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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10분, 한일외교의 분수령
1시간 10분, 한일외교의 분수령
  • 동양일보
  • 승인 2012.08.13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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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수 길 논설위원·소설가1시간 10분(2012년 8월 10일 오후 2시~오후 3시 10분), 한국대통령이 정부수립 후 최초로 한국령(韓國領) 독도를 방문하여 머무른 시간이다. 그 짧은 시간이 한일외교의 갈등을 증폭시킬지, 아니면 질곡 많은 한일 간의 갈등을 청산하는 계기가 될지, 지금은 아무도 모른다.

한반도 강점에 대한 사죄, 위안부 및 인력강제동원 보상, 원폭피해자 보상, 재일한국인에 대한 처우 등, 과거사 청산에서 부터 독도영유권 문제에 이르기까지 한일 간의 갈등은 엉킨 실타래처럼 복잡하다. 우리정부 수립 후 현재까지 이로 인한 양국 간의 외교적 줄다리기는 계속돼 왔지만, 해소의 실마리 찾기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외교는 줄다리기요 수(手)싸움이다. 그간 일본은, 모든 갈등의 원인제공자임에도 불구하고, 이의 해결을 위한 줄다리기에서 기선을 잡기위해 온갖 묘수(妙手)에 간계(奸計)를 동원해 왔다. 그에 반해 우리는 가능한 한 일본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고 불필요한 갈등의 확산을 예방, 사안별 우호적 해결을 위해 ‘조용한 외교’를 추구해 왔었다. 한때,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가요를 부른 가수의 입을 막고 노래조차 금지곡으로 지정한 것이 그중의 한 예다.

그런데도 일본의 간계는 갈수록 태산이다. 미래지향적 동반자 관계구축을 위한 우리의 조용한 외교적 노력을 역이용, 부아지르기와 달래기를 반복하며, 불리한 사안은 은폐·왜곡하고 득이 될 사안은 확대하려는 간계로 우리의 성의를 깔아뭉개고 자존심을 짓밟아 왔다.

자국 내 우익의 여론 달래기로, 혹은 정치적 입지를 위해 각료들이 툭툭 쏟아놓는 망언, 한일합방은 한국이 원해서였다, 일본의 한반도 진출이 한반도의 근대화를 촉진했다, 위안부 동원은 민간의 소행이었다는 등의 가당찮은 말로 한국인들의 분노를 촉발해 놓고, 뒤이어 ‘진심으로 유감’, ‘통석의 염’, ‘통절한 반성’ 등의 번들번들한 용어를 동원, 진심도 실행의지도 없는 사죄사를 늘어놓았었다, 그리곤 또 다시 뒤통수를 치는 간계를 반복해 왔다.

아직도 군국주의 망상에 사로잡힌 극우시민단체, ‘다케시마의 날’을 제정한 시네마현 등의 지방자치단체가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 우기며 여론몰이를 해 나가고, 중앙정부는 한반도 강점을 미화하고 독도를 일본 영토로 표기한 교과서를 발행, 청소년 학생을 오도하는가 하면, 8년 째 방위백서에 독도를 일본영토에 포함시키는 억지를 계속하고 있다. 시민단체와 지방자치단체, 중앙정부가 합작으로 억지와 간계, 왜곡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체류 1시간 10분, 그 짧은 시간이 일본 정부와 우익인사들에게 주는 충격은 클 것이다. 한일외교 줄다리기에서 당겼다 놓았다, 자신들이 주동하는 대로 끌려 다닌다고 생각하던 한국외교가 의외의 강수(强手)를 택한 때문이다. 지금은 강한 항의와 함께 주한 일본대사를 소환하고 국제사법재판소(ICJ)제소를 압박하는 등 강경히 맞서고 있지만, 향후 줄다리기의 중심점이 어느 쪽으로 기울지는 미지수다. 저들 일본이 예측불허의 또 다른 간계와 억지로 역습을 노릴지, 아니면 인접3국(한국, 중국, 러시아)과 영토분쟁을 겪는 자신들의 처지를 냉철히 돌아보고, 합리적 방안을 찾아 타협을 모색할지, 그도 저도 아니면 당장의 갈등 증폭을 미룬 채 냉각기를 두고 장기전으로 몰고 갈지, 역시 모를 일이다.

문제는 우리다. 이대통령의 독도방문 이후, 저들의 강경대응에 밀려 다시 ‘조용한 외교’로 환원, 물렁한 모습을 보인다면, 저들의 비난대로 ‘임기 말의 쇼’로 인식 될 위험과 함께, 향후 우리의 어떤 외교적 강경책도 약발이 서지 않는 약점이 될 수도 있다. 현 정부는 물론 차기 정부가, 일본이 내놓을 더 비열한 암수와 간계에 대응할 방책을 수립하고, 일본의 진정한 각성이 있을 때까지 국민과 함께 일관되게 이를 지켜나가야 할 것이다. 이는 일본의 각성촉구를 위한 대통령의 독도방문 의미가 희석되거나 왜곡되지 않게 하는 일이기도 하다.

표면언행(다테마에)과 본심(혼네)이 다른 일본인과 일본정부의 성향을 우리는 겪을 만큼 겪고, 속을 만큼 속아왔다. 총리가 ‘통절히 반성’ 한다고 공언한 뒤, 그 여운이 사라지기도 전에 역사왜곡교과서를 배포하고 독도영유권을 주장하는 간계에 우리가 더 이상 휘둘려서는 안 된다. 국민들도 경솔한 분노발산을 자제하되, 일본의 각성을 촉구하는 민간외교`홍보활동가들의 노력에 적극적인 지지와 후원을 보내, 국제적인 압박이 확산 되도록 해야 한다.

대통령의 독도체류 1시간 10분은 향후 한일외교의 전환점을 찍는 분수령이 돼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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