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410개 대학 가운데 오는 2학기 등록금을 신용카드로 받는 대학은 108개 대학으로, 전체의 26.3%에 불과하다고 한다. 대학 10곳 중 7~8곳이 등록금 카드 결제를 거부하고 있는 셈이다. 충북도내에서도 한국교원대를 비롯해 청주대, 서원대, 꽃동네대, 세명대, 영동대 등 6개 대학이 카드 결제를 외면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분할납부와 카드납부를 하지 않았던 중원대는 올해부터 카드납부를 하고 있다. 전문대학은 주성대만이 유일하게 등록금 카드납부제를 실시하고 있다.

상당수 대학들이 등록금 카드 결제를 거부하는 데는 얄팍한 속셈이 깔려 있다. 카드사에 지급해야하는 수수료 부담을 피하려 하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일반 가맹점 수수료율인 2~3% 보다 낮은 1%대의 수수료를 대학 등록금에 제시하고 있으나 연간 수천억원의 등록금을 받는 대학 입장에서는 카드로 결제하면 수십억원을 수수료로 내야 하므로 카드 납부를 꺼리고 있다. 대학 등록금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가운데 대다수 학생과 학부모는 등록금의 카드 납부를 선호한다. 학기당 400~500만원에 달하는 큰돈을 현금으로 한 번에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카드로 결제하면 할부 이자를 내기는 하지만 3~12개월 할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드 결제의 벽은 높다. 국내 카드업계 1위인 신한카드의 경우 등록금 결제가 가능한 대학은 8개 대학에 불과하고 현대카드도 5개 대학, 하나SK카드도 8개 대학에만 각각 통한다. 비씨카드와 삼성카드, KB국민카드는 그보다는 낫지만 수요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니 평소 이용하는 카드가 대학의 거래 카드가 아니면 새 카드를 발급받아야 한다.

우리는 편의점에서 껌 한통도 카드로 살 수 있고 지하철, 버스도 카드로 탈 수 있는 카드 만능시대에 살고 있다. 그런데 대학 등록금만 카드 결제가 힘들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카드 결제를 할 경우 받은 등록금의 일부를 카드회사에 수수료를 내야하므로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그만큼 줄어들고, 학생들도 할부 이자 부담이 크기 때문에 오히려 손해라는 대학측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수수료는 대폭 줄일 여지가 충분히 있고 등록금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용하느냐에 따라 학생 복지는 증진시킬 수 있다. 또한 할부 이자 부담은 학생들의 선택사항이지 대학이 걱정할 사안이 아니다. 일부 대학에서는 등록금 무이자 분할납부제를 실시하고 있다.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분할납부제를 실시한다고 해서 등록금 카드 결제 자체를 봉쇄하는 것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빼앗는 것이다.

대학 등록금 문제가 사회적인 관심사가 되고 있는 가운데 등록금 부담을 최대한으로 줄이기 위해 각계에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등록금을 줄이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지만 조금이라도 부담을 덜 수 있다면 다양한 결제 방식을 선택할 권리도 주어져야 한다. 무엇보다 대학 등록금의 카드 결제를 의무화하고 등록금 카드 결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맹점 수수료를 납부자인 학생에게 부과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적장치를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