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경스님 에세이집 ‘마음을 천천히 쓰는법’

 

 ‘빨리 빨리’가 정답처럼 여겨지는 세상이다. 어딜 가나 ‘빨리’를 외쳐대는 각박한 현실 속에서 현대인들은 자기 마음 한 번 돌아볼 여유 없이 앞만 보고 달려간다.

주경 스님 쓴 에세이집 ‘마음을 천천히 쓰는 법’은 이처럼 ‘속도전’의 시대를 사는 현대인을 위한 따뜻한 조언을 담았다.

충남 서산의 부석사 주지이자 역삼동의 청소년수련관 관장을 맡고 있는 스님은 풍부한 상담 경험을 토대로 ‘마음 다스리는 법’을 전한다.

30일 종로구 견지동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스님은 “내가 수행을 하며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은 ‘천천히 사는 법’ 아닐까 싶다”면서 ‘빨리 사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알리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소개했다.

“사실 전 ‘얼리어답터’에 속하는 편입니다. 1990년도부터 컴퓨터를 썼고 IT기기를 활용한 교육 프로그램도 일찍 개발했죠. 근 20년을 남들보다 반 발짝, 혹은 한 발짝 앞서서 살아온 셈입니다. 근데 살다 보니 빠르게 사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니더군요. 오히려 한 발 뒤로 물러서 있는 것이 훨씬 편안하고, 여유 있어 좋았습니다.”

스님은 ‘바늘로 얼음을 깨는 법’을 예로 들며 ‘여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얼음을 깰 때 필요한 게 뭘까요. 망치나 정을 떠올리기 쉽지만 사실 바늘 하나와 숟가락 하나면 충분합니다. 얼음 위에 바늘을 놓고 숟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면 금이 가면서 순식간에 갈라지죠. 우리의 삶도 마찬가집니다. 바늘 하나만큼의 틈만 있다면 고통도, 번뇌도 어느 순간 쪼개져 나갈 수 있습니다. 바늘 틈 만큼의 작은 변화가 삶을 바꿔나갈 수 있는 것이죠.”

책은 ‘버리고 비우기’ ‘담담하고 당당하기’ ‘애정과 관심 갖기’ ‘추억하고 소중히 여기기’ 등 총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됐다.

‘버리고 비우기’에서는 욕심이 우리를 망치는 길임을 강조하면서 덜 먹기, 필요 없는 물건 버리기 등 ‘비움의 미학’에 대해 말한다.

‘담담하고 당당하기’에서는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린 것임을, ‘애정과 관심 갖기’에서는 점점 심각해지는 학교 폭력·왕따 문제의 해결책은 모두 ‘마음’을 보살피는 데 있음을 강조한다.

마지막 장인 ‘추억하고 소중히 여기기’에서는 바쁘게 사느라 놓치고 살았던 것들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일깨운다.

스님은 “모든 마음의 병은 천천히 마음 쓰는 법을 배우지 못해서 생기는 것”이라면서 “한 걸음 물러서서 담담하게 상황을 새기고, 보는 법을 익히라”고 조언한다.

“천천히 보다 보면 바르게 보는 힘도 생깁니다. 그러다 보면 우리네 삶의 목표인 ‘행복’에도 가까워질 수 있을 겁니다.”

마음의숲. 224쪽. 1만3000원.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