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 중간점검… 순차방송 희비 엇갈려

2012 런던올림픽이 절반의 일정을 소화한 가운데 지상파 방송 3사의 올림픽 방송 성적표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아직 중요 경기들이 많이 남아있긴 하지만 현재까지 시청자 반응과 시청률을 살펴보면 SBS와 KBS가 무난하게 방송을 이끌어왔다는 평가다. 반면 MBC는 개막식부터 시작해서 끊임없는 논란과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5일 포털사이트 다음에 따르면 누리꾼들은 올림픽 중계가 가장 만족스러운 방송사로 SBS를 꼽았다. SBS는 오전 10시 현재까지 총 6324명 중 47.6%의 지지를 얻으면서 1위를 달렸고, KBS 27.0%, MBC는 6.3%에 그쳤다.

 

◇SBS, 참신한 기획 돋보여

SBS는 다채로운 영상과 스타 해설위원을 내세워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영국을 대표하는 그룹 비틀스의 음악에 주요 선수들의 이야기를 묶은 ‘비틀스 영웅을 노래하다’는 발상의 참신함이 돋보이는 기획물로 경기 후의 감동을 더해준다.

송대남, 김재범 등 메달리스트들의 미니 다큐멘터리도 사전에 꼼꼼하게 준비했다는 인상을 준다.

앞서 개막식에서는 각 국가 입장시 국가별 대표선수들의 영상을 삽입해 단조로움을 덜었다.

축구의 차범근, 수영의 노민상 등 스타 해설위원의 활약도 눈에 띈다.

수영은 노민상 위원의 존재감에 힘입어 박태환의 400m, 200m 결승전에서 예선 단독 중계사인 MBC를 앞서는 쾌거를 올렸다.

그러나 주요 경기의 경우 중계진이 다음 경기를 안내하면서 ‘잠시 후’라는 자막을 남발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유도 경기에서 다음 경기가 곧 방송될 것처럼 ‘잠시 후’ 자막을 내보냈지만 정작 경기는 1시간이 지나고 열려 시청자들의 불만을 샀다.

 

◇KBS, 안정적이나 단조로워

KBS는 안정적이란 평가가 주를 이룬다. 새롭거나 파격적인 시도는 찾아보기 어렵지만 기존의 중계 노하우를 살려 무난하게 방송을 이끌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전면에 배치된 베테랑 아나운서들은 안정적 중계의 일등 공신이다.

표영준, 조건진, 전인석, 서기철 등은 경력 20년 이상의 아나운서들로 올림픽과 같은 대형 국제대회들을 수차례 경험했다.

안정적인 중계에 순차방송의 수혜까지 더해지면서 KBS는 시청률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현재까지 방송된 런던올림픽 시청률 상위 10개 경기 중 9개가 KBS 2TV가 중계한 경기들이다. 이 중 축구 예선 한국 대 멕시코전을 제외하면 8개가 양궁 경기다.

KBS가 순차방송으로 양궁 예선을 단독 중계하면서 시청층을 확보해 둔 효과를 톡톡히 보는 셈이다. 양궁을 10년 이상 담당한 조건진 아나운서와 이은경 해설위원의 호흡도 한몫했다.

그러나 중계가 안정적인 만큼 단조롭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기존 올림픽 중계와 큰 차별점을 찾기 어렵고 방송의 지루함을 덜어줄 색다른 볼거리도 드물다.

 

◇MBC, ‘바람잘 날 없네’

MBC는 그야말로 ‘뭇매’를 맞고 있다. 어이없는 실수들이 잇따르면서 집중포화를 맞는 양상이다. 개막식에서부터 배수정의 ‘영국인’ 발언과 ‘헤이 쥬드’ 방송 중단이 빈축을 산 데 이어 박태환의 400m 실격 후 무리한 인터뷰 진행도 논란이 됐다. 여기에 양승은 아나운서의 모자 패션은 ‘노이즈 마케팅’이 아니냐는 추측까지 불러왔다.

해설위원들도 자질 논란에 휩싸였다. 정부광 수영 해설위원은 박태환이 실격 판정을 당하자 ‘실격 판정을 내린 심판이 중국인’이라고 했으나 캐나다인으로 확인되면서 경솔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MBC를 향한 비판에는 파업의 여파가 자리하고 있다.

파업에 참여했던 숙련인력들이 제작에서 빠지면서 방송의 질이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조는 “순발력 떨어지는 뒷북대응과 어처구니없는 자막 사고까지 빈발하고 있다”며 “파업 가담자라는 이유로 사측이 숙련인력을 현업에서 배제할 때부터 예견됐던 참사”였다고 비판했다.

다행히 긴급 투입한 김성주가 메인 캐스터로 제 몫을 해내고 있고, 예선 단독 중계를 맡은 펜싱이 기대 이상의 선전을 하면서 시청률 효자 노릇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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