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브나자로프 누르고 준결승행…동 확보

2012년 런던올림픽 남자 복싱 라이트급(60㎏) 8강전에서 승리하며 동메달을 확보한 한순철(28·서울시청)은 "목숨을 걸고 링에 올랐다"고 했다.

한순철은 6일 저녁(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엑셀 런던 사우스아레나에서 열린 8강전에서 파즐리딘 가이브나자로프(21·우즈베키스탄)를 16-13 판정으로 누르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복싱은 3~4위전이 없어 준결승에만 오르기만 하면 동메달을 확보한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인터뷰에 응한 한순철은 승리 소감을 묻자 "말로 어떻게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기쁘다"고 말했다.

한순철에게는 스물두살의 어린 아내와 두 살배기 딸 도이가 있다.

한순철은 한국 나이로 29살이지만 아직 군대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지금의 아내와도 혼인신고만 하고 결혼식도 올리지 못했다.

사실상 마지막 기회인 이번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지 못하면 아내와 어린 딸을 두고 당장 입대해야 하는 상황이었던 터라 그에게는 준결승 시합에서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다.

한순철은 "링에서 죽을 각오로 경기에 임했다"면서 "심판의 손이 제 손을 드는 순간 너무나 짜릿했다. 그때의 쾌감은 겪어보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한순철이 8강에서 격돌한 가이브나자로프는 2010년 러시아 포펜첸코 국제복싱대회에서 승리를 거두었던 그때의 선수가 아니었다.

가이브나자로프는 올해 2월 헝가리 동부의 데브레첸에서 열린 2012 복스카이 국제복싱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2년 사이 기량이 몰라보게 급성장했다.

그렇지만, 강한 동기 부여가 된 한순철을 뛰어넘을 수는 없었다.

한순철은 저돌적으로 밀고 들어오는 가이브나자로프에 맞서 세계 정상급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 특유의 받아치기 전술로 차곡차곡 점수를 쌓았다.

2라운드 후반부터 3라운드 경기가 끝날 때까지 코리아, 코리아를 외치는 함성이 경기장을 가득 채울 정도로 경기는 한순철의 일방적인 페이스로 흘러갔다.

한순철은 "주특기인 받아치기로 포인트를 쌓으며 경기를 운영한 게 결국 주효했다"면서 "3라운드 후반에 승리를 직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제 (신)종훈이가 16강에서 탈락하면서 더욱 부담이 됐다"면서 "종훈이와 경기장에 같이 왔는데자기 몫까지 열심히 다해달라고 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웃으면서 답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머니에게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면서 "결혼하고 나서 신경을 잘 써드리지 못했는데 오늘은 전화를 드려서 축하받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한순철은 이승배 대표팀 감독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았다.

그는 "감독님이 런던에 도착한 날부터 지금까지 매일 밥을 직접 지어 주신다"면서 "설거지도 자신이 직접 한다. 감독님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꼭 이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준결승을 넘어 꼭 금메달을 따서 복싱의 인기를 살리는 데 힘이 되겠다"고 힘줘 말했다.

한순철은 10일 오후 9시15분(한국시간 5시15분) 에발다스 페트라우스카스(리투아니아)와 결승 진출을 놓고 한판 대결을 펼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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