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게인 1976'' 몬트리올 올림픽

 
한국의 김연경 등 선수들이 9일 오후(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얼스코트에서 열린 2012년 런던올림픽 여자 배구 미국과의 4강전에서
세트 스토어 3-0으로 결승진출에 실패한뒤 아쉬움속에 관중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어게인 1976''을 향해 달리는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에 묘한 상황이 연출됐다. 한국은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에서 구기종목 사상 최초로 메달을 따는 영광을 일궜다.

한국(세계 랭킹 15위)과 일본(랭킹 5위)은 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얼스코트에서 열린 준결승에서 각각 미국(랭킹 1위)과 브라질(랭킹 2위)에 패하면서 11일 동메달을 놓고 3, 4위전을 치르게 됐다.

이번 3, 4위전은 ''숙적'' 일본과의 ''운명의 한·일전''이라는 의미에 더해 1976년 몬트리올대회의 ''리턴 매치''라는 성격을 띠고 있다.

1976년 몬트리올대회에서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이 구기종목 사상 처음으로 동메달을 획득할 당시 일본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은 준결승에서 일본을 만났지만 0-3으로 패하며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한국이 3, 4위전에서 일본을 꺾으면 1976년의 영광을 재현하는 동시에 당시 패배의 아픔을 설욕하는 두 배의 기쁨을 누리게 되는 셈이다.

일본은 평균 신장이 175㎝로 한국(182㎝)보다 높이가 낮지만 스피드가 빠르고 기술이 뛰어나다. 끈끈한 조직력과 수비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대한배구협회의 자료를 보면 한국은 일본과의 역대 전적에서 46승81패로 열세를 보이고 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일본을 3-0으로 제압한 이후에는 지난 5월 런던올림픽 세계예선전에서 일본을 격파하기 전까지 무려 8년간 22연패를 당했다.

그러나 한국에는 김연경(흥국생명)이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공격수가 있기에 충분히 해볼 만한 상대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 선수들도 5월 런던올림픽 세계예선전에서 승리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 있게 한·일전에 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형실 대표팀 감독은 "브라질보다는 일본과 상대하는 것이 더 좋다"면서 "선수들이 일본에 대해 자신감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매 경기 20점 이상 득점을 해주는 김영경이 체력적으로 무리가 있기는 하지만 하루 쉴 수 있어서 문제 없다"면서 "특히 김연경이 일본에서 선수 생활을 한 경험이 경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김연경에게 집중되지 않는 다양한 공격 루트를 시도할 것"이라며 "일본전에서 반드시 승리해 동메달을 따내겠다"고 약속했다.

김연경은 한·일전에 대해 "일본은 8강부터 기다리던 팀"이라며 "붙고 싶다고 생각했고 자신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리시브 등 수비가 좋고 거기서 이어지는 공격도 괜찮지만, 블로킹이 높은 팀에 약하다"며 "우리에게 키가 큰 선수가 많은 만큼 그런 면에서 강점이 있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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