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정 복 흥덕새마을금고 이사장

덥다. 태양의 붉은 기운이 하늘높이 뻗쳐 숨쉬기조차 힘들게 달궈진 가마솥 열기가 모든 것을 일거에 태워버릴 양 이글거린다. 한낮의 기온이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열흘째다. 기상청에 따르면 도서해안과 산간지방을 제외한 지방 대부분이 밤에도 식지 않는 열기로 열대야가 계속된다는 예보를 하고 있다. 지독한 더위다. 이런 때는 눈 쌓인 겨울이 다시 왔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다.

30회 런던 올림픽이 열리고 있다. 이래저래 잠 못 드는 밤이다.

자국 국기를 달고 오직 조국의 명예를 위해서 온 몸을 던지는 선수들, 그런데 공정해야할 경기가 오심으로 얼룩지고 있어 안타깝다. 혹자는 오심도 경기의 연장이라고 했다. 또 선수는 경기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최소 4년에서 수십 년간 올림픽 한 경기를 위하여 노력한 선수들에게 잘못 내려진 판정은 얼마나 큰 상처를 남길까? 그동안 밝혀진 올림픽 오심의 역사를 보면 88서울 올림픽으로부터 베이징에 이르기까지 별의별 오심이 다 있었다. 최근엔 새로운 심판 장비개발과 더불어 컴퓨터까지 동원돼 오심 줄이기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판정시비가 다 없어진 것은 아니다. 이번에도 수영에서 특별한 이유 없이 본선을 앞둔 우리 선수가 실격판정을 받았다. 해당 선수는 남은 시간을 경기에 집중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어처구니없는 판정에 대한 이의제기로 시간을 다 허비해 정작 시합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불상사가 생겼다. 이런 상황에서 충분한 경기력 발휘를 기대한다는 것이 무리다. 또 펜싱, 유도등 유독 한국선수단에 판정시비가 많았다. 일부언론에서는 유럽대륙의 텃세라거나 상승일로에 있는 대한민국에 대한 견제라고 까지 했다. 어떠한 경우든 공정하지 못한 판정은 선수의 장래에 심각한 상처와 후유증을 남긴다. 우리로선 억울하고 분통이 터지는 일이다.

스포츠는 극명한 양면성을 갖고 있다. 자국 선수나 팀이 패했을 때, 응원하는 국민에게도 많은 아쉬움과 아픔을 주지만 반대로 승리했을 때 얻어지는 효과는 측정이 불가능할 만큼 대단하다. 지난 한·일 월드컵 당시 우리는 세계 내로라하는 강호들을 연파하며 4강까지 진출하는 축구기적을 일궈냈다. 당시 세계 언론들은 축구의 변방에 있던 한국축구가 세계열강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고 대서특필했다. 거기에 더하여 월드컵4강 코리아효과는 수출까지 이어지고 새로운 한류를 탄생시키는데 일조했다. 스포츠효과가 국민감동은 물론 경기부양까지 이끌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런던올림픽에서도 축구종가라는 영국을 치열한 전·후반 공방과 승부차기 끝에 제압했다. 홈 관중 7만명의 일방적 응원 속에서도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우리 태극전사들이 엮어낸 한편의 드라마는 밤잠을 설치고도 종일 승리감에 젖게 했다. 월드컵이후 침체돼있던 한국축구에 새로운 미래를 여는 한판이었다. 이렇게 온 국민을 하나 되게 하는 것이 스포츠 말고 또 무엇이 있으랴! 반면 반드시 승리를 기대했던 선수가 패했을 때 국민이 느끼는 감정은 배신감 같은 것이다. 오죽하면 지고난후엔 이민이라도 가야한다고 할까.

그러나 냉정하게 되짚어보면 지지 않는 선수나 팀은 존재 할 수 없다. 그럼에도 승자에 대한 환호 보다 패자에 대한 냉대가 우리에게 익숙해져있다. 응원에도 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오로지 결과에만 집착하여 승자만 추켜세우는 즉발적 문화가 실패를 용인하지 못하는 사회적 병리로 고착화된다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결과가 중요하듯이 과정 또한 중요하다.

이번 런던 올림픽 선수단 규모가 22개 종목에 240명이다. 그러나 메달을 획득하는 선수는 금··동 모두 포함해도 몇 십명 내외다. 올림픽이 끝나고 나면 또다시 금메달만 승자로 각종 포상을 하게 될 것이 확실하다. 모든 혜택이 그들에게 집중되는 것이다. 어느 개그맨이 외쳤던 것처럼 일등만 기억하는 세상이 돼서야 되겠는가.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