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총수 면죄부 없애나"..재계 긴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횡령·배임 등의 혐의와 관련해 법원의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자 한화는 적잖게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한화는 16일 입장 발표를 통해 "2년 이상 검찰 수사와 재판을 받은 결과 그룹 회장의 법정구속 상황이 발생한 데 대하여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의 1심 판결을 존중하지만 법적 쟁점이 있는 사항에 대해서는 항소를 통해 자세히 소명해 2심 재판부의 판단을 구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한화의 한 관계자는 판결이 난 뒤 "법정구속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난감해했다.

현직 대기업 총수의 법정구속은 이례적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2007년 2월 회삿돈 횡령과 계열사에 끼친 손해 등의 혐의로 기소돼 선고공판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지만 재판부는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명목으로 법정구속을 하지는 않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판결 직후 짤막한 성명을 통해 "경제도 어려운데 기업인을 법정구속한 것은 유감"이라면서 노골적으로 반감을 표출했다.

특히 그동안 횡령·배임 등 혐의가 있는 대기업 총수들에게 징역형이 구형됐지만 결국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실형을 살지 않았던 관행을 사법부가 근절하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관측도 재계 일각에서 제기되면서 긴장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김 회장에게 중형을 선고한 서울서부지법은 앞서 지난 2월 1천400억원대의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에게도 징역 4년6월에 벌금 20억원을 중형을 선고했다.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이 계열사 펀드자금을 횡령하는 등 혐의로 불구속 수사를 받는 SK그룹이나 횡령·배임 등과 관련 박찬구 회장의 심리를 앞둔 금호석유화학도 불똥이 튈지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정치권에서 ''경제 민주화''를 거론하면서 여야 할 것 없이 재벌 개혁을 주창하고 있고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 당국도 ''상생''의 논리를 내세워 대기업에 대한 규제의 고삐를 죄는 등 최근 사회 분위기가 총수들의 재판에 반영되는 것으로 재계는 분석하고 있다.

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 대해 "재벌 때리기, 경제민주화 논의 등 대기업에 대해 비판적인 사회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기업 입장에서는 어렵겠지만 우리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면서도 "하지만 기업가 정신이나 경영인들의 사기는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다른 경제단체의 관계자는 "기업의 총수가 법정구속까지 되면 기업 경영에 영향이 클 수 밖에 없다"면서 "의사결정이 어려워져 투자 등에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회장이 경제뿐 아니라 이번 올림픽 등 스포츠, 문화 분야에서도 국가에 기여한 측면이 많은 점을 고려해 향후 항소심 혹은 대법원 판결에서는 기업 활동이나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정상 참작''을 해야 한다는 동정론도 재계 일각에서는 일고 있다.

한화가 후원하는 사격은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와 은메달 2개 등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