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종 호 논설위원·청주대 명예교수

1896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시작되어 4년을 주기로 개최되고 있는 국제적 종합경기대회인 올림픽이 이번에는 영국의 수도인 런던에서 열렸다. 30번째로 열리는 인류평화의 대제전이다. 이념 및 피부색 등을 초월하여 하나의 삶(Live as one)’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727일부터 812일까지 17일간 전개되었다. 26개 종목에 302개의 금메달을 놓고 기량을 겨루었다.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건각(健脚)들의 화려한 퍼레이드, 영육의 종합예술이 펼쳐졌다. 그렇기에 올림픽은 인간이 지닌 신미(身美)의 경연, 육체의 예술, 체능의 향연이 펼쳐졌다.

올림픽은 창시자인 피에르 드 쿠베르탱 남작의 말처럼 지구촌 젊은이들의 우정과 연대 및 정정당당한 승부(페어플레이) 을 정신으로 한다. 이 중에서도 정정당당한 승부를 핵심정신으로 한다. 정정당당한 승부는 실력 대 실력의 경쟁을 말한다.

타고난 체능+땀과 노력에 대한 평가이다. 이는 상대방의 실수나 오심(誤審)을 통해 승자가 되는 것을 철저히 거부하는 정신이다. 순수한 스포츠맨십으로 획득한 월계관일 때 진정한 승자로 인정하자는 것이다.

오로지 정직성과 공정성만이 적용되어야 하는 대회인 것이다. 그래서 올림픽을 성전(聖殿)이라 부른다. 여기에는 경기자는 물론 지도자 및 심판자가 모두 포함된다. 메달 획득은 이들 3자의 합작품이고 스포츠맨십의 결정체인 것이다. 올림픽 기간 내내 성화가 타 오르게 하는 것이나 경기를 보면서 세계 인류가 열광하고 승자에 대하여 뜨거운 박수를 보내는 소이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한 세기가 넘는 긴 세월의 역사를 가진 올림픽제전에 스포츠맨십과 정면으로 위배되는 오심이 계속되고 있다. 한심스런 일이다. 이번 런던대회에서도 여러 종목에서 스포츠맨십에 어긋나는 불공정한 경기진행과 판정이 노정되었다. 한국선수들이 참전한 게임만을 예로 들어도 수영 400m 자유형, 유도 66kg급 준결승, 펜싱 여자 에페 개인전 준결승, 남자 축구 준결승 등에서 심판의 고의적, 편파적 판정 내지 게임운영이 진행된 것이다.

수영에서의 불공정한 부정출발 판정, 유도에서의 객관성을 무시한 판정번복, 펜싱에서의 시간이 종료된 후의(오랫동안 멈춰선 고무줄 1) 동작을 점수로 매겨 승패전복, 축구에서의 골대 앞에서의 다리걸기 반칙을 눈감아 준 오심 등으로 금메달을 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박탈 시킨 것이다.

그런가하면 배드민턴 여자 복식경기에 출전한 한국, 중국, 인도네시아 선수들이 결승 토너먼트에서 만만한 상대를 만나기 위해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고의로 져주는 꼼수를 부려 관련 선수 전원이 실격되는 한심스런 작태가 연출되었다. 이것이야말로 순수하고 정직하여야 할 스포츠맨십을 먹칠한 이단적 행위라 아니할 수 없다.

이러한 오심이나 반 스포츠맨십 등은 올림픽의 존재가치인 올림픽정신을 망가뜨린 것이 되고 선수 스스로 파멸을 자초한 것이 된다. 특히 오심은 아무런 잘못도 없는 선수로 하여금 천재일우의 기회를 박탈케 함으로써 선수의 가슴속에 천추의 한을 심는 것이 된다.

도대체 누가 심판에게 이러한 권한을 주었단 말인가. 이런 심판은 체육계에서 영원히 추방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도 대회 때마다 오심의 비극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올림픽이 아직까지 그 이념과 역사에 맞는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잖은가.

올림픽을 비롯하여 모든 경기는 정정당당한 경쟁을 생명으로 하여야 한다. 선수와 지도자 및 심판 등은 이 정신과 자세로 무장되어야 한다. 편파적인 심판이나 오심은 올림픽의 적이고 멸살행위인 것이다. 털끝만큼의 오심도 허용되어서는 아니 된다. 올림픽은 오로지 실력대로의 평가를 최고의 가치로 삼아야 한다.

이번의 2012 런던 올림픽을 통하여 이러한 올림픽의 정신이 세계 인류의 정신이 되게 하여야 한다. 어떠한 가식도 꼼수도 허용되지 않는 정정당당한 게임문화가 세계인의 정신으로 착근되게 하여야 한다. 그리하여 스포츠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올림픽이 명실공이 국가와 인종, 이념과 사상을 초월하여 세계의 인류가 하나가 될 수 있는 평화와 화합의 제전이 되게 하여야 한다. 다시는 불공정 심판 및 오심이 있어서는 아니 된다. 결코 한국 펜싱의 신아람 선수와 같은 희생자가 나오게 해서는 아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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