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는 입맛도 앗아갔다. 그러나 ‘밥도둑’이라는 ‘참게장’을 떠올리면 입맛이 돈다. 그 참게 양식의 중심에 있는 명노환(66·청양군 장편면 지천리 227-6·☏041-943-0008) 충청수산 대표가 6일 동양일보를 찾았다.

금강 하구둑이 준공되기 전인 1990년까지 금강 수계는 국내 최대의 참게 서식처였다. 그 중 칠갑산 물이 갈 지(之)자로 흐르는 청양의 지천구곡은 참게의 고향으로 불렸다. 그러나 금강 하구둑이 강과 바다를 갈라놓으며 금강 수계에서 참게를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참게를 다시 금강 수계에 되살린 것은 명 대표가 5년의 연구 끝에 참게 대량 양식에 성공했기 때문. 명 대표는 지천을 비롯한 금강 수계에 어린 참게를 대량 방류했으며, 게살과 게막도 복원돼 관광객들의 볼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청양이 고향인 명 대표는 청양초-청양중-청양고를 졸업하고, 제재업과 양식업 등을 하다 1989년부터 참게 양식에 뛰어들었다.

참게를 향한 그의 23년 열정은 흔히 ‘미쳤다’고 표현된다. 수중생물의 사육은 가축 같은 육상동물에 비해 몇 배나 어렵다. 참게처럼 주변 환경에 예민한 놈들은 더하다. 그가 참게 양식에 성공한 것도 강산이 반쯤 바뀌고 난 뒤였다.

“벌써 23년 전이네요. 당시 FTA 문제로 연구를 시작했죠. 실패도 많이 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재도전을 거듭해 결국 성공했습니다.”

그는 새로운 도전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1995년 첨단과 원시를 접목시킨 퓨전식 양식기술로 참게 대량 양식에 성공한 명 대표는 이후 인근 농민들과 참게농법을 선보였다. 지천리 일대에서는 15만㎡의 양식장도 경영한다. 제법 큼지막한 참게가 수시로 지천을 오르내리며 청양·부여에는 60여명의 전업민들이 나타났고 참게 요릿집도 부쩍 늘었다.

지난해엔 바다새우로 주로 해안가 양식장에서 기를 수 있던 흰다리새우를 내륙 한가운데인 청양에서 양식하는데도 성공했다. 기존 참게 양식기술을 기초로 새우양식에 접목한 획기적인 결과다. ‘세계적인 성공’이라고 그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난 1997년부터는 ‘금강 참게 목장 사업’을 위해 뛰고 있다. 금강의 명물이 된 참게와 다슬기 등을 양산하기 위해 청양 지천과 부여군 규암면 금강 본류를 잇는 구간에 ‘내수면 목장’을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금강 수변구역 농민들의 소득증대와 향수어린 관광 상품을 만들어가자는 1석2조의 방안이다.

재밌는 일화도 소개했다. “어느 날 금강 인근의 지도를 봤어요. 북쪽으로는 대청댐이, 남으로는 금강 하구둑이 막혀있는걸 물끄러미 보다 보니 ‘어라 양식장이네’라는 생각이 들어 목장사업을 시작하게 됐죠.”

참게는 그에게 새로운 에너지를 준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참게라는 줄기 하나를 뽑아 올리자니 다양한 부가가치가 주렁주렁 달려 나온다는 것. 이른바 ‘규모의 경제’다. 그는 뉴질랜드와 몽골 등의 방목사업과 일본의 내수면 자라 목장을 예로 들며 관계 기관-지자체의 마인드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지사 친환경 인증서보다 참게가 서식하는 청정 농산물을 소비자는 더 쳐줍니다. 그게 시장의 엄격한 잣대가 아닐까요.” 결국 금강 참게 목장화가 진행 될수록 금강은 환경파괴와 수질오염으로 부터 벗어나는 한편 주민들 소득증대에도 보탬이 될 것이라는 게 명 대표의 확신이다.

그는 미래 식량문제 해결방안으로 ‘수산양식산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럼에도 젊은 사람들이 ‘촌스럽다’며 관심을 끊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제가 가진 양식기술을 제대로 배우려면 10년은 필요한데, 젊은 사람들은 1주일이면 힘들다고 ‘야반도주’해요.”

명 대표는 조만간 시작될 참게 목장화 사업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이제 7년 된 제자에 대한 기대감과 20년째 인생과 연구의 동반자가 돼 준 부인 유병아(49)씨에 대한 고마운 마음과 함께….

▶글/이도근·사진/임동빈 바람마저 꺾이고 있다.

절기상 입추(立秋)이자 말복(末伏)인 7일에도 무더위는 여전히 기승을 부렸다. 이날 청주의 아침 기온은 26.9도로 열대야 현상이 이어졌다. 지난달 27일부터 전날까지 10일째 열대야가 지속되고 있는 것.

올해 유난히 열대야가 이어진 이유는 봄철 가뭄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가뭄-짧은 장마-폭염으로 이어지며, 일조시간은 길어졌으나 열기를 식힐 틈이 없었다. 올해 충북지역의 7월 강수일수는 최근 10년 중 가장 적었다.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으로 온난 다습한 기류가 유입된 것도 한몫했다. 수증기가 뜨거운 열기를 머금어 낮 시간대 뜨겁게 데워진 육지가 밤이 돼도 좀처럼 식지 않았던 것이다.

청주기상대 관계자는 “올해 고온다습한 공기에 열대야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며 “북태평양 고기압의 세력이 워낙 강하게 형성되며 낮에는 폭염, 밤에는 열대야에 시달리는 지역이 많다”고 설명했다.

◇하이쿠이 더위 잡을까

폭염은 태풍도 밀어내고 있다. 찜통더위를 식혀 줄 것으로 기대됐던 11호 태풍 ‘하이쿠이’의 진로는 중국 대륙 쪽으로 예상돼 더위에 지친 사람들이 아쉬워하는 진풍경도 보였다.

이 같은 진로는 앞선 10호 태풍 ‘담레이’와 비슷하다. 한반도를 뒤덮은 북태평양고기압 세력에 밀려 한반도로 접근하지 못하는 것이다.

지난 3일 생성된 하이쿠이는 7일 오전 10시 현재 중심기압 970h㎩, 최대풍속 36㎧의 중형 태풍이다. 하이쿠이의 생성과 진로는 이달 초 지나간 10호 태풍 담레이의 경우와 닮은 꼴이다. 한반도로 접근하지 못하고 중국 대륙 쪽으로 상륙해 소멸하는 게 거의 비슷하다.

보통 태풍은 발생 초기 서북서진하다 편서풍 지역에서 북동쪽으로 바뀐다. 태풍이 한반도에 이르러 오른쪽으로 꺾이는 것도 이 때문. 그러나 최근 발생한 태풍들은 한반도에 폭염을 내리는 북태평양고기압 세력에 짓눌려 서진만 하다 중국 대륙으로 상륙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나마 무더위에 지친 이들에게 위안이 되는 것은 태풍 하이쿠이의 간접영향으로 주말에 비가 내린다는 예보 정도다. 청주기상대는 11일을 전후로 하이쿠이로부터 변질된 저기압이나 약화된 태풍의 영향으로 남해안 지방에 비가 오겠으며, 충청 등 중부지방은 구름 많은 가운데 소나기가 오는 곳이 있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충청지역에 내리는 비의 양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지난달 하순부터 이어진 ‘폭염’과 ‘열대야’는 일단 이번 주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청주기상대는 이번 무더위가 9일까지 이어지겠으나 이후 북태평양 고기압이 약화되며 기온이 점차 내려가 주말부터는 평년기온을 회복하겠다고 내다봤다. <이도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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