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설치고 이웃 갈등”… 피해 호소 급증
공간 분할·건물 낙후 원인… 피해 확산
“건축법상 하나의 가구로 간주” 규제대상 제외

 #1.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 한 원룸에 사는 직장인 조미현(여·26)씨는 최근 옆집에서 들려오는 각종 소리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주위가 조용한 밤 시간이면 TV소리나 휴대전화 벨소리 등은 더욱 또렷하게 들린다. 참다 못해 옆집에 조용히 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나도 시끄럽기는 마찬가지”라는 타박만 들었다.

조씨는 “온갖 소음에 시달리며 받은 스트레스로 위장병이 생길 지경”이라고 말했다.

#2. 상당구 용암동의 또 다른 원룸에 사는 회사원 김민구(34)씨는 일반 원룸 보다 조금 더 비싼 가격의 주거(주택)형 원룸으로 이사했다. 전에 살던 원룸 옆집 대학생과 소음문제로 크게 싸웠기 때문.

김씨는 “전화통화 목소리가 시비가 돼 싸움이 일어날 정도”라며 “집이 아니라 고시원 같다. 내 집에서 남을 의식하고 살아야 하는 불편함을 참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원룸의 층간·옆집 소음 문제가 심각하다. 최근 원룸 등 소형·다가구 주택들이 급격히 늘고 있는 청주지역의 경우도 원룸거주자들의 소음은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벽을 사이에 둔 옆집(횡간) 소음이 특히 문제인데, 심한 곳은 옆집의 휴대전화 벨소리까지 들릴 정도다.

인터넷 온라인상에서도 원룸 소음문제에 대한 불만과 다양한 대처방안에 대한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다음’이나 ‘네이버’ 등 주요 포털사이트에 등록된 소음피해자 모임만 80여개에 달한다. 그러나 아직 관련 규정이나 처벌기준 등이 명확치 않다. 정부는 아파트 층간 소음으로 이웃 간 분쟁이 빈번하자 지난 2009년 국토해양부 고시로 ‘공동주택 바닥 충격음 차단구조 인정 및 관리기준’을 마련했다. 그러나 옆집 소음은 바닥에 충격을 가했을 때 발생하는 층간 소음과 달리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청주지역의 경우도 지금까지는 문제제기가 많지 않았지만, 최근 수년 사이 원룸이 급격히 늘면서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급증하는 추세다. 최근 1~2인 가구의 증가 등으로 지역의 원룸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생기는 일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늘어난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일부 원룸이 공간을 무리하게 나눠 방을 만들고 있는 것. 일부 주택형 원룸의 경우 오래된 건물을 개조한 것이 많아 방음이 잘 되지 않는 탓도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원룸이나 투룸 등은 대부분 바닥과 천장을 마감한 뒤 벽을 세우는 형태로 지어지는 경우가 많고, 석고보드 등을 사용한 얇은 외벽에 콘크리트를 바르는 방식이라 벽 사이 일부 소음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도 뾰족한 대책은 없다. 현행 건축법이 원룸을 다가구주택으로 분류해 법적 규제를 하기 어렵다는 것. 다가구주택은 아파트와 같은 다세대주택과 달리 하나의 가구로 간주해 동일 건물 내 소음은 규제 대상으로 볼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 아파트 입주자들은 그나마 입주 전 층간 소음에 대해 미리 알아보고 단체행동에 나서는 등 대처가 상대적으로 쉬운 반면 가구 수가 적은 원룸 입주자들은 이마저도 쉽지 않다.

한 피해자는 “소음관련 소송 등을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1~3년 정도가 필요하고, 변호사 선임비 등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돈 없는 세입자만 고통 받는다”고 꼬집었다.

청주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소음으로 인한 이웃 간 분쟁은 당사자 합의를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며 “최근 문제가 불거지고 있어 소음규제는 강화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도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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