모토 교시(山本恭司) 일본 미래공창신문 발행인 지난 8월 한국에서 한·중·일의 학자·예술가·언론인·학생 등이 참가한 세 개의 국제학술회의가 열렸다. 제2차 세계대전이 종결한 지 72년이 지난 지금에야 겨우 동아시아의 민중들이 한 그루의 생명수(生命樹)를 심을 때를 맞이했다. 동아시아는 야래(夜來)의 취우(驟雨)가 그치고 새벽의 보라색 그름이 어둠을 지우면서 천천히 밝아오고 있다. 우선 일본과 한국이다. 민중과 민중의 차원에서 점차 진정한 우호의 다리를 걸쳐가는 흐름은 아무도 막을
동양포럼
동양일보
2017.09.24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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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창 동양포럼 주간 1920년대 중국사회 풍자한 중편소설 오늘날 우리가 떠올리게 되는 자화상 ■ 김용환 충북대 교수 중화사상에 영혼 식민지화된 상황속 실존적 자각없는 개인 통렬히 비판 ■ 김태만 한국해양대 교수 루쉰 작품속 인물들 비독립·비주체적 영혼 탈식민지화 실현 위해 저항 강조 ■ 이선옥 충북대 교수 중국문학사 첫 민중언어로 쓰인 작품 그 이전 문학은 민중 생활 감각 희박 동양포럼(운영위원장 유성종)은 근대 중국인 작가 루쉰(魯迅)의 ‘아Q정전’을 ‘잊을 수 없는 책 한권’ 시리즈의 세 번째 순서로 선정, 책에 담긴 그
동양포럼
박장미 기자
2017.09.10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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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포럼(운영위원장 유성종)은 ‘잊을 수 없는 책 한권’ 시리즈의 두 번째 순서로 ‘태교신기(胎敎新記)’를 선정, 그 뜻을 함께 살펴보기 위한 좌담회를 지난 5월 4일 충북예총회관 따비홀에서 열었다. 이날 유성종 동양포럼 운영위원장, 김태창 동양포럼 주간, 김용환 충북대 교수, 김양식 충북연구원 수석연구원, 문희순 문학박사가 함께한 좌담회의 내용을 요약·정리해 싣는다. 태교신기(胎敎新記)는 청주 출신의 사주당이씨(1739~1821)가 1남 3녀 4남매를 키우는 과정 속 자신이 겪은 임신·육아의 경험과 경서 및 의서 등에
동양포럼
동양일보
2017.08.27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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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포럼) 동양포럼(운영위원장 유성종)은 청주 흥덕사지에서 찍어낸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 ‘직지’를 ‘잊을 수 없는 책 한권’ 시리즈의 첫 번째 순서로 선정, 그 뜻을 함께 살펴보기 위해 지난 5월 29일 동양일보 회의실에서 좌담을 열었다. 이날 좌담에는 유성종 동양포럼 운영위원장, 김태창 동양포럼 주간, 나기정 전 청주시장, 김용환 충북대 교수, 조성택(경기도 연천교육청 장학사) 박사가 참석했다. 좌담회 내용을 요약·정리해 싣는다. ▷김태창 동양포럼 주간 “청주에 돌아와서 청주를 세계에 알리기 위한 문화 품목 중
동양포럼
동양일보
2017.08.20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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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지식인·세대간 대화 통해 본 밝은 동아시아 미래-이번 대화는 한·중·일 새로운 미래 여는 첫걸음 “ / 글쟁이가 되고 나서야 / 사람의 참모습이 / 잡히던가요? // 고양이의 눈을 빌려야 / 땅삶의 참뜻이 통하던가요? // 그렇게도 갈구하던 미래의 참빛이 / 비치던가요? // / 의사가 되는 길을 / 버리고 나서야 / 스스로 갈 길이 보였습니까? // 바보들의 모습을 / 그려보고서야 / 자신의 얼굴이 보였습니까? // 미친짓의 역사를 / 훑어보고서야 / 오늘의 모습이 보였습니까? // 노예됨의 굴레를 /
동양포럼
박장미 기자
2017.08.15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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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스즈키 다이세츠의 영성론과 현대적 의의 1. 스즈키 다이세츠의 영성론(靈性論)스즈키 다이세츠(鈴木大拙·1870~1966)는 (法蔵館·1947)에서 세계평화실현을 위해서는 단지 핵전쟁에 의한 인류절멸의 ‘심리적 공포’에 대한 호소와 ‘경제적 이익을 계기로 한’ 세계평화 이념을 추진해 나가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이런 생각은 ‘외면적·통제적·억압적 경향’이 있기 때문에 불충분하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내면(內心)으로부터의 자주
동양포럼
동양일보
2017.08.13 2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