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여론에도 국정장악력 고려
‘대안부재’ 현실론 작용도

이명박 대통령이 13일 국가인권위원장에 현병철(사진) 내정자를 임명했다. 지난달 1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청문보고서 채택이 최종 불발된 지 25일 만이다.

인권위원장은 국회의 임명 동의가 필요치 않아 보고서 채택이 무산되고 나서 언제든지 임명할 수 있었으나 지금껏 미뤄온 것이다.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인 새누리당 일각에서도 현 내정자에 대한 임명을 철회하라고 요청할 만큼 부정적 의견이 확산하자 이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부동산 투기, 아들 병역, 논문 표절 등의 의혹에도 현 내정자를 그대로 연임하게 하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란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통령이 이처럼 정치권 안팎의 반대에도 현 내정자를 그대로 임명한 데에는 크게 3가지 고려사항이 있던 것으로 보인다.

우선 청문회에서 도덕성과 자질 시비가 일기는 했지만 지금껏 청문 대상자에 통상 제기됐던 의혹 수준을 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업무를 수행하는 데 결정적 하자는 아니라고 판단한 셈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현 내정자가 각종 의혹에 대해 소상하게 해명을 했다"면서 "일부 의혹은 사실이 아닌 일방적 주장이고 정치적 공세로, 흠집내기용도 있다"고 말했다.

또 임기 6개월여를 앞두고 국정 장악력을 고려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인사권마저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여기서 밀릴 경우 권력누수(레임덕) 현상을 더욱 앞당길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현 정부 들어 추진했던 핵심 국정과제를 온전히 마무리하는 동시에 우리나라에까지 짙게 드리우는 경제위기를 막아내기 위해서 국정운영의 끈을 한시라도 놓을 수 없다는 절박감도 묻어나고 있다.

끝으로 현 내정자 임명에는 `대안 부재''라는 현실적 문제도 가로 놓여 있다.

새로운 인물을 다시 세운다고 해도 전례를 볼 때 국회 청문회를 무난하게 통과하리라는 보장이 없는데다, 임기 말에 적합한 후보자를 찾기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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