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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고 깊고단호하게순간순간을 사랑하며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바로 실천하며 살아야 하는데현실은 딴전딴전이 있어세상이 윤활히 돌아가는 것 같기도 하고초승달로 눈물을 끊어보기도 하지만늘 딴전이어서죽음이 뒤에서 나를 몰고 가는가죽음이 앞에서 나를 잡아당기고 있는가그래도 세계는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단호하고 깊고뜨겁게나를 낳아주고 있으니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7.02.01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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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꿰맨다, 장터 복지관 그늘에 앉아코는 낮고 광대뼈 솟다만 밋밋한 작은 얼굴 깡마른 북어 같다눈동자 셔츠의 희멀건 단추 같고 속눈썹 낡을 초가지붕의 처마 끝 성근 짚이다 하얗게 결박당한 듬성한 머리카락 그 사이사이 검은 반점 갯바위로 숨겨 놓고, 골진 주름 덕장 가는 길 구비구비 한계령 고갯길이다어릿어릿 돗수 높은 눈 하나 덧 쓴 채 갈고리 같은 손가락 오므렸다 폈다 좌초된 배를 끌어 올린다손등에 이는 마른 비늘조각 선박 안팎을 들락거려 구멍을 메운다 뱃길을 낸다 마을을 질러 질러 날아든 사방의 말 막걸리에 취한 혀끝, 국적 잃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7.01.31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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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살짝 불어와도 마음 먼저 흔들려주름으로 웃다가 팽팽하게 젖어가는 우포늪가시연 같은실안낙조 어부 같은 때 되면 호령하고 때 되면 회항하는그들의 꿈은 늘, 가시 돋친 불화살 가슴에새긴 마음 한 줄검붉게 탄 초록바다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7.01.30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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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간이역 안개 속으로 흘러들었다. 비어 있는 역사엔 그와 음악과 정지된 시간만 있었는데, 휘감기는 것이 음악이었는지 시간이었는지 파고드는 선율에 그도 넉넉히 풀어져 흐느적거리는 것처럼 보였는데, 손을 잡은 것도 같은데, 함께 흘러가자는 뜻이었나,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거냐고 물어보고 싶었는데, 올 수 없는 시간을 어쩌면 기다렸던 것일까, 역사 벽면의 낙서만 바라보다가 짤막하게 새겨놓은 흔적은 지금도 엉거주춤 있을까, 그가 웃었던가, 흘깃 바라본 것도 같은데 웅크려 있는 어둠 옆으로 슬그머니 붉은 얼굴의 음악이 앉았다 일어서자 잠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7.01.25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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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힌 마음 열겠다고개심사 찾아와일주문 문고리 잡고 안을 보니문 뒤에 문이 또 하나 있는데문마다 거울이 걸려 있다거울 속에 내 마음은 보이지 않고사천왕 그 부릅뜬 눈이나를 노려보고 있다한 쪽 문 끝을 살그머니 밀고대웅전 오르는 마당 한 구석연못 속 들여다보니목백일홍 엉킨 가지에걸어놓은 꿈꽃이 피길 기다리며겨우내 얼었던 산이얼굴을 씻고 있다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7.01.24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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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계절마다 분칠을 하던유년과젊은 날 웃음도 눈물도 함께 빛나던 중년의 시린 세월 보이지 않으려바바리 깃을 올리던 이제이렇게 흰 머리칼뿐인데도그리움에 새 순이 돋는 못 말리는그 이름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7.01.23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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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한 포기아무것도 아닌 것 같고들꽃 한 송이또한 그런 듯하지만, 저 여리디여린 풀·꽃도지옥 같은 더위와 비바람을 다견디어 내고 나서 제 몸을 연다한 채의 찬란한 우주를! 풀잎은 왜 뾰족한가두근거리는 네 눈빛 때문이다꽃잎은 어째서 울퉁불퉁한가그 속에 음순이 춤추고 있어서다 배추 절 듯 전 그대의 오후허공을 천천히 산책하고 있는 풀꽃 한 송이네 앞을 환히 밝히고 있지 않는가.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7.01.22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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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은 나이 사십에미혹을 벗는다지만나 아직도용렬하게 흔들리니 혹세에는혹할 일 많아이 즐거운 미혹 더불어하늘의 뜻 깨칠 날을 향해흔들리며 흔들리며 간다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7.01.19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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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선이 험할수록 산은 아름답다능선에 눈발 뿌려 얼어붙을수록산은 더욱 꼿꼿하게 아름답다눈보라 치는 날들을 아름다움으로 바꾸어놓은외설악의 저 산맥 보이는가모질고 험한 삶을 살아온 당신은그 삶의 능선을 얼마나 아름답게바꾸어놓았는가 험한 바위 만날수록 파도는 아름답다세찬 바람 등 몰아칠수록파도는 더욱 힘차게 소멸한다보이는가 파도치는 날들을 안개꽃의터져오르는 박수로 바꾸어놓은 겨울 동해바다암초와 격랑이 많았던 당신의 삶을당신은 얼마나 아름다운 파도로바꾸어놓았는가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7.01.18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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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녘 집으로 비틀들어가다 또 보았다 달무리 그렁그렁 더딘 서녘 길에 여전히 아들 향해시위 당기시는 어머니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7.01.17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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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 쿵쿵 찍는 열병그대 그리움에 아침 창을 열면골목의 어둠과 함께 쿵쿵발자국 남기고 사라지는거대한 몸집 공룡을 만난다그대 사라지고 남은 지상에는몇 마리 피 흘리는 개미들이압사 당한 주검을 물어 나르는 행렬협궤 열차처럼 지나간다그대 떠나 보내고 돌아온 뒤찾아가는 쌍발 마을 그려진 지도에도서리 내린 들국화 꽃잎에도부치지 못한 편지에도 쿵쿵쿵읽다 접어 둔 책에도, 잉크병 속에도,거울 속에서도 쇠북 같은 울림공룡이 걸어다니기 시작한다.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7.01.16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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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손가락을 뾰족하게 깎아귀를 후빈다 음파에 밀려온 자갈이 차다언제부터 물의 입술이저 단단한 돌을깨운 것인가 둥음은침묵의 모서리가경계를 넘지 못하고무덤을 이루는 것 고막을 두드리며 넘어간소리의 무리들은부드럽게 소멸은 했는지몇 개의 궁금증이하얗게 채집된다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7.01.15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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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정신의 잇몸에 박혀있기에저리도 단단하나?개울 복판에 돋은 바위부리 하나. 밀려드는 홍수의 하복부에 칼을 들이밀어미처 거둬가지 못한 내장을 붕대처럼 꿰어 걸고한층 낮아진 물위로 고개를 내민다. 물살이 바닥을 파헤칠수록점점 더 넓고 크게 드러나는 부리. 시간의 물살이 거칠고 거세게 충혈될수록감춰진 몸통을 더더욱 드러내며, 천 년 뒤마침내 물길마저 바꿔놓으리라. 바위가 말을 한다.흐르는 물소리를 숨결 삼아어떤 우람한 정신이 입을 연다.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7.01.12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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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은 동서로 마주서서 하늘에 닿았고강물은 남북으로 흘러 산을 갈라놓았구나푸른 숲은 울울 창창 바람결에 너울대고청풍은 오고가며 꽃향기를 날려주네연천대 환벽정은 솔개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곳선유대 천년송은 학이 내려와 노니는 곳그 옛날 이곳은 백제와 신라가 자웅을 겨루던 쟁패지이제는 옛 얘기 되어 촌로들의 입술에 맴 도네 호수 물은 맑디맑아 옥보다 더 푸르고하늘의 해와 달도 물속에 잠겼구나물고기들 뛰고 노니 산짐승들 마중하고물새들은 벗하자고 산새들을 불러 모으네구름다리는 허공중에 드높이 걸렸고방문객은 오금 저려 오도가도 못 하누나떠가던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7.01.11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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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개를 펴고 멀리 굴뚝 연기 오르는 방향으로아아, 오오 보낸 소리가 헛둘 헛둘 되돌아와서유리창에 잡티처럼 스러지는 오후날아오르려는 것과 가라앉으려는 것이 균형 잡힌 40대의 연금술사가오래 전 함께 살았던청회색 털을 지닌 강아지가 들판에다 짖어놓은 소리를황갈색으로 바꿔놓는다재래식 시장에선 바닥에 주욱 늘어놓은 하루가 심심하게 흘러가고밤새 동티난 공중이 거울을 보며무수하게 찍힌 새발자국 위로 알록달록하게 소독약을 바른다가끔은 몸을 기우려 낮달을 보는 아픈 자리다세상 멀리 나가서 다녀보고 싶은 꿈의 높이다전선이 공중 이마에 새기는 복잡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7.01.10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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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잠이 스르르 깬다 낮은 소리로 내려오는 빗소리를 그냥 보낼 수 없어 소나무의 침엽에 매달린 물방울을 조심스레 터뜨리고 오랫동안 떨어진 자리를 쳐다본다 밤비는 금속처럼 차다 그러나 뿌리로 스미면 뜨거운 입김처럼 분사되는 정한 이치를 가슴 속 빈터에 옮겨 심고 꺼진 꽁초처럼 몸을 말아 잠깐에 대한 삶을 생각한다 타기 전까지 자갈처럼 오랜 시간을 견디는 내 어둠의 모서리를 가만히 끌어당겨 불을 붙이고 담뱃잎을 가볍게 했던 흙벽 건조실의 분탄처럼 물과 반죽되어 활활 타던 유년의 한쪽을 만져보는데 아직도 냉기 가득한 빙하처럼 흐르는 나의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7.01.09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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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히 목 잘린 겨울 수수밭을 보라 사방팔방으로 고개 숙이던 날들가라 가라 하고땅 움켜쥐었던 힘 서서히 풀며허공을 후려치던 긴 칼 잎새찬바람에 삭이는수수밭은 얼마나 가벼워졌던가 일제히 목 잘린 겨울 수수밭을 보라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7.01.08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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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을 들고 생각에 잠긴다 혀부터 내세우지 말라고 가슴으로 생각하고 온몸으로 임하라고 무시로 들려오는 말 바람결로 오면 귓속에 묻고 혀끝에 매달리면 입속에 묻고 눈으로 말하고 눈으로 들으라고 나무들 뜰에서 공원에서 산에서 묵언수행중이다겨울나무 숲이 그윽함은 수천의 나무들 눈으로 말을 걸어오기 때문이다 저 나무들 꽃도 열매도 단풍도 다 내려놓고 입술을 눈으로 덮고 말을 삼키고 있다 하늘이 뜨거운 입김을 뿌려 말을 걸어 오지만 이미 무덤의 혀들 겨울나무 숲에 누워 모든 문장에 마침표를 찍었다 무엇을 더 말하겠는가 무엇을 더 듣겠는가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7.01.05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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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많은 욕심이 썩어서 문드러진 채방 한 켠에 자리 잡고 울었는지 모른다진갈색 염증들의 큰 눈이나를 먹고 있었다 마흔에서 오십으로 휘어지는 이 길목쓰러지지 않을 것 같던 한 욕심을 볕에 말린다뽕잎을 따다 먹인다내가 나를 먹인다 누에가 몸의 독소를 제거하는 푸른 한낮오십은 육십을 먹고 칠십 팔십 백세를 먹고가벼운 저 구름 속으로실을 뽑아 올리겠다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7.01.0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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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목숨으로꽃의 숨결꽃의 마음으로불룩한 꽃의 걸음으로 돋을새김 온몸 치세워핏빛 노을 한 자락 베어 물고단단한 목질 깊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먼 뿌리의 기억을 추억하는 시간 결마다 새긴 비밀불멸의 화두인 듯 들여다보며사원의 심장 언저리 비스듬히 붙박여서붉게 스민 눈물의 산화 散華 짚어보나니 저 꽃숭어리의 뜨거움 마음 마음이겹겹 꽃잎마다 여민 생애솟구치며 일렁이는 지극한 발원 깊숙이마침내 펼쳐지는화엄꽃밭은 만개滿開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7.01.03 2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