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십자사 회장 선임 관행 깨져
보건환경연구원장 내정 ‘무리수’

 

이시종(사진) 충북지사가 안팎에서 곤경에 처했다.

통상 지사의 영향력이 반영되는 대한적십자사 충북지사 차기 회장 선출에서 ‘이심(李心)’이 외면당한 데다, 개방형 직위로 공모한 충북도보건환경연구원장에 사실상 퇴직이 4개월 밖에 남지 않은 공무원을 임명하면서 공직 내부의 불만을 자초한 때문이다.

적십자사 충북지사 회장은 관행적으로 명예회장인 충북지사의 낙점을 받은 인사가 맡아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지사가 추천한 남기창 전 청주대 교수가 낙선한 것은 이 지사의 대외적 영향력이 약화됐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적십자사 충북지사 창립 이후 경선을 통해 회장을 선출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어서 이 지사의 정치적 입지에도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됐다.

물론 적십자사 충북지사가 충북도 산하기관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 지사의 의중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이 지사의 대외적 영향력이 약화됐다고 볼 수 없다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지방선거 당시 이 지사 캠프의 핵심이자 인수위원회 기획단장을 맡아 활동하는 등 이 지사의 최측근으로 인식돼 온 남 전 교수의 낙선은 이 지사로서도 당혹스럽고 대외적 활동에 위축될 수밖에 없는 요인이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번 회장 선출 과정 때문에 향후 적십자사 충북지사와 충북도 간 관계 악화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지만, 도 차원의 지원·협력 관계를 소극적으로 전환하는 것은 오히려 이 지사에게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개방형 직위인 도 보건환경연구원장에 4개월 뒤면 공로연수에 들어가는 채근석 산림녹지과장을 내정한 것을 두고도 도청 내부의 불만이 촉발되고 있다.

전문성 강화를 취지로 한 개방형 직위에 퇴직이 임박한 공무원을 내정한 것은 본래 취지에도 맞지 않는 데다, 공직 내부의 인사 숨통 해소라는 명분도 얻을 수 없다는 것이 도청 내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퇴직이 1~2년 정도 남은 공무원이라면 인사 적체 해소에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4개월 뒷면 자연스레 자리가 나는 퇴직 예정자를 내정한 것은 인사 숨통을 틔운다는 명분도 얻기 어렵다.

특히 이 지사 취임 이후 고시 출신의 젊은 간부들이 국장급 이상 직위를 점령하면서 가뜩이나 인사 적체에 대한 내부 불만이 적지 않은 상황을 고려할 때, 이번 인사는 이 지사의 향후 조직 운영에도 적잖은 걸림돌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지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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