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서 괴산군 재무과 세정담당

나는 잠시 이 땅을 빌려 쓰며 살고 있지만 언젠가는 다시 대자연의 일부로 돌아갈 것이다.

그 일생동안 몇 번쯤은 국가안위와 사회정의가 자신의 문제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행동으로 까지는 옮기지 못한 경험이 있다.

나와 달리 자신보다는 국가와 사회를 먼저 생각하고 충(忠)과 의(義)라는 가치에 자신을 희생하신 고귀한 분들도 있다. 그분들의 충의에 대한 보은 그리고 그 고귀한 정신을 후세에 계승하기 위한 사업으로 괴산에 국립호국원이 건립된다.

그분들에게도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자연인으로서 생활도 있었을 텐데 범부(凡夫)로서는 하지 못하는 일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일면식도 없는 내게까지 그 은혜가 미치고 있는데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생존을 위해서 물질은 중요하지만 사람이기 때문에 가치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의식(衣食)이 족하면 인의(仁義)를 생각한다’는 말처럼 먹고 사는 문제가 큰 과제였던 옛날에도 ‘백성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 주면 스스로 윤리를 생각한다’고 했다.

지금의 나는 호국원에 모셔질 고귀한 분들의 헌신과 스스로의 노력이 합해져 먹고 사는 문제는 해결했다.

이제는 호국원에 모셔지는 분들의 고귀한 희생정신에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의 이타(利他)적 사고는 가져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충효의 고장이라는 이 땅에 살면서도 시대조류가 그러하다보니 조상님들이 물려주신 고귀한 품성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호국영령을 모시는 성역이 지금의 나와 앞날의 후손들에게 어떤 의미가 될 것인지도 생각해 보게 된다. 살아가는 문제가 중요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해발 2000m가 넘는 세계의 오지 무스탕은 그 척박한 땅의 유일한 생명수로 히말라야 빙하가 녹아 형성된 자그마한 개천에 불과하다.

개천이 없는 곳은 인간이 발붙일 수조차 없고 터 잡은 곳에도 물길을 열어 곡식과 채소를 가꾸는 땅만 녹색을 띄고 있다. 그 초록빛이 이득은 물이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니라 터 잡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노력에 달려 있다는 것을 대변해 주고 있다.

대상이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들과는 차원이 다른 고귀한 정신의 주체를 모시는 사업이고 그 후손들도 이익을 쫓아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이(利)를 두고 다툴 상대방이 없는데 과연 누가 이익에 가장 가까이에 있겠는가?

모셔지는 분들을 함께 추모하고 후손들을 따뜻하게 맞이함으로써 그분들의 발길이 괴산의 관광지로 향하게 하고 먹거리로 지역의 농산물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지혜를 모아 갖추어야 할 조건이다.

연간 방문객 수 200만명으로 지금까지 사람의 수를 세어 100만명을 넘긴 사례가 일찍이 있었던가 묻고 싶다. 하물며 그 두 배나 되는 200만명 가운데 10명 중 한명이 한 끼라도 먹으면 20만 그릇에 달해 액수로는 10억원이 넘고 100중 한명이 고추 한 포대를 구입해 간다면 그에 따른 금액도 30억원이 넘는 수치다.

사업비는 802억원으로 괴산군 1년 예산의 4분의 1에 해당되며 이 막대한 사업비의 상당액이 지역에서 쓰이게 되면 누구에게 돌아가는 몫이 가장 크겠는가.

사람과 자금이 모이는 곳이라야 얻을 수 있는 것이 많아지고 얻을 것이 많은 곳이라야 산의 가치가 상승하는 것은 다른 지역에서 이미 보아 온 현상이다. 이제 자신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한 고귀한 영혼을 모시는 성역이 우리 울타리 안에 건립되며 우리도 모두 선한 사람이 돼 긍정적인 생각에서 생겨나는 이해와 화합으로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모두의 지혜를 모아 열어가야 하지 않겠는가.

국립 괴산호국원은 이미 지역경제에 효자노릇을 하고 있는 학생군사학교와 함께 군의 인지도 제고를 견인하고 유동인구를 증가시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우리들에게는 이타와 희생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 하고 후손들에게는 국가와 사회를 지탱하는 정신인 충과 의의 가치를 심어 주는 정신문화와 지역경제에 크나 큰 역할을 하는 괴산군의 소중한 자산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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