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도 근 취재부 기자

2010년 러시아가 발칵 뒤집혔다. 폭염으로 무려 55000명이 사망했기 때문. 2003년 유럽의 폭염은 프랑스 인구 6000만명 중 0.025%15000명을 숨지게 했다. 당시 유럽에서 열파’(Heat wave)로 사망한 이들은 5만명에 달했다. 숨진 이들은 대부분 심장병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던 이들이나 노약자, 소외계층 주민이었다. 가난할수록 폭염 등 이상기후에 대처할 수 있는 환경이 미흡했던 것.

이런 곳들 정도는 아니지만, 올 여름 우리나라 더위도 보통은 넘는다. 남부 일부 지역에서 40도까지 치솟는 등 충청 대부분 지역 최고기온이 34~36도를 넘나든다. 날씨 관련 기사작성을 위해 낮 기온을 조사하다 최고기온이 35도를 넘지 않으면 오늘 덜 더웠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 밤에도 청주의 최저기온이 26~29도를 기록하는 등 말 그대로 열대야가 계속된다. 폭염특보도 잇따라 발령돼 충청 전 지역에 폭염경보가 내려진 지는 이미 3일이 넘었다.

폭염에 의한 사망자도 잇따르고 있다. 얼마 전 청주에서 더위에 쓰러진 20대가 숨지는 등 전국적으로 사망자는 벌써 10명을 넘었다. 폭염이 재난의 하나로 봐야 하는 이유다.

서구에서는 벌써부터 공공보건시스템 등을 통해 전쟁이나 지진에 준하는 폭염대응체계를 세워놓고 있다고 한다. 효과도 각종 매체를 통해 명확하게 보도되고 있다. 적절한 경보를 발령하고, 응급상황에 보건당국과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하면 얼마나 사망자를 줄일 수 있는 지 알 수 있다.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가 내놓은 폭염방지대책은 재난경보 발령이나 무더위 휴식시간제 도입 등의 내용만 들어있어 아쉬움을 남긴다. 조심스럽게 고백해보자면 올해 폭염대책 자료와 지난해 대책을 비교한 결과 가장 크게 바뀐 게 ‘2011’‘2012’라는 숫자의 변화였다는 점을 깨닫고 정말로 황당했다. 지역실정에 맞는 새로운 대책은 없고 내용은 매년 비슷하다. 폭염나기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올해처럼 가뭄-짧은 장마-폭염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인 상황에서도 안이하게 대응해야 했을까. 이번 폭염이 이달 중순께까지 이어진다는 게 기상청 예보이니 적어도 오는 7일 말복까지는 찜통에 시달려야 할 각오를 해야 할 것 같다. 유럽 국가들의 대응이 호들갑일지 우리의 대응이 미흡한건 지는 가을이 되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