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을 비롯한 전국 주요 강과 호수에 녹조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유례없이 연일 이어지는 폭염과 가뭄 탓이라고 한다.

수도권 식수원인 한강의 상태는 자못 심각하다. 7월 말 북한강을 뒤덮기 시작한 녹조가 급기야 서울시 구간으로까지 번졌다. 조류주의보를 발령해야 할 수준에 이르러 우려스럽다.

지난 1일 측정 결과 잠실 수중보 인근 취수원 5곳 중 3곳의 수질이 조류주의보 발령 기준을 넘어섰다. 서울시는 한 번 더 수질을 측정하고 나서 조류주의보 발령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그런데 비가 많이 오거나, 불볕더위가 누그러지지 않으면 10일쯤 조류주의보 발령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한강 서울시 구간에는 20087월 이후 조류주의보가 한 번도 발령된 적이 없다. 녹조가 처음 발생한 북한강 일대와 팔당댐 상류에는 이미 조류주의보가 내려졌다.

조류는 서울을 가로지르는 한강 전역으로 퍼진 상태다. 그나마 간질환 등을 일으킬 수 있는 유독성 남조류는 검출되지 않았다고 하니 다행이다. 하지만, 수돗물 악취의 주범으로 꼽히는 물질인 지오스민의 농도는 먹는물 수질 감시항목 기준치를 웃돌았다.

서울시는 정수처리를 한 먹는물의 지오스민 농도는 기준치를 밑돌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그러나 녹조 현상이 심해지는 상황이라면 마음을 놓을 때가 아니라고 여겨진다. 시의적절한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

녹조 현상은 비단 한강 서울 구간 등 수도권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충청권의 젖줄 대청호에서도 녹조가 급격히 확산하면서 수질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금강 지류인 소옥천이 유입되는 옥천군 군북면 추소리 앞 대청호에 지난달 31일부터 녹조덩어리가 수면에 떠다니면서 심한 악취를 풍겼다. 조류농도는 주의보수준에 육박했다.

춘천시 의암호 일대도 녹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6월 말 낙동강 하류에서 발생한 녹조 현상은 이제 중류에까지 확산했다고 한다. 현지 환경운동단체에 의하면 낙동강 창녕합안보() 근처에서 시작된 녹조 현상이 대구 달성보와 사문진교까지 번졌다.

그런데 4대강 사업으로 예년보다 많은 남조류가 발생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환경단체는 4대강에 설치된 보가 물의 흐름에 영향을 줬기 때문이라는 견해다. 반면 환경 당국은 유례없는 가뭄과 폭염에 따른 수온 상승 때문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낙동강 녹조 현상은 예년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당장 확실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4대강 보가 과연 녹조 현상 심화 요인으로 작용하는지 어떤지는 반드시 짚어봐야 할 숙제다.

녹조 현상이 심각해지면서 환경 당국이나 해당 지자체는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서울시는 녹조 현상을 누그러뜨리고자 분말 황토 살포를 준비 중이다.

대청댐관리단은 녹조가 호수의 하류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길이 60m, 깊이 7m의 대형 수중 차단막수차’ 5대를 설치해 녹조덩어리를 걷어내고 있으며, 75개의 폭기시설도 가동을 시작해 맑은 공기를 불어넣고 있다.

환경 당국은 우선 정수처리에 전력을 기울이고, 고도정수처리시설 확대 등 중장기 대책도 서둘러 추진하겠다고 한다. 식수원 녹조 심화는 시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빈틈없는 대책이 긴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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