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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의 눈빛
오빠의 눈빛
  • 동양일보
  • 승인 2012.08.15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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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은 순 문학평론가어느 날 저녁, 잘 알고 지내는 무등스님께서 전화를 하셨다. 6년 전, 캐나다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외롭게 지내던 시절 알게 된 스님인데 몇몇 지인들과 함께 식사도 하고 스님이 계신 암자에 몇 차례 놀러가기도 했다.

스님께서는 다른 사람에게 내 연락처를 물어 전화를 했다고 운을 떼시더니 얼마 전 제천에 있는 절에서 우연히 오빠를 만났다는 말씀을 하셨다. 알고 보니 작년 이맘때 돌아가신 형부의 회갑 불공 때 스님께서 의식을 주관하셨다고 했다. 사정이 있어 가보지 못했는데 무등스님과 제천 절의 주지스님과는 가까운 사이라고 했다. 마침 주지스님께서 외국에 가시는 바람에 무등스님께서 형부의 회갑 불공을 주관하신 모양이었다. 불공이 끝나고 스님은 오빠와 차를 마시며 한담을 나누셨는데 그때 오빠에게 받은 인상이 잊히지 않아 전화를 했다고 하셨다.

오빠는 자기보다 윗사람 앞에서는 반드시 무릎을 꿇고 큰 절을 올리며 예를 갖추는데 그 모습이 인상적이었나 보다 생각했다. 그런데 스님께서는 오빠의 눈빛을 보고 너무도 강렬한 인상을 받아 잠을 이룰 수가 없다고 하셨다. 속세에서 발을 딛고 살며 어떻게 그런 맑은 눈빛을 지닐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하셨다. 깊은 산 깊은 계곡에서 흐르는 맑은 물빛, 영락없는 사슴의 눈빛이라고도 하셨다. 심지어는 몇 만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눈빛이라는 말씀도 하셨다. 그 눈빛에 수도자인 자신이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하시며 스님이 계신 청송에 꼭 한 번 다녀가라고 하셨다. 거듭 어린애처럼 오빠의 눈빛을 예찬하시는 스님의 말씀을 듣고 나 또한 감동이 일었고 오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날 스님의 말씀은 영락없는 시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오빠는 내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부모님께는 둘도 없는 효자며 주변 사람들에게는 한없이 따뜻한 사람이다. 누구보다 극진한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오빠의 삶은 다른 사람의 삶과 확연히 변별성을 가진다. 오빠에게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보이는 속물성이 거의 없다. 한 번도 화내는 걸 본 적이 없고 한 번도 물질에 집착하는 걸 본 적이 없다. 그야말로 물처럼 부드럽고 유한 사람이며 무욕한 사람이고 영혼이 한없이 맑은 사람이다. 환갑을 앞둔 나이에도 학업을 계속하고 있으며 끝없이 자기계발을 위해 애쓰는 사람이다.

오빠는 대학교수로 자리를 잡고서도 전공과 무관한 다른 분야를 지속적으로 공부해 왔다. 전공은 영어학인데 불교, 다도를 거쳐 현재는 역사를 공부하고 있다. 평소에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시간 나는 대로 대학원 과정에서 다른 분야를 공부하고 방학이면 뜻이 맞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여행을 떠난다. 여행을 떠나기 전 필요한 책이며 방송 자료 등을 섭렵한 뒤 나름대로 스케줄을 짜 맛깔스런 글로 동행할 사람들에게 자상한 안내 메일을 보낸다. 여행을 다녀온 뒤에는 책이 나오는 경우도 많다. 나 또한 오빠가 함께 여행을 가자고 여러 차례 권유한 바 있으나 부실한 건강을 핑계로 한 번도 동행할 기회가 없었다. 실크로드, 북아프리카, 시베리아 툰드라 지역, 바이칼 호수 등 좀처럼 가보기 힘든 곳을 찾아 떠난다.

오빠의 삶은 끝없는 열정으로 점철되어 있다. 자칫 매너리즘에 빠져 편하게 그럭저럭 살만한 나이임에도 늘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며 변치 않는 열정을 보이는 오빠의 삶은 보잘 것 없는 잡문을 쓰는 내게 늘 귀감이 되고 있다. 한동안은 인도에 빠져 인도 각지를 여러 차례 드나들었고 한동안은 티벳에 빠져 살았다. 차의 향기에 빠져 맛깔스런 글을 이름 있는 중앙지에 연재 한 바 있고 한동안은 문명의 뒤안에 있는 오지의 사람들에 빠져 세계 각지를 누비며 좋은 글과 희귀한 자료로 많은 독자들을 기쁘게 해 주었다. 한동안은 구도자의 삶을 번역해 책으로 출판해 내느라 분주하기도 하였다. 오빠는 단식을 예사로 하며 철저한 채식주의자다. 태국 왕실의 초청으로 중요한 행사에 초청받은 적도 있다. 일찍이 열권 이상의 책을 펴내 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도 하였다. 오빠의 글은 참으로 따뜻하고 다정다감하다. 특이한 마력으로 사람들을 사로잡는다. ‘아줌마 영어’란 책은 내가 살던 캐나다에서 많은 지인들이 돌려보았고 오빠 팬클럽이 생겨난 적도 있다. 오빠의 삶은 황폐한 삶에 청량함을 주는 오아시스에 다름 아니다. 오빠의 맑고 깊은 눈빛을 한없이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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