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연 기 한국교통대 교수

시간의 사전적인 의미는 사물의 변화를 인식하기 위해 자연계가 창조되는 순간부터 발생된 물리량이라고 한다. 중세까지만 하더라도 먹고 사는데 있어 농경과 목축이 주가 되던 시절이었기에 그저 해가 뜨고 지고 계절이 바뀌는 것만으로 시간을 가늠했겠지만 공업화가 진행된 이후로는 객관적인 시간의 측정은 개인을 포함한 국가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사안이 되었다.

1년은 태양을 중심으로 한 지구의 공전이고 1일은 지구의 자전 시간이 기준이 된다. 고대 로마인들은 12진법을 사용하였고 메소포타미아는 60진법을 사용하였다. 12라는 수는 2, 3, 4, 6의 배수이므로 지금의 10진법에서의 10이 단지 25의 배수인데 비해 사용하기에 편리한 측면이 있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12개가 1다스이고 12인치가 1피트에 해당하는 등 여전히 12진법의 영향이 남아있으며 시간 역시 12진법에 영향을 받게 되었다. 1시간을 60, 1분을 60초로 나눈 것은 60진법의 영향이다.

인류의 조상들은 1분이 한 시간에 비해서는 매우 작은 양이라고 여겨서 이를 한 시간을 나누어서 생긴 작은 분량 즉, 60분의 1이라는 의미로 영어의 minute (미소한)를 사용하여 나타내었다. 1분 보다 더 작은 단위의 필요성으로 인해 1분을 다시 60개로 나누었는데 이를 초(second)라고 하였다. (second)란 말은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시절 두 번째로 미세한 (second minute) 시간으로 부른데서 유래한 것이다. , 두 번째로 미세한 시간이란 말이 너무 길다보니 줄여서 second라고 부른 것이 지금에 까지 이른 것이다.

과거에 그냥 second minute라고 쉽게 정의해버린 1초이지만 지금은 세슘(Cs)원자가 9192631770번 진동하는데 걸린 시간을 9대의 원자시계가 측정한 평균을 1초라고 정의할 정도로 엄밀하게 관리하고 있다. 현대 과학은 30억분의 1초까지 정밀한 측정이 가능하며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정밀한 시계인 미국표준기술연구소가 보유한 스트론튬 시계는 3억년에 1초의 오차만 발생한다고 한다.

지난 13일에 폐막한 런던 올림픽에서는 공교롭게 ‘1때문에 올림픽 정신이 훼손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아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신아람 선수와 독일의 브리타 하이데만 선수간의 펜싱 시합에서 마지막 1초를 제대로 측정하지 못한데서 비롯된 일이었다. 아이러니 하게도 ‘1논쟁이 벌어진 곳이 그 옛날 1초란 말을 만든 영국이었다는 것이다. ‘1라는 찰나의 순간 때문에 억울한 일이 벌어진 것은 비단 이번 올림픽만은 아니었다. ‘우생순으로 알려진 우리나라 여자 핸드볼 팀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준결승전 노르웨이와의 시합 중 노르웨이의 슛이 골라인을 통과하기 이전에 시간이 종료되었으나 심판이 골을 인정하면서 억울한 패배를 당한 바 있다. 그런데 런던 올림픽 여자핸드볼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후반 1초를 남기고 우리 선수가 드로우 한 공이 골네트를 갈랐으나 확인 결과 종료 직후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되어 연장전 이후 패배의 쓴 맛을 봐야 했다. ‘1에 대한 제대로 된 확인여부에 상관없이 우리 올림픽 스포츠에서는 늘 불리하고 한 많은 1초 일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매일 시계를 들여다보고 그 시간에 맞추어 생활하는 것은 시간이 가져다주는 객관성을 신뢰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1라는 시간이 아무리 작다고는 하지만 그 시간이 개인마다 그리고 개인의 특정 순간마다 갖게 되는 의미는 사뭇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교부 철학자인 아우구스티누스는 영원이라는 시간은 신에게 귀속된 인간이 인식할 수 없는 것이지만 인간은 그가 인식할 수 있는 있는 유한한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라고 하였다. 사람이 살아 있는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은 유한하고 그래서 소중하기에 서로 느끼는 시간의 양과 질은 다를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첨단 과학의 힘을 빌려 그 시간을 정할 수밖에 없고 그것을 따라야만 개인의 행복과 사회의 질서가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올림픽 펜싱 시합에서의 ‘1는 신아람 이라는 개인의 4년간에 걸친 피땀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그러나 그 시합에서 시간을 측정한 타임 키퍼와 심판이 뭐라고 하든 과학적인 시계는 여전히 신아람 선수의 승리를 증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 당시의 판정을 되돌릴 수 없는 한 신아람 선수의 노력과 명예는 어떻게 할 수 없기에 마음이 답답할 뿐이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은 무심코 ‘1(1 second minute)’를 외쳤겠지만 그 ‘1를 제대로 관리하고 적용할 책임은 후세 모두에게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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