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서 지난달 7일 발생한 취객 사망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사건 발생 한 달여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이 정확한 부검과 면밀한 수사를 토대로 자칫 뒤바뀔 뻔한 용의자를 명확히 집어낸 것이다.

5일 대전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5일 새벽 1시께 ㄱ(26·사망)씨는 대전 서구 도마동의 한 술집에서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시다 ‘기분 나쁘게 쳐다본다’는 이유로 옆자리에 있던 ㄴ(21)씨 일행과 잠시 가벼운 말다툼을 벌였다.

별 소동없이 끝난 듯했으나 문제는 밖에서 불거졌다.

술집을 나온 ㄱ씨 일행은 먼저 자리를 뜬 ㄴ씨 일행과 길에서 맞닥뜨렸고 다시 시비가 붙어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 와중에 ㄱ씨는 ㄴ씨의 친구(22)에게 목이 졸려 넘어졌고 발길질을 당하다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ㄱ씨는 곧바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이틀 후인 7일 오후 2시 20분께 숨졌다.

당시 병원에서는 “증상을 고려할 때 머리 부분의 내출혈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는 소견을 냈다.

현장에 출동했던 지구대 경관은 초동 조사 보고서를 통해 ‘ㄱ씨가 바닥에 머리를 세게 부딪쳤다는 목격자의 진술이 있었다’고 전했다.

ㄱ씨의 직접적인 사인을 둘러싼 모든 정황이 ㄱ씨를 잡아 넘어뜨린 ㄴ씨의 친구에게 맞춰져 있는 듯했다.

그러나 1차 진술서를 검토하던 담당 수사관의 눈에 짚이는 것이 있었다.

일행 중 유일하게 술을 안 먹은 참고인이 ‘넘어져 바닥에 앉아 있던 ㄱ씨가 발로 세게 걷어차인 뒤 쓰러졌다’고 진술한 부분이었다.

사망 뒤에 시행한 부검에서도 특이사항이 발견됐다.

당시 검안을 한 법의관은 “오른쪽 턱 근육까지 출혈이 넓게 형성됐다. ‘외상성 뇌바닥면 거미막 밑 출혈’이 사인으로 보인다”는 소견을 제시했다.

이어 “외부 충격으로 거미막(뇌에 있는 세 층의 수막 중 중간의 얇은 막) 밑 출혈이 생겼다면 강도가 상당했을 것이다. 주먹보다는 발로 차였을 개연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누군가’의 발이 ㄱ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직접적인 원인에 더 가깝다는 뜻이었다.

경찰은 참고인을 다시 불러 진술을 받았다.

그는 “운동화를 신고 있던 누군가가 (ㄱ씨를) 발로 찼다. 마치 축구공을 차는 듯했다”고 기억을 더듬어 말했다.

당시 ㄴ씨의 친구는 샌들을, ㄴ씨는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는 것을 확인한 경찰은 ㄴ씨를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긴급 체포했다.

ㄴ씨는 “내가 발로 걷어찬 건 맞다”면서 “술을 먹고 싸우던 중 홧김에 그랬다. 돌아가신 분과 유족에게 정말 죄송하다”며 고개를 떨구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폭행치사 혐의로 ㄴ씨를 구속했다.

<대전/정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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