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10일 독도 방문은 마지막까지 철저히 비밀리에 추진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줄곧 독도 방문을 계획했으나 한반도 주변 정세나 기상 여건 등이 정확히 맞아떨어져야 하는 만큼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자신이 강하게 방문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특별한 반대는 없었다"면서 "다만 실행계획을 세웠다가 여건 때문에 여러 번 취소됐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도 이날 울릉도 주민과 만나 "취임 초부터 오려고 했는데 되지 않았다"고 말해 이런 배경을 뒷받침했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에 대한 실망감도 독도행(行)에 한 몫을 했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한일 정상회담에서 만나 위안부 문제를 강력하게 제기했지만 일본의 대응이 지지부진한 사이 피해 할머니들이 하나둘씩 사라져갔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광복절은 이 대통령의 임기 동안 마지막이라는 점에서 강한 의지를 갖고 더욱 치밀하게 독도 방문을 추진했다는 후문이다. 마침 이날이 광복절을 닷새 앞둔 때여서 역사적 의미도 있는 데다 날씨도 나쁘지는 않았다.

다만 독도 주변의 기상이 워낙 불규칙해서 청와대 측은 마지막까지 숨죽이며 시시각각 변하는 기상 상태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날 독도 방문을 신청한 일반 방문객이 있었지만 파도가 높아 성사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도 `우리땅을 가는데 눈치 볼 게 뭐 있느냐''는 입장이기는 하지만 한일 외교의 현실을 고려해 드러내놓고 추진한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추진 단계에서는 기자도 동행시키지 않고 다녀오고 나중에 언론에 공개하는 방안까지 한때 검토됐다는 후문이다.

외교적 마찰이 예상된다고는 하지만 그렇게까지 떳떳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는 지적에 따라 전날 전격 방문을 결정한 직후 오후 3시께 언론에는 특정 시점까지 비보도를 전제로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는 것이 청와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여당인 새누리당과 울릉도에서 개최한 주민 간담회 참석자에도 이날 아침에야 통보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이 대통령의 독도방문과 관련해 사전에 눈치를 챈 일본 언론이 이날 이른 아침 시간 조간에 대서특필하는 바람에 청와대 측을 당혹스럽게 했다. 일본 정부가 자국 언론에 흘린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으나 명확한 유출 경위는 드러나지 않았다. 어쨌든 일본도 이 대통령의 행보에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방증인 셈이다.

한편 소설가 김주영ㆍ이문열 씨가 동행한 이유에 대해서 청와대는 우리 역사와 국토에 대해 친숙한 글을 쓴 대표적 문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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