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에서 유류, 교통, 전기, 전셋집까지 서민 살림에 필요한 모든 물가가 줄줄이 인상되거나 인상 예정이어서 서민경제에 먹구름이 가득하다. 이처럼 모든 물가들이 한꺼번에 오르면서 물가대란 조짐마저 우려되고 있다. 서민 가계를 위협하는 물가 대란의 신호탄은 먹거리 품목들이 쏘아 올렸다. 폭염으로 농수산물값이 폭등한데다 그간 정부가 규제하던 가공식품 가격도 잇따라 올라 식탁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시금치와 상추, 배추 등 농산물들은 10%에서 많게는 40%가 넘게 올랐다. 삼치와 민어, 병어 등 수산물 가격도 수확량 감소에 따라 20~30% 인상됐다. 라면이나 과자, 통조림, 음료, 주류 등 가공식품 가격도 원자재 가격 인상 등을 이유로 큰 폭의 오름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민층의 가계 지출 규모가 커지면서 가정경제를 압박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한동안 안정세를 보이던 유가도 다시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가격은 1973.95원으로, 저점을 찍었던 7161891원에서 한 달만에 80원 넘게 올랐다. 두바이유가 8월 들어 가파른 가격 상승세를 타고 있어 당분간 국내 기름값도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서민의 발인 대중교통 요금이 상당수 하반기 중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국토해양부 등에 따르면 3년마다 인상되는 택시 요금이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줄줄이 오를 예정이다. 2200원에서 2900원 정도인 택시 기본요금이 30% 정도 올라 3000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2년 주기로 오르는 일반 완행버스, 직행버스, 고속버스 등 ‘3대 시외버스요금도 올해 말 일제히 인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항공 여행의 대중화를 이끈 국내 저비용 항공사들도 잇따라 요금을 올리는 추세다. 이달 초 인상된 전기요금은 여전히 유류·액화천연가스·석탄 등 연료비 상승 압박을 받고 있어 연말께 추가로 오를 가능성이 남아있다.

이에 따라 겨울철 전력 피크가 도래하기 전 추가 인상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아파트 전셋값이 조금씩 들썩거린다는 점도 서민들을 불안하게 한다. 아직은 전세 수요의 움직임이 예년보다는 적은 편이지만 가을 이사철에 본격 진입하면 가격 상승 압박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같은 각종 물가의 도미노 인상 현상은 추석과 연말 또 한 번 요동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가뜩이나 팍팍한 서민경제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생활물가가 전방위로 오르자 정부에서도 비상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정부가 서민생활 안정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이미 탄력을 받은 각종 물가 인상을 억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국 물가 인상의 고통은 고스란히 서민들이 짊어져야 할 것으로 우려된다.

따라서 정부는 형식적 행위에 그치거나 상징적 선언에 불과한 서민경제 안정대책보다는 실질적인 대안을 실천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탁상행정으로는 서민경제를 안정시킬 수 없음은 이미 선행된 학습효과를 통해 검증된 사실이다. 업계의 입장과 물아 인상의 불가피성만을 앞세워 인상폭을 최소화하겠다는 말로는 서민경제를 안정시킬 수 없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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