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된 오진혁(31·현대제철)은 3일(현지시간) "나에게는 과분한 상"이라고 뜻밖의 소감을 꺼냈다.

오진혁은 이날 영국 런던의 로즈 크리켓 그라운드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남자 양궁 개인전에서 우승한 뒤 "나보다 더 잘하는 선수도 많고 훈련을 열심히 한 선수도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 대표팀의 맏형이자 주장으로서 동료가 시상대에 나란히 오르지 못한 데 대한 미안한 표정이었다.

동료 임동현(청주시청)과 김법민(배재대)은 각각 이날 16강과 8강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오진혁은 "동생들이 져서 속이 무척 상했다"며 "그래서 꼭 내가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고 눈빛만 봐도 서로 통하는 동생들이 경기 전에 나에게 힘을 많이 불어넣어 줬다"고 말했다.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힌 임동현이 충격패를 당한 데 대해 별도의 미안함도 느끼고 있었다.

오진혁은 "임동현은 양궁장에서 슈퍼스타"라며 "그런 훌륭한 선수와 함께 훈련할 수 있다는 것이 고마웠고 그에게 많이 배우면서 알게 모르게 발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에 대해서는 결승전보다 준결승전이 더 어려웠다고 밝혔다.

오진혁은 "4강전에서 바람을 빨리 읽으려고 노력을 했는데 화살이 반대방향으로 날아가 곤혹스러웠다"며 "막판에 서서히 감각이 잡히면서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4강전에서 화살 한 발로 승부를 가르는 슛오프까지 가는 접전 끝에 다이샤오샹(중국)을 따돌렸다.

결승전에서는 세트점수 7-1로 압승했다.

오진혁은 "결승에서 이기니까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고 마구 흥분이 됐는데 눈물은 나오지 않더라"며 "빨리 부모님께 금메달을 걸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올림픽에서 남자 개인전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의 첫 남자 선수라는 말 자체가 경기 전부터 부담스러웠다고 했다.

그는 "결승전에 들어갈 때 그 생각을 아예 안 하려고 노력했다"며 "경기가 내 뜻대로 잘 풀려 금메달을 땄는데 그런 타이틀은 여전히 나에게 과분한 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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